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 시리즈로 눈여겨 보고 있는 조윤민의 ‘지배와 저항으로 보는 조선사‘ 셋째 권이 나왔다. <조선에 반하다>(글항아리). 2016년에 나온 <두 얼굴의 조선사>가 첫권, 지난해의 <모멸의 조선사>가 둘째 권이었다. 아마도 내년에 마지막 4권이 나오는 듯싶다(이 시리즈가 4부작이라는 건 이번에 알았다).

저자는 20년간 방송 다큐작가로 활동하다가 2013년 <성과 왕국>을 출간하면서 역사저술가로 데뷔했다. 이어서 곧장 펴내고 있는 게 이 시리즈인데, 나로선 민중사적 관점의 조선사가 부재하다는 사실에 유감스러워 하던 터라(조선시대 노비에 대한 연구서조차도 희소한 편이다) ‘두 얼굴의 조선사‘라는 저자의 문제의식이 반가웠다. 비록 다른 독서에 밀려 아직도 몇 페이지 읽는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마음으로는 언제라도 통독하고 싶다.

내가 기대하는 책은 하워드 진의 <미국민중사>에 견줄 만한 <조선민중사>나 <한국민중사>다. <조선에 반하다>의 부제도 ‘벌거벗은 자들이 펼치는 역류의 조선사‘인데, 거기서 착상을 빌리자면 양반과 선비들의 조선사가 아니라 ‘벌거벗은 자들의 조선사‘가 궁금한 것이다. 문제는 어느 시대건 절대 다수가 문맹이었던 민중계급은 기록의 주체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민중사 서술의 결정적인 난관으로 보이는데, 이에 따라 민중사 서술이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문제가 생긴다.

‘지배와 저항으로 보는 조선사‘는 그에 대한 고민과 모색의 사례로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저자의 전공과 구체적인 이력은 알지 못하지만 전문학자의 저작이 아닌 점도 주목거리다. 시리즈가 완결되면 그 성취와 과제에 대한 온당한 비평적 조명도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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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복을 지나면서 한풀 꺾인 폭염이 그대로 사라지진 않고 다시 기승을 부릴 거라는 예보가 있었지만 지금까지는 빗나간 예보다. 태풍이 지나가면서 살짝 흩뿌려진 비 덕분인지 선선한 기운이 완연하다. 확인해보니 주말아침 바깥 기온이 24도이고 실내 온도는 27도다. 한창때보다 2-3도 떨어졌고 에어컨을 약하게 틀어놓은 것 같은 느낌이다. 이 정도면 책읽기에도 나쁘지 않다.

아침을 먹기 전에 다케다 히로나리의 <푸코의 미학>(현실문화)을 손에 들었다. ‘삶과 예술 사이에서‘가 부제. 목차만 봐도 내용은 어림할 수 있는 책이다. 재커리 심슨의 <예술로서의 삶>(갈무리)과 같이 묶을 수 있는 책인데, 심슨의 책은 원저가 신통찮은지 번역의 문제인지(원서를 구하지 않아서 비교해보지 못했다) 별로 와닿지 않았다. 지난번 책이사 때 서가에서 바로 치워버렸다. <푸코의 미학>으로 빈 자리를 채우려 한다.

‘컨템포러리 총서‘ 시리즈는 랑시에르의 <이미지의 운명>으로 시작했는데(‘랑시에르의 미학 강의‘가 부제다), 날씨도 선선해져서 이제는 철학서나 이론서도 읽어볼 수 있을 것 같다. 눈에 띄는 대로 보이는 곳에 꽂아두어야겠다. 먼저 아침을 먹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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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와는 다르게 주말에 강의 일정이 없어서 모처럼 금요일밤다운 금요일밤이다(귀가길에 가볍게 맥주도 한잔 했다). 주중에 내내 진행된 방공사도 오늘 일단락되었다(나로선 특별히 거든 게 없지만). 다음주에는 새로 책장을 잔뜩 들여놓을 예정이고 아마도 가을은 책정리와 함께 맞을 듯싶다.

정리라고 썼지만 실상은 그냥 꽂아두기다. 책정리를 포기한 지 이미 오래되었다. 어차피 견적을 가늠할 수 없는 주관적 책정리에 공을 들이느니 그냥 꽂아져 있는 객관적 현실에 적응하자는 주의다. 방공사의 여파로 서가에도 변동이 생겼는데 마치 보직이 바뀌어 새로운 동료들과 같이 일하게 된 것 같은 느낌이다. 배열은 뒤죽박죽이지만 이 또한 자유정신의 구현이라고 나름의 의미를 부여한다.

예컨대 정면 책장에는 모옌의 영어 연구서 옆에 페소아의 <불안의 책> 영어판이 꽂혀 있고,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와 이미륵의 <압록강은 흐른다>, 그리고 <김일엽 선집>이 나란히 이웃하고 있다. 제각각이지만 그래도 모두 문학에 속하는 건가. 하지만 그 옆으로는 <식민지 트라우마>와 <영국집사의 일상>이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배열에 논리를 따지는 건 의미없는 일이다. 필요한 건 적응해서 익숙해지는 것이다. 새로운 배치로 바뀌기 전까지는.

거실을 채우고 있던 가구와 살림들이 얼마간 정돈이 되어 일주일만에 난민 신세에서는 벗어난 듯하다. 모처럼 기분을 낼 만한 책을 골라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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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8-25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리아니고 꽂아두기라도 끝내시느라 수고하셨네요.
근데 사진으로 보니 저렇게 꽂아놓고 과연 책을
찾을수 있을까???
배열에 익숙해져 적응하는것도 보통일은 아닐듯 하네요.
산너머 산~

로쟈 2018-08-25 11:13   좋아요 0 | URL
바닥에 쌓여 있는 거에 비하면 꽂혀 있는 책을 찾는 건 일도 아니죠.^^

dmsdud5789 2018-09-13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번역가이자 소설가 고 이윤기 선생(1947-2010)의 8주기를 맞아 ‘이윤기 다시 읽기‘ 시리즈가 나왔다. 산문집과 신화에 관한 에세이, 그리고 소설, 3종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대를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탁월한 번역가, 신화 연구가, 고(故) 이윤기 작가. 작가정신에서는 이윤기 작가 타계 8주기를 추모하여, 그가 생전에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펼쳐온 소설, 에세이, 인문(신화)의 세 분야의 대표작 3종(<진홍글씨>, <이윤기가 건너는 강>, <이윤기 신화 거꾸로 읽기>)을 개정하여 출간하였다.˝

번역서들은 많이 읽었고 강의에서도 종종 다루지만 산문집과 소설을 진득하게 읽어보지는 않았다(손에 들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기회도 마련된 김에 ‘이윤기 다시 읽기‘도 쉬엄쉬엄 진행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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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학술서‘로 꼽을 만한 책은 이상길 교수의 <아틀라스의 발>(문학과지성사)이다. ‘포스트식민 상황에서 부르디외 읽기‘가 부제. 20세기 후반의 가장 중요한 사회학자로 평가되는 부르디외 사회학의 주요 개념과 의의, 한국적 수용 등에 대해 폭넓고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입문서 성격의 책은 아니고 부르디외 사회학에 대한 얼마간의 이해를 갖춘 독자들이 그 이해를 심화하기에 좋은 책이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삶과 사상,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 부르디외의 수용 문제를 성찰적인 관점에서 재조명하는 책. 부르디외 이론을 번역, 소개해온 문화연구자 이상길 교수의 20여 년간의 연구가 농축된 이 책은 부르디외의 삶과 학문 세계를 긴밀하게 연결하며 부르디외가 제시한 사회학적 방법론을 부르디외 자신에게 적용시켜 쓴 새로운 ‘사회학적 전기‘라 하겠다.˝

저자가 번역한 책들도 곁들여볼 수 있는데 부르디외의 인터뷰를 포함하고 있는 <성찰적 사회학으로의 초대>(그린비), 그리고 <부르디외, 커뮤니케이션을 말하다>(커뮤니케이션북스) 등이 그에 해당한다. 부르디외 입문서를 거친 독자들이 그 다음 단계에서 읽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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