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시나리오

오늘 아침 CBS 라디오의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천안함 침몰 사고와 관련하여 美 브루킹스연구소 박선원 초빙연구원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http://www.cbs.co.kr/radio/pgm/?pgm=1378). 국방부와 합동조사단의 잠정 결론과는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있어서 인터뷰 내용을 스크랩해놓는다(좌초 가능성에 대한 설득력 있는 견해는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87854 참조). 의혹만 부풀려진 상태이지만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믿는다. 전 국민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을 테니까...  

노컷뉴스(10. 04. 28) 브루킹스硏 박선원 “함미익사, 함수경상? 여전히 의혹”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美 브루킹스연구소 박선원 초빙연구원 (前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

천안함 침몰 사고 원인을 군에서는 ‘버블제트에 의한 비접촉수중폭발’로 잠정 결론을 내린 상태입니다. 자연히 북한군의 연루 가능성도 높게 거론이 되고 있는데요. 그런데 미국은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한국인 연구원이 버블제트 때문이라는 조사결과에 대해서 강한 의문을 제기해서 눈길을 끄는데요. 며칠 전에 연결했던 해난구조대 출신의 장교는 “버블제트가 원인이라는 데 100% 동의한다” 이렇게 얘기했었죠. 오늘은 그 반론쯤이 될 것 같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정책연구소인 브루킹스연구소의 연구원이자, 참여정부의 안보전략 비서관 지내신 분이세요. 박선원 박사 연결해보겠습니다.

◇ 김현정 앵커> 지금 워싱턴에 계시는 거죠?

◆ 박선원> 네.

◇ 김현정 앵커> 브루킹스연구소에서도 천안함 침몰 사고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건가요?

◆ 박선원> 동북아와 한반도 문제, 남북관계에 관심 있는 학자들이 모두 유심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해군 희생에 대해서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고요. 원인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비접촉성수중폭발, 그러니까 버블제트가 침몰원인이라는 게 민군합동조사단의 잠정결론인데, 박 박사님께서는 100% 동의하기가 어렵다고 말씀하셨어요. 어떤 이유일까요?

◆ 박선원> 버블제트라면 대개 기뢰에 의한 충격입니다. 만약에 수평에서 어떤 폭발을 했고 그것이 수면에 작용을 한다면 그것은 수중충격파라고 이야기하지 버블제트라고 이야기하지 않거든요. 어뢰라고 한다면 수평충격파인데, 그것만 갖고는 배가 두 동강이 나지 않죠. 역시 어뢰라고 하는 것은 화약이나 이런 폭발물질에 접촉을 해야 되는 겁니다. 기술적으로 보면 근접신관을 들고 나오고, 또 버블제트가 있고, 중국제 중어뢰, 이 세 가지를 묶어서 북한이 신무기를 들고 나온 것처럼 보도가 있지만 근접신관은 최신무기가 아니고요. 1943년부터 대다수 미국 어뢰에 적용된 오래된 기술입니다. 그러니까 근접신관의 경우에도 바닷물 팽창력 보다는 폭약에 의한 충격, 또 파편에 의한 파공, 이런 것에 주요한 파괴력입니다.

◇ 김현정 앵커> 비접촉성으로 어뢰가 폭발했다면 이렇게까지 두 동강이 날 수 없다는 말씀이세요?

◆ 박선원> 그렇죠. 어떤 형태로든지 폭약이 선체에 작용을 직접 해야 된다, 이거죠.

◇ 김현정 앵커> 일단 비접촉성이라는 것부터 말이 안 된다는 말씀이세요. 그런데 며칠 전에 저희 방송에 출연했던 해군 장교 얘기를 들어보면, 절단면을 보면 이게 버블제트 말고는 다른 이유는 있을 수 없다고 확신을 하시던데요?

◆ 박선원> 절단면의 위, 아래 X자 모양으로 나와 있고, 그것을 버블제트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거라고 한다면 옆에서 치고 있는 어뢰에 의한 측면파괴라기 보다는 기뢰에 의한 수직폭발에 가깝다는 거죠. 그래서 제가 생각하기에는 하나의 가정입니다만, 천안함이 지나치게 해안 가까이 접근하는 과정에서 스크루가 그물을 감고 그 그물이 철근이 들어있는 통바를 끌어당기면서 과거 우리 측이 연화리 앞바다에 깔아놓은 기뢰를 격발시킨 게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실제로 4월 16일 인가요. 함미 스크루 사진을 보면 약 15m 정도의 그물이 딸려 올라오고 있거든요. 그것을 보면 버블제트라고 한다면 어뢰보다는 기뢰가 아니냐, 하는 거죠.

◇ 김현정 앵커> 우리가 깔아놓은 기뢰 쪽일 것이다, 이런 말씀이세요?

◆ 박선원> 네, 그런데 저는 안보태세 상으로 봐도 우리가 북한에게 당했다기보다는 우리의 사고가 아닌가, 이렇게 생각을 해요.

◇ 김현정 앵커> 우리가 깔아놓은 기뢰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어쨌든 기뢰, 어뢰로 잠정 결론이 그쪽으로 모아지고 있는 건데, 거기에는 동의를 하시는 거네요, 기뢰라는 쪽에는?

◆ 박선원> 그렇지만 사망자나 실종자 상태, 또 생존자 상태를 보면 말이죠. 과연 이게 과연 강한 폭발물에 의한 거냐, 하는 데 여전히 의구심은 남아요.

◇ 김현정 앵커> 무슨 말씀이신지?

◆ 박선원> 격실이 튼튼하다고 하지만 오히려 수병들한테는 충격이 더 강하게 전달됐을 거고요. 또 2차 세계대전 사례를 연구한 1990년대 자료가 있습니다. 미국해군대학교에서 나온 자료인데요. 그것을 보더라도 실종자, 사망자, 부상자가 동시에 다 발생을 해야 되고, 또 내장이나 장기 동공파열 등이 있어야 되고, 선체에서 튕겨져 나간 수병이 있어야 되거든요. 그런데 천안함의 경우에 보면 함미에서는 전원 익사하고 함수에서는 대부분 경상이라 말입니다. 현장 해상에서는 사망자는 없고, 산화자로 분류된 분은 실종자에 가깝고, 이런 것을 보면 역시 폭발물 충격의 특성과는 좀 동떨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 김현정 앵커>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은 이유, 경상인 이유는 객실 안에 있어서 그렇다, 격실이 아주 튼튼하게 지어져 있다, 이렇게 말씀하시던데요?

◆ 박선원> 그러니까 그렇게 튼튼할수록 수병들에게 충격이 강하게 전달된다는 거죠. 해군에서 군함을 만들 때 어떻게 하면 외부 충격을 흡수할 수 있고, 이것이 수병들에게 충격을 최소화시킬 거냐 하는 것은 가장 큰 과제인 건 틀림이 없어요. 그리고 그것을 개선해 오고 있죠. 하지만 이렇게 함미에서는 전원 익사하고 함미에서는 경상이고. 이런 경우는 없다, 이거죠.

◇ 김현정 앵커> 폭발이라면 이렇게 되기는 어렵다는 말씀이세요?

◆ 박선원> 그렇죠.

◇ 김현정 앵커> 그러면 기뢰나 어뢰 중에 고르라고 하면, 기뢰지만 반드시 기뢰도 아닌 것 같다, 이런 말씀이시군요?

◆ 박선원> 그렇습니다.

◇ 김현정 앵커> 그러면 어느 쪽에 무게를 두고 계신 겁니까, 원인 중에?

◆ 박선원> 제일 중요한 건 우리가 파편을 찾는 것에 달려있죠. 파편이 어디 거냐, 기뢰냐, 어뢰냐, 이런 게 있지만 여전히 저는 배가 좌초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최초 보고가 다 좌초했다, 침수되었다, 또 침수로 인해 침몰하고 있다, 이런 거거든요. 그러니까 그것을 쉽게 우리가 배제하지 말자는 거죠.

◇ 김현정 앵커> 좌초라면 어떤 암초에 의한 좌초를 말씀하시는, 침몰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 박선원> 네, 그렇게 보는 거죠. 그러니까 함미 우측 스크루에 그물이 감겨 올라왔고, 또 스크루 끝이 안으로 휘어져 있지 않습니까? 진행방향 쪽으로... 그런 것은 함체 중간에 폭발이 있었다면 스크루가 밖으로 휘어지지 안으로 휘어지진 않거든요. 생존자나 희생자들의 상태, 이런 것을 보면 좌초일 가능성도 우리가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앵커> 박사님 말씀을 듣다보니까 지금의 잠정결론이라는 게 허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말씀으로 들리는데요. 그렇다면 군이 굳이 이렇게 허점투성이인 결론을 내릴 이유가 있는가, 이런 생각도 듭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 건가요?

◆ 박선원> 우리 군도 당혹스럽겠죠. 왜냐하면 일종의 직소퍼즐을 맞추는 것하고 똑같은데, 조각이 다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구멍이 여러 군데 생기는 거거든요. 어느 것을 갖다 대도 다 만족시킬 수 있는 결론이 잘 안 나옵니다. 적어도 파편이 나오지 않는 한 말이죠. 그래서 군이 일부러 왜곡시킬 것이다, 이렇게 보지는 않죠. 하지만 적어도 초동대응 과정을 보면 북한에게 우리가 당했다고 함으로써 현재 전쟁과 마찬가지인데 군 지휘부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 그렇기 보다는 이 사람들이 상황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 이렇게 한 것은 분명히 현재의 지휘부에게는 불리한 일은 아니죠.

◇ 김현정 앵커> 그런데 해외조사단도 지금 조사에 참여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조작한다든지 군에 유리한 쪽으로 끌고 간다든지, 이게 가능합니까?

◆ 박선원> 조작은 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미국이 계속 강조를 한 것은 우리의 조사에 기술적인 지원을 아낌없이 제공하겠다는 거기 때문에 은폐나 조작은 쉽지 않죠. 하지만 한국 정부가 일단 어떤 방향으로 죽 방향을 잡아갈 때 그때마다 미국이 ‘아, 그거 아니다, 그거 아니다’ 그렇게 말은 하진 않죠. 어쨌거나 외부충격에 의한 사고인데 북한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지만 확증은 없다, 이런 식으로 한국정부와 우리 군이 입장을 정리해갈 때 굳이 그런 건 아니지 않느냐, 그렇게 말할 필요는 없다고 보는 거죠.

◇ 김현정 앵커> 얼마 전에 이런 말씀하셨어요. 우리 정부가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은 자료를 미국은 다 갖고 있다, 미국만 가지고 있는 비밀정보란 게 뭔가요?

◆ 박선원> 제가 말씀드린 것은 우리 국민들에게 공개를 하지 않지만 한미 양측 군당국은 서로가 갖고 있는 정보를 다 공유를 하고 있고, 그래서 한국군이 함부로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을 하기는 어렵고. 그렇지만 적어도 우리 군이 어느 정도 방향을 갖고 죽 끌고 갈 때에 너무 이상한 부분이 있으면 미국에서 의견을 제시를 할 겁니다. 지금 우리 군은 사고 지점도 계속 바꿔왔고요. 그 다음에 사고 직전에 배가 시속 몇 노트로 움직였는지도 밝히지 않고 있고, 또 8노트라고 그랬다가 6.3노트로 말을 바꾸고 있고, 군 당국 사이의 교신내역이라든지 항적이라든지 이런 걸 다 공개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게 가장 기초적인 자료거든요.

특히 북한 어뢰에 당했다고 한다면 어느 방향에서 어느 각도로 진행하고 있었느냐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것은 곧 북한 잠수함의 위치를 추적하는 데 결정적인 단서거든요. 이런 것을 말하지 않으면서 계속 북한에 당했다고 하는 건데, 이런 것은 미국도 알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과도하게 상황을 은폐하거나 조작하거나 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앵커> 지금 미국은 원인이 뭔지, 적어도 북한이 개입했는지 안 했는지에 대해서는 분명히 알고 있다는 말씀이세요?

◆ 박선원> 적어도 북한이 의심스럽지만, 지금까지 개입했다는 증거를 못 찾고 있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죠.

◇ 김현정 앵커> 의심스럽지만 증거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굉장한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런 말씀이시군요?

◆ 박선원> 네, 그리고 만약에 우리가 어떤 파편이나 이런 것에서 북한의 연루가능성이 확인이 된다면 당연히 중국이나 주변국들에게 협조를 요청할 겁니다. 하지만 그게 아닌 한은 조금 더 신중하게 조금 더 과학적인, 깊이 있는 조사가 필요하다, 이런 입장을 보이고 있는 거죠.

◇ 김현정 앵커> 알겠습니다. 지금 민군합동조사단이 내린 결론에 대해서 의심스러운 부분이 아직 남아있다, 조금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된다는 의견을 가지신, 미국에 있는 분이라서 제가 더 관심을 더 가지고 이야기를 좀 들어봤습니다. 박사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10. 04. 28. 

P.S. 한국일보 서화숙 편집위원의 칼럼도 같이 스크랩해놓는다.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정작 누가, 무엇을 책임져야 하는지 짚어주고 있다.  

한국일보(10. 04. 21) 아님 말고?

북한에 자주 가는 재미목사가 말했다. 그를 안내한 북한의 고위관리는 집으로 초대하더니 북한에는 희망이 없다며 목사가 그들 가족을 도와달라고 했단다. 북한을 위해 제3국에서 싸워달라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달러를 좀 부쳐달라는 내용이었다. 대가로 뭘 해준다고 하더냐고 내가 물었더니 부자나라인 미국에 사는 동포니까 그냥 도와달라고 했단다.

고위관리가 나라를 개선할 방법을 찾지 않고 정보를 대가로 적대국 사람에게 돈을 요구해도 한심하겠지만 무작정 돈을 달라면 엘리트계급조차 거지근성이 몸에 뱄다는 뜻이니 더욱 암담하다. 북한을 이끌어갈 진정한 엘리트층이 없다는 것은 남북통일을 생각해도, 한국-조선 공존시대를 생각해도 비극이다.

증거는 없는 북한관련설 유포
그러나 국제기구에서 일하며 북한을 지원하는 남한의 활동가는, 북한의 엘리트 정신은 중앙정부에는 없는지 몰라도 지역의 전문가들한테는 살아 있다고 들려주었다. 북한에는 인력과 물자가 부족해서 놀고 있는 병원과 공장이 많은데도 중앙정부의 고위관리들은 빵공장을 하나 더 지으라고 권유하더란다. 떡고물이 좀더 떨어지는 모양이다.

반면 현지의 활동가들은 중앙 관리가 없는 틈을 타서 "밀가루 비율을 조금만 높이면 아이들한테 맛있는 빵을 먹일 수 있을 텐데"라고 물자 지원을 강조하더란다. 장비가 부족한 북한에서 의사들이 방사선에 노출된 채 엑스레이 촬영을 강행하는 희생정신은 스티브 린튼 박사의 북한방문기를 통해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자기가 관여하는 직역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복지를 누리게 만들겠다는 사명감으로 가득한 전문가들이 북한 곳곳에 아직 살아 있다.

이같은 도덕적인 전문가들을 어떻게 더 많이 키워내서 마침내는 북한 전체를 바꾸게 만들 것인가가 북한 연구의 최신 과제이다. 북한 스스로 민주화를 선택해야 통일비용도, 분단비용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북한에 '소프트파워'를 키우자는 이런 노력들이 된서리를 맞은 것은 2년이 넘은 일이니 말을 않겠다. 이제는 북한을 핑계 대고 남한 스스로 정부의 역할을 방기하는 증세까지 나타났다. 천안함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 탓을 하며 여론을 호도한다. 뭐든지 북한 탓을 하면 책임이 없어질 줄 아는 극우병이 도진 것이다. 13년 전 김영삼 정부 시절에 북한에 돈을 주고 판문점 부근에서 총격사건을 일으켰다는 의혹을 국민들이 아직도 기억한다. 더구나 개인이든 집단이든 유죄를 입증할 증거가 없으면 무죄로 추정하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증거는 제시하지 못하면서 계속 북한 관련설을 퍼뜨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설사 천안함 사건을 북한이 저질렀다고 해도 일차적으로는 남한정부의 문제이다. 그토록 괴물스러운 이웃을 가까이 두고서, 그들과 선린관계를 폐지하고 긴장관계로 돌아섰다면 접경지역의 안보를 누구보다 치밀하게 지켰어야 하는 것은 남한 정부의 책임이다. 강제징집제의 국가에서 군대에 간 청년들의 귀한 목숨을 지켜주어야 하는 것은 북한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이다.

불신 자초한 천안함 사건처리
누구 탓을 하기 전에 이 정부는 이런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정확히, 거짓없이 밝혀야 한다. 북한이 저질렀다면 왜 감지하지 못했는지, 북한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하나도 남김없이 밝혀야 한다. 발생단계부터 허둥대고 보고조차 제대로 못 받은 국방부는 사건 정황을 발표할 때마다 다른 내용을 발표해서 불신을 자초했다. 수색과정에서 귀한 인명을 또 열이나 잃었다. 군인과 어민들의 희생정신은 찬양 받아 마땅하지만 동시에 이 정부가 얼마나 몰지각하게 구성원들을 몰아붙이고 요령부득으로 일 처리를 하는지 그 무능을 뼈저리게 반성하고 돌아봐야 한다. 정부가 불신을 자초하는 바람에 사건 조사는 외국전문가의 손을 빌리게 됐다.

천안함 사건을 놓고 울기보다 전말을 밝혀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하는 것이 대통령이, 이 정부가 할 일이다. 무능한 정부 탓에 숨진 이들에게 휴식을 명령한다는 말장난이 나오는가. 사건 원인이나 제대로 밝혀내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명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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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때리다 2010-04-28 21:56   좋아요 0 | URL
이건 그 쪽 관련 공학을 스스로 전공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판단을 내리기 힘든 경우 아닌지...ㅡㅡ;;

skyrider 2010-04-28 22:17   좋아요 0 | URL
미국에서 마약하고 인터뷰했나?

도중에 스스로 앞뒤 안맞는 말을 하시네.
이런 경우 대개
정부발표 불신이라는 결론을 먼저 (심정적으로) 내려놓고
그 결론을 합리화하기 위해 미미한 이성을 발동시켜 근거를 짜맞추는 식으로,
추리의 방향이 역으로 작동한다는.




노이에자이트 2010-04-29 00:12   좋아요 0 | URL
영원히 영구미제로 남으면 남한 내부에서 소모적인 논쟁만 치열해질 것 같습니다.그게 제일 불안하구요.어쨌든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증거가 나와야 할텐데...

2010-04-29 0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뒷북] 책의 날 기념, 10문 10답 이벤트!

이미 지나간 '책의 날'에 무얼 했던가 돌이켜보니 영풍문고에 들렀다가 <러시아 현대비평이론>(민음사, 1999)을 구한 게 전부다. 책은 대학원 시절인 1993년에 초판 1쇄가 나왔고(그땐 좀 비싼 책이었다) 구입한 건 2쇄다. 현재 절판된 걸로 아는데, 우연히 눈에 띄기에 '10년전 가격'을 빌미로 손에 넣은 것. 그렇게 별일없이 지나간 '책의 날'이건만, 알라딘에서 뒷북 이벤트를 한다고 하니 간단히 답한다(10문은 어제 오후에 한번 훑어봤다). 기분전환이 되려나 모르겠다...  

1. 개인적으로 만나, 인생에 대해 심도 있게 대화를 나누고픈 저자가 있다면?   

이미 세상을 떠난 타르코프스키. <봉인된 시간>(분도출판사, 2005)과 <순교일기>(두레, 1997)의 저자다.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기보다는 그가 찍은 '딥포커스' 장면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다. 아니면 서로 입 다물고 묵상하고 있어도 좋겠다. 그의 '현전'이면 그걸로 족하다.  

  

혹은 키에슬로프스키라도 좋겠는데, 국내엔 소개된 책이 없어서 유감이다. 생존 감독 중에는 아키 카우리스마키. 한데 그가 '저자'이기도 한지는 모르겠다...  

2. 단 하루, 책 속 등장 인물의 삶을 살 수 있다면 누구의 삶을 살고 싶으세요? 

제일 먼저 떠올린 건 이반 데니소비치이지만, 따져보니 이미 경험해본 적이 있다. 대학 2학년 전방입소 교육을 받을 때 나를 '슈호프'라고 부른 친구도 있었으니까. 한데, 이건 '살고 싶은 삶'이라고 하긴 어렵겠다('체험 삶의 현장'이라면 모를까). 그리고 이왕 '체험'이라고 생각한다면, 더 센 걸 경험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변신>의 그레고르 잠자 같은 벌레-되기의 체험.    

   

3. 읽기 전과 읽고 난 후가 완전히 달랐던, 이른바 ‘낚인’ 책이 있다면?  

'낚인다'는 게 별로 소득이 없었다는 뜻인가? 보통은 그럴 기미가 있으면 다 읽지 않기 때문에 '입질'만 하는 게 아닐까 싶다. '기대와 다른 책'이라고 하면, 최근에 읽은 작품으론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들 수 있다. 분명 20대에 인상적으로 읽은 작품이지만 40대에 다시 읽으니 생각만큼의 감흥이 일지 않았다. 대신에 <사양>이 오히려 더 나았다. 그러니 다시 읽으면서 <인간실격>에 '낚이고' 대신 <사양>을 '낚았다'고 해야 할까...   

4. 표지가 가장 예쁘다고, 책 내용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책은? 

표지야 흉하지 않으면 되지 않나, 라는 식이니까 특별히 기억하고 있는 책은 없다. 단, 지난 겨울에 체호프의 단편집 표지 얘기를 잠시 늘어놓은 적이 있는데, 아래 같은 표지라면 대만족이다.   

5. 다시 나와주길, 국내 출간되길 학수고대하고 있는 책이 있다면? 

도서관에서 빌려볼 수는 있지만 소장하고픈 책으론 앨프리드 크로스비의 <생태제국주의>(지식의풍경, 2007)가 있다. 이미 읽은 책이고 또 소장도 하고 있지만, 괜히 절판된 게 아쉬운 책으론 지젝의 <이데올로기라는 숭고한 대상>(인간사랑, 2002)이 있고, 출판 편집자들을 만날 때마다 바람을 넣고 있는 책으론 러시아의 대표적인 인문학자 드미트리 리하초프의 자서전 <러시아 영혼에 대한 성찰>이 있다(영역본도 나와 있다).     



6. 책을 읽다 오탈자가 나오면 어떻게 반응하시는지요. 

'좋은 책'일 경우엔 '옥에 티'라고 생각하지만 '허접한 책'일 경우엔 저자나 역자를 기억해둔다. 페이퍼까지 쓰지 않는다면 오래 기억을 못하는 게 탈이군...  

7. 3번 이상 반복하여 완독한 책이 있으신가요?  

대개는 강의용 책들이다. 가장 대표적으론 <지하생활자의 수기>(혹은 <지하로부터의 수기>) 같은 걸 들 수 있을까? 매 학기마다 다시 읽거나 최소한 읽는 흉내를 낸다. 새로 나온 번역본들과 대조해서 읽는 건 올해의 과제 중 하나다... 

 

8. 어린 시절에 너무 사랑했던, 그래서 (미래의) 내 아이에게 꼭 읽어주고 싶은 책? 

책 읽는 걸 좋아하는 꼬마 소녀가 주인공인 <마틸다> 같은 책을 아이가 좋아해주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혼자 생각일 듯싶다. 게다가 <마틸다>는 내가 어렸을 때 읽은 책이 아니군. '어린 시절에 너무 사랑했던'이라는 표현이 좀 간지럽긴 한데, 내겐 방정환의 <사랑의 선물> 같은 책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강감찬>이나 <을지문덕> 같은 전기들. 하지만 딸아이가 좋아하는 전기는 장군들의 전기가 아니라 이태영 변호사의 전기다. 각자가 읽는 수밖에... 

 

9. 지금까지 읽은 책 가운데 가장 두꺼운(길이가 긴) 책은?  

아마도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이지 않을까 싶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보다도 더 기니까. 이번 학기에 읽을 책으로는 <악령>이 가장 길다.  

 

10. 이 출판사의 책만큼은 신뢰할 수 있다, 가장 좋아하는 출판사는?  

특별히 편애하는 출판사가 있는 건 아니다. 그때 그때 좋은 책, 읽고 싶은 책을 내는 출판사가 그주의 가장 좋아하는 출판사다. 신뢰는 그런 호감이 쌓여가다 보면 만들어지는 것이겠다. 이번주엔 <민주주의는 죽었는가>(난장, 2010), <멜랑콜리 미학>(문학동네, 2010), 그리고 어제 가장 탐나는 책이었던 <만주족의 청제국>(푸른역사, 2009) 등이 관심도서다. 엊그제부턴 청나라를 건국한 누르하치와 홍타이지 부자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됐는데, 관련서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이런 걸 제때 내주는 출판사가 독자로선 좋은 출판사다... 

 

10. 0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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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8 0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28 0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ra 2010-04-28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멜랑콜리 미학표지 참이쁘네요 ㅎㅎ

로쟈 2010-05-01 11:15   좋아요 0 | URL
요즘 어지간한 책들은 다 표지값을 합니다.^^
 

교수신문에서 번역 문제에 대한 황현산 고려대 교수의 칼럼을 옮겨놓는다. 현 한국번역비평학회장이기도 한 황교수는 번역 행위의 다층적 의의와 번역 비평/평가의 필요성에 대해서 짚어주고 있다. 안 그래도 개인적으론 번역의 바다에 '잠수'하고 있는 형편이어서 눈길이 가는 칼럼이다.    

교수신문(10. 04. 26) 번역과 학문적 위선  

극렬한 찬성과 극렬한 반대는 많아도 비평은 없는 것이 우리 사회라는 말이 있다. 이 비평부재의 현상은 번역이 관련될 때 더욱 두드러진다. 몇 년 전에 외국문학을 전공한 어느 교수가 한 유명 번역가의 번역문에 나타나는 허점들을 격렬한 어조로 지적해 한 권의 책으로 발간한 적이 있다. 내 친구이기도 한 번역가는 그 지적에 수긍하면서도 자신이 소홀한 번역가를 넘어서서 ‘나쁜 놈’으로까지 매도된 데에 깊은 불만을 표시했다. 여기서도 역시 문제가 되는 것은 비평의 풍토이다.  

번역자는 신문·잡지의 단평을 벗어나서 자기 번역을 평가받을 기회가 없었으며, 교수는 자신이 발견한 중요한 오류와 그 처방을 공개적으로 개진할 기회가 없었다. 말해야 하나 말하지 못한 말들은 상처가 되고, 그 상처에서 어느 날 화산이 폭발하듯 솟아나온 말들은 다른 사람에게도 그만큼의 상처를 주기 마련이다. 상처는 늘 비평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비평 없는 사회의 분노에서 온다. 



한국번역비평학회가 창립된 것은 4년 전이다. 그 동안 학회는 월례발표회와 춘하추동의 학술발표회를 통해 뛰어난 학문적 성과는 거두지 못했어도 몇 가지 중요한 사실들을 확인할 수는 있었다. 무엇보다도 한 언어로 실현된 텍스트를 다른 언어로 옮기는 작업인 번역은 그 텍스트에 담긴 진리성과 미적 효과를 다시 검토하는 매우 정교한 절차라는 점이 자주 논의 됐다. 인간사회에 어떤 절대적 언어가 있다고 가정한다면 그 언어와 관련해 모든 언어는 하나의 방언일 터인데 한 방언의 역량을 토대 삼아 그 사용자들의 역사와 풍속과 주관성 안에서 성립된 텍스트를 다른 방언의 역량을 토대로 다른 주관성 안에서 다시 재현하는 번역 작업은 그 텍스트를 다른 문화에 비춰 객관화하는 한 방편이 된다. 이 객관화의 시련은 그 텍스트를 최초에 성립시킨 언어뿐만 아니라 그것을 번역으로 재현하는 언어에도 해당되는 것은 물론이다.

번역할 가치가 있는 텍스트라면 어떤 텍스트건 그것을 우리말로 번역하기 위해서는 어휘적으로건 통사적으로건 논리적으로건 미학적으로건 우리말에 본래 내장된 힘을 밑바닥까지 동원해야 하며 그 텍스트를 둘러싼 문화와의 관계에서 우리의 역사와 풍속과 주관성을 다시 성찰해야 한다. 두 언어에서 말과 사물의, 생각과 표현의 관계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도 이때이다. 따라서 진지한 번역자가 자기 작업에서 현대 인문학의 크고 작은 주제들을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학술 테스트나 문학 텍스트의 번역은 외국어 텍스트에 대한 우리말 텍스트를 마련하는 일에서보다도 언어에 미치는 이 번역 효과에서 더 중요하다. 번역비평은 궁극적으로 이 번역효과를 토론하는 데 이르러야 한다.

번역평가의 이론과 방법은 학술 테스트나 문학 텍스트보다도 외교문서, 계약서, 제품의 매뉴얼 등을 대상으로 하는 실용번역에서 먼저 정립됐다. 이런 문서의 번역에는 한 국가나 기업의 운명, 때로는 개인의 생사가 걸려 있는 만큼, 그 평가도 오류의 지적에 치중하게 돼 있는 것이 당연하다. 문학 텍스트라 하더라도 오류의 지적은 매우 중요한 사항이지만 현재 주로 사용하는 평가방법 곧 충실성과 가독성이라는 말로 환원되는 평가방법은 의미이해의 층위, 문체의 적합성, 낱말의 경제적 효과, 언어역량의 개발 등 숱한 문제를 섬세하게 다룰 수 없는 탓에 시비를 토론으로 발전시키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평가방법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좋은 번역 이를테면 번역시학이나 비교문체론 같은 좋은 비평을 촉발시킬 수 있는 번역이 드물다는 점도 말해야 한다. 질 높은 번역은 질 높은 비평의 토대가 된다.

늘 되풀이하는 말이지만 번역과 번역가의 낮은 위상도 문제가 된다. 정신적인 가치까지도 시장이 평가하는 사회에서 전문번역가들이 감내해야 하는 고투는 말할 것도 없고, 생활이 안정된 대학교수들에게도 모든 업적이 양으로 평가되는 평가 체제에서는 정교한 번역을 기대하기 어렵다.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한 연구번역이 소논문 한 편의 대접을 받거나 받지 못하는 정황은 일종의 학문적 위선과 연결된다. 우리말 사전에는 번역서에만 나오거나 그 쓰임이 번역에서 특별한 어휘들이 등재돼 있지만 번역서의 문장이 용례로 소개된 적은 한 번도 없다. 번역비평에 관심을 지닌 사람들은 학문의 이런 위선과도 싸운다.(황현산 고려대·불어불문학과) 

10. 0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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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0-04-27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과 사전편찬을 무시하는 나라는 문화대국이 될 수 없습니다.

로쟈 2010-04-28 20:23   좋아요 0 | URL
'문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지부터 둘러봐야 하지 않나 싶어요...

노이에자이트 2010-04-29 00:02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

얼그레이효과 2010-04-28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이에자이트님 말에 공감합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4-29 00:0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미지 2010-04-30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데거 <존재와 시간> 국역본 읽을 만한가요?...

로쟈 2010-05-01 09:48   좋아요 0 | URL
2종의 국역본을 같이 읽으시면 될 듯합니다. 국내에선 최고 권위자들의 번역입니다...

BonBon 2010-05-10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통번역을 전공하는 대학생인데요, 많은 걸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내일자 경향신문에 실은 '문화와 세상' 칼럼을 옮겨놓는다. 낮에 내내 고심하다가 오후에 두 시간 동안 작성해서 보낸 원고다. 심신이 쇠약한 상태라 천안함 사고같이 덩치 큰 사건은 다루지 못하고('인간 어뢰'까지 등장하면 소설의 경우엔 진지하게 읽지 말라는 신호이건만!) 연이어 터지고 있는 지자체 단체장들의 비리 사건에 대한 씁쓸함만을 적었다. 다가오는 지방선거가 뭔가 바뀌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경향신문(10. 04. 27) [문화와 세상]납작하다고 다 홍어는 아니다 

평소 별로 말이 없는 성격임에도 자주 들먹이던 얘기가 있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 나오는 홍어(洪魚)와 광어(廣魚) 얘기다. 한자 이름에서 보이듯이 둘 다 바다 밑바닥 쪽에 사는 ‘납작한’ 물고기다. 그 동네에서 사는 데는 몸을 납작하게 만들어 바닥에 엎드리는 편이 유리하기에 그런 모양새로 진화했다. 하지만 닮은 점 못지않은 것이 차이점이다. 둘은 몸을 납작하게 만들어온 방식이 전혀 다르다. 상어와 가까운 종류인 가오리과의 홍어는 ‘정규과정’을 거쳐 몸을 납작하게 만들었다. 녀석은 몸을 양 옆으로 늘려서 커다란 날개를 만든 것이다. 그래서 마치 압착기를 통과한 상어와 같은 모양을 갖게 되었고 좌우가 대칭이다. 하지만 가자미목에 속하는 광어(넙치)는 다른 방식으로 몸을 납작하게 만들었다. 경골어류인 이 녀석은 상어와 다르게 세로로 납작하다. 따라서 광어의 조상이 바다 밑바닥에 엎드릴 때, 홍어의 조상처럼 배를 깔고 엎드리는 것보다는 몸을 한쪽으로 눕히는 것이 자연스러운 행동이었겠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아래를 향한 눈 하나가 항상 모래 속에 파묻히게 되어 결과적으론 외눈박이를 만드는 문제점을 낳았다. 이 문제는 진화과정에서 아래로 내려간 눈이 위쪽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해결됐다. 눈이 돌아가는 과정은 광어의 어린 새끼가 자라는 동안 재연된다고 한다. 그래서 어느 정도 자란 광어는 양쪽 눈이 모두 위로 향한, 마치 피카소의 그림과도 같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하고 바다 밑바닥에서 살아간다. 기이하게 뒤틀린 두개골은 이 임기응변적 적응방식이 추가적으로 지불한 대가이다. 물론 광어에게도 홍어와 같은 방식으로 납작해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광어의 조상이 그와 같은 진화 경로를 따랐다면, 단기적으로는 한쪽으로 눕는 종과의 경쟁에서 뒤졌을 것이다. 우리의 넙치는 나름대로 다급했던 상황에 적응한 셈이다. 삶의 품위나 따질 여가가 없었다. 게다가 이젠 두개골마저 뒤틀려 버렸으니 무얼 차근차근 제대로 생각할 만한 여건도 안 된다. 어떻게 해야 할까? 한 시인의 말대로 “이왕 잘못 살았으면 계속 잘못 사는 방법도 방법”(오규원)일까?

홍어와 광어 얘기를 자주 들먹인 건 그것이 압축정리판 ‘세상의 이치’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세상의 이치란 왜 저들은 그 모양이고 우리는 이 모양일까를 설명해주는 것일 테니까. 그런 세상의 이치를 새삼 떠올린 건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단체장들의 갖가지 비리가 터지고 있어서다. 얼마 전 여주군수가 지역 국회의원에게 현금 2억원을 건네려다 현장에서 체포되더니, 며칠 전 당진군수는 건설업자로부터 아파트와 별장을 뇌물로 받은 혐의가 포착되자 위조여권을 이용해 해외로 도피하려다 적발됐다. 활극이 따로 없지만, 그간 ‘흔하게’ 벌어진 일이어서 크게 놀랍지는 않다. 그렇게 놀랍지 않다는 사실이 오히려 씁쓸함을 자아낸다. 민선 4기 기초단체장 중 절반 가까운 42%가 비리로 기소됐음에도 놀랍지 않다니!

지방자치제란 지역 주민 스스로 선출한 기관을 통하여 지방의 정치와 행정을 맡게 함으로써 국민주권이라는 민주주의 원리를 실현하고자 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그건 ‘홍어형’의 이상이고, 단기간에 제도의 안착을 기대한 우리의 현실은 ‘광어형’에 가깝지 않나 싶다. 유권자 앞에 정직하게 엎드리기보다는 앞뒤 가리지 않고 일단 한쪽으로 드러누워 한몫 잡으려는 인사들이 판을 치는 한 우리 정치문화에 미래는 없다. 납작하다고 다 홍어는 아니다. 

10. 04. 26.  

P.S. 선거 시즌을 앞두고 읽어볼 만한 민주주의 이론서로 최근에 나온 <민주주의는 죽었는가?>(난장, 2010)와 데이비드 헬드의 <민주주의의 모델들>(후마니타스, 2010)을 들고 싶다. 전자는 조르조 아감벤부터 슬라보예 지젝까지 여덟 명의 쟁쟁한 철학자들이 저마다 민주주의에 대한 성찰을 펴보인다. 소개는 이렇다.  

민주주의의 죽음이라는 이 부고 소식에 띄우는 조서이자, 과연 “민주주의는 죽었는가?”라고 따져보자는 문제적 발제문이다. 그래서 이 책에 글을 기고한 여덟 명의 비판적 지성들, 오늘날 세계 지성계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이 사유의 거장들은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데이비드 헬드의 책은 두툼한 교재형 책이다. '민주적 자치'에 대해서도 한 장이 할애돼 있어서 참고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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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6 20: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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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6 2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27 1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28 2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27 17: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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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8 2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얼그레이효과 2010-04-28 0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데이비드 헬드의 책이 번역되어 나왔군요. 작년 정치사회학 시간에 원서로 공부했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는데. 한 권 구입해야 겠습니다.

로쟈 2010-04-28 20:20   좋아요 0 | URL
역시나 교재로 많이 쓰이는군요...
 

일본 문화를 이해하는 데 필독서로 꼽히는 니토베 이나조의 <무사도>(문, 2010)가 새로 번역돼 나왔다.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이나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 같은 작품(그리고 무엇보다도 미시마의 할복자살) 때문에 한번 읽어보려던 참이었다(미시마는 자기존중과 자기희생, 그리고 자기책임, 이 세 가지가 결합된 것이 무사도라고 정의한다).   



다행스러운 건 분량이 많지 않다는 점. 다만 여러 종의 번역본이 나와 있어서 무얼 읽어야 할지는 모르겠다. 영어로 먼저 쓰여졌다는 점이 특이한데(온라인에서 읽을 수 있다), 니토베 이나조의 약력은 이렇게 소개된다.  



1862년 일본 모리오카 번 하급무사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동경대학교를 중퇴하고,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교에서 3년간 경제학·문학·역사학을 공부한 뒤 다시 독일로 건너가 본 대학에서 농정 경제학·농학·통계학 등을 전공했다. 귀국 후 삿포로 농학교 교수, 경도제국대학교 교수, 제일고등학교 교장, 동경제국대학교 법학부 주임교수, 동경여자대학교 초대학장, 국제연맹 사무차장을 역임했다. 1899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사무라이>를 출판하고, 1933년 캐나다 태평양 조사회에 참석 중 사망했다. 일본의 5,000엔 권 화폐에 그의 초상이 그려져 있을 정도로 일본 근대 최고의 교양인이자 지식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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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토베 이나조 지음, 일본고전연구회 옮김, 최관 감수 / 문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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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토베 이나조.미야모토 무사시 지음, 추영현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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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무사도- 개정판
니토베 이나조 지음, 양경미.권만규 옮김 / 생각의나무 / 2006년 10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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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도
니토베 이나조 지음 / 청어람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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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바다 2010-04-25 14:37   좋아요 0 | URL
일본에서 2004년 화폐 도안을 새로이 하면서 1000엔 권의 '나쓰메 소세키', 5000엔 권의 '니토베 이나조'는 각각 '노구치 히데요'와 '히구치 이치요'로 교체되었습니다. '노구치 히데요'는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고 그의 이면에 숨은 추악한 제국주의자로서의 면모도 어느정도는 알려지고 있지요. 묘하게도 '노구치 히데요'는 국민학교 때 읽는 위인전 리스트에 심심치 않게 등장했었지요. '히구치 이치요'는 메이지 시기 여류작가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사람에게만 생소한 인물이 아니라 많은 일본인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지는 않은 것 같았습니다. 제가 몇몇 일본인에게 물어보니 자기들도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는데, 우리나라 사람에게 신사임당을 물었을 때 예측되는 반응과는 달랐습니다. 반면 10000엔 권의 '후쿠자와 유키치'는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지요. 이는 후쿠자와의 계승자들이 여전히 일본에서는 실세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후쿠자와는 탈아입구론자요 현실주의자인 반면 니토베 이나조는 나름 이상주의자의 측면이 있었다고 합니다. 화폐 속 인물을 통해서도 현재 일본 권력이 어디에 있는지 엿볼 수 있는 셈입니다... 그게 긍정적이지 않다는게 문제지요...

그나저나 후쿠자와의 <문명론 개략> 번역본은 우리나라에서 희귀본이 되어버렸는데, 마루야마 마사오의 <문명론 개략을 읽는다>에 그 전문이 실려있는지 모르겠네요. <문명론 개략을 읽는다>는 구매를 미루고 있는데 <문명론 개략>도 읽지않고 <읽는다>만 읽는 게 좀 순서가 맞지 않는 것 같아서요.

로쟈 2010-04-25 19:06   좋아요 0 | URL
노구치 히데요는 세균학자로군요. 저에겐 이름이 낯설다 싶었습니다. '소설가에서 세균학자로'가 되는 건가요? <문명론의 개략>이 다시 나오지 않는 건 의문이라고 전에 적었는데, 저는 도서관책을 복사했습니다. 마루야마의 책과 언제 같이 읽는다고 하면서도 계속 미뤄지네요.^^;

2010-04-26 0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26 0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4-26 17:16   좋아요 0 | URL
칼의 신 미야모토 무사시가 쓴 <오륜서>도 요즘 다시 번역되었더군요.

로쟈 2010-04-26 20:14   좋아요 0 | URL
동서문화사 책은 저도 구입하려고 해요. 저렴하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