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은 아직 깊은 밤이다. 어제로써 계획했던 일정은 모두 마무리되었고 이제 날이 밝으면 마지막 조식 이후에 공항으로 향하게 된다. 오후 항공편이지만 단체여행이 대개 그렇듯 만일을 대비하여 일찍 공항에 도착해 출국수속을 마치고 공항에서 시간을 보내는 편을 택한다. 떠나올 땨와 마찬가지로 아부다비를 경유하기에 대기시간(2시간20분)까지 포함하면 이륙후 15시간 뒤에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아마도 내일(수요일) 점심은 공항식당에서 먹게 되겠다.
어제 일정은 이스탄불 역사기행이었다. 비잔티움에서 콘스탄티노플로, 다시 이스탄불로 개명돼온 역사가 시사하듯 이스탄불은 파란만장한 변천사를 가진 역사도시이자 유럽 최대도시다(예루살렘, 로마와 함께 . 도시의 역사는 기독교의 3대 역사도시다). 이러한 역사의 산 증인 같은 건축물들을 둘러보는 일정이 진행되었다.
어제 아침 적은 대로 비가 흩뿌리는 날씨였다(오후 들어 비는 잦아들었지만 하루종일 흐린 날씨여서 ‘이스탄불의 멜랑콜리‘를 느끼게 해주었다). 옛날 교과서에선 성소피아성당으로 불렸던 아야 소피아를 먼저 찾으려 했으나 아침부터 관람객의 줄이 너무 길어서 우리는 오스만제국 술탄의 톱카프궁전을 먼저 둘러보았다. 그제 본 돌마바흐체의 전임 궁전으로 15세기 중순부터 19세기 중순까지 궁전으로 사용되었고 현재는 다양한 전시실을 갖춘 박물관이다. 시계방과 무기방, 그리고 대형 다이아몬드도 유명하지만 궁전의 부엌이 인상적이었다. 다른 곳에선 구경하지 못했던 탓인듯.
이어서 들어가본 아야 소피아(어제는 ‘현재 박물관‘이라고 적었는데, 에르도안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2020년 7월부터 다시 모스크로 바뀌었고, 관람객들이 둘러보는 중에도 이슬람교 예배가 진행되고 있었다. 터키의 국부인 아타튀르크가 1935년 이곳을 모스크에서 박물관으로 바꾼 사실을 고려하면 무스타파 케말의 유지를 어긴 셈이 된다(터키의 건국과 함께 종교와 정치를 분리시킨 것이 케말의 가장 큰 업적으로 보이는데, 21세기 술탄으로 군림하고 있는 에르도안은 이를 역행하고 있다. 나쁜 정치의 폐해를 보여주는 한 사례다. 그런 사례라면 멀리서 찾을 것도 없지만).
아야 소피아 부근에서 점심을 먹은 뒤의 오후 일정은 현재 내부 공사중이라 외관만 볼 수 있는 블루모스크와 그 주변의 역사유물을 둘러보고 ‘지하궁전‘으로도 불리는 예레바탄 지하 저수조를 찾았다. 동로마시대 때 축조된 대형 수조로 8만톤의 물을 저장할 수 있다고 한다. 몇년 전 이탈리아 문학기행을 앞두고 피렌체가 나오는 앞부분 때문에 봤던 영화 ‘인페르노‘(2016)의 후반부에 나오는 지하궁전이 바로 이곳. 영화 촬영후 공사를 통해 새단장을 했다고 한다.
오후 일정까지 소화한 뒤에는 그제처럼 트램을 타고 탁심광장으로 이동하여 잠시 자유시간을 보내고 여행의 마지막 저녁식사를 한국식당에서 했다(태백식당이란 곳인데 반주로 곁들인 한국산 소주값이 입이 벌어질 정도로 비쌌지만 음식은 맛있었다). 그렇게 문학기행의 마지막 밤을 맞았다...
이스탄불은 아직 어둠속에 있지만 이제 몸을 한국시간에 적응시켜야 할 터이다. 오늘은 점심을 먹는다는 기분으로 조식을 먹어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