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are you?

화제성에서는 리비아의 전쟁과 일본 대지진마저도 잠재운 듯 보이는 것이 '신정아 신드롬'이다(알라딘에서는 단연 더 그렇다). 베스트셀러로까지 이어질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정의란 무엇인가>와 <아프니까 청춘이다>에 이어서 자전에세이 <4001>은 한국사회의 무의식을 보여주는 지표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신정아 신드롬 원인을 살펴본 기사와 과거 '신정아 게이트'의 의미에 대해 짚은 문화평론가 이택광 교수의 칼럼을 옮겨놓는다. 사안이 미술계의 병폐와 연애 스캔들에서 사회 전반으로 번진 느낌이다.    

한국일보(11. 03. 25) 신정아 자서전 신드롬 왜 

"신정아의 책 한 권이 서울의 종이값을 올리고 있다."

지난 22일 출간돼 유례없는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신정아씨의 자전에세이 <4001>을 두고 항간에 도는 말이다. 이틀 만에 1쇄 5만부가 모두 팔려나갔고 추가 인쇄될 책을 구하기 위해 서점들은 출판사에, 사람들은 서점에 줄을 섰다. "출판계에서 통상적인 경우는 아니다"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신씨의 책에 이토록 열광케 하는 것일까.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는 "선정성과 정치성이라는 두 요소가 상승작용을 일으킨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집계에 따르면 출간 후 이틀 동안 신씨의 책을 가장 많이 구입한 층은 50대 남성(17.4%)이었는데, 이들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두 분야에 큰 관심을 보이는 층"이라며 "여기에 민감한 세대의 심리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30대 여성(16.3%)도 높은 구매력을 보였다"며 "이는 신씨와 비슷한 처지의 여성들이 흔히 보이는 애증의 현상"이라고 풀이했다. 이들은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신씨를 시기하고 질투하면서도 같은 여성으로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는 동병상련의 정도 함께 느낀다는 것이다.

책의 인기 비결을 설명하는 데는 관음에 대한 독자들의 욕구도 빠지지 않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신과 전문의는 "과거 연예인 X파일이 폭발적이었던 것은 결국 실명이 나왔기 때문"이라며 "이번의 경우에도 정운찬 전 총리 등 다수의 권력층, 지도층 인사들의 실명이 거론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책의 서술 방식도 '차 안에서 추행 당했다'는 정도가 아니라 '웃옷 단추를 어떻게 했다'는 식으로 매우 구체적"이라며 "독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한국 사회에 정의 열풍을 일으킨 마이클 샌델 교수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 신드롬과도 연결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택광 교수는 "일방적인 주장이라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신씨의 책에 진실이 들어 있다고 본다면 이는 그 만큼 우리 사회가 정의롭지 못하다는 이야기가 된다"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기를 끄는 책들은 대개 부조리와 정의에 관한 이야기인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신씨의 '용기 있는 행동'도 책이 인기를 끄는 이유로 분석됐다. 문학평론가 김갑수씨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신정아씨의 입장에 대입한다면 많은 경우 소리없이 지내다 세상으로부터 잊혀지기를 바랄 것"이라며 "하지만 신씨는 여성을 업무상의 파트너가 아닌 성적 대상으로 보는 남근주의 사회의 병폐를 온몸으로 겪은 한 여성으로서 이를 세상에 고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의 복수 차원을 넘어서는 사회정의 구현이라는 측면도 있다는 분석인 셈이다.

한편의 드라마 같은 신씨의 복수극이 책의 인기 배경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택광 교수는 "책 제목으로 자신의 수감번호를 선택한 것은 '당신들이 날 이렇게 만들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신씨는 과거 속죄한다는 마음으로 책을 쓰고 있다고 밝힌 적이 있지만, 실제로는 복수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신분석학자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다면 감옥에 갔다 온 사실을 전면에 내세울 수 없다"며 "신씨는 책을 통해 '난 죄수가 아니다, 피해자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책 내용의 진위 여부를 떠나 일방통행식의 폭로는 어떤 식으로든 사회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것도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정신과 전문의 이창한씨는 "신씨는 자신의 책을 통해 세상의 한복판에 보란 듯이 다시 섰다"며 "터뜨리면 세상의 주목을 받을 수 있고, 이를 통해 인생역전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갑수씨는 "'좋은 게 좋다'며 나쁜 것들은 감춰놓고 보는 우리 사회가 보다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정민승기자)   

경향신문(07. 09. 21) 卞·申이 진짜 보여준 것

갑자기 사건의 양상은 학력위조에서 섹스스캔들로 바뀌어버렸다. ‘신정아 게이트’라는 표현 자체가 이 사건의 스펙터클을 더욱 자극한다. 상류층 인사들이 신정아라는 ‘팜므 파탈’을 두고 치정극을 벌인 것처럼 몰고 가는 분위기다. 때는 바야흐로 대선국면. 신정아씨에 쏠린 관심 때문에 여권 대선후보 경선에 차질이 빚어져서 검찰이 이 사건을 빨리 종결지으려 한다는 소문도 있고, 그 반대로 야당이 여당의 대선구상을 망쳐놓기 위해서 신정아 스캔들을 부풀리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말들도 각양각색이다.

-내용없는 스펙터클 잔치 전락-
그러나 그 무엇 하나 확실한 게 없다. 신정아씨에 대한 언론의 전언은 언제나 뜬금없다. 오늘은 동국대 이사장이 신정아씨에게 거액을 줬다는 보도가 있었다. 무슨 이유에서 어떻게 줬는지 알 길이 없다. 이사장이 아무리 해명을 하더라도 사람들은 더 자극적인 이야기를 기대한다. 언론은 이런 욕망에 화답하고, 이야기는 점점 더 알 수 없는 미궁으로 빠져든다. 이 미궁에서 길을 잃기 전에 한번 생각해보자. 이 사건이 어떤 의미에서 이토록 중요한 사안인가? 정치권이 이 사건을 어떻게 이용해먹든, 그건 시간이 지나면 시시비비가 가려질 문제다.

여기에서 정작 주목해야 할 건 이 사건이 이른바 한국 미술계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비춰주는 거울이라는 사실이다. 신정아씨는 변양균씨를 ‘예술적 동지’라고 불렀는데, 바로 이 점에서 이들이 말하는 미술이라는 게 두 사람의 스캔들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사실이 판명 난다. 내가 보기에, 이 대목이 훨씬 의미심장하다. 이 둘이 어떤 사이이든, 이 둘이 연인 사이라는 그 ‘결정적 물증’이 무엇이든, 변양균씨가 신정아씨에게 노골적인 e메일을 보냈든 말든, 오직 문제가 되는 건 이들이 ‘예술을 위해’ 의기투합했다는 사실이다. 이 사적이고 은밀한 관계로 인해 신정아씨는 시장성 있는 ‘스타급’ 큐레이터로 포장될 수 있었던 거다.

도대체 이들이 함께 뜻을 모을 수 있었던 그 예술은 무엇일까? 사실 예술을 조금이라도 진지하게 고민하는 이들에게 신정아씨와 변양균씨의 예술은 남의 나라 얘기에 불과하다. 신정아씨가 ‘예술’을 위해 한 일이라곤, 원로들에게 싹싹하게 대하고, 변양균씨 같은 고위급 공무원과 뜻을 모아, 돈도 벌고 명성도 쌓은 거다. 신정아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처벌하는 문제와 이 문제는 엄연히 다른 사안이다. 오히려 후자가 더 긴박하고 심각한 건지도 모른다. 법적으로 어떻게 해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 미술계에 이런 사적 관계의 은밀한 거래를 제어할 능력이 없다는 걸 이번 사건은 명확하게 보여줬다. 이와 더불어 명문대 학벌이 경쟁의 도구로서 막강한 능력을 과시한다는 세간의 믿음을 재확인시켰고, 엉뚱하게도 방송 연예계에 허위학력 문제가 만연해 있다는 점도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런 걸 보면, 신정아 사건의 후폭풍은 참으로 거셌다. 평소에 신정아가 누군지도 몰랐던 애먼 이들이 파편에 맞아 나가떨어졌다. 허위로 쌓아올린 거대한 성곽의 실체가 드러났던 거다. 그러나 이런 사실에 대한 반성도 없이, 오직 언론은 이 사건을 스캔들로 만들어 세간의 시선을 더 끌어보고자 열성을 부리고 있다. 이게 정치적인 꿍꿍이 때문이든, 아니면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순수한 기자정신 때문이든, 이 사건은 이제 내용 없는 스펙터클의 향연으로 전락해버렸다.

-인맥에 휘둘린 미술계 현실-
예술이 근대화의 견인차 역할을 한 적이 없는 한국에서 이번 사건은 필연적으로 예견되었던 건지도 모른다. 내가 만난 어떤 미술인은 신정아씨 때문에 그나마 성장의 기미가 보이던 미술계가 초토화되었다고 했지만, 나는 그 성장의 기미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걸 이번 사건이 증명하는 게 아닌가 한다. 지금 한국 미술에 필요한 건 성장이라기보다, 미술계가 사사로운 인맥과 금전주의에 휘둘리는 현실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라고, 이번 사건은 웅변하고 있는 거다.(이택광/ 경희대 교수·영미어학부) 

11. 0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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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11-03-25 17:35   좋아요 0 | URL
이런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미친듯이 팔리는 대한민국이 무섭습니다.

로쟈 2011-03-27 18:05   좋아요 0 | URL
MB를 대통령에 뽑은 거에 비하면야...

헌내 2011-03-25 21:54   좋아요 0 | URL
노이즈 마케팅의 진수군요... -_-
한국 사회도 이해가 안 되고요..

로쟈 2011-03-27 18:05   좋아요 0 | URL
알고보면 다 이해되는 사회이기도 합니다.^^;

세실 2011-03-26 08:45   좋아요 0 | URL
어제 수업시간에 이 책을 도서관에 비치하느냐 마느냐로 잠시 토론을 했어요.
전 개인적으로 사기 보다는 차라리 도서관에 비치하는 쪽이 맞다고는 생각하지만
읽고 싶지는 않아요. 왠지 상술에 놀아나는 느낌이랄까. 선데이서울 읽는 느낌일꺼 같아요.

로쟈 2011-03-27 18:07   좋아요 0 | URL
비치불가용까지는 아닌 듯한데요. 이용자들의 수요가 있다면요...

비로그인 2011-03-27 09:09   좋아요 0 | URL
많이 배운 사람도 까놓으면 시정잡배랑 별 다를거 없다는 식의
반지성주의 반지식인주의도 이런 책 인기에 한몫합니다.

철학책보다는 철학자의 사생활과 스캔들, 이중성을
다룬 책이 나오면 훨씬 잘 팔리겠죠.

로쟈 2011-03-27 18:07   좋아요 0 | URL
반지성주의이기도 하지만 반권위주의이기도 해서 양면적인 듯합니다...

하영-이룰수없는아련한첫사랑- 2011-03-29 19:17   좋아요 0 | URL
너무 많은 책들의 홍수속에서.... (늘 세상에 필요없거나 의미없는 존재는 없다고 믿지만)
정말 책을 읽고자 하는 사람들까지 뻥하게 만드는 책들의 홍수속에 있으면
가끔은 나오지 말았으면 아니 나올 필요가 없는 책들은 좀 사라져 주길 바라곤 합니다.
(오역되어 원래의 가치를 흐리는 책들을 물론 포함해서요)
이 책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보지 않아서 판단하기 힘들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일기 정도밖에 안되는 에세이나 잠시 비치된 잡지에 실릴 만한 읽을꺼리 정도인데 '책'이 되어 '출판'되고 심지어 '무수히 팔려나가기'까지 하는 건 아닌가요?
그걸 확인하기 위해 읽을 이유는 저한텐 없지만, 혹시 그래야 하는 분들에겐 '책 값'이 아까울 지 모르니 도서관엔 비치하심이^^
('그런 정도의 책'이 워낙 많이 나오는 우리 사회라...)
 

사회학자에서 환경운동가를 거쳐 '파리의 산책자'가 된 정수복 씨의 새 책이 나왔다. <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문학동네, 2011). 아침에 주문을 해놓고 보니, 이 책을 읽으려면 '완전한 휴식'이 필요한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문득 든다. 프로방스 예찬은 익히 들어본 것이라 새삼스럽지 않지만 '완전한 휴식'은 뭔가 끄는 게 있다. 완전한... 휴식이라...

한겨레(11. 03. 24) “느릿느릿 걸으면 햇빛이 날 치유하지요”

‘파리의 산책자’ 정수복(56·사진)씨가 이번엔 프로방스의 햇빛을 가득 담은 책을 내놓았다. <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의 출간에 맞춰 현 거처인 파리를 잠시 비워두고 서울에 왔다. 23일 서울 홍대 앞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자신을 ‘프랑스와 한국 사이에서 나룻배로 양안을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프로방스 예찬에 입이 말랐다. “최창조 선생이 마음이 편하면 명당이라고 했죠. 프로방스에 가면 제 마음이 그렇습니다. 프로방스에는 영혼을 고양시켜 주는 뭔가가 있습니다. 바깥에서 안을 들여다보는 휴식 같은 것이죠. 반 고흐, 알퐁스 도데 같은 예술가들이 거기서 휴식을 취한 것은 다 이유가 있지요. 프로방스의 핵심은 바로 햇빛이지요.” 



사회학자에서 환경운동가로, 다시 걷는 사람 ‘산책자’로, ‘분류가 불가능한 지식인’으로 자신을 자리매김하는 그는 빠르게만 달려가는 세상 사람들에게 자동차를 버리고 느릿느릿 발소리를 낮춘 채 ‘프로방스’의 작고 한적한 마을들을 걸어보라고 속삭인다. <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에서 그가 남프랑스의 햇빛이 주는 휴식과 치유 속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생태운동가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삶의 방식과 태도를 바꿔야 합니다. 적게 쓰는 삶이 답입니다. 적게 소유하지만 훨씬 잘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1990년대에 사회학자로 대학에 강의를 나가고 환경운동에 몰입하다, 2002년 문득 그만두고 집을 내놓고 6년 유학생활의 장소 프랑스 파리로 건너갔다. 그는 이를 ‘정신적 망명’이라고 표현했다.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를 쓴 홍세화 선생은 정치적 망명을 하신 분입니다. 어쩔 수 없이 조국을 떠나 살아야 했습니다. 저는 제 의지로 떠난 정신적 망명자입니다. 한국인의 문화적 문법에 적응을 강요하는 것을 견딜 수가 없었어요. 당시 귀농운동하던 이병철 선생께 여쭈었죠. ‘프랑스 남부로 가서 귀농해도 귀농이죠?’라고. 그랬더니 당황하시면서 ‘어, 귀농이지’ 하고 답하더라고요. 환경운동을 10년가량 하면서 한계를 느꼈죠.” 



그는 파리에서 9년 남짓 생활하면서 파리를 걷고 또 걸었다. 리옹, 브르타뉴, 프로방스 등등 프랑스 전역을 걷고 여행했다고 한다. 2009년 파리 산책기 <파리를 생각한다-도시 걷기의 인문학>을, 지난해엔 <파리의 장소들-기억과 풍경의 도시미학>을 펴냈다. 걷기는 사색이요 영감의 원천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는 책에서 오늘의 국내 사회학이 현실과 호흡하지 못하고 있으며, “학술지 논문평가 제도화로 학자가 논문제조기로 전락했다” 비판한다. 그 자신을 좌도 우도 아니고, 사르트르 팬이지만 때론 카뮈에 가깝게 다가가는 그런 지식인, 분류가 불가능한 독자적 지식인으로 규정한다. 그것은 다른 말로는 개인주의다. 그는 한국에서 건강한 의미의 개인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청년에서 노년에 이르기까지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을 발견하고 그 삶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쓰메 소세키가 이야기했듯이)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가. 답이 안 나오지만 그 질문을 끝까지 포기하면 안 됩니다. 그것이 진정한 개인주의입니다. 그러려면 문학, 예술, 교양을 책을 통해 폭넓게 체험해야겠지요.”(허미경 기자) 

11. 03. 25. 

 

P.S. <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과 같이 주문한 책은 <전쟁은 없다>(인간사랑, 2011)이다. 정신분석 잡지 '엄브라(Umbra)'의 번역으로 <법은 아무것도 모른다>(인간사랑, 2008)에 이어서 나온 것이다. 2년 터울인가, 3년 터울인가. 그러고 보니 연간으로 나오던 <뉴레프트리뷰>도 3호가 나올 때가 됐다. 조금 늦어지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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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ror 2011-03-25 23:48   좋아요 0 | URL
학술지 논문평가 제도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 제도가 없었을 때 한국의 학자들이 아주 대단하고 독창적인 업적을 남긴 것 같은 인상을 받습니다. 그러나 이 제도가 시행하기 이전의 한국학계의 생산력이란 논문 갯수로 평가하는 지금보다 더 훌륭했다고 결코 말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 제도 시행 이전의 한국 학자들이란 다수가 1년에 논문 한 편도 안 쓰는 경우가 허다했었습니다. 지금은 그래도 누구나 갯수 채우기 위해서 몇개씩이라도 쓰려고 하죠. 강제적인 제도가 없었을 때 아무 것도 안하고 놀았으니, 이런 강제적 제도가 나오는 거 아니겠어요? 이런 제도를 불평하기 이전에 스스로 논문을 잘 쓸 생각부터 먼저 해야죠.
그런데 프랑스에서 지내는 한국 지식인의 눈에 프랑스의 원자력 발전소는 치유의 기능을 갖고 있나 봅니다.

로쟈 2011-03-27 18:16   좋아요 0 | URL
문제는 갯수로 평가하는 방식도 아니라는 거지요. 업적이 갯수에서 나오진 않으니까요. 그냥 연구업적이나 활동을 공개하는 식으로 충분하지 않을까라는 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눈이 있는 사람은 다 아는 거지요. 그가 어떤 학자인지...

雨香 2011-03-26 03:00   좋아요 0 | URL
건강한 의미의 개인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동감합니다. 특히 왜곡된 집단주의 문화가 여전히 남아있는 현실에서는요.
개인적으로 '파리를 생각한다'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2008년에 짧게 파리에 다녀왔었는데 파리 방문전에 출간되지 않은 점을 아쉬워 했습니다. '파리의 장소들'역시....

로쟈 2011-03-27 18:18   좋아요 0 | URL
저는 책만 모아놓고 아직 읽어보진 못했습니다. 파리에 갈일이 한번 생기면 좋겠는데요.^^;
 

요즘의 개인적인 관심사는 '그리스'와 '세계사', '이슬람', '미국사', '근대' '성경' 등인데(관련서를 모으고 있다는 뜻이다), '성경'이 포함된 건 케네스 데이비스의 <당신이 성경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웅진지식하우스, 2011)이란 책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원제가 'Don't Know Much About the Bible'이고, 'Don't Know Much About' 시리즈의 하나. 미국사와 세계신화, 지리 등에 관한 책 몇 권이 더 소개돼 있고, 시리즈의 청소년판도 번역돼 나왔다. 아무튼 '고전 텍스트'로서의 성경에 대한 관심을 부추기는 책이다. 덕분에 존 게이블 외, <문학으로서의 성서>(이레서원, 2011)와 존 쿠퍼의 <철학자들의 신과 성서의 하나님>(새물결플러스, 2011)도 주문해놓았다. 분량에서 압도적인 아이작 아시모프의 성경 가이드북 <아시모프의 바이블>(들녘, 2002)에까지 손길이 미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읽고 있는 <일리아스> 관련서들과 함께 <성경>에 관한 독서도 보충해놓을 참이다. 다섯 권을 리스트로 묶어둔다.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당신이 성경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케네스 C. 데이비스 지음, 이충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3월
23,000원 → 20,700원(10%할인) / 마일리지 1,150원(5% 적립)
2011년 03월 21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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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으로의 성서- 제5판
존 게이블 외 지음, 신우철 옮김 / 이레서원 / 2011년 3월
26,000원 → 23,400원(10%할인) / 마일리지 1,300원(5% 적립)
2011년 03월 21일에 저장
절판
철학자들의 신과 성서의 하나님- 신과 세계의 관계, 그 치열한 논쟁사
존 쿠퍼 지음, 김재영 옮김 / 새물결플러스 / 2011년 3월
35,000원 → 31,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7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2011년 03월 21일에 저장

아시모프의 바이블- 오리엔트의 흙으로 빚은 구약 (양장본)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박웅희 옮김 / 들녘 / 2002년 2월
42,000원 → 37,800원(10%할인) / 마일리지 2,100원(5% 적립)
2011년 03월 21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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雨香 2011-03-21 10:18   좋아요 0 | URL
미국사에 대한 책을 여러권 읽어보니 케네스의 책이 text로 삼기에 아주 좋았습니다. 미국에서 보니 Don't know much about 이라는 책이 몇 권 있던데 Bible에 대한 책에 일단 눈도장 찍습니다.

고등학교 때 성경을 약 3번 정도 통독하고(신약은 백번이 넘게 정독했습니다.) 성경에서는 이렇게 이야기하지 않던데요 라고 이야기했다가 교회에서 문제아로 찍혔던 기억이 납니다. 심지어 성경에 목사라는 말이 한번 밖에 나오지 않고, 신약성경의 논리상 목사가 특정한 권위를 갖는 것을 문제삼자 이번엔 전도사들이 돌아가며 상담을 하더군요.
결국 교회를 옮기자 목사가 설교시간에 저를 두고 이단에 빠졌다 했답니다. 저희 어머니 수년간 새벽기도 가셔서 우셨습니다. 이단에 빠진 아들때문에...

지금처럼 '좋은게 좋은것' 정신으로 살았으면 조용했을 텐데요.

로쟈 2011-03-24 00:06   좋아요 0 | URL
'당신이 성경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의 독자가 아니라 저자가 되셔야 할 거 같은데요.^^

두락 2011-03-21 22:07   좋아요 0 | URL
근데 신문기사를 보니까 2010년 안에 아트앤스터디 러시아문학강의를 책으로 내신다고 했던것 같은데 이거 언제 나오나요?

로쟈 2011-03-24 00:07   좋아요 0 | URL
예정대로 진행되면 상반기에 나올 거 같습니다.^^

아돌0식 2011-03-21 22:49   좋아요 0 | URL
개인적으로는 바트 어만의 "성경 왜곡의 역사(Misquoting Jesus)"를 강추해드리고 싶네요. 성서 본문 비평의 권위자로 성서의 "'원본문'이란 것은 없다"라는 주장을 토대로 성서무오설과 축자영감설의 오류를 시원하게 지적하면서 성서로부터 동성애,남성우월주의,타종교 배척과 같은 교리를 도출하는 기독교 근본주의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4복음서를 분석한 "예수 왜곡의 역사(Jesus, Interrupted)" 라는 책도 나왔다는 군요.

로쟈 2011-03-24 00:07   좋아요 0 | URL
어만의 책은 갖고 있습니다.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

2011-03-22 16: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24 0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번주에 나온 역사분야의 책으론 미시사의 개척자 카를로 긴즈부르그의 <실과 흔적>(천지인, 2011)을 바로 구입했지만 데이비드 웨인스의 <이븐 바투타의 오디세이>(산처럼, 2011)도 관심도서로 꼽을 만하다. 이미 출간된 <이븐 바투타 여행기>(창비, 2001)의 분량이 부담스런 독자에게는 유용한 다이제스트판 가이드북일 듯싶어서다.

  

세계일보(11. 03. 19) 이슬람 세계의 진면목을 들여다보다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촉발돼 중동 각국에 불어닥친 민주화 열기는 전제 권력들을 하나둘 차례로 무너뜨리면서 사상 초유의 변화 바람을 몰고 있다. 특히 우리에게 중동은 머나먼 사막의 땅이 아니라 원유를 공급하는 생명줄과 다름없는 중요한 곳이지만 이슬람 세계에 대한 지식은 너무 부족하다. 이븐 바투타(1304∼1368)의 여행기는 지금의 중동 정치질서가 자리 잡기 시작한 중세 무렵의 모습을 비교적 상세히 전달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을 것 같다. 



영국 랭커스터대 이슬람학과 명예교수인 데이비드 웨인스 교수는 14세기 무렵의 중동과 아시아를 묘사한 아랍어 기록인 이븐바투타 여행기를 음식, 의복, 접대 문화, 성(性) 등 주제별로 다시 편집해 영어로 번역했다. 

1997년 미국 잡지 ‘라이프’가 에디슨, 콜럼버스, 루터, 갈릴레이, 다빈치 등 지난 1000년간의 위인 100명을 선정하면서, 여행가로는 이븐 바투타(44위)와 마르코 폴로(49위)를 포함시킨 사실에서도 이븐 바투타의 업적을 짐작할 수 있다. 유럽에서는 ‘동방견문록’의 저자 마르코 폴로보다는 이븐 바투타를 우위에 두고 있다. 마르코 폴로의 여행기는 지금도 진위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이븐 바투타의 여행기는 비교적 당대의 사실을 전해주는 역사 자료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그가 여행한 지역은 대부분 이슬람교의 세력이 굳건히 자리 잡았던 곳으로 현대인들에게 이슬람 세계의 진면목을 들여다볼 기회를 주고 있다.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됐으며 1장에서는 이븐 바투타와 마르코 폴로 등 중세 여행가들이 어떻게 여행기를 쓰게 됐는지 소개한다. 2장에선 본격적으로 이븐 바투타의 여정을 따라간다. 밤새 “발톱에서 피가 나올 지경”으로 걷고 배 침몰 사고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나기도 한 이븐 바투타의 여행담이 담겨 있다. 3, 4장에서는 각국의 음식문화, 종교와 관련된 일화 등을 소개하고 5장에선 이븐 바투타가 여행 중에 만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의 생활 양식 등을 서술했다. 특히 10명이나 됐던 자신의 아내들과 각 지역 여성들을 비교한 부분에서는 호기심을 끌고 있다.

“몰디브 제도에서는 지참금이 적고 여성들이 사교를 즐기기 때문에 결혼을 하기가 쉽다. 선박이 도착하면 선원들이 여성들과 결혼하는데 바다로 나가야 할 때면 이혼한다. (중략) 나는 세상에서 이곳 여성처럼 사귀기가 쉬운 여성들은 본 적이 없다.”

“사람들의 인심도 넉넉했다. 만라위라는 이집트의 한 작은 마을에는 제당소가 무려 11곳이나 있었는데 가난한 사람들은 인정 넘치는 제당소 주인의 배려로 갓 구운 빵을 제당소 설탕 가마에 담가 먹을 수 있었다.”

그는 1325년 7월 2일 고향을 떠나 메카와 메디나의 성지순례를 한 뒤 인도,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중국 등 대륙을 넘나들며 1354년 다시 모로코에 도착하기까지 30년간 12만여㎞를 여행했다. 동시대 마르코 폴로의 여정보다 무려 3배가 넘는 거리였다. 저자인 웨인스 교수는 “통상 자신이 갔던 지역의 풍광과 모습을 묘사하는 게 대부분이지만 600여년 전의 여행가인 이븐 바투타는 이미 인문학적인 접근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동시대의 어느 여행가보다도 독창적”이라고 평가했다.(정승욱 선임기자) 

11. 0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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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으로 사고 이후 계속 악화되고 있는 일본 후쿠시마의 원전 사태는 원자력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데, 우리도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지진 안전지대라고 낙관하기엔, '그린에너지'라고 안심하기엔 원자력은 너무 위험하며 '값비싼' 에너지이다. 원자력을 이용할 수는 있지만 폐기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기사를 스크랩해놓는다.  

   

한겨레(11. 03. 19) ‘끌 수 없는 불’ 원전 신화는 무너졌다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빨간불을 끄는 기술은 아직도 없습니다. 그리고 고준위폐기물을 제대로 처리하는 방법은 여전히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앞으로도 못합니다.”

일본의 반핵 시민과학자 다카기 진자부로가 1992년 도쿄 특별강연에서 한 예언이 10년 뒤 현실이 됐다. 대지진 뒤에 덮친 후쿠시마 원전 비극의 핵이 바로 끄고 싶어도 마음대로 끌 수 없는 불이다.

“결국은 수명이 아주 긴 방사능이 남게 됩니다.…100만년이 지나도 아직 10명의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게 남아 있다면 얼마나 끔찍합니까. 그렇게 오랫동안 꺼지지 않는 불, 끌 수 없는 불, 독성이 남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인간이 만든 불이라면 끄고 싶을 때 끌 수 있어야죠. 원자력의 불은 켜고 싶을 때 켤 수 있지만 끄고 싶을 때 끌 수 없다는 점에서 빵점짜리 기술입니다.”

원자력 이용 문제의 사회적 공론화를 염원하는 7명의 젊은 생태사회연구자들이 오랜 시간 토론을 거쳐 내놓은 <기후변화의 유혹, 원자력>은 다카기의 경고가 일본만이 아니라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음을 조근조근 차분하게, 그리고 분명하게 보여준다. 중동 급변사태로 더욱 가팔라졌지만, 석유가격의 고공행진과 온난화 가스 저감 압박 속에 등장한 ‘원자력 르네상스’에 대한 기대 때문인지, 아니면 상상을 절하는 일본 현실에 압도당한 탓인지 사람들은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보면서도 원자력 드라이브정책을 한 축으로 한,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은 한국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국가발전전략이 불러들일지도 모를 위험성엔 여전히 둔감한 듯하다. 사람들은 일본과 한국 원전의 발전방식과 세대 차이, 도쿄전력과 일본 당국의 어수룩해뵈는 대응조처 등을 거론하며 한국은 다를 것이라 믿고 싶어할지 모르지만 다카기의 시선으로 보면 별로 다를 게 없다. 스리마일이 그랬고 체르노빌도 그랬지만 예상치 못한 원전사태 때 제때 불을 끌 수 없는 일본의 한계는 한국이라고 다르지 않다. 



<기후변화의 유혹, 원자력>은 묻는다. 원자력은 안전한가? 안전하다던 일본 후쿠시마 원전들의 어이없는 실상을 통해 그렇지 않다는 게 한층 더 명백해졌지만, 그전부터 원전 인근지역의 유아 사망률, 선천성 기형아, 암 발생률 등의 통계수치들은 원자력이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걸 이미 보여주었다. 그리고 원전 보유국들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았고 한국도 고리1호기가 가동된 이후 2009년까지 원전 가동을 중지해야 할 정도의 사고가 423건이나 된다. 2007년에만 12회 가동 중지로 인한 손실액이 490억원에 달했다. 그럼에도 2007년 6월로 정상수명 30년을 넘긴 고리1호기는 ‘수명 연장’ 판정을 받고 계속 가동중이다. 후쿠시마 사고 원전들이 바로 그런 낡은 원전들이다.

책에 따르면, 수명을 다한 원전들이 ‘운전 계속’ 판정을 받고 길게는 수십년을 더 버티는 것은 경제성이 있다는 증표가 아니라 그 반대다. 전력의 원전 의존율이 80%에 가까운 프랑스를 빼고, 1980년대 후반 이후 구미 국가들이 새로운 원전 건설을 중단한 채 낡은 원전들 수명 연장을 거듭하는 이유는 주로 그 지역 원전들이 사기업들이기 때문이고 수지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 책의 또다른 질문, 원자력은 경제적인가?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수명 연장 외엔 뾰족한 방법도 없다. 원전은 가동을 멈추는 걸로 일이 끝나는 게 아니다. 철거하거나 그대로 밀폐 또는 굳혀서 영구보존해야 하는데 엄청난 비용이 든다. 그냥 내버려두면 치명적인 방사성물질들이 흘러나오기 때문에 계속 돈을 들여 관리해야 한다.

해체할 경우 잠시 곁에 있기만 해도 목숨을 잃게 될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을 비롯한 수만톤의 방사선 오염물질들을 어디에 어떻게 처분할 것인가. 독성이 길게는 수백만년 이상 지속되는 방사성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하는 기술을 지닌 나라는 아직 한 곳도 없다. 사기업이 이런 뒷감당을 하다간 망한다. 그러니 차라리 계속 가동하면서 눈치 보는 게 낫다. 다카기가 얘기한 끌 수 없는 불은 이런 맥락까지 고려해서 이해해야 한다. 그런 원전이 안전할까? 그리고 돈벌이가 되면 수명 연장이 아니라 새 원전을 건설할 것이다. 그게 사기업의 본성이다. 원전의 경제성은 발전단계만이 아니라 우라늄 채굴과 정련, 부지와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건설 단계도 따지고 관리비용, 천문학적인 원료 재처리 비용 등도 감안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도 다량 방출된다.

그럼에도 2022년까지 12기의 원전을 더 건설해서 2030년께 원전 의존율을 59%까지 끌어올리겠다(현재 35.5%)는 한국(20기 가동으로 원전설비 세계 6위)이나 55기를 가동하면서 11기를 건설중이거나 계획하고 있는 일본, 59기 가동에 1기를 추가 건설중인 세계 2위의 원자력대국 프랑스, 향후 20년간 45기 이상의 원전을 더 건설하겠다는 러시아, 11기 가동에 26기를 추가 건설할 중국, 17기 가동에 10기를 추가 건설할 인도, 104기 가동에 11기 추가 건설을 계획중인 세계 최대 원자력대국 미국 등에선 대체로 국가가 직접 개입하거나 거대 독점업체들이 그 사업을 주도한다. 거기엔 경제외적 요소들이 강하게 개입한다. 이산화탄소 감축의무를 손쉽게 달성하려는 정치적 계산, 표준화된 기성체제와 유착하려는 권력과 관료와 기업 등 주류 이익집단들의 경로의존성이 포함된다. 하지만 그래도 한계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우라늄 확인매장량은 앞으로 43~79년 정도(2007년 기준) 쓸 수 있는 양밖에 없다.

이런 정도만 들춰봐도 또다른 두 가지 질문, 원자력은 청정 에너지인가, 원자력은 지속 가능한가에 대한 답도 자명해지지 않을까. 그러니까 원자력은 안전하고 깨끗하고 경제적이고 지속가능하다 따위의 언설들은 ‘신화’에 지나지 않으며, 지금 한국 사회를 풍미하고 있는 원자력 르네상스는 실은 아주 위험한 ‘원자력 신화의 르네상스’에 지나지 않는다고 이 책은 주장한다.

1955년 한-미 원자력협정 체결 이래 지속돼온 공급위주의 원전정책과 이를 뒷받침한 값싼 심야전기, 그와 연계된 비효율적인 양수발전 제도, 그것이 에너지 소비를 늘리고 다시 공급위주 에너지정책을 심화시키는 악순환구조. 그것은 석유나 원자력 의존도를 계속 높이고 에너지 낭비를 심화시키면서, 절약과 효율, 새로운 재생에너지 산업 육성 등의 대안 찾기를 외면하게 만들었다. 이런 정체된 구조 속에서 기업과 관료 등 공급자 쪽은 이득을 챙기고 비용은 결국 국민이 댄다. 이런 공급자 담합구조는 이번 도쿄전력 대응에서도 일부 드러났듯 무사안일과 무기력, 안전불감증의 원천이기도 하다.

간 나오토 총리가 말했듯이 사고 한 번으로 동일본 전체를 괴멸시킬 수도 있는 ‘끌 수 없는 불’. 그런 위험한 불을 도처에 켜 놓고 살기엔 인간의 기술은 짧고 한반도는 너무 좁지 않을까. 책은 그렇다고 당장 원자력을 포기하자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그게 과연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어느 정도로 어떤 방식으로 할지, 대안은 없는지 등을 소수 공급자들간 담합이 아닌 소비자 중심의 사회적 공론화 작업을 통해 찾아보자고 제안한다.(한승동 선임기자)    

“제임스 러블록이 틀렸다” 

지구가 온난화(warming) 정도가 아니라 가열(heating) 상태의 급박한 열탕화 위기에 직면한 지금 지구를 구할 길은 원자력뿐이다. 이런 주장을 한 이는 뜻밖에도 지구를 살아 있는 우주 생명체로 보는 ‘가이아’ 이론을 제시한 영국 과학자요 환경운동가 제임스 러블록이다. 본래 원자력 이용에 호의적이었던 러블록은 2007년에 낸 <가이아의 복수>(세종, 2008)에서 그런 주장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환경운동 분야에서 지명도가 높은 러블록의 이런 주장은 유럽 쪽에서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모양이고 국내에서도 비슷한 반향이 일었다. <기후변화의 유혹, 원자력> 필자들은 러블록의 주장이 야기할 파장을 의식했음인지, 책 제2장을 러블록 비판에 할애했다.

러블록이 생각하는 완벽한 대안은 핵융합 에너지다. 별의 에너지이기도 한 핵융합 에너지는 방사능과 폐기물 처리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거의 무한하고 무해한 에너지다. 그런데 이것을 실용화하려면 적어도 10~20년은 걸린다. 많은 사람들은 핵융합 실용화에 이 정도 시간밖에 들지 않을 것이라는 러블록의 생각을 비현실적 낙관주의로 보고 있지만, 그에겐 그 정도의 시간마저 기다릴 여유가 없다. 그만큼 지구 열탕화가 위기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미 실용화한 핵분열 에너지, 즉 현존 원전에 기대자고 주장한다. 원자력이 가장 안전하고 폐기물 처리도 다른 화석연료들에 비해 손쉽다고 본다. 석탄에 비해 40배나 안전하며 수력보다도 안전하단다. 제3세계 사망자의 대부분은 원자력이 아니라 과로, 영양부족, 전염병으로 죽어가고 있는 만큼 방사능으로 인한 암 발생과 핵전쟁에 대한 서구인의 두려움은 허상이라고 러블록은 주장한다. 미국이 수소폭탄 실험을 한 비키니섬이나 옛 소련시절의 체르노빌 원전사고 피해는 과장돼 있으며, 특히 원자력은 가이아에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는 에너지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진상형 경북대 교수는 원전을 보유한 31개국 대부분은 잘사는 나라인 데 비해 석탄과 수력을 주로 쓰는 나라들은 빈국들이 많아 안전도나 처리비용, 온난화 작용 등을 평면비교하는 건 설득력이 없다고 본다. 비교하려면 31개국에 한정해서 양자를 비교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에너지원별 효과로 따지면, 예컨대 동일전력 생산을 전제로 100명이 일하면서 5명이 사망하는 석탄발전소와 10명이 일하면서 4명이 사망하는 원자력발전소 가운데 더 위험한 것은 원자력 쪽이 아니냐고도 했다. 무엇보다 원자력이 안전하지도 깨끗하지도 경제적이지도 지속가능하지도 않다고 보는 <기후변화의 유혹, 원자력>의 주장에 동의한다면 러블록의 원자력 대안론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기술적 낙관론에 토대를 둔 러블록의 지나친 과학주의, 공학주의엔 사회적 관점이 부재하며, 인간(인간을 지구라는 생명체를 파괴하는 암세포로 보기도 한다)보다 가이아를 중심에 놓는 그의 시선은 과학과 종교 사이를 모호하게 오가는 줄타기라는 비판도 있다.(한승동 선임기자) 

11. 0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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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1-03-19 20:46   좋아요 0 | URL
가이아 이론의 과학자가 원자력을 무한하고 무해한 에너지로 봤다는 게 참 충격적이네요. 어제 토론프로그램에서 방청자가 원자력의 위험성에 대한 질문을 하자 그럼 대안이 뭐냐는 투로 원자력의 정당성을 얼버무리는 여당 의원에 화가 났습니다. 원할 때 끌 수 없고 제어할 수 없는 에너지원을 인간이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상황도 너무 서글프네요.

로쟈 2011-03-21 08:45   좋아요 0 | URL
'원자력 마피아'란 말이 헛소리가 아닌 듯합니다...

雨香 2011-03-21 10:05   좋아요 0 | URL
"원전은 가동을 멈추는 걸로 일이 끝나는 게 아니다"인데도 원전을 계속 짓겠다는 사고방식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원자력발전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책이군요. 감사합니다.

mirror 2011-03-22 08:33   좋아요 0 | URL
원자력 마피아의 대부는 미테랑과 죠스팽일 것 같네요. 프랑스 좌파들은 정권 잡고서도 원자력 발전소 미친듯이 지었으니 말입니다. 더구나 미테랑은 핵폭탄 실험까지 아주 열심히 했죠. ^^ 그리고 미국은 원자력 마피아가 힘을 못 쓰는 지역인것 같네요. 근 30년간 안 지었으니 말입니다. 그러고 보면 오바마가 원자력 마피아의 조직원인 것 같구요. 30년간이나 안 했던 것을 새로 시작하려 하니 말입니다. ㅎㅎ 중국과 인도는 새롭게 마피아에 장악된 지역이고요. 지금도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전국민의 절반에게 원자력이 아니면 전기를 공급할 수 없다고 한, 인도의 관리 녀석은 진정 마피아의 끄나풀임에 틀림없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