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그대로다. <위대한 여성 예술가들>(을유문화사). "지난 500년간 위대한 작품을 남긴 여성 예술가 400여 명과 그 대표작을 가장 광범위하게 발굴하고 집대성한 책." 원저는 지난해에 나왔는데, 그런 시도가 없었을까, 잠시 의문을 갖게 되지만 거의 없었던 모양이다(초점은 다르지만 페미니즘 미술사 책이 몇 권 있었다). 설사 비슷한 종류의 책이 있었다고 해도 이번에 나온 파이돈 편집부판이 가장 방대해 보인다. 

















"이 책은 ‘페미니즘 미술사’가 아니며, 여성의 수난이나 여성적 주제에 관한 작품 모음집도 아니다. 그보다는 재료, 기법, 형태, 주제 등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는 여성 예술가들의 작품을 수십 년간 연구해 온 대규모의 기록이자,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꾸준히 창작 활동을 펼치는 여성 예술가들을 기념하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여성 예술가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최근에 나온 로런 엘킨의 <도시를 걷는 여자들>(반비), 그리고 예전에 나왔던 클라시커50 시리즈의 <여성 예술가>, 플라비아 프리제리의 <단숨에 읽는 여성 아티스트> 등도 같이 볼 수 있겠다. <단숨에 읽는 여성 아티스트> 표지 때문에 생각이 났는데, 동시대 사진작가로 신디 셔면(여성을 다룬 사진작가로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에 관한 책이 아직 한권도 안 나왔다는 사실에 놀란다(친숙해서 뭔가 나와 있는 줄 알았다). 


영국 여성 작가들을 가을학기 강의에서 읽고 있어서 문학 쪽으로도 시선을 돌려보면, 정전 작가들만 하더라도 몇 사람의 이름이 고정적이다. 여성 시인은 에밀리 디킨슨과 실비아 플라스, 라는 식. 
































디킨슨의 시집은 최근 몇년간 계속 나오고 있다. 








 
























실비아 플라스의 경우에도 시 전집은 물론, 일기와 소설, 동화, 드로잉집까지 나와 있는 상태. 동시대 시인으로는 에드먼드 리치가 있지만, 여성시의 두 모델이 되는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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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의 대단히 단출한 루틴을 제외하면 이번 연휴는 많은 걸 준비하고 궁리해야 하는 기간이다. 연휴가 지나면 강의 일정이 본격화되어서인데, 그 전에 정리해야 하는 숙제도 상당하다. 강의와 관련해서는 여러 주제에 대해 정리 겸 리셋하는 게 과제다. 한국문학 관련해서는 신소설에 관한 저작과 논문들을 십수 편 읽어야 하고, 제인 오스틴과 디킨스, 그리고 도스토예프스키 강의와 관련해서도 상당한 분량의 참고자료를 읽어야 한다. 미국문학과 프랑스문학(실존주의) 강의도 준비해야 하고. 

















그러는 와중에 개인적인 독서도 빼놓기 어려운데, 경제학(<국가부도 경제학> 덕분에 금융 분야에 대해서 처음 관심을 갖게 되었다) 책들과 함께 이론 분야에서는 해석학 관련서들. 아즈마 히로키의 책들. 해석학이 관심사가 된 건 존 카푸토의 <포스트모던 해석학>(도서출판b) 때문이다. 하이데거와 데리다에 정통한 (종교)철학자. 


이번 책의 원제는 '해석학'이고 부제가 '정보시대에서의 사실과 해석'이다. 해석학 입문서 같은 모양새이지만 카푸터는 입장이 분명하고 명쾌하다. 교과서적인 입문서가 아닌 개성이 매우 강한 현대 해석학 입문을 제공하고 있다. 
















해석학이란 무엇인가란 물음에 대한 자문자답. "해석학은 해석의 이론이다. 해석학은 모든 것이 해석의 문제라는 이론이다." 카푸토의 기본 입장은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과 가다머의 <진리와 방법>, 그리고 데리다의 해체론이 던진 해석학적 충격을 충실이 따라가는 것이다. 국내 소개된 책으로 오래 전에 소개된 리처드 팔머나 최근에 나온 장 그롱댕의 입문적 해설과 비교해볼 수 있겠다. 리처드 번스타인의 <객관주의와 상대주의를 넘어서> 같은 책도 견줘볼 수 있는 책. 

















아주 오래된 숙제로 있는 <존재와 시간>과 <진리와 방법> 완독에 자극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의도적으로 고른 책이기도 하다. 
















데리다 읽기도 마찬가지. 벌써 오래 전 일인데, 개인적으로 데리다에 관해 가장 유익하게 읽은 책이 카푸토와의 대담이었다(<호두껍질 속의 해체>). <데리다와 기도와 눈물>도 그때 구입한 책이었다. <포스트모던 해석학>이 되살려준 몇 가지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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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간판 작가 줄리언 반스와 이언 매큐언의 번역본이 나란히 나왔다. 지난해 두 작가를 강의에서 다룬 이후 친밀감을 갖게 돼 매번 신간이 나올 때마다 주목하게 된다(마틴 에이미스와 함께 동시대 영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이기도 하다). 기회가 닿으면 강의도 업데이트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먼저 반스의 책은 신작 논픽션이다. 부커상 수상 작가이지만 국내에서는 논픽션(에세이) 작가로도 많이 읽힌다. 지난해 나온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이 2015년작이었다면 이번에 나온 <빨간 코트를 입은 남자>(다산책방)는 2019년작('줄리언 반스의 부엌 사색', <또 이 따위 레시피라니>는 2003년작이다). 미술과 프랑스 문화사에 정통한 반스의 식견이 잘 발휘된 작품으로 보인다. 


"맨부커상을 수상한 영국 문학의 제왕 줄리언 반스의 최신작. 2015년 런던 국립 초상화 미술관에 전시된 ‘빨간 코트’를 입고 서 있는 사뮈엘 포치의 초상화를 처음 본 반스는, 지금껏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던 19세기 외과의사 사뮈엘 포치에게 깊이 매료되어 이 책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사뮈엘 포치는 전 세기를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시절로 일컬어지는 ‘벨 에포크’ 시대에 살았던 인물로, 1901년 프랑스 최초의 산부인과 전문의이자, 전 세계적으로 ‘표준 교과서’로 인정받은 부인과학 논문을 쓴 저명한 의사 정도로만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방대한 사료를 연구한 끝에 줄리언 반스는 그가 놀랍게도 당대 내로라하는 명성 높은 예술가들 모두와 연결되어 있던 핵심 인물이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벨에포크와 관련해서는 올초에 나온 메리 매콜리프의 책들 외에도 캐서린 카우츠키의 <드뷔시의 파리>도 참고할 수 있다. 반스의 책을 읽으면 자연스레 뒤적이게 될 듯하다. 
















매큐언의 신작은 <스위트 투스>(문학동네)는 2012년에 발표한 장편소설로 <솔라>(2010)와 <칠드런 액트>(2014) 사이의 작품이다. 안 그래도 <솔라>와 <칠드런 액트>를 강의하면서 궁금해 한 작품이기도 하다. 매번 예기치 않은 소재의 작품을 써온 터라, 소재만 봐서는 작가를 식별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읽기 시작하면 매큐언의 장인적 솜씨를 느낄 수 있으리라. 


"현대 영문학의 대표작가 이언 매큐언이 2012년 발표한 장편소설로, 1970년대 초 비밀 작전에 투입된 젊은 여성 MI5 요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냉전 시대 복잡미묘했던 ‘문화 전쟁’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스파이 서사의 서스펜스에 작전 대상과 첩보원의 위태로운 로맨스를 더했으며, 궁극적으로 문학 창작에 대한 질문을 제기하는 메타픽션의 경지로 나아간다."
















확인해보니 매큐언의 소설 15편 가운데 이제 지난해 나온 <머신스 라이크 미(Machines like me)>를 제외하고는 모두 우리말로 번역된 상태다. 다만 절판된 책들이 몇 권 있는데, 특히 부커상 수상작 <암스테르담>이 아직 방치돼 있는 건 미스터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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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호밀밭의 파수꾼' 다시 읽기

11년 전에 쓴 글이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이달에, 오랜만에 강의에서 다시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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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여기가 폭풍의 언덕

1년 전 추억이다. 1년 뒤 상황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대신 브론테 자매의 소설들을 이 가을에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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