이건 시가 아니라 강의 제목
그러나 매번 어떤 즐거움인가 궁금하다
나부터 궁금하다
매일같이 읽고 강의하는 게 고전이니
나는 즐겁고 즐겁고 또 즐거워라
그러나 어떤 즐거움인가
세상 온갖 즐거움 가운데
허다한 즐거움 가운데
고전 읽기의 즐거움은 비길 데 없는 즐거움인지
남다른 즐거움인지 남보다 못한
즐거움인지 속된 즐거움인지 헛된
즐거움인지 헛다리 짚은 즐거움인지
짝다리 짚은 즐거움인지 혹은
같잖은 즐거움인지
세상 알 수 없는 즐거움 가운데는
말 못할 즐거움도 있고
남모르는 즐거움도 있고
남세스러운 즐거움도 있거늘
나는 무슨 즐거움을 말하는 것인가
즐거움만으로 우리는 통하는 것인지
그저 다 아는 즐거움인지
알면서 모른 척하는 즐거움인지
오늘도 고전 읽기의 즐거움을 강의하고
나혼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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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트50 2018-05-02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속한 직업군은 미래 전망이
사라지는 쪽이라 합니다. 이미 그걸
느끼고 있지요. 고객에게 감각적으로
접근해요. 고전읽기는 감각과 감정을
살리는 작업 같아요. 긴 호흡의 스토리가 담긴 소설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오르한 파묵과 줌파 라히리
는 일단 삽니다. 근데 이들이 책 자주 안 내는 걸 감사해야할지, 제가 작가를
많이 모르는 걸 다행이라 해야할 지^^;;;

로쟈 2018-05-02 21:38   좋아요 0 | URL
다행인 면이 있습니다.^^

two0sun 2018-05-02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없는 즐거움
그냥 즐거움.
책상위에 전쟁과 평화와 나폴레옹과 톨스토이가
어지러이 널려있는~~

로쟈 2018-05-02 21:38   좋아요 0 | URL
그냥즐거움도 복이죠.~

2018-05-02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로쟈쌤을 통한 앎의 즐거움~~~

로쟈 2018-05-02 21:38   좋아요 0 | URL
감사.~
 

시를 너무 길게 쓴다는 얘기를 듣고
길게 쓴 건, 길다고 쓴 건 장 콕토였지
프랑스 시인이고 소설가이고 극작가
꼭 콕토처럼 생겼던 그가 뱀에 대해서
너무 길다
한 줄 썼지 이건 긴 시인지 짧은 시인지
너무 길다고 썼는데 짧은 시라고 할 수 있는지
아니 아예 시라고 할 수 있는지
꼭 흉내 내는 건 아니지만 갑자기 생각이 나서
나도 짧은 시를 써본다
이것도 너무 길다면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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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5-01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길다‘를 모르면 몰랐을까
네,너무 기네요.
임팩트있게 다시 도전해보시길. ㅎㅎ

로쟈 2018-05-01 19:56   좋아요 1 | URL
너무 길다보다 짧게 쓰는건 불가능해요.^^;

sasya 2018-05-01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유로운 정신 이끄는대로 자유하시길.~

로쟈 2018-05-01 21:19   좋아요 0 | URL
가끔요.~
 

메이데이지만 지방에 강의가 있어서 다시 서울역이다. 오는 길에 어젯밤부터 읽기 시작한 아룬다티 로이의 <자본주의: 유령 이야기>(문학동네)를 계속 읽었는데, 분량이 너무 얇은 것 같다는 인상은 두꺼웠다면 큰일날 뻔했다는 쪽으로 바뀌었다. 매 페이지 부조리하고 참담하며 사악한 인도의 현실, 그러나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 현실이 기술되고 있어서다. 내가 소개 형식으로 쓴 시조차도 너무 ‘소프트‘하게 여겨질 정도다.

브릭스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신흥 경제대국(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자본주의 성장(내지 자본주의화) 과정이 으레 비슷한 양상을 보여주지 않을까 싶은데, 그 가운데서도 종교적으로나 민족, 언어적으로 사정이 복잡한 인도가 최악이 아닌가 싶다. 천민자본주의라는 말조차도 일종의 면죄부처럼 여겨져 사용하기 꺼려진다. 로이의 책이 더 번역되면 좋겠다. 몇 권 갖고 있음에도 아직 번역되지 않은 책들을 장바구니에 넣고 배송일이 빠른 책부터 주문했다.

근대 이후의 문학, 자본주의 이후의 문학(자본주의에 대항하는 문학)의 사례로 내게 영감을 주는 동시대 작가는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와 아룬다티 로이다. 더 많은 이름을 추가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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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발견‘은 싱서학자이자 퀴어신학자 테드 제닝스의 <무법적 정의>(길)다. ‘바울의 메시아 정치‘가 부제. 저자는 앞서 <예수가 사랑한 남자>(동연)와 <데리다를 읽는다/바울을 생각한다>(그린비)로 소개되었다. 이번에 나온 책은 바울의 정치신학을 로마서 읽기를 통해서 되짚어본다.

˝알랭 바디우(<사도 바울>), 조르조 아감벤(<남아 있는 시간>(한국어판 제목: 남겨진 시간)), 아코프 타우베스(<바울의 정치신학>), 자크 데리다(<법의 힘>), 슬라보예 지젝 등등. 현대의 급진적 (정치)철학자들 다수가 바울에게서 사유의 계기를 찾는다. 그들은 바울의 무엇에 주목하는 것인가. 이 책 <무법적 정의>는 현대 정치철학에 영감을 주는 그 원천을 바울의 진정서신 중 하나인 로마서로부터 읽어낸다. 바울은 제국 로마의 인민들에게 무엇을 말하려 했던 것인가. 테드 W. 제닝스는 그 편지 로마서를 한 줄 한 줄 따라 읽어가며 이를 추적한다. 이 책은 동시대 철학자들과 함께하는 로마서 다시 읽기이다.˝

바울신학과 급진적 정치철학과의 조우는 지젝 덕분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그 연장선에서 읽어볼 수 있겠다. 하지만 역시나 만만찮은 주제이고 분량이다. 책읽는 뇌도 도서관에서 대출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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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들의 신을 읽지 않아도
내게 로이는 신성한 이름이었지
근대문학의 종언을 알리는 이름
첫 장편 작은 것들의 신으로
부커상을 수상하고도 로이는
문학을 떠났지 세상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문학에 구멍을 냈지
구멍난 문학에 인도를 매달 수는 없었다네
인도는 무거운 나라
인도는 가난하고도 무거운 나라
하지만 12억 인구의 나라 인도는
엄청난 부자들의 나라이기도 하지
100명의 재산은 3억의 국내총생산에 맞먹지
부자 중의 부자 무케시 암바니의 집을 보라
그의 집 안틸라는 사상 최고가의 집
27층짜리에는 헬기 이착륙장이 세 곳이라네
공중정원에 무도회장, 여섯 층의 주차장
그러자니 600명의 하인이 필요하지
하지만 암바니는 그곳에 살지 않아
아무도 알지 못하지 부자들의 부자는
아무데나 살지 않지 안틸라는
어쩌다 들르는지도
더 많이 가질수록 더 많이 갖는 게 세상의 이치
로이는 그걸 분수효과라 부른다네
뿜어져 나오는 저 분수를 보라
무케시 암바니는 점점 더 부유해지고
걷잡을 수 없이 부유해지고
법원도 국회도 모두가 암바니의 친구들
우리네 못지않은 돈독한 친구들
나머지 인도인은 들러리로 충분하네
인도에는 8억의 유령이 있네
있는 거 없는 거 빼앗기고 가난에 내몰린 유령들
하루 20루피로 살아가는 사람들
그건 400원도 안 되는 돈이지
가난과 빚에 쪼들려 25만의 농민이 목숨을 끊는 나라
인도는 놀라운 나라라네
너무 놀라 로이는 문학을 떠났네
3억의 중산층처럼 입 다물 수 없어서
이것이 세상의 이치인가 다시 묻네
이것이 세상인가 로이는 묻네
아룬다티 로이를 읽는 밤
나는 생각에 잠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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