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에 대단한 일정이 없는 독서가라면 첫날은 독서계획으로 들뜰 수 있다. 경험상 열에 아홉은 실현되지 못할 계획이긴 하지만, 연휴의 환상은 강력한 것이어서 매번 유혹에 속는다. 고참 독서가도 마찬가지다(독서 경력 30년 이상이면 고참이라 불러도 될 터이다). 강의와 관련하여 <전쟁과 평화>와 <마의 산>을 다시 읽는다든가 하는 계획도 있지만, 그동안 미뤄놓은 이론서나 역사서들, 그리고 눈여겨본 저자들도 연휴의 독서목록에 올라와 있다. 그 가운데는 최근에 책이 나온 여성 저자 3인도 포함돼 있다. 모두 국내에 두 권씩의 책이 나와있다는 점도 공통적이다. 



먼저 <백래시>(아르테)로 지지난해 화제를 모았던 저자 수전 팔루디의 신간이 나왔다. <다크룸>(아르테). 역시나 좀 '쎈' 책일 거라는 짐작을 해보게 되는데,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다. '영원한 이방인, 내 아버지의 닫힌 문 앞에서'가 부제. 아버지에 관한 책?!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70대에 트랜스여성이 된 자기 아버지의 역사를 10년에 걸쳐 취재해 쓴 회고록이다. 보편과는 거리가 있는 개인사를 주제로 한 글이지만 <다크룸>은 저널리스트다운 취재력과 확고한 객관성으로 홀로코스트와 트랜스섹슈얼리티의 역사, 그리고 헝가리와 미국을 포함한 국제적 정체성 정치의 오늘까지를 포착한다."


간단한 요약만으로도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펼쳐질 거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2016년 퓰리처상 최종후보에 올랐던 책이라 한다. 
















두번째 저자는 웬즈데이 마틴. 본명은 '웬디 마틴'이고, '웬즈데이'를 필명으로 쓰는 듯싶다. 예일대 출신으로 여러 지면에서 다양한 주제의 칼럼기고자로 활동한 저술가. 국내에는 세번째 책이자 화제작 <파크애비뉴의 영장류>(사회평론)으로 처음 소개되었고, 이번에 그 다음 책이 출간되었다. 전작은 '뉴욕 0.1% 최상류층의 특이 습성에 대한 인류학적 뒷담화'가 부제였다. 원제가 'Untrue'인 이번 책은 <나는 침대에서 이따금 우울해진다>(쌤앤파커스)로 나왔다(통상 '침대'가 제목에 들어간 책을 한국 독자들은 기피하는 편이다. 서점에서 들고 계산대로 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예외가 있던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문제적 작가, 웬즈데이 마틴이 ‘잡년의 대리인’으로 돌아왔다. <나는 침대 위에서 이따금 우울해진다>는 불륜이라는 렌즈를 통해 여성의 사랑과 성욕을 자세히 들어다보고 잘못된 믿음을 낱낱이 깨부순다."


그렇지만, 침대에서 혼자 읽는 건 괜찮겠다. 

















그리고 벨기에 태생의 심리치료사 에스더 페렐의 책. <왜 다른 사람과의 섹스를 꿈꾸는가>(네모난정원)가 첫 책이자 베스트셀러였고(물론 국내에서는 아니다. 원제는 'Mating in captivity'인데, 번역본 제목이 너무 노골적이었다. '섹스'가 제목에 들어간 책도 한국 독서시장에서는 많이 나가지 않는다. 들고다닐 수가 없어서다). 부부 상담을 주로 하는 듯한 저자의 직업적 경험과 통찰이 잘 어우러진 책. 신작 <우리가 사랑할 때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웅진지식하우스)도 그런 미덕을 갖춘 책으로 기대된다. '욕망과 결핍, 상처와 치유에 관한 불륜의 심리학'이 부제. 결혼과 욕망, 불륜 등은 문학강의에서 자주 다루게 되는 주제들이라 유익한 참고가 된다...


20. 01. 24. 
















P.S. 세 명의 저자를 골랐는데, 국내서도 있지 않나 잠시 생각해봤지만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 대신 마리 루티의 <하버드 사랑학 수업>(웅진지식하우스)가 다시 나왔기에 적어둔다. 2012년에 나왔던 책이니 8년만이다. 하버드대학에 재직했던 저자는 현재 토론토대학 영문학과에서 강의하고 있다는데, <사랑학 수업> 이후에 <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동녘사이언스)와 <남근선망과 내 안의 나쁜 감정들>(앨피)가 추가로 나왔었다. <남근선망과 내 안의 나쁜 감정들>은 원제를 그대로 옮긴 것인데, '남근선망'을 제목에 달고 있는 책이 팔려나갈 거라고 출판사에서는 기대한 것인지 궁금하다. "‘명색이 페미니스트’ 마리 루티의 신랄하고 유쾌한 젠더 정신분석"이라는 부제를 살리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쓸데없는 토를 달자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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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공지다. 판교현대백화점 문화센터에서는 이번 봄학기에도 프랑스문학 강의를 진행한다(매주 수요일 오후3:30-5:10, 3/25휴강). 졸라에서 모파상까지 다루었던 겨울학기에 이어서 봄학기에는 앙드레 지드부터 프랑수아 모리아크까지다. 구체적인 일정은 아래와 같다.


로쟈와 함께 읽는 프랑스문학


특강 3월 04일_ 앙드레 지드, <지상의 양식>



1강 3월 11일_ 앙드레 지드, <배덕자>



2강 3월 18일_ 앙드레 지드, <위폐범들>



3강 4월 01일_ 알랭 푸르니에, <위대한 몬느>



4강 4월 08일_ 마르탱 뒤 가르, <회색노트>



5강 4월 22일_ 레이몽 라디게, <육체의 악마>



6강 4월 29일_ 장 콕토, <앙팡 떼리블>



7강 5월 06일_ 시도니 콜레트, <여명>



8강 5월 13일_ 시도니 콜레트, <암고양이>



9강 5월 20일_ 모리아크, <테레즈 데케루>



10강 5월 27일_ 모리아크, <밤의 종말>



20. 0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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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사회심리학'이면 대학 교재에 해당하는데, 교양서로도 읽을 만한 책이 나왔다. 로버트 치알디니와 더글러스 켄릭 등이 공저한 <사회심리학>(웅진지식하우스). '마음과 행동을 결정하는 사회적 상황의 힘'이 부제다. 
















치알디니는 베스트셀러 <설득의 심리학>으로 유명한 학자인데, 설득과 협상이 사회심리학의 한 분야인 모양이다. 



지난해에 리커버 에디션까지 나온 걸 보면 저자와 책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번역본은 공저자들 가운데서 이름을 앞세웠다. 더글러스 켄릭도 사실은 구면의 저자다. 
















먼저 소개된 켄릭의 책들은 진화심리학 분야로 분류할 수 있고, 나로선 <설득의 심리학>보다 더 관심을 둔 책들이다. <사회심리학>의 추천사를 쓴 김경일 교수는 치알디니의 <초전 설득>의 역자이기도 한데 <지혜의 심리학> 등의 저서를 갖고 있다. 















사회심리학 교재로 나온 책들을 살펴보았는데, 가장 많이 읽히는 책들은 <사회심리학>과 <사회심리학의 이해> 등의 제목을 갖고 있다. 국내서 두 종과 번역서 한 종이 대략 가장 많이 쓰이는 교재로 보인다. 심리학 전공과목 가운데 사회심리학이 필수나 선택으로 들어가 있어서이지 않을까 싶다. 
















이미 몇 차례 언급한 바 있는데, <사회심리학>의 표지 때문에, 다시금 떠올리게 되는 책은 데이비드 버스의 <진화심리학>(웅진지식하우스)이다. 지난해말 <진회심리학 핸드북>(아카넷)이 나와서 구입했는데, 이 정도면 교양서와 전문서 사이의 경계쯤 된다. 심리학 쪽 서가가 따로 있는 애서가라면 이 두꺼운 책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해두어야겠다. 나부터도...


20. 01. 24.
















P.S. 사회심리학 이전에는 '집단심리학'과 '군중심리학' 등의 용어가 쓰였지 싶은데, 학계에서는 어떻게 정리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문학 강의에서도 군중/대중에 대해서 자주 언급하고 있어서(문학사에서는 프랑스혁명과 함께 군중이 등장한다) 귀스타브 르 봉의 선구적인 책 <군중심리>도 여러 권 구해놓은 터이다(여러 종이 출간되었다가 절반쯤 절판됐다). 르 봉의 책들도 꺼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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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내 안에 석기 시대의 마음이 들어 있다"

10년 전, 진화심리학자 전중환의 <오래된 연장통>(시이언스북스) 출간기념행사에 참여한 일이 있고(벌써 10년 전이군!) 관련기사를 옮겨놓았었다. 다시 소환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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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베스트셀러가 아님에도 여러 번 출간되는 책이 있다. 따로 이유가 있을 테지만, 그걸 또 여러 권 갖고 있는 독자로서는 별도의 주목을 하게 된다. 이번주에 나온 책 가운데는 폴 존슨의 <지식인의 두 얼굴>(을유문화사)과 앨런 재닉의 <비트겐슈타인과 세기말 빈>(필로소픽)이 그에 해당한다. 
















영국의 저널리스트 저술가 폴 존슨의 <지식인>은 을유문화사에서만 세번째다. 제목은 <벌거벗은 지식인들>에서 <지식인의 두 얼굴>로 바뀌었고 이번에 다시 표지가 바뀌었다. 내가 제일 처음 읽은 건 한언출판사에서 상, 하 두권의 <지식인들>로 1993년에 나왔었다. 이게 몇 년인가. 27년 전이다. 이 번역본은 <위대한 지식인들에 관한 끔찍한 보고서>(1999)라는 제목으로 한 차례 더 나왔다가 절판되었고, 같은 해에 을유문화사판 <벌거벗은 지식인들>이 나왔다. 아마 판권이 옮겨간 듯싶다. 이 을유판도 개정 번역판으로 지닌 2005년에 <지식인의 두 얼굴>로 나왔다가 이번에 15년만에 다시 개정판이 나온 것. 원저는 1988년에 나온 책이다. 


"‘지식인의 탄생과 기원’을 살피며 시작하는 이 책은 근대적 지식인들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자신의 사상과 위배되는 도덕적 모순을 보여 왔는지 방대한 자료 조사를 통해 탐사한다. 그 사례로 등장하는 루소, 셸리, 마르크스, 입센, 톨스토이, 헤밍웨이, 러셀, 브레히트, 사르트르, 촘스키 등은 단순히 '지식을 많이 가진 자'가 아니라 거대한 관념 체계를 형성하고 교조와 명령, 권유로 일반인들을 한쪽으로 몰아가며 세상을 움직이고자 한 사람들이다. 지식인의 위대한 성취와 함께 실제 삶에서의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측면을 낱낱이 파헤친 이 책은 이들의 윤리성과 도덕성을 전면 재검토하면서 그들의 사상이 인류 발전에 이바지했다는 이유만으로 칭송받아 마땅하다는 일각의 의견에 반론을 제기한다."
















저자는 루소부터 다루고 있지만, '지식인'이란 개념이 탄생한 계기는 드레퓌스 사건이므로 원조 지식인은 에밀 졸라여야 한다(그리고 러시아 인텔리겐치야까지 포함하면 19세기 러시아 사상가들도 다룰 수 있다). 졸라를 제쳐놓은 것은 특이한 점인데, 아무리 훑어도 흠잡을 만한 구석이 없었던 것일까. 지식인의 이면을 다루기 전에 그 공도 함께 언급하는 것이 공정했을 듯싶다.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면 졸라의 <전진하는 진실>(은행나무)도 같이 보는 게 좋겠다.
















앨런 재닉과 스티븐 툴민 공저의 <비트겐슈타인>도 처음 나왔을 때 제목은 달랐다. <빈, 비트겐슈타인, 그 세기말의 풍경>(이제이북스)이었다가 2013년에 출판사를 옮기며 <비트겐슈타인과 세기말 빈>이 되었고, 이번에 7년만에 다시 리커버판이 나왔다. 결코 베스트셀러가 될 책은 아닌데, 그래도 꾸준히 찾는 독자가 있는 듯싶다. 
















비트겐슈타인이 관련서로 그렇게 여러 번 나온 책으로는 레이 몽크의 <비트겐슈타인 평전>(필로소픽) 정도가 기억난다. 거의 다른 사례는 없지 않을까 싶다.


어찌하다 보니 나는 이 책들을 모두 갖고 있다. 세 번씩 나오는 것도 특이하지만, 그걸 다 갖고 있는 것도 당연한 일은 아닐 듯하다...


20. 0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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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맘 2020-01-23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식인과 관련한 수업도 해봤으면 좋겠네요^^공부하고 싶은 것은 많고 세월은 너무 잘 가고~

로쟈 2020-01-23 19:58   좋아요 0 | URL
네, 책은 무한한데, 인생 짧네요.~

2023-04-17 18:2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