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문학기행차 인천공항에 나와있다. 터미널 집합시각은 오후 3시지만, 요즘 집에서 탈 수 있는 공항(행)버스가 하루 네차례밖에 운행하지 않아서 오전 10시반 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정오가 되기 전에 도착했는데 밀린 일이 있어서(오늘 마감인 원고) 먼저 처리하고 점심을 먹으려 한다. 아무려나 그렇게 또한번 문학기행이 탄생하려는 참이다.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는 만큼 공항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지루하진 않다. 첫 목적지인 그리스(아부다비에서 환승하여 내일 아테네로 들어가지만 아테네 관광은 크레타에 다녀온 뒤에 진행한다)와 관련한 아이템으로 어젯밤부터 부랴부랴 영화 <카잔자키스>(작가의 이름이 ‘카잔차키스‘로 통용돼 그렇게 적지만 영화는 <카잔자키스>로 개봉되었고 그게 현지 발음과 가까워보인다)를 마저 보았고(앞부분만 봤었다) 테오 앙겔로풀로스(1935-2012)의 영화(엘레니 카라인드루의 영화음악)들이 생각나서 챙겼다(기억의 창고에서 꺼냈다).
돌이켜보면 <안개 속 풍경>(1988) <율리시즈의 시선>(1995) <영원과 하루>(1998) 등을 극장에서 봤었다. 오래전이고 그러고 보니 2000년대 발표작들을 보지 못했다(<울부짖는 초원>을 포함한 삼부작이 있다). 시적인 미장센으로는 타르콥스키와 함께 최고 경지에 이른 감독이란 걸 다시 확인한다. 앙겔로풀로스의 자취를 찾는 건 이번 일정에 포함돼 있지 않지만 여하튼 크레타인의 시선(카잔차키스)과 함께 그리스의 시정도 느껴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