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길다. <프롤로그 에필로그 박완서의 모든 책>(작가정신). 작가가 생전에 쓴 모든 서문과 발문 모음집. 그냥 <박완서의 모든 책>으로 읽으면 되겠다. 인상적인 건 모든 책의 표지도 같이 모아놓은 것. 우표첩으로도 읽게끔 꾸며졌다. 박완서 선생이 매우 좋아하셨을 법한 책이다.

덕분에 알게 된 사실인데 1970년 <나목>으로 등단하고(잡지 ‘여성동아‘의 장편공모 당선작) 낸 첫번째 책이 소설집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일지사)였고 김윤식 선생의 주선에 따른 것이다. 서문에서 감사를 표하고 있다. ˝그렇던 게 이렇게 빠르게 내 작품들을 한 권의 책으로 묶게 된 것은 평소 일면식도 없었던 김윤식 교수의 주선과 격려에 힘입은 바가 컸다.˝

십여 년 전에 한 연말시상식장에 참석하신 두분을 나란히 뵌 적이 있는데 그게 나로선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따님(호원숙)에 따르면 이 책의 착상도 <김윤식 서문집>에서 얻은 것이라고 하니 두 사람의 ‘일면식도 없었던‘ 인연이 사후에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 <박완서의 모든 책>의 자리도 그렇다면 <김윤식 서문집>(개정판도 나왔다) 옆이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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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나는 내가 무겁다": 김현승의 시

김현승의 시에 대해 14년 전에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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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책들‘ 카테고리로 적는 페이퍼다. 서양 근대문학을 강의하면서 자연스레 근대혁명(영국, 프랑스, 러시아에서의 혁명)도 자주 입에 올리게 되고 관련서도 꽤 많이 갖고 있다. 그 가운데는 국내서도 포함돼 있는데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어도 희소하지는 않다. 그렇지만 근대혁명사 삼부작을 한 저자가 써낸 경우는 김민제 교수가 유일하다. 바로 ‘서양 근대혁명사 삼부작‘의 저자다. 그리고 이 책들이 현재는 모두 절판된 것으로 보인다.

영국과 프랑스, 러시아혁명을 다룬 삼부작의 제목은 각각 <영국혁명의 꿈과 현실><프랑스혁명의 이상과 현실><러시아혁명의 환상과 현실>이다. 약간씩 다르지만 각 혁명에 대한 긍정적 해석과 부정적 해석을 나란히 제시하고 있다는 게 삼부작의 특징이자 장점이다. 책의 초판은 1998년에 나왔는데 세 혁명에 관해 1997년까지 나온 논저들의 주장을 정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책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물론 그로부터 20여년이 더 지났으니 지금 시점에서는 증보되어야 할 부분이 있을 터이다(그 작업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그렇더라도 혁명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부정적 평가의 기본 근거에 대해서는 대중할 수 있다.

저자의 전공도 그렇고 또 희소성에 있어서도 그렇고 삼부작 가운데 가장 요긴한 책은 <영국혁명의 꿈과 현실>이다. 소위 ‘영국혁명‘(이 용어 자체가 문제적이어서 수정주의 학자들은 ‘영국 내전‘이란 용어를 쓴다고 한다)에 대한 책 자체가 드물기 때문이다. 올해도 영국문학 강의가 줄줄이 잡혀 있는 상황이라, 나로선 영국사와 영국인, 그리고 영국혁명에 관한 책들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책장에서 눈에 띄기에 다행스러워하며 페이퍼까지 적어둔다. ‘삼부작‘의 개정판이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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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모던, 포스트모던, 그리고 컨템퍼러리

14년 전에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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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만은 단편과 중편, 장편소설, 그리고 에세이 등 전 산문장르에 걸쳐서 작품을 썼는데, 아무래도 대표작은 중편과 장편 들이다. <마의 산>(1924)을 강의에서 다시 읽으려고 하니(이번 3월 스위스문학기행 때 그 무대가 되는 다보스에 가려고 한다) 오래 묵은 숙제 하나가 떠오른다. 작가 초년기의 대표작이자 기념비적인 소설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1901)과 <마의 산>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인가 하는 점.

토마스 만이 <마의 산>에 착수하게 되는 게 1912년의 일이므로 정확히는 <부덴브로크>를 완성한 이후 12년간 정도가 되겠다. 단순 견적으로 <부덴브로크>에서 <마의 산>으로 가는 경로는 없다. 예측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내가 궁금한 것은 이런 방향전환의 계기가 있는지 여부다(단편과 달리 장편소설의 방향은 변덕보다는 더 무거운 동기를 필요로 한다. 특히나 만처럼 묵직한 작가에게라면). 추정이 없는 건 아니다.

1905년에 만은 카타리나 프링스하임과 결혼하면서 ‘길잃은 시민‘의 방황을 뒤로 하고 부르주아 계급의 습속으로 복귀한다. 자신의 결혼생활을 소재로 하여 쓴 장편이 <대공전하>(1909)인데 토마스 만의 장편 가운데 유일하게 아직 한 차례도 번역되지 않았다. <부덴브로크>와 <마의 산> 사이에 끼여있는 ‘약한‘ 작품이어서 별로 주목받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데 나로선 가장 궁금한 소설이기도 하다. 두 대작의 연결이나 단절을 파악하게 해주지 않을까 싶어서다.

이 시기에 만이 쓴 대표작이 <토니오 크뢰거>(1903)나 <베니스에서의 죽음>(1912)과 같은 중편들이고 이 작품들에 동성애 코드가 직간접적으로 들어가 있다. 원래 ‘죽음‘을 주제로 <베니스에서의 죽음>의 속편격으로 쓰게 되는 게 <마의 산>이고 이 장편에는 죽음뿐 아니라 동성애가 강하게, 하지만 은밀하게 그려져 있다. 추정이란 건 동성애에 대한 관심이 하나의 인력이 되어 <부덴브로크>의 만을 <마의 산>의 만으로 끌어당기지 않았을까라는 것. 이것은 개인적인 추정일 뿐이고 더 자세한 것은 평전과 함께 <대공전하> 같은 작품을 꼼꼼히 검토해봐야 알 수 있다. 희망은 그렇다.

<마의 산>은 주로 을유문화사판으로 강의하는데, 이번에는 다른 번역판도 참고하려 한다(열린책들판을 염두에 두고 있다). 현재 번역본은 <마법의 산>으로 나온 것까지 포함하면 다섯 종쯤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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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4 1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24 1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20-01-29 0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공전하 는 1976년에 출판된 바 있답니다. 삼성판 세계문학전집으로요. 세로쓰기라 읽기가 좀 힘들긴 해요.

로쟈 2020-01-29 09:45   좋아요 0 | URL
아. 알려주셔서 감사. 삼성판이 이후에 가로판으로도 나왔을텐데 알아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