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아니 그제부터 눈이
가려운 걸 보니 안과에 갈 때인가 보다
안과와 친한 것인가 나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들르곤 한다 자주는 아니다 같은
안과도 아니다 세상 모든 안과에
들른 건 아니어도 여러 안과에 들렀다
여러 안과와 친한 것인가
친하지 않아도 가려우면 가게 된다
다른 곳이 아니라 눈이 가려우면
절실하게 가고 싶다 가게 된다
심하지 않다고 안약 처방받으면
한 계절이 지나간다
눈이 피로해서 그런 겁니다
라고 하면 직업병이라고 속으로
중얼거린다 눈을 쓰는 직업인가 혹은
눈을 혹사하는 직업?
읽고쓰는 게 일인데 요즘은
시도 쓴다니 다시 안과에 갈 수밖에
그래도 별일없다
별일은 예전에 있었지
딱 한번 갔던 신림동의 한 안과
주택은행 건너편 안과 의사는
꽤 미인이었지 들어서면서 그런 생각하는데
중년아저씨가 쑥쓰럽게 던진 말
˝아름다우십니다!˝
다른 환자는 나밖에 없는데
의사도 쑥쓰러워 하고
(처음은 아니라는 표정이었나)
나는 먼산을 바라보는 표정으로
웃음을 참았네 다시
가보지 못한 안과지만 생각나는 안과
멋쩍어서라도 가보지 못한 안과
친해서 가는 게 아니라네
친하지 않아도 가게 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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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5-07 16: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친해도 가야하는 안과~ 가슴에 콕와서 박히네요.
안과와 친해지고싶지 않은데(병원과 절친이 되는건ㅜㅜ)
곧 친해질것같은 이 느낌적인 느낌~
멋진? 의사샘이 봐주시면 노안도 나아질까요?ㅎㅎ
책은 언제든 볼수있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란걸 알았습니다.

로쟈 2018-05-07 16:53   좋아요 0 | URL
^^저는 상태가 나아져서 안가도 될듯.~

로제트50 2018-05-07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안에는 안경
가렵거나 시리거나
피로한 눈에는
토비콤에스
(토비콤골드 가 아닌)
미인은 아닌 약사 왈_

로쟈 2018-05-07 20:40   좋아요 0 | URL
^^

모맘 2018-05-09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건 어쨌든 좋습니다ㅋ

로쟈 2018-05-09 23:30   좋아요 0 | URL
^^
 

바닥에 있는 책 몇 권 책장에 꽂다가
시집 한 권 빼냈다 그늘과 사귀다
시집 있는 자리가 아니어서
(그런 자리가 따로 없지만)
빼내는 건 일도 아닌데
시집 속에 껴 있던 영수증이
난데없는 일거리를 만든다
빛바랜 영수증에 찍힌 행적이
나를 닦아세운다
2007년 9월 13일 아무 기억도 없는 날짜에
경인문고 송내점에서
저녁 9시 34분 53초
고작 시집 한 권 구입하다니
쿠폰 700원에 현금결제 5300원
(어려운 시절이었나?)
그늘과 사귀다
시인의 이름은 기억해도
읽은 기억이 없는 시집이건만
사귄 기억이 전혀 없다고 부인해도
명백한 물증이라며 몰아세운다
아 그때는 아직 삼십대였고
아직 젊었구나
해도
딴소리하지 말라고
하필 그늘을 사귀겠느냐고
해도
그건 중요치 않다고
하는 수 없이 진술서를 쓴다
시집에서 베껴 적는다

폭설 이쪽의 세상이 바로 저 세상이란 걸
저 세상일 수도 있음을
받아들이라는 듯 귀소하는
하늘의 젖은 새, 하나
어떤 풍경도 풍경의 안에 숨졌을 뿐

그렇다, 오늘 나는 연락을 받았다
다시는 사랑하지 말아요
늦어버린 너무 늦어버린

식은 풍경의 마지막 두 연을 옮겨 적고
그늘과의 관계를 청산한다
다시는 사랑하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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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5-07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or 아내?)의 목소리가 들리는듯
그친구랑 놀지마!
다행히 관계를 청산하셨다니 잔소리 들을일은 없을듯ㅎㅎ

로쟈 2018-05-07 12:19   좋아요 0 | URL
요즘 쓰고 있는 독서시의 변형입니다.~

모맘 2018-05-09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좋습니다! 좋습니다라고 쓰고싶지 않은데 다른 말이 안 떠올라요ㅋ

로쟈 2018-05-09 23:30   좋아요 0 | URL
감사.~
 

만프레트 가이어의 <웃음의 철학>(글항아리)을 잠시 손에 들었다가 엉뚱하게도 이삼성 교수의 <한반도의 전쟁과 평화>(한길사)가 떠올랐다. 통일과 관련된 책들의 간단한 목록을 만들어봐야 해서 낮에 펼쳐보았던 책이다. 그러면서 든 생각은 지난달 남북정상회담과 이달에 어어질 한미, 북미정상회담 때문에 저자가 학계에서는 가장 바빠질 사람 가운데 한 명이겠구나 싶었다. 더불어 이번 책은 나오자마자 개정판 준비에 들어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은 ‘핵무장국가 북한과 세계의 선택‘이라는 부제에서도 가늠해볼 수 있다.

˝저자 이삼성(한림대학교 교수)이 80년대부터 연구한 성과를 집대성한 것으로, 북한 핵개발의 역사와 90년대부터 본격화된 북한 핵위기의 역사를 치밀하게 추적한다. 미국, 한국 등 당사국 정부나 의회, 기타 유력 싱크탱크가 만든 보고서에 언론보도 등을 종합해 ‘팩트첵크’를 매우 충실하게 해냈다.

이러한 빈틈없는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남한 핵무장론’, ‘블러디 노즈(bloody nose) 선제타격론’ 등 일각에서 제기되는 군사적 해결방법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소리인지 비판한 다음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협정과 동북아시아 비핵지대 실현에 대해 논한다. 이때 학계에서도 저자 고유의 이론으로 주목하는 ‘대분단체제론’이 주요한 근거가 된다.˝

저자의 제안과 구상이 직접 현실화될 수 있는 국면이 펼쳐지고 있으니 책의 결론도 달라질 수 있겠다. 개정판이 곧바로 나올 만큼 한반도에 중대한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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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인공이 되는 법은 내가
읽을 책은 아니군 아니 누구를 위해서는
읽어도 되겠어 여주인공들을 위해서
혹은 여성을 이해하기 위해서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친구 에마와 함께 요크셔의 황야로 갔어
폭풍의 언덕의 바람을 맞으러
아니 여느 바람이면 안 되겠군
폭풍이어야지 폭풍의 언덕 뺨치는
히스클리프를 잠 못 들게 하는
요크셔 황야에서
저자는 여주인공 캐시 언쇼를 떠올리지만
에마는 제인 에어 편이야
캐시는 부잣집 아들과 결혼한 속물이라고
대신에 제인은 못 생겼어도 독립적이고
자기 원칙을 지켰던 여자라고
둘은 제인과 캐시를 두고 의견이 갈렸어
여자도 여자를 이해 못하지
˝그냥 그런 결혼을 안 하면 되잖아˝
저자는 폭풍의 언덕과 제인 에어를 다시
읽어 보기로 하지
남자들만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이 되는 건 아냐
여자에게도 여주인공이 되는 여로가 필요해
(캠벨은 여자에게는 필요없다고 했다지)
천의 얼굴을 가진 여주인공
책에는 인어공주부터 셰에라자드까지
열한 명이 나오니 열한 명의 얼굴이네
열한 명의 여주인공이 되는 법
나는 옆에서 곁눈질만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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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5-06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목은 읽고 싶은 맘을 접게 만드는~
OOO되는 법~이련 제목의 책들~
전혀 끌리지가 않아서요.
(자기계발서 냄새를 풍기는)

로쟈 2018-05-06 14:10   좋아요 0 | URL
원제가 그렇고 책은 독서에세이입니다. <빨래하는 페미니즘>과 비슷한 종류.

로제트50 2018-05-06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하고 되고싶은 캐릭터는
미스 마플_ 아가사 크리스티.
세상을 관조하는 갈등없는 생활.
미래 저의 워너비~~

로쟈 2018-05-06 16:25   좋아요 0 | URL
아하 크리스티 애독자시군요.~

서생 2024-02-04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왕조사를 다룬 책들에 여왕의 이야기는 거의 없죠. 역사가들이 마초가 아니라 지난 역사가 남성중심의 역사였기 때뮨입니다. 영웅 신화도 왜곡된 인류의 역사에서 영웅담이 남성 위주로 만들어진 탓이지 그러한 영웅서사를 연구한 작가의 잘 못은 아나라고 봅니다.
 

괴테의 두번째 소설이면서 독일 교양소설의 원조가 되는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1797)의 초고로만 알려진 <빌헬름 마이스터의 연극적 사명>(지만지)이 번역돼 나왔다. 1777-1785년에 집필되었지만 출간되지 않았고 1910년에야 사본이 발견된(그러니까 120여 년 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괴테의 이 '연극소설'이 완성본으로 가치가 있는지는 전문가들이 판단할 문제이지만, <빌헴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를 더 깊이 읽으려는 독자들에게는 의미가 없지 않다.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도 사실 문학사나 괴테 문학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 외에는 흥미를 가질 만한 작품이 아니지만 <연극적 사명>도 막상 번역되고 보니 장바구니에 넣지 않을 수 없다. 작품의 의의에 대해서는 이렇게 소개된다. 



"<연극적 사명>에는 괴테가 1770년대와 1780년대 중반까지 독일 연극의 발전에 대해 생각해 왔던 것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래서 <연극적 사명>은 그 자체로 괴테가 젊은 시절에 쓴 ‘연극 소설(예술가 소설)’로 읽을 충분한 가치가 충분하다. 즉, <수업 시대>에서 펠릭스라는 아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아들의 교육을 걱정하며 귀족들이 세운 이념을 따라가는 ‘교양 소설’의 주인공 빌헬름 마이스터가 아닌, 젊고 추진력 있으며 예술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가면서 자신을 계발하려는 충동에 사로잡혀 있는 ‘젊은 빌헬름’을 만나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빌헬름의 모습은 <수업 시대>에 등장하는 ‘수동적인’ 빌헬름보다 독자들에게 훨씬 흥미로운 ‘능동적인’ 인물로 다가온다. 헤르더의 말대로, 독자들은 빌헬름이 어린 시절부터 인형극을 즐기고 자신이 좋아하는 연극을 우연히, 그러나 운명적으로 따라다니면서 성장해 가는 것을 계속 지켜보기 때문이다. <수업 시대>에서는 이런 개인에 대한 의미, 특히 사회 질서에 대한 빌헬름의 개인적인 생각이나 태도들을 많이 축소시키고 있지만, <연극적 사명>에 등장하는 빌헬름은 삶을 마음껏 즐기려 한다. 비록 이런 빌헬름도 세상의 흐름에 맞춰 살아가려는 경향도 있지만 말이다. 그러나 자신의 의지와 세상의 흐름이 부딪힐 때 나타나는 것이 바로 빌헬름의 성찰이다. 이런 성찰을 통해 빌헬름은 마지막에 가서 자신이 처음부터 계획하지는 않았지만 마음속으로 가장 원하던 것을 성취하는 ‘행운아’라고 스스로 여기게 되는 것이다."



'빌헬름 마이스터' 시리즈에 해당하는 <수업시대>와 <편력시대>(<방랑시대>)는 각각 2-3종의 번역본이 나와 있었으나 현재는 민음사와 동서문화사 판만 살아 있다. 가을의 독일문학기행을 준비하면서 다시 점검해봐야겠다. 



괴테의 삶과 문학 전반에 대해서는 자프란스키의 평전 <괴테, 예술작품 같은 삶>(휴북스)이 결정판에 해당하고, 국내 학자들의 책으로는 임홍배의 <괴테가 탐사한 근대>(창비)와 공저 <괴테>(서울대출판부) 등을 참고할 수 있다. 괴테도 올해의 과제 작가로군...


18. 05.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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