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통해 주장하는 것은 우리가 휴대기기를 버려야 한다거나 스크린 문화를 폐기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이미지보다는 단어에 더 집중하는 삶을 사는 것이 반문화counterculture -작금의 우세한 주류문화와 반대로 작용하는 문화- 를 형성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 반문화란 파편화된 정보의 비트와 바이트보다는 내러티브에 대한 지식과 관계 맺는 것을 중시하는 것을 말한다.  대화적 관계를 생생하게 그리고 계속 유지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오늘날 문학 내러티브의 ‘깊이 읽기‘는 인간 고유의 정체성이 가진 복합성과 이중성으로 관심을 되돌려놓는 데 필수적이다. 그리고 이는 ‘인간이 된다‘는 것의 의미 -소크라테스의 표현을 빌리면 "네 자신을 알라" -를 발견하고 확장하고자 하는 지속적 탐색의 여정에서, 이를 공유하고자 욕망하는 언어적 존재이자 유한한 존재인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인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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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주간경향(1310호)에 실은 북리뷰를 옮겨놓는다. 생텍쥐페리의 <야간비행>을 최근 강의에서 읽은 김에 다뤘다. 강의에서는 문학동네판으로 읽었는데, 펭귄클래식판 외에 시공사판 <인간의 대지>에도 <야간비행>이 수록돼 있다...
















주간경향(19. 01. 14) 인생의 해결책, 앞으로 나아가는 힘뿐


어린왕자>의 작가 생텍쥐페리는 알려진 대로 소설가이자 조종사였다. 21세 때 공군에 입대해 조종사가 됐고 전역한 뒤에는 항공사에 입사해 우편기를 몰았다. 초창기 비행기는 계기나 안정장치가 불안정해 사고가 나기 일쑤였고 생텍쥐페리 역시 여러 차례 불시착과 구사일생의 경험을 한다. 그는 이 경험을 시적인 문장으로 기록하는데, 그의 문학의 본령은 <어린왕자>보다는 이 비행문학에 놓인다. 1931년에 발표한 <야간비행>도 그 가운데 하나다.


배경은 남미의 부에노스아이레스다. 파타고니아와 칠레, 파라과이에서 각기 출발한 우편기가 부에노스아이레스를 향해 오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기항지에서는 이들 비행기에 실려온 우편물을 자정 무렵 다시 유럽으로 싣고 갈 비행기가 대기하고 있다. 이 모든 항공노선의 총괄책임자는 리비에르다. 태풍으로 기상조건이 악화돼 우편기들의 안전한 도착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리비에르는 당시만 해도 위험부담이 컸던 야간비행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인 인물이다. “그에게 사람이란 빚기 전의 밀랍덩이에 불과했다. 그는 이 재료에 영혼을 불어넣고 의지를 창출해야 했다.”

리비에르는 조종사들에게 엄격한 규칙을 지키게 함으로써 그들이 자신을 극복하게끔 하고자 했다. 그런 자기 성취를 통해 인간은 스스로를 사랑하게 된다고 그는 믿는다. 강한 규율은 조종사들을 고통스럽게 만들지만 동시에 강렬한 기쁨을 맛보게 하는 것이다.


칠레에서 오는 우편기가 먼저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한다. 조종사 펠르랭은 험난한 폭풍우를 사투 끝에 빠져나왔다. 대단한 모험이었지만 그는 예사로운 일인 양 말한다. “리비에르는 마치 대장장이가 제 모루에 대해 말하듯 자신의 직업과 비행에 대해 담담하게 말하는 펠르랭을 사랑했다.” 

그런데 파타고니아에서 날아오는 우편기는 사정이 좋지 않았다. 안데스 산맥의 뇌우 속은 ‘시계 제로’인 상황. 게다가 태풍으로 인해 정박할 곳이 없다. 연료를 다 소모하게 되면 불시착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조종사 파비앵은 절대적인 선택의 순간에 태풍의 틈 사이로 보이는 별빛에 마음이 끌린다. 함정인 줄 알았지만 빛에 너무도 굶주린 나머지 그는 고도를 올리고야 만다. 비행기가 솟구쳐 오른 순간 기체는 평온을 되찾지만 이제 그들을 기다리는 건 죽음이라는 걸 파비앵은 안다. 

파라과이에서 온 우편기는 무탈하게 도착하고 이제 두 대의 우편기에 실려온 우편물들이 유럽행 비행기에 옮겨진 뒤에 예정된 시각에 출발할 것이다. 세 대의 우편기 가운데 한 대가 실종됐지만 그것은 과정의 일부다. “리비에르가 겪은 패배는 어쩌면 진정한 승리에 한 발 다가서는 출발점일지도 모른다. 오로지 전진하는 사건만이 중요하다.” 

실제 생텍쥐페리의 상사를 모델로 한 리비에르의 태도는 생텍쥐페리의 행동주의적 문학관을 집약하고 있다. 행동은 때로 행복을 파괴하고 사랑 또한 무력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생텍쥐페리는 리비에르의 입을 빌려 이렇게 말한다. “이보게, 인생의 해결책이란 없어. 앞으로 나아가는 힘뿐.” 새해를 맞아 한 번 더 곱씹어보게 된다. 


19. 01.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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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뢰즈의 선험적 경험론'이 부제다. 에가와 다카오의 <존재와 차이>(그린비). 일본에서 2003년에 나온 저작이라니 신간의 느낌은 덜하지만, 꽤 화제가 되었던 저작이라 한다. 주목하게 된 건, 들뢰즈나 화이트헤드의 책들에 대해 상당히 오랜만에 눈길을 주게 되었기 때문.
















에가와 다카오는 처음 소개되는 저자인 만큼 일본에서의 성가와는 별개로 읽어봐야 알겠다. 다만 부제만 보면 안 소바냐르그의 <들뢰즈, 초월론적 경험론>(그린비)과 같은 제목이다. '선험적 경험론'이나 '초월론적 경험론'이나 같은 용어의 다른 번역에 불과하기 때문이다(일본이나 한국이나 '선험론'과 '초월론'의 번역어 정리가 아직도 합의가 안 돼 있다. 칸트 철학을 이해하려고 할 때 가장 애를 먹는 부분 가운데 하나다). 같은 일본인 저자의 책으론 우노 구니이치의 <들뢰즈, 유동의 철학>(그린비)과도 비교해볼 수 있겠다. 벌써 10년 전에 나온 것으로 들뢰즈의 '지적 초상화'를 제시하고 있는 책이다.  
















느낌에는 예외다 싶을 정도로 일본의 들뢰즈 연구자들의 책이 국내에는 많이 소개된 편이다. 다른 철학자들과 비교해봐도 그런데, 꽤 특이한 현상이 아닐까 싶다. 들뢰즈 해석이나 해설에 대한 수요를 국내서가 충당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일본 학자들의 해석이 특별한 강점을 갖고 있거나,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 모르겠다. 그간에 모아놓은 책들이 제법 되기에 여유가 생기는 대로 읽어봐야겠다...


19. 01.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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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링 저작선의 하나인 <꽃 사이에 술 한 병 놓고>(글항아리)는 한밤중에 술 한 잔 기울이며 읽을 만한 책이다. 애주가가 되지 못하여 나는 마음으로만 그렇게 한다. 그래도 취하게 만든다면 리링의 글이 술 한 병에 필적하기 때문인지 모른다. 내가 읽은 건 후미에 실린 ‘역사 속 문학의 힘‘이란 제목의 글인데, 사마천의 <사기>에 대해 적은 것이다. 원래 제목도 ‘내가 읽은 <사기>‘였다고. 길지 않은 분량이지만 <사기>에 대해서, 그리고 사마천에 대해서 새삼 경애하는 마음을 품도록 만든다. <사기>에 대한 책과 글이 결코 드물지 않지만 리링의 짧은 글은 마음을 울린다.

˝<사기>는 위대하고, 이를 저술한 사마천은 더욱 위대하다˝고 리링은 적는다. 그러고서 추천하는 글이 ‘태사공자서‘와 ‘보임안서‘로 사마천의 자전적인 글들이다. ˝나는 이 두 편이 가장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고 눈물을 쏟게 만드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는 고백이다. 덕분에 역사란 무엇이고 역사적 인간이란 어떤 인간을 말하는가, 한번 더 생각해보았다. 하라리의 책들을 읽으며 느낀 감상도 여기에 더 보태어진다. 아직 읽어야 할 역사책이 부지기수로 많지만 그 모두가 사마천과 같은 ‘사학의 아버지‘에게서 발원한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는다. 우리는 역사를 읽으며 매번 <사기>와 사마천을 반복해서 만난다. 역사는 그 자체가 하나의 인생관이자 세계관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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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7 2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07 2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기가 장기전에 돌입하는 모양새라 오늘도 동네내과에 가서 주사를 맞고 약을 처방받았다. 가래가 문제인데(기관지염) 열과 콧물, 기침이 없음에도 불편한 호흡 때문에 계속 요양 모드다. 책을 집중해서 읽지 못하는 게 유감스러운 일.

식탁에 교수신문이 놓여 있길래 펼쳐보았다가 ‘2018 올해의 우수도서‘ 선정 기사를 읽었다. 대학출판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책들로 몇 권의 책을 장바구니에 넣게끔 했다. ‘최우수도서‘로 선정된 김비환 교수의 <개인적 자유에서 사회적 자유로>(성대출판부)는 소장도서라 제쳐놓으면 관심도서는 한형조 교수의 <성학십도, 자기구원의 가이드법>(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과 <진휘속고>란 책을 옮긴 <스스로 역사가 될 수 없었던 사람들>(영남대출판부), 두 권이다.

<성학십도, 자기구원의 가이드법>은 퇴계의 <성학십도>에 대한 상세한 해설서로 가늠이 되는데, <진휘속고>란 책은 금시초문이다. 소개는 이러하다.

˝<진휘속고(震彙續攷)>는 양반사대부가 아닌 기술직 중인에서 사천(私賤)에 이르는 중, 하층의 다양한 인물의 전기 자료를 모은 책이다. 1책 필사본으로 18분야로 나누어 441명이라는 방대한 인물이 수록되어 있다. 편성연대와 편자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으나 편성연대가 1844년~1862년 사이로 추정이 된다. 양반의 전기에 대한 자료는 풍성하지만 중, 하층 인물에 대한 전기 자료가 희귀하다는 점에서 <진휘속고>가 갖는 역사적 의의와 문학적 가치는 대단히 크고 소중하다.˝

그렇게 가치 있는 자료의 번역인 만큼 기대를 해보게 된다(그렇게 덜 알려지고 번역도 늦어진 이유가 있는지?). 분량은 600쪽 가량인데 441명의 전기가 다 수록돼 있는 건지 아니면 발췌본인지도 궁금하다. 조만간 주문할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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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gles 2019-01-06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에 새로 시작하시는 강의도 많은데 계속 아프셔서 걱정이네요ㅠㅠ 하루라도 책을 놓고 푹 쉬세요.

로쟈 2019-01-07 23:03   좋아요 0 | URL
아프다기보다는 불편한 정도입니다. 염려해주셔서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