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 세계문학을 주로 강의하면서 자연스레 근현대 세계사 내지 세계경제사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된다. 더불어 한국사회에서 근대적 전환이 어떻게 진행되었는가도 관심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이 주제에 관한 읽은 만한 책들이 많이 나와서 시간에 쪼들리면서도 눈은 호강하고 있다. 
















먼저 꼽을 만한 책은 포스텍 융합문명연구원의 '문명학총서'로 나온 두 권이다. 특히 박근갑 교수의 <문명국가의 기원>(나남)이 대한제국기 근대적 주권사상이 어떻게 수용되고 탄생하게 되었는가를 되짚어보게 한다. 이 주제와 관련해서는 여러 차례 소개한 적이 있는 '한국개념사총서'가 유익한, 그러면서 필수적인 참고가 된다. 
















<헌법><만국공법><국가.주권> 등이 타이틀도 중요한데, 특히 <국민. 인민. 시민> 같은 책은 정치주체에 대한 이해와 관련하여 필독서에 해당한다. "국민ㆍ인민ㆍ시민이라는 개념 속에는복합적인 의미들이 혼재해 있다. 분화되지 않은피지배층‘민民’을 가리키던 전통어휘로부터 정치의 주권자이자 인격적 주체를 뜻하는근대 개념어로 전환되어온 긴 역사가 담겨있는 것이다."
















이 세 개념은 송호근 교수의 '탄생 3부작'의 키워드이기도 하다. 순차적으로 탄생한 통시적인 개념이지만, 공시적인 개념으로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아, 인민을 주체의 형상으로 보면 그 이전 단계가 '백성'이다. 정치적 근대란 통치의 대상이었던 백성이 (인민, 시민, 국민과 같은) 정치주체로 탄생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 시기가 고종시대다(더 당겨질 수 있는지?). 최근에 나온 '고종 시리즈'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네 권 가운데 세권을 구입했다). 


 














고종에 대해선 이태진 교수의 <고종시대의 재조명>(2000)과 함규진 교수의 <조선의 마지막 왕, 고종>(2015) 등이 긍정적으로나 중립적으로 보려고 한 시도이고, 최근에 나온 박종인의 <매국노 고종>이 그 대척점에 있는 책이다. 나로선 개인의 문제로 환원하기보다는 시대라는 프리즘으로 봐야한다고 생각한다. 소위 동아시아 근대라는 시각(이런 시각의 책들이 무진장 나오고 있다).
















근대의 충격을 수용하는 과정에서의 차이는 한두 사람의 판단(오판) 문제를 넘어선다는 생각이다. 청제국도 그랬지만, 군주제 국가는 체제나 제도가 쉽게 바뀌기 어려웠다. 일본의 경우는 문치국가가 아니었기에 미국 군함의 위용 앞에서 바로 승복할 수 었었다는 미야지마 히로시의 설명이 간명하다. 이런 책들을 계속 읽어나가는 것도 올 한해의 독서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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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zone 2021-01-20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쏟아지는 책더미를 앞에 두고 눈이 호강하고 있다 여기는 로쟈쌤과 눈이 혹사당하고 있다고 투덜대는 나 사이의 간극은 앞으로 얼마나 더 벌어질런지.
 

역시나 책정리 페이퍼다. 미래 혹은 미래학 분야의 가장 중요한 주제는 인류세와 기후변화이고 그와 함께 인공지능이 바꿔놓을 세상도 꼽을 수 있다. 전자는 따로 다뤄야 하고, 사이즈가 작은 후자만 언급한다. 사이즈가 작다는 건 내가 언급할 수 있는 책이 몇 권 정도로 한정돼 있기 때문.


 














가장 먼저 꼽을 책은 저널리스트이자 다큐 제작자 제니 클리먼의 <AI시대, 본능의 미래>(반니)다. 처음 소개되는 저자이고, 원제는 '섹스 로봇과 배양육'. '배양육'으로 옮겨진 '비건 미트'는 채식주의자용 가짜 고기(동물에게서 얻은 고기가 아닌)를 가리킨다. 제목은 두 가지를 빠뜨리고 있는데, 탄생(인공자궁)과 죽음(고통없이 죽을 수 있는 자살기계)까지, 네 가지 주제를 다룬 책이다. 현장 르포라는 게 강점. 원서의 표지는 혐오감을 주는군.
















두번째 책은 바이런 리스의 <제4의 시대>(쌤앤파커스). 인공지는의 시대를 저자는 '제4의 시대'라고 부르는데, 책은 "로봇공학과 AI가 중심이 된 제4의 시대가 도래하면 우리가 우려하던 대로 인간은 슈퍼인공지능에 이용당하는 신세로 추락할 것인가? 아니면 AI를 이용해 천재 500명보다 뛰어난 지능을 가진 초인류가 될 것인가?" 같은 질문을 던지고 그에 답하고자 한다. 역시 처음 소개되는 저자. 이 책은 원서의 표지가 더 나아 보인다. 
















세번째는 <로봇의 부상>의 저자 마틴 포드의 <AI 마인드>(터닝포인트). 재작년에 나온 책으로 '세계적인 인공지능 개발자들이 알려주는 진실'이 부제다.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세계에서 가장 저명한 개발자 및 기업가들과의 대화를 통해 인공지능 분야와 관련된 진실을 조명하고 있다." 즉 현장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는 게 장점.
















덧붙이자면, 제리 카플란의 책들, 그리고 국내서 구본권의 <로봇시대, 인간의 일>(어크로스) 등이 AI시대, 혹은 로봇시대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책들이다. 당장은 코로나밖에 보이지 않지만, 코로나의 안개가 걷히면 바로 맞딱드리게 될 현실일지도 모른다...















아, 생각난 김에, 두 권의 <초예측>.
















그리고 해마다 나오는 책으로 <한국의 논점 2021>(북바이북)과 <세계미래보고서 2021>(비즈니스북스). <세계미래보고서>는 종합베스트셀러 순위에도 올라가 있는데, 예전부터 그랬던가. 비즈니스'를 잘하는 책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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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검색하다가 발견한 책은(매일 많은 저자와 책을 발견한다. 서평가의 직업병이다) 체스터턴의 <하나님의 수수께끼가 사람의 해답보다 더 만족스럽다>(비아토르)다. 원저가 따로 있는 건 아니고 체스터턴의 아포리즘 모음집이다. 딱히 구매할 이유도 없지만, 체스터턴의 방대한 저작을 따로 훑을 게 아니라면 유용한 참고가 될 수도 있겠다. 
















기독교 변증가로서 체스터턴의 주저는 <정통>(몇 종의 번역본이 있다), <영원한 사람>(작년에 처음 번역됐다). 
















소설가로서 체스터턴의 대표작은 브라운 신부 시리즈를 제외하면 <목요일이었던 남자>가 번역돼 있다. 지난해 강의에서 다룬 작품. 나로선 체스터턴이 '영국의 도스토예프스키'처럼 여겨진다. 차이라면 걸작이 없는 거장이라는 것(추리문학에 한정하면 '거장'으로 불릴 수도 있겠지만).
















체스터턴과 함께 떠올린 건 영국의 가톨릭 작가다. 당장 생각나는 이름은 그레이언 그린인데, 아직 한번도 강의에서 다루지 못했다(여성 작가로는 뮤리얼 스파크와 아이리스 머독이 대표적이다. 모두 지난해 강의에서 다뤘다). 단편집도 번역돼 있지만 강의에서 다룬다면 현재로선 <권력과 영광>(1940) 정도다. 


 














그밖에 영화로 유명한 <제3의 사나이>와 <폭탄파티> 등이 번역돼 있지만, 세계문하전집판으로는 더 나온 게 없다. '문학 속의 종교' 같은 주제의 강의를 진행한다면 필히 포함해볼 수 있는 작가다(나도 궁금하다). 한국작가로는 김동리, 황순원, 김은국, 이승우 등을 떠올려볼 수 있다. 언제 실현될지는 모르겠지만, 생각난 김에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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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시에 관한 강의도 여러 차례 진행하면서 나대로의 관점을 만들어가고 있는데(진행중인 것은 몇 가지 해명거리가 남아 있어서다. 소월과 안서의 관계 같은), 그와 관련하여 연구서도 적잖게 구하고 또 읽는다. 지난 연말(이라고 적게 되는군)에도 새로 나온 연구서들과 지나쳤던 책들을 구입했는데, 모아놓고 보니 소월과 동주와 백석에 관한 책이 많다는 걸 알겠다(거기에 더하여 김춘수에 관한 한꺼번에 몇 권 더 주문했다). 새삼스러울 건 없지만. 그래서 적는 몇마디다. 
















먼저, 순서대로 소월부터. 송기한 교수의 <소월 연구>(지식과교양)가 나왔다. 한국현대시 전공으로 다수의 연구서와 평론집을 냈는데, 내가 갖고 있는 건 공저로 나온 <현국현대시사>와 <한국 현대시인연구> 등의 책이다. 이번에 나온 <소월 연구>는 그간에 축적된 소월 연구의 성과도 반영하고 있을 듯싶어서 구했다. 소월론을 정리하고 그 향방을 가늠해보기 위한 용도. 
















전에도 적었지만, 소월과 관련해서는 아직 만족할 만한 평전이 나온 게 없다. 이 특이한 공백이 언제까지나 채워지지 않은 채 남아있을지 궁금하다. 참고로 소월 연구의 출발점으로 간주할 수 있는 책은 정한모 선생이 엮은 <김소월연구>(1982)다. 그때까지의 소월연구 성과를 정리해놓은 것. 여러 종의 전집과 함께 소월 시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었는데, 일반 독자로서는 다 따라가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는 동주나 백석에 뒤진 편이다. 















윤동주와 관련해서는 김응교 교수의 <서른세 번의 만남, 백석과 동주>(아카넷)이 신간이다. 평전 <처럼>의 저자. 물론 윤동주 평전은 송우혜의 대표작 <윤동주 평전>이 아직까지 기본서에 해당한다. 




 












윤동주 연구서도 많이 나와있는 편인데, 꾸준히 읽히는 책은 드물다. 출발점은 마광수 교수의 <윤동주 연구>(1986)인 것 같다. 저자의 박사학위논문. 홍장학의 <정본 윤동주 전집>(2004)과 <원전 연구>가 주목할 만한 성과였는데, '별헤는 밤' 등의 해석에 있어서 나는 저자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찾아보니 <윤동주와 그의 시대>(2018)를 구입 목록에서 누락했기에 장바구니에 담았다. 
















백석에 관한 책은 차고 넘치지만 최근에 나온 이상숙 교수의 <가난한 그대의 빛나는 마음>(삼인)이 눈에 띄는 책. '북한문학 속의 백석'이란 부제 때문이다. <백석 문학전집> 편찬에 관여했고, 북한문학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학자다. 1996년에 사망하기에 북한에서의 삶과 창작도 백석 이해에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시에 한정하자면 나는 제외해도 무방하다고 보는 쪽이지만). 그린 공백을 채워줄 수 있는 책. 















백석은 전집과 평전이 모두 갖춰진 상태. 여러 종의 전집이 나와있는 데 비하면 평전은 아직도 빈약한 편이다. 안도현 시인의 <백석 평전>은 대중적인 평전 정도로 의미가 있다. 
















백석은 아마도 이상과 함께 가장 많은 연구서가 나온 근대시인이지 않을까 싶은데, 내가 갖고 있는 책 몇권만 꼽았다. 연구논문도 있고 시해설도 있다. 시어사전까지. 백석 연구를 종합한 단독 저작은 좀더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
















백석 시 읽기 몇 권을 더 보탠다. 김상욱의 <잠못 드는 밤 백서의 시를 생각하며>(뒤란)은 검색하며 알게 된 책. 장바구니에 넣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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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기 전(점심을 먹은 뒤에야 일과를 시작할 것 같다) 막간에 두 권의 미술의 이론서를 읽을 만한 관심도서로 고른다. 캐롤 던컨의 <권력의 미학>(경당)과 리오 버사니의 <프로이트의 몸>(필로소픽)이다. 















캐롤 던컨은 앞서 <미술관이라는 환상>(1995)이 소개된 미술사가인데, <권력의 미학>(1993)은 그 전작이다. "던컨은 1960년대와 70년대의 진보적 운동과 페미니즘의 부활, 그리고 동성애 인권운동에 관한 연구와 1970년대 초반에 일어난 미술사와 비평의 만남 및 좌파와 페미니즘의 조합에 관한 연구를 바탕으로 미술작품이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힘의 상호작용이 만들어낸 결과물일 뿐 아니라 상호작용의 구성요소이기도 하다는 점을 밝혀냈다."
















책의 부제가 '18세기 회화부터 퍼포먼스 아트까지 미술로 본 사회, 정치, 여성'. 미술과 여성을 주제로 한 책을 많이 나오고 있는데, 미술과 정치의 관계를 다룬 책은 오랜만인 듯싶다.


















리오 버사니는 <보드레르와 프로이트> 등의 저작을 갖고 있는 프랑스문학자다. <프로이트의 몸>의 부제는 '정신분석과 예술'. "베케트, 파솔리니, 말라르메 등 여러 텍스트를 경유하는 버사니의 프로이트 독서는 정신분석의 사유가 어떻게 퀴어한 미학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예시한다.<프로이트의 몸>은 지금껏 프로이트를 몰랐던 독자에게나 어느 정도 프로이트를 안다고 생각한 독자에게나 신선한 지적 충격을 줄 것이다."
















흥미를 가질 수밖에 없어서 원서도 바로 구했다. 국내에도 정신분석과 예술을 다룬 책들을 드물지 않게 나와있다. 이 분야에서는 라캉 전공자인 백상현 교수가 가장 활발하게 책을 펴내고 있다. 새해 읽어볼 만한 이론서로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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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01-01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부지런히 올리시는, 책 정보가 가득한 글에 감사드립니다.
새해 좋은 일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

로쟈 2021-01-01 17:08   좋아요 0 | URL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