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샌델의 신작이 지난달부터 예판으로 떠 있는데(나는 원서를 이미 구하고 번역본을 기다리는 중이다), 제목이 <공정하다는 착각>(와이즈베리)이다. '능력주의는 모두에게 같은 기회를 제공하는가'가 부제. 능력주의 비판서로 분류할 수 있고, 이 주제로는 이미 몇 권의 책이 나온 바 있다. 
















대표적으론 '능력주의'란 말을 처음 만들어낸 마이클 영의 소설 <능력주의>부터 능력주의를 신화라고 비판한 <능력주의는 허구다>까지. 






























아울러 능력주의와 함께 분당세습과 신분사회를 화두로 하는 책들도 연이어 나오고 있다. 연초에 나왔던 <세습 중산층 사회>(생각의힘)가 반향을 얻으면서 이 분야의 책이 늘어난 것 같기도 하다. 능력주의와 새로운 신분사회의 유착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어서 영어권에는 이미 다수의 책들이 나와 있고, 계속 나올 듯싶다. 


흔히 '능력주의'는 한국사회에서 자주 공정성의 표지처럼 생각되어왔지만, 그것이 한갓 신화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이 역시도 더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 거쳐가야 할 인식의 단계라고 생각된다. 넓은 독자층이 지니고 있기에 샌델의 신작이 요긴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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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작가 레몽 크노의 대표작이라는 <문체 연습>(문학동네)이 번역돼 나왔다. 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 조재룡 교수의 번역. 시집 <떡갈나무와 개>(민음사)도 같이 나왔다. 


















아직 작품들이 소개되지 않았던 시절, 크노('끄노'로 알려졌다)는 20세기 중반 3대 프랑스 시인 정도로 가늠하고 있었는데(르네 샤르, 이브 본프아와 함께), 소설가이기도 하다는 건 <지하철 소녀 쟈지>(도마뱀)가 번역돼 나와서 알게 되었다(2008년에 나왔다가 절판됐다). 그러다 지난해 소설 <연푸른 꽃>(문학동네)이 번역돼 나오더니 이번에 두 권의 작품이 한꺼번에 나온 것. 


"1947년 레몽 크노가 발표한 현대문학사에서 기념비적인 역작으로 평가받는 작품. 한 젊은이를 우연히 버스와 광장에서 두 번 마주친다는 일화를 바흐의 푸가기법에 착안해 99가지 문체로 거듭 변주해낸 연작. 다양한 문체가 지닌 잠재성과 혁명적인 힘을 보여주는 책. 한국어판에는 99가지 문체가 담긴 원서 이외에 플레이아드판에서 차후에 작가가 더 수행한 문체 연작에서 뽑아낸 10편을 더하여, 각 편마다 원문과 더불어 상세한 해설을 실었다."


역자의 노고가 돋보이는 작품인데(언어실험적인 작품이라 아무래도 번역과 번안을 동시에 밀어붙였어야 했을 듯) 덕분에 언어적 실험의 극한이 어디쯤인지 가늠할 수 있다(매우 유쾌한 정신의 실험이란 건 라틴어나 욕설 연습을 읽어봐도 알 수 있다. 번역으로도 유쾌하다). 러시아 작가 나보코프가 경탄을 아끼지 않았고 움베르토 에코는 이렇게 평했다. “크노의 <문체 연습>은 그 자체로 수사학 연습이다. 그가 이 책을 생각해냈다는 것은 바퀴를 발명해낸 것과 같은데, 이걸로 누구든 원하는 만큼 멀리 갈 수 있으리라.”


"누군지 원하는 만큼 멀리 갈 수 있으리라"고 했지만, 굳이 그렇게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이미 이 연습의 저작권은 크노에게 있기 때문에. 이와 견줄 만한 작품으론 나보코프의 <창백한 불꽃>도 떠올려본다. 그런 주석-소설을 따로 누가 쓸 필요가 없는 것처럼, 크노의 '문체 연습'도 누군가 다시 반복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내 생각엔 이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의의다(그런 면으로는 조이스의 <피네간의 경야>도 마찬가지다. 굳이 그렇게 쓸 필요가 없다는 걸 보여주는 작품이기에).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랑스문학 강의는 내년에 앙드레 말로를 지나 20세기 중반으로 나아갈지 모르는데, 보부아르의 초기작들과 함께 크노의 작품도 다루게 될지 모르겠다(누보 로망 작품 몇 편과 함께). 

















시비평과 함께 번역에도 공을 들이고 있는 조재룡 교수는 번역론의 소개와 실제 번역에 있어서 놀라운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조르주 페렉과 장 주네에 이어서 레몽 크노까지. 덕분에 읽을 수 있게 된 작가와 작품이 여럿이다. 프랑스문학이 한 흐름을 가늠해볼 수 있게 해준다. 앞으로의 작업도 기대된다...
















P.S. 크노는 알렉상드르 코제브의 <정신현상학> 강의록을 엮어서 편찬한 것으로도 유명한데, 검색해보니 영어로 번역된 책이 몇 권 더 있다. 조만간 구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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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인트 2020-11-15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떡갈나무...

로쟈 2020-11-15 17:51   좋아요 0 | URL
네.~
 

고 리영희 선생의 새 평전과 민주화운동가 김정남 선생 대담집이 나왔다. 평전은 김삼웅 선생의 <리영희 평전>(책보세) 이후 10년만이다. 권태선의 <진실에 복무하다>(창비)


 














"'사상의 은사'로 불리며 우리 현대사의 대표적인 지식인으로 꼽히는 고 리영희 선생의 10주기를 맞아 그의 삶을 조명한 평전이 출간되었다. 한겨레신문 편집인을 역임한 권태선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가 고인의 일생과 작업, 관계자들의 증언을 폭넓고 충실하게 탐구한 결실을 이 책에 담았다."
















앞서 <리영희 프리즘>에 대해 서평을 쓴 기억이 있는데, 벌써 10년 전 일이다. 















대담집 <그곳에 늘 그가 있었다>(창비)는 2005년에 나온 <진실, 광장에 서다>(창비)의 속편 격 책이다. '민주화운동 30년의 역정'이란 부제는 '민주화운동 40년 김정남의 진실 역정'으로 바뀌었다. 


"1960년대부터 군사독재에 맞서 재야 민주화운동에 헌신해온 김정남 선생의 회고 대담. 최근에는 영화 「1987」의 모티브로 주로 알려졌지만, 인권변호사들과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협력자, 김지하의 친구, 김영삼 연설문의 작성자 등 무수히 많은 역할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감당하며 민주화운동을 실제로 기획하고 뒷받침해온 선생의 평생 역정을 담아냈다."


대담자인 법학자 한인섭 교수의 책으로 함세웅 신부의 증언을 정리한 <이땅에 정의를>(창비)과 같이 읽어볼 수 있다. 가짜 언론이 판치는 시국이라 '안구 정화'를 위해서도 손에 들 만하다.















김정남 선생의 책으론 '인물로 보는 한국 민주화운동사'로 <이 사람을 보라1,2>(두레)가 있다...
















P.S. 앞에서 <리영희 평전>의 저자로 언급한 김삼웅 선생은 아마도 평전분야의 기록을 갱신중인데, 지난달에만 세 권을 한꺼번에 출간했다. <이승만 평전>과 <김재규 장군 평전>, 그리고 동학혁명 지도자 <개남, 새 세상을 열다>까지다. '다작'의 흠이 없는 건 아니지만, 열정에 놀라게 된다. 우선은 <이승만 평전>과 <김재규 장군 평전>을 주문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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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라는 카테고리가 따로 있다는 걸 오늘에야 알았다. 이 분야의 책들을 챙겨놓는다. 교과서적인 책들과 진단 쪽의 책들로 나뉠 수 있을 듯한데, 데이비드 런시먼이 공저한 <대표>(후마니타스)는 후자에 해당하겠다. 


 














런시먼의 책은 앞서 <자만의 덫에 빠진 민주주의>(후마니타스)가 출간됐었다. 이건 진단 쪽으로 분류할 수 있는 책. 
















존 스튜어트 밀 저작들의 번역서로 친숙한 서병훈 교수도 <민주주의: 밀과 토크빌>(아카넷)을 새로 펴냈다. 소위 대의민주주의, 내지 대표민주주의의 대표적 사상가들에 관한 연구서다. 
















민주주의(좁게는 자유민주주의)의 위기를 진단하는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지난여름에 나온 책으론 <모방 시대의 종말>(책과함께)이 있다. 가렛 존스의 <10% 적은 민주주의>(21세기부스)는 일종의 처방을 제시한 책. 하태규의 <아테네 마르크스 민주주의>(두번째테제)도 '새로운 민주주의'의 대안/처방을 아테네 민주주의와 마르크스를 통해서 다시 사고하고자 한다. 
















민주주의 공부를 위한 역사교과서로는 지난여름에 한홍구 교수의 책 두권이 나왔었다. 각각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을 다루고 있다. 

















<대표>와 같이 읽어볼 만한 책으로는 교과서적인 책으로 하야카와 마코토의 <대표민주주의 가이드>(이김)도 지난여름에 나온 책이다. 이 카테고리의 책으로 마지막으로 언급했던 게 애스트라 테일러의 <민주주의는 없다>(반니)였던 것 같다. 좁게는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와 활로를 모색하는 책. 몇년 전에 나온 대작 <민주주의의 삶과 죽음>(교양인)도 거기에 다시 얹을 수 있겠다. 
















검찰과 언론의 폭주, 전횡을 1년 넘게 겪고 있는 터라(게다가 코로나가 덮쳤다) 피로감도 상당하다. 더 나은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진통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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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04-19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깨문 안쓰럽네요

해송 2021-04-29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박근혜에게 투표했던 사람인데 검찰개혁을 염원합니다.대깨문인가요? ^^
 

오랜만에 이주의 과학서를 고른다. 찰스 다윈의 책이니까 '과학 고전'이라고 해야겠다. 다윈 선집 시리즈인 '드디어 다윈'의 두번째 책(시리즈의 넷째 권)으로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사이언스북스)이 출간되었다. 작년에 나온 <종의 기원>의 뒤를 잇는 책. 다원의 저작으론 <종의 기원><인간의 유래> 다음의 '넘버3'에 해당하는 책이겠다. 















아주 오랜 전에 나온 서해문집판(1998)을 갖고 있는데(물론 현재로선 어디에 보관돼 있는지 알 수 없다), 이후에 나온 지만지판은 턱없이 비싼 책이었다. '드디어 다윈' 시리즈의 책들이 정본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참고로 <종의 기원>도 여러 번역본이 나왔었는데, 지난해 나온 사이언스북스판과 소명출판판이 현재로선 최종이다. 이후에 더 나온 번역본이 나올지 모르겠으나 다음 세대의 번역이겠다. 적어도 내가 기대할 수 있는, 읽을 수 있는 번역본은 여기까지다(최근 개정판이 나온 프로이트 전집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느낌을 갖는다).


  














감정을 주제로 한 책은 많이 나와있다. 진화심리학적으로 다룬 책으로는 <감정은 어떻게 진화했나>와 진화의학적 접근 시도한 <이기적 감정>이 눈에 띈다(<이기적 감정>은 최재천 교수의 추천도서다). 원조에 해당하는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과 함께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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