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 색빌웨스트(1892-1962)란 이름은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 특히 동성애를 다룬 <올랜도>를 강의하며 알게 되었다. 귀족 출신의 동성애자(양성애자)였고 작가로서는 울프보다 더 대중적이었다(책이 더 많이 팔렸다는 뜻이다). 이번에 후기작이자 대표자의 한편인 <사라진 모든 열정>(1931)의 새 번역본이 나왔다(원작은 울프의 출판사에서 나왔다).
아쉬운 것은 <올랜도>에 대한 화답이라는 <에드워디언>(1930) 대신 <사라진 모든 열정>만 세번째 번역됐다는 점. 출간 순서대로 하면 <열정은 스러져>, <모든 열정이 다하고>에 이어서 <사라진 모든 열정>까지다(이 정도면 사라질 수 없는 열정인가도 싶다).
국내에서는 <비타와 버지니아>로 처음 알려졌기에, 작가로서의 색빌웨스트는 울프에 가려졌었다. 대표작이 번역되었기에 울프는 '다른 작가' 색빌웨스트를 만나볼 수 있겠다. 그러자면 한두 편 정도는 더 번역돼야 전집까지 나와있는 울프와 최소한의 균형을 맞출 수 있겠다.
참고로 <사라진 모든 열정>은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5차분의 하나로 나왔는데, 5차분까지 나오면서 휴머니스트 세계문학전집도 25권까지 목록을 늘렸다. 아직 100권에 이르는 여정을 생각하면 1/4까지 온 셈. 꾸준한 페이스가 이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