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이듬해에 죽었다
그런 문장을 읽을 때 이건 소설이지만
소설밖으로 걸어나오는 문장을 읽을 때

그녀는 언젠가 만났어야 하는 여자이고
만났던 여자이고 만나려던 여자이고 만나지
말았어야 했던 여자이고 만나지 못했던 여자이지만
그녀가 이듬해에 죽었다니

그녀는 이듬해에 죽을 수밖에 없었던 여자이고
죽기 전 마지막 몇 달은 우리가 그랬듯이
우리가 그러하게 될 것이지만
매우 불행하게 지냈을 것임에 틀림없고

이것은 마치 인생의 법칙
그녀의 모든 친구들이 이듬해에 죽었거나
이듬해에 죽을 것이고 
이것은 기록의 확신이니

당신의 운명 또한 그러할 것이고
최후의 누군가 남아 있는 한
모두의 운명이 그러할 것이다
당신이 내게 말하거나 내가 당신에게 말하거나

그는 이듬해에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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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두께가 압도하는 듯하면서도 읽기도 전에 미리 질리게 만드는 책이다. 로버트 그린의 <인간 본성의 법칙>(위즈덤하우스). 파워 라이터인 저자의 전작들, <전쟁의 기술>이나 <권력의 법칙>, <유혹의 기술> 등의 느낌도 그랬다(책만 구입하고 읽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이번 책은 ‘인간 본성‘을 다룬다고 하니까 펼쳐보기는 할 것 같다(‘교양심리학‘으로 분류돼 있군). 문학강의 시간에 가장 자주 언급하는 주제의 하나가 인간(본성)이기에.

˝세계적인 밀리언셀러 <권력의 법칙>의 저자 로버트 그린은 우리 안에 숨겨진 인간 본성에 관한 18가지 법칙을 통찰해낸다. 이번 책에서 그는 평범하고, 이상하고, 파괴적인 모습이 공존하는 매혹 될 수밖에 없는 존재, 인간의 진짜 모습을 파헤친다. <권력의 법칙>, <전쟁의 기술>, <유혹의 기술> 3부작을 잇는 인간 심리의 결정판이다.˝

아직 읽지 않아서 궁금한 점은 저자가 문학작품을 얼마나 참고했을까이다. 역사적 인물과 사례는 당연히 많이 동원되었을 터인데, 비극이나 소설의 주인공은 얼마만큼 다루었을지 궁금하다. 그런 경우에는 나도 견해가 없지 않기에 비교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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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지만 오후에 강의가 있었고 이후에는 망중한을 보내는 중이다. 오랜만의 여유인 듯한데 돌이켜보면 지난 두어 달은 별로 돌이키고 싶지 않은 시간이었다. 어떻게든 버텨온 것이 용하게 여겨진다. 내주 목요일까지는 강의가 있지만 여느 때에 비하면 절반 정도의 일정이고 금요일부터는 며칠간 휴가를 보낼 예정이다. 재충전이 될 수 있을는지.

피로 누젹과 함께 건강에도 여러 적신호가 켜졌는데 근본적인 해법이 가능한지는 모르겠다. 가급적 수면시간을 늘리고 가벼운 운동이라도 해보려고 한다. 나이와 건강을 염두에 두다 보니 새로 눈길이 가는 책들이 있다. ‘인생학교‘ 시리즈의 몇몇 책들이 그렇고, 신간 중에는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건강의 배신>(부키) 같은 책이 그런 경우다. ‘배신‘ 시리즈로 친숙한 저자가 원래 세포면역학을 전공한 과학자라는 걸 이번에야 알게 되었다(이전 책에서도 저자의 이력으로 소개되었을 텐데 주의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렇다고 ‘과학책‘은 아니다. 전작들이 그렇듯이 일종의 탐사 저널리즘으로 분류할 수 있을 듯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병원과 의료계 현장으로 뛰어들어 현대 의학이 증거에 기반하고 있다는 주장, 예방 의학이 무병장수를 보장한다는 약속이 정말인지 샅샅이 돌아본다. 또 피트니스센터와 웰니스 업계를 찾아 안티에이징의 비법을 제공한다는 그들의 프로그램과 제품이 실제로 효력이 있는지 살핀다. 실리콘밸리로 파고들어 바이오 해킹과 마음 근육 단련으로 영생을 이루겠다는 그들의 꿈이 실현 가능한지 따진다. 그리하여 이 모든 산업과 열풍의 근간이 되는, 우리가 자신의 몸과 마음을 통제할 수 있다는 기본 전제가 과연 사실인지 검증한다.˝

부제는 ‘무병장수의 꿈은 어떻게 우리의 발등을 찍는가‘이다. 그와 함께 주목한 책은 리 대니얼 크라비츠의 <감정은 어떻게 전염되는가>(동아시아)다. ‘사회전염 현상을 파헤치는 과학적 르포르타주‘가 부제. 생소하지만 ‘사회전염학‘ 분야의 책이다. ‘사회전염‘이 키워드인데 따져보면 낯선 것만도 아니다. 타인의 영향을 받아 모방하거나 흉내내는 것이 사회전염 현상이라면 말이다.

˝우리의 생각과 행동과 감정은 타인 혹은 환경에 의해 전염되어 형성되기도 하고 마찬가지로 우리가 타인에게 전염시키기도 한다. 우리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게도 말이다. 사회전염이 움직이는 방식과 그 영향력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면 생각이나 행동이나 감정을 우리가 원하는 대로 바꾸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리 대니얼 크라비츠의 <감정은 어떻게 전염되는가>는 사회전염을 정확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사회전염의 메커니즘을 이해한다면 정서건강에 도움이 될까? 당장은 그런 질문을 던져보게 되는데 어떤 내용의 책인지는 펼쳐보아야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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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gles 2019-07-28 0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애런 라이크의 배신시리즈를 보면서 이런 탐사저널리즘을 할수 있는 환경이 참 부러웠는데 의료분야까지 섭렵했군요! 푹 쉬시고 충분한 휴가 보내시길 응원합니다.

로쟈 2019-07-28 10:28   좋아요 0 | URL
네, 이런 종류의 책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lea266 2019-07-28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으면서 웃었어요 몸이 지쳐서 병이 나실 지경인데 그냥 푹 쉬시고 산책이나 힐링을 하셔야 할텐데 ....그래서 또 몸과 맘을 설명해줄 책을 찾으시니까요 선생님은 정말 무시무시한 텍스트탐구자이십니다 어서 건강해지세요~~

로쟈 2019-07-29 06:5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로제트50 2019-07-28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들면 몸이 차차 부서지는 거 같아요.
그래서 강약조절이 필요한데 뜻대로
안되는것이 삶이죠.
저는 주변 변화로 올 여름 휴가 날아갔고요,
책이나 보면서...21 세기 지성, 일자리의 미래 읽는 중인데 재밌어요^^
문득 로쟈님 글보다...이번 여름 트렌드는
탐사물이리라는 생각이~~

로쟈 2019-07-29 06:58   좋아요 2 | URL
휴가를 책으로 보내거나 책으로 휴가를 보내거나.~

직선과 곡선 2019-07-29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 푹 쉬시고 건강 회복하세요!!
 

루카치와 함께 감회에 젖게 하는 이름들이다. 아도르노와 벤야민(거기에다 브레히트만 얹으면 표준 스펙트럼이다). 두 사람이 나눈 편지가 번역돼 나왔다. <아도르노-벤야민 편지>(길). 20세기 전반기 독일지성사의 유용한 자료.

˝파국으로 치닫는 세계 한복판에서 나눈 지적 우정의 대서사시. 아도르노와 벤야민이 자신들의 사유세계와 일상에 대한 속살을 숨김없이 드러낸 편지를 담은 책이다. 아도르노와 벤야민이 1928년부터 1940년까지 주고받은 121통의 편지를 상세한 독일 편집자 주석과 함께 번역한 것이다. 편지가 갖고 있는 속성상 이 두 지식인의 편지에서 우리는 지성사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속살을 포함해 그들이 처했던 실제 상황을 보다 더 직접적으로 대면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뜻밖의 횡재 같은 느낌을 준다. 이미 나와있는 아도르노와 벤야민 평전도 같이 참고해가며 읽으면 좋겠다. 이렇게 편지까지 나오게 되면 앞으로 나올 만한 책의 목록을 꽤 꼽을 수 있다. 독자로서 내게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도 계산해봐야 한다는 게 함정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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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도 더 전의 일이다. 일주일에 두번 이상씩 집회가 열리고 교정에 최루탄이 터지던 시절이었지만 어쨌든 대학생이 되었고 대학강의실에서 ‘강의‘란 것도 처음 들어보게 된 신입생 시절. ‘루카치‘라는 이름도 그맘때 처음 들었다. 헝가리의 공산주의자이자 <소설의 이론>의 저자. 내게 대학생이 되었다는 말의 한가지 뜻은 바로 ‘루카치‘라는 이름을 입에 올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덧붙이자면, 언젠가 적은 대로 <소설의 이론>은 내가 신입생 시절에 읽은 가장 어려운 책이었다.

30년이 훌쩍 지났고 나는 여전히 강의에서 루카치를 소환한다. 세계문학, 특히 근대소설 강의가 이제는 주업이 되었고 근대소설사에 대한 나의 이해는 내가 읽거나 들은 루카치에 많이 빚지고 있다. 그래서 ‘루카치 다시 읽기‘ 시리즈의 첫권(<루카치의 길>)이 나왔을 때 반가웠는데 이번에 2,3권이 함께 나왔다. 자전적 메모(한 차례 나왔던 책)와 솔제니친론. 역시나 반가운 마음에(반갑기도 하지만 세월의 무게도 느끼면서) 바로 주문했다.

루카치를 기념하는 의미에서 나는 내년봄에 헝가리의 부다페스트를 주 목적지로 한 동유럽문학기행을 기획했다가 보류했다. 헝가리의 현 우파정부가 루카치기념관(루카치 아카이브)을 (재작년인가) 폐쇄시켰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루카치 때문에 기획한 기행이기에 그의 기념관을 찾지 못하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현재는 스위스로 방향을 틀었다. 내년 가을에는 프랑스문학기행을 진행할 예정이다). 아래와 같은 사진을 찍을 날이 언제쯤 올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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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gles 2019-07-26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의 문학기행 일정은 일사천리군요^^ 언제쯤 참여할 수 있을지 저로선 오리무중이지만..

로쟈 2019-07-26 19:17   좋아요 0 | URL
시간이 많은건 아니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