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페이퍼 쓰는 일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PC로 몰아서 적는다. 최근에 나온 책 가운데 독문학자 윤미애 교수의 <발터 벤야민과 도시산책자의 사유>(문학동네)를 어제 구입했다. '스투디움총서'의 하나로 나온 책. 주로 번역자로 활동해온 저자의 첫 단독저작이다. 소개는 이렇다. 

















"20세기 가장 중요한 비평가로 손꼽히는 발터 벤야민을 30년 이상 꾸준히 연구하며 국내외 학계와 독자 대중에게 소개해온 독문학자 윤미애 교수의 첫 단독 벤야민 연구서다. 그간 국내에 벤야민의 저작 대부분이 소개되어 있고 그의 생애와 사상을 밝히는 연구서 역시 적지 않게 출간되어 있는 상황에서, 저자는 한국 연구자로서 새로운 화두로 벤야민의 사유 지도를 펼쳐보이고자 고민했다. 그리하여 벤야민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수많은 키워드 가운데 ‘도시산책과 도시관찰’ ‘자본주의 태동기의 도시’ ‘도시에서 보낸 유년시절에 대한 회상’ 등을 골자로 삼고, 벤야민 특유의 파편적이고 사변적이며 양가적인 사유를 섬세하고 중층적으로 분석해냈다."


제목의 '도시산책자'가 새로운 키워드는 아니다. '산책자'는 보들레르와 벤야민의 공통 키워드로 잘 알려진 주제이기 때문(<로쟈의 인문학 서재>를 펴낸 곳도 지금은 사라진 출판임프린트 '산책자'였다). 이 주제에 대해서 적당한 분량으로 잘 갈무리해놓은 책으로 보여서 구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올 8월에 예정돼 있던 독일-카프카문학기행도 취소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벤야민과 브레히트의 베를린도 만나볼 예정이었다. 가을의 프랑스문학기행도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파리는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와 관련해서도 의미가 있는데(보들레르와 벤야민의 파리) 코로나가 모든 것을 삼켜버렸다. 하는 수 없이 올해는 '준비'로만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다. 손바닥 발바닥으로 열심히 거울을 닦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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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랏빛소 2020-05-15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서야 벤야민의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부산 강연 때 로쟈님의 강의가 생각나서 들렀습니다.
벤야민은 아주 천천히 읽게 됩니다. 슬로우 독서를 어쩔 수 없이 하게 하니 몰입의 즐거움이 생깁니다. 강연 때 로쟈님이 하신 얘기 중 ˝ 책 읽는 사람은 뇌가 타고난 뇌와 다르다. 앞으로 점점 줄어 들테니, 이미 읽기 시작한 사람들이 더 많이 읽는 수 밖에 없다˝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건강하세요. 꾸벅^^
 

'아도르노 강의록'이 출간되고 있다. 1권이 나온 게 2012년이고(8년전이군!) 그때 <부정변증법 강의>(세창출판사)를 구입했더랬다. 이런 종류의 책이 얼마나 이어질지 궁금했는데, 2015년에 4권 <변증법 입문>이 나온 뒤로 뜸하다가 지난해에 5권 <도덕철학의 문제>가 출간되었다(목록을 보니 앞으로도 13권 정도가 더 나와야 한다). 다섯 권 가운데, <미학강의1>과 <도덕철학의 문제>를 어제 주문해서 받았다(다른 두 권은 번역이 좋지 않다는 리뷰가 있어서 보류했다). 아도르노의 내게 전작 작가가 아니어서 그의 강의록을 모두 소장할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미학강의2>는 그의 <미학이론> 독해를 위해서도 마저 나오면 좋겠고 우선적으로 읽어보려 한다. '루카치와 아도르노'라는 주제에 대해서 나대로 정리해보기 위해서다(학부 1학년때쯤 들은 주제니 30년도 더 묵은 숙제다). 문학에서 '리얼리즘이냐 모더니즘이냐'라는 주제. 이제까지 나온 강의록 다섯 권을 리스트로 묶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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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철학의 문제
테오도르 W. 아도르노 지음, 정진범 옮김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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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증법 입문
테오도르 W. 아도르노 지음, 홍승용 옮김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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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 강의 1
테오도르 W. 아도르노 지음, 문병호 옮김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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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 강의
테오도르 W. 아도르노 지음, 문병호 옮김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14년 5월
38,000원 → 36,100원(5%할인) / 마일리지 1,9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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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타니 고진의 신작이 나왔다. <사상적 지진>(도서출판b). 소개에 따르면 "책은 제1강연집 <언어와 비극>, 제2강연집 <문자와 국가>에 이은 제3강연집이다." 일어판 부제를 보니 1995년부터 2015년까지 20년간 진행한 11편의 강연을 수록한 책이다. 
















해서 전작인 두 권의 강연집에도 생각이 미치게 된다. <언어와 비극>(한국어판 2004)은 읽었고, <문자와 국가>(2011)는 읽지 않았는데(어느 틈엔가 읽지 않은 고진 책도 쌓이게 되었다!), 다시금 챙겨놓아야겠다. 아쉽게도 <언어와 비극>은 현재 절판된 상태이고, '가라타니 고진 컬렉션'에도 빠져 있다. 다시 출간되는지 모르겠는데, 돌이켜보면 '주옥 같은' 강연들을 모아놓은 책이었다. 대략 세권의 강연집으로 가라타니 고진 비평과 사상의 진화/변화 과정을 따라가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그의 애독자라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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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andante 2020-03-26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언‘도 바리에테신서에서 콜렉션으로 커버 바꾸어서 나온 마당에 언어와 비극도 빨리 재출간했으면 좋겠습니다..

로쟈 2020-03-26 11:33   좋아요 0 | URL
판권계약기간이 끝나서 다른 곳에서 나올 거 같다네요..

알료샤 2021-04-21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라타니 고진 전집을 살펴보며 궁금했던 게 있습니다. 6권, 8권은 있는데, 7권이 빠져 있더군요? 혹 <언어와 비극>이라든가 컬렉션 외에 출간된 도서가 있어 기획상 공백이 생긴 걸까요?

로쟈 2021-04-21 23:38   좋아요 0 | URL
내부 사정은 모르겠는데, 아마 판권 문제가 아닌가 싶네요. 다른 곳에서 책이 나오는 것 같아요..
 

<디지털 치매>(북로드)의 저자 만프레드 슈피처의 신간이 나왔다. <노모포비아 스마트폰이 없는 공포>(더난출판사). '스마트폰은 어떻게 우리의 뇌를 망가뜨리는가'가 부제다. 나부터도 스마트폰 의존이 심한 편이어서(원고도 스마트폰으로 쓴다) 경각심을 좀 가지려고 하는데, 마침 맞춤한 책이 나왔다(이 페이퍼는 PC로 쓴다). 
















"베스트셀러 <디지털 치매> 저자의 신작. 저자인 만프레드 슈피처는 독일 뇌 과학계의 일인자로, 사회 문제를 정신과학적, 뇌 과학적, 사회심리학적으로 분석하고 설득력 있게 호소하는 세계적 학자다. 이번에는 스마트폰을 둘러싸고 ‘파괴적 혁신’이라는 미명하에 폭주하는 세계적 IT 기업들의 꼼수를 고발하고, 당장의 편리함 때문에 외면 받는 우리의 건강과 인간성, 민주주의의 회복을 촉구한다."


<디지털 치매>가 베스트셀러였다는 건 물론 우리 얘기는 아니다(독일에서일 듯). 그래도 오래 전에 짧은 리뷰를 쓴 기억이 있어서 구면인데, 그 사이에 <사이버스트레스>(알마)도 나왔었다는 사실은 이번에 알았다(거의 묻힌 책인 듯). 간단한 소개다. 


"디지털 생활은 어떻게 우리를 망치는가? 독일의 유망한 뇌 과학자이자 <디지털 치매>의 저자 만프레트 슈피처가 일상의 디지털화에 관해 명쾌하게 진단한 책이다. 디지털 기술이 우리 아이들의 발달에 해를 끼친다는 사실을 여러 매체의 보도를 통해 증명되었다. 게다가 중독될 확률도 높다. 슈피처는 질문한다. 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가? 그가 바라는 것은 디지털 기기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다. 디지털 기기의 위험성을 인식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멈춤'이 화두인 요즘 디지털 거리두기와 멈춤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면 좋겠다. 이 주제의 책이 몇권 나와 있지만 당장은 슈피처의 책들로 재무장해보려고 한다. 아, <디지털 치매>를 다룬 리뷰 제목이 '디지털 치매와 디지털 다이어트'였다. 디지털 다이어트에 대한 결심도 작심삼일이기 일쑤이지만 다시금 시도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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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주간경향(1370호)에 실은 리뷰를 옮겨놓는다. 얼마 전에 언급한 바 있는 엘리자베트 바댕테르의 <잘못된 길>(필로소픽)에 대해 적었다. 

















주간경향(20. 03. 30) 두 가지 페미니즘 '성공' 비교


제목의 ‘잘못된 길’은 구체적으로 ‘페미니즘의 잘못된 길’을 뜻한다. 그렇다고 저자 바댕테르가 반페미니스트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행동주의 페미니즘의 투사로 활약했고, <만들어진 모성>이란 책에서는 모성적 사랑을 신화적 믿음으로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페미니스트 저자가 페미니즘이 잘못된 길로 접어들었다고 비판하는 것은 복수의 페미니즘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서구를 기준으로 저자는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여성운동이 거둔 승리를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1990년대로 접어들면서 여성운동이 미묘한 방향전환을 겪었고, 이것이 오히려 여성운동의 전진을 가로막는다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어떤 변화이고 무엇이 문제인가.


유럽과 미국에서 여성운동은 1970년대에 본격화된다. 그것을 가능하게 한 가장 중요한 두 계기가 피임과 낙태에 대한 권리다. 피임과 낙태를 통해 여성이 생식의 조절권을 갖게 되면서 남성지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 이를 바탕으로 남성에 비해 수동적인 전통적 여성상은 더 강하고 씩씩한 여성상으로 대체되었다. 남성의 영역과 여성의 영역이라는 전통적인 성 구분은 점차 경계가 지워지면서 양성평등 사회의 실현이 가시화되는 것처럼 보였다. 16세에 보부아르의 <제2의 성>을 읽고서 페미니스트가 되었다는 바댕테르 역시 이러한 시대의 공기를 호흡했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이론적으로는 1980년대에 미국에서 새로운 유형의 여성해방운동이 대두했다. 미국의 페미니스트들은 모든 종류의 남성 폭력을 고발하면서 가부장적 남성지배에 대한 전면 투쟁을 선언했다. 급진주의 페미니즘으로 일컬어지는 이 새로운 입장의 주창자들은 주로 강간과 성희롱, 포르노를 주제로 다룬 책들을 통해서 남성의 폭력성을 부각시켰다. 그들은 여성을 남성 폭력의 희생자로 묘사하고 심지어 유대인 강제수용소의 생존자에 비유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따라 대단한 업적을 이룬 여성보다 남성 중심사회의 희생물이 된 여성에게 관심의 초점이 맞춰지게 되었다.

‘여성의 희생자화’는 새로운 연대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여성을 무능력한 피해자로만 간주하는 입장은 기껏해야 ‘더 많은 여성 희생자 내세우기’와 ‘남성들에게 더 많은 처벌 내리기’를 목표로 하게 된다. 게다가 남성 폭력을 단죄하기 위해서 남성과 구별되는 여성성을 강조하려다 보니 모성애를 다시 소환하고 성적 자유 대신에 다시금 ‘길들여진 성’으로 회귀하게 된다. 자유주의 페미니즘 세대인 저자가 새로운 페미니즘에 대해 불만을 갖는 이유다.

미국의 급진주의 페미니즘과 보조를 맞춘 프랑스의 새로운 페미니즘은 남성과 여성의 차이와 함께 여성의 희생자성을 부각시켰다. 이 과정에서 초기 페미니스트들이 이뤄낸 성의 개방도 다시금 단죄되었다. 급진적 레즈비언 페미니스트들은 성의 개방이 남성에게 유리하게 작용해 여성을 일회용품으로 만들며 여성의 굴종을 더 강화한다고 비판한다. 성의 개방과 상업화에 대한 맹렬한 비판은 저자의 아이러니한 평가에 따르면 “오래된 유대-기독교의 권선징악적 어투를 닮아갔고, 그렇게도 힘들여 없애려고 했던 성에 대한 상투적 개념을 되살려내는 데 성공했다.” 프랑스의 사례지만 두 가지 페미니즘의 ‘성공’을 비교해보는 것은 우리에게도 좋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20. 03. 25.

















P.S. 저자가 많은 책을 언급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서 파스칼 브뤼크네르의 <순진함의 유혹>(동문선)은 나도 인상적으로 읽은 책이라 다시 적어둔다(저자가 현대사회에서 유아화와 희생자화 경향을 비판하고 있는 책이다). 현재는 절판된 상태. 미국의 급진주의 페미니스트로 안드레아 드워킨의 대표작 <포르노그래피>(동문선)도 현재는 절판된 책이다. 드워킨과 함께 급진 페미니즘을 이끈 저자로 바댕테르는 수전 브라운밀러와 캐서린 매키넌을 더 꼽는데, 강간을 주제로 한 브라운밀러의 대표작이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오월의봄)다. 성희롱을 주제로 한 매키넌의 책(<직장여성에 대한 성희롱>)은 아직 번역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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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andante 2020-03-28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서재에 보이는 수많은 여성주의자들이 이상하게 이 책은 읽지 않는가 봅니다.
미국식 신보수주의 페미니즘에 완전히 동화된 사람에게는 이런 책 조차 마초적으로 느껴지겠지요..

로쟈 2020-03-28 16:08   좋아요 0 | URL
잘못 든 길에서 벗어나는 건 특별한 충격이 없다면 어려운 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