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정신판 '톨스토이 문학전집' 9권으로 <중단편선 Ⅳ>(작가정신, 2011)이 출간됐다(대표작 중 하나인 <하지 무라트>가 수록돼 있다). 이 네번째 책으로 중단편선은 마무리가 됐고, 세권짜리로 출간될 장편 <전쟁과 평화>만을 남겨놓고 있다. 애초의 기획에는 희곡들만을 모은 10권이 예정돼 있었으나 책갈피의 소개를 보니 "희곡 작품들만 수록되어 있어 출간 목록에서 제외"됐다(그게 희곡선이라는 걸 몰랐다는 것인가?). 그래서 13권짜리 전집은 12권짜리 전집의 모양새를 갖게 됐다. 당초 작년까지 완간될 예정이었으나 조금 지체되고 있는 형국인데 기대작인 <전쟁과 평화>의 새번역본도 올해는 구경할 수 있으면 좋겠다. 맘에 들지 않는 판형에다가 희곡이 빠진다는 점이 유감스럽지만, 그나마 톨스토이 서거 100주기의 성과로는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아래는 <하지 무라트>의 러시아어본과 영어본 표지(<하지 무라트>는 해럴드 블룸이 세계 최고의 산문작품으로 꼽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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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중단편선 1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김성일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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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중단편선 2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김문황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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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중단편선 3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고일.함영준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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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중단편선 4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강명수 옮김 / 작가정신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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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1-05-07 20:41   좋아요 0 | URL
도스토예프스키 전집은 40년 전에 완역되었는데 톨스토이전집은 이번이 처음인가요?

로쟈 2011-05-07 20:57   좋아요 0 | URL
예전에 '대톨스토이전집'이라고 신구문화사에서 70년대에 나온 적이 있습니다. 희곡은 그 전집에서 읽은 기억이 납니다. 희곡이 빠진 전집이라면 그때만도 못한 것이죠...

노이에자이트 2011-05-09 16:15   좋아요 0 | URL
신구문화사에서 좋은 책이 많이 나왔죠.톨스토이전집도 냈군요.

아무래도 우리나라 독자들은 희곡을 많이 안 읽으니까요.그래서 셰익스피어 작품을 실제로 읽은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로쟈 2011-05-09 16:32   좋아요 0 | URL
그래도 '전집'이라면 구색은 맞춰줘야요. 70년대보다 못하단 생각이 드네요...

노이에자이트 2011-05-10 15:27   좋아요 0 | URL
물론이지요.전집인데요.

카스피 2011-05-07 23:56   좋아요 0 | URL
예전과 달리 모두 러시아어를 직접 번역한 것이겠죠?

로쟈 2011-05-08 18:32   좋아요 0 | URL
네, 예전 전집도 일부가 중역이었어요...

마음대로대왕 2011-07-03 20:46   좋아요 0 | URL
전쟁과 평화 기다리는 중인데 언제쯤 나올까요

로쟈 2011-07-03 21:19   좋아요 0 | URL
저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늦어도 내년까진 나오지 않을까요...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이달 16일부터 5주간(현충일 제외) '로쟈와 함께하는 인문학여행: 프랑스 현대철학편'을 진행한다(http://www.hanter21.co.kr/jsp/huser2/educulture/educulture_view.jsp?&category=academyGate7&tolclass=0000&subj=F90711&gryear=2011&subjseq=0001&booking=). 

 

주제가 '프랑스 현대철학편'이라고 나가긴 했지만, 구체적으론 '구조주의'를 다루며 우치다 타츠루의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갈라파고스, 2010)가 부교재이다. 그 책의 부제가 '교양인을 위한 구조주의 강의'이고, 강의 또한 그 수준에 맞출 예정이다. 책의 순서에 따라 푸코와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을 입문 수준에서 차례로 소개하게 되며 첫 시간은 구조주의의 창시자 소쉬르에 대해서 다룰 예정이다. 구조주의나 현대철학에 '이제 막' 관심을 갖게 된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강의면 좋겠다. 일정과 함께 참고할 만한 (만화)책들을 골라놓는다.

1. 5월 16일_ 소쉬르와 구조주의 



2. 5월 23일_ 푸코와 계보학적 사고 



3. 5월 30일_ 롤랑 바르트와 '저자의 죽음' 



4. 6월 13일_  레비스트로스와 구조인류학 



5. 6월 20일_ 라캉과 정신분석 

 

11. 05. 05.  

P.S. 강의에 참고하기 위해 소집해놓은 책들은 프랑수와 도스의 <구조주의의 역사1-4>(동문선)과 스튜어트 휴즈의 서구지성사 3부작 중 <막다른 길>(개마고원, 2007), 그리고 테렌스 호옥스의 <구조주의와 기호학>(신아사) 등이다. 역사적 배경과 이론적 개관을 제시해주는 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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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6 0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06 0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雨香 2011-05-06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의를 듣기는 힘들겠지만 책 목록을 저장해 두겠습니다. 이제 막은 아니지만 아직 구조주의를 읽어본 적이 없는 제가 읽기에 부담이 없을 것 같습니다.

로쟈 2011-05-07 21:33   좋아요 0 | URL
^^

2011-05-06 1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07 2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원 2011-05-07 0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의를 들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서울까지 길이 멀군요. 늘 이 서재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습니다. 그 점 감사드립니다. 이 글 스크랩해 가겠습니다. 구조주의를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로쟈 2011-05-07 21:31   좋아요 0 | URL
우치다 타츠루의 책 정도를 읽어보시고, 관심 저자의 책으로 넘어가시면 됩니다...
 

어린이날 '행사'로 아이와 함께 교보에 나갔다가 손에 든 책은 조르주 보르도노브의 <나폴레옹 평전>(열대림, 2008)이다. 평대에 놓인 책이 눈에 띄기에 러시아 원정에 관한 부분만 읽다가 결국 다른 책 두 권과 함께 계산대에 올려놓게 됐다. 이 세계사적 인물에 대한 본격적인 평전이 거의 없다는 것과 막스 갈로의 다섯 권짜리 책이 평전이 아니라 대하소설이라는 걸 이번에 알았다. 갈로의 소설보다는 보르도노브의 평전이 내겐 더 맞을 듯싶었다. 소개기사를 찾아 스크랩해놓는다. 마침 기사의 제목이 '어른이 되어 다시보는 나폴레옹'이다(세계위인전에서 나폴레옹 편을 읽은 게 어느덧 30년도 더 전의 일이다). 역시나 관심도서인 <나폴레옹 전쟁>(플래닛미디어, 2009)에 관한 기사도 같이 옮겨놓는다.

  

경향신문(08. 04. 12) 어른이 되어 다시보는 나폴레옹

위인의 여러 기준 가운데 인지도를 근거로 한다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적어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세계위인전의 주인공이겠다. 프랑스에서 나폴레옹의 인기는 한국에서 세종대왕이나 정조대왕을 능가한다. 근세 서구 열강의 정복자였다는 프리미엄까지 더해 지구촌 전역에서 그만큼 유명세를 누리는 역사적 인물을 찾기 힘들다. “나폴레옹 사후 오늘날까지 전세계에서 나온 나폴레옹 관련 출판물이 8만여권에 이른다”(이용재 전북대 사학과 교수)는 사실은 그의 인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루에 한 권 이상 출판된 셈이다.

그러나 이런 익숙함은 사람들에게 나폴레옹을 잘 알고 있다는 착각을 유도한다. 유소년기 큼지막한 활자에 영웅적인 삽화로 소개된 나폴레옹 이상을 알고 있는 성인독자는 얼마나 될까. 한번쯤 역사적 맥락이나 인간적 면모, 또는 리더십이나 영웅으로서 삶을 총체적으로 얽어 나폴레옹을 이해하기 원한다면 프랑스 작가 조르주 보르도노브의 ‘나폴레옹 평전’을 읽어봐도 크게 후회하지는 않을 것 같다.

나폴레옹은 1769년 8월15일 코르시카섬의 아작시오에서 태어났고, 1821년 세인트헬레나 섬에서 사망했다. 생애는 프랑스대혁명과 중첩된다. 근세 유럽사의 가장 강렬한 현장에서 주역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는 후세 사람들에 의한 어찌할 수 없는 역사적 ‘분식’이 존재한다. 프랑스 민족주의의 상징으로 숭상하는 게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코르시카섬이 나폴레옹이 태어나기 1년 전 프랑스령이 됐고, 그가 어려서 프랑스말을 할 줄 몰랐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민족주의적 시각은 좀 안타깝게 느껴진다.

오히려 그에게선 자신이 의식했든 안했든 국가와 민족을 초월한 국제주의자로서 삶이 준비됐고 또 그 길을 기꺼이 걸었다. 프랑스 대혁명을 비롯해 모든 혁명과 진보는 초월과 통합을 꿈꾼다. 그러한 역사의 흐름에 맞닿아 나폴레옹은 자신을 초월하는 삶의 역동성을 보여줬다. 영웅적인 인물은 고단한 선택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준다. 때로 그 선택은 영웅적인 삶을 고단한 삶으로 바꾼다는 사실 또한 분명하다.(안치용기자)  

중앙일보(09. 08. 15) 울름에서 워털루까지, 전쟁 천재 10년의 기록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에 관한 책 한 권 쯤 안 읽어본 사람이 있을까. 어려서 읽은 위인전이든, 전쟁을 다룬 역사책이든, 인물에 관한 평전이든, 내면을 다룬 소설이든 나폴레옹에 관한 책은 너무 많아서 탈이다. 1821년 유배지인 세인트 헬레나 섬에서 51세의 나이로 숨을 거둔 이래 지금까지 약 190년 동안 수없이 많은 책이 나왔다. 이 책의 서문을 쓴 영국 작가 버나드 콘웰의 서재에 있는 나폴레옹 관련 서적만 2000종이라고 한다.

세계적 군사 전문 출판사인 영국의 오스프리가 2004년 출간한 이 책은 나폴레옹의 침략전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1799년 11월 이집트 원정에서 돌아와 쿠데타로 집권하면서 발표한 포고문에서 나폴레옹은 “문제는 더이상 국토 방위가 아니라 적국의 침공이다”고 선포한다. 그 때까지의 전쟁이 프랑스 혁명을 수호하기 위한 방어전쟁이었다면 이후의 전쟁은 혁명의 이상을 유럽 전역으로 전파하기 위한 정복전쟁이 될 것임을 선언한 것이다.

1805년 오스트리아와 맞붙은 울름전투에서 나폴레옹의 마지막 전투가 된 1815년 영국과의 워털루 전투까지 나폴레옹 제국의 흥망성쇠를 10년간의 전쟁을 통해 보여준다. 각 전투의 전개 과정과 정치·외교적 배경은 물론이고 전투에 참가한 각국 지도자와 군사 지휘자들의 복잡미묘한 관계 등이 각종 도표와 지도, 그림, 초상화 등과 함께 연대순으로 정리돼 있다. 아울러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병사과 종군악사, 배우, 외교관, 예술가 등에게도 시선을 돌려 그들이 직접 경험한 전쟁의 실상을 다각도로 보여준다. 전술 교과서이면서 동시에 전쟁의 참상과 부조리를 고발한 반전(反戰) 교과서로 읽힐 수 있는 이유다.

인간 나폴레옹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프랑스 작가 막스 갈로가 쓴 5권의 대하소설 『나폴레옹』을 권하고 싶지만 정치·군사·행정의 천재 나폴레옹의 진면목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겠다. 고증에 충실하다 보니 쉽게 읽히지 않는 점은 단점이다.(배명복 논설위원) 

11. 05. 05.  

P.S. 사실 내가 더 바라는 건 러시아 원정에 대해서 자세하게 말해주는 책이다. 알다시피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읽기 위해서도 배경지식으로 알아둘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나온 책으론 도미니크 리벤의 <나폴레옹에 맞선 러시아>(2011)가 눈에 띈다. 조만간 구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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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바다 2011-05-05 20:15   좋아요 0 | URL
어린이날 행사로 서점에 가셨으니 일석이조시네요.^^ 저는 오늘 헌책방에 갔었는데 바흐친의 <예술과 책임>, <프로이트주의>, 옹프레의 <계몽주의 시대의 급진철학자들>을 저렴하게 구입해서 흡족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계몽주의 시대의 급진철학자들>의 역자를 보고 약간 미심쩍어 하는 중입니다... 이번엔 잘 하셨겠지요?^^

로쟈 2011-05-05 20:42   좋아요 0 | URL
아이가 원한 거였습니다.^^; 옹프레의 책은 저도 아직 읽어보진 못했는데, 다섯 권이 다 나온다면 나름대로 유의미한 소개 같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5-07 20:40   좋아요 0 | URL
러시아 원정 때의 프로이센과 오스트리아의 입장을 보면 동맹이란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저절로 떠오릅니다.

로쟈 2011-05-08 18:36   좋아요 0 | URL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건 일반법칙 같아요...

카스피 2011-05-07 23:59   좋아요 0 | URL
코르시카 섬이 아마 이탈리아 영토였으니 나폴레옹은 이태리계 프랑스인이라고 할수 있을까요? 대체로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정치가들중에 자국 출신이 아닌 사람이 많다고 하더군요.가장 대표적인 사람이 히틀러인데 원래 독일사람이 아니라 오스트리아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로쟈 2011-05-08 18:39   좋아요 0 | URL
이탈리아란 나라가 전통적으로 국가보다는 지역을 따진다고 하니까 '이탈리아계'란 말은 별 의미가 없는 듯해요. 코르시카의 나름 귀족가문 출신이라는군요...
 

사드의 <규방철학>(도서출판, 2005)이 새 번역본으로 나왔다. <밀실에서나 하는 철학>(민음사, 2011). <안방철학>(새터, 1992)을 원조로 치면 세번째 번역이다. 같은 제목을 피하기 위해 좀 비튼 것이겠지만 <밀실에서나 하는 철학>은 '격조'가 좀 떨어지는 제목이다('밀실'이라니? 밀실에서 궁리한 제목일까?). 이 참에 사드 읽기 리스트를 만들어놓는다. 절판된 책이 많아서 읽을 수 있는 작품은 몇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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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의 규방철학
D.A.F. 사드 지음, 이충훈 옮김 / 비(도서출판b) / 2005년 8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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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밀실에서나 하는 철학
사드 지음, 정해수 옮김 / 민음사 / 2011년 4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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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덕의 불운
싸드 지음, 이형식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월
11,800원 → 10,620원(10%할인) / 마일리지 590원(5% 적립)
양탄자배송
2월 2일 (월)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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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범죄
D.A.F. 사드 지음, 오영주 옮김 / 열림원 / 2006년 12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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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이번주 교수신문에서 시어도어(테오도르)딘의 <인간의 내밀한 역사>(강, 2005)에 대한 기사를 읽고 책을 챙겨놓기로 했다. 서양사학자 이영석 교수가 자신에게 역사 연구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주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무심코 지나쳤던 책의 의의를 재발견하게 돼 반갑다(알라딘의 상품 이미지 넣기는 언제쯤 정상화되는 것일까?).

  

교수신문(11. 05. 02) '시어도어 젤딘' 혹은 감성과 삶의 역사

내가 옥스퍼드의 역사가 시어도어 젤딘을 알게 된 것은 아주 우연한 기회를 통해서였다. 1995년 무렵인가 런던의 한 서점에 들렀다가 베스트셀러 서가에 진열된 책 <인간의 내밀한 역사>를 샀다. 이 책의 모티브는 만남과 대화다. 젤딘은 저명한 방송인에서부터 어린 여학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프랑스 여성과 대화를 나누면서 더 넓은 인간 경험의 세계로 나아간다.

사실 이 책은 시작도 끝도 분명하지 않다. 25개 장 가운데 어느 것을 먼저 읽어도 책을 이해하는 데 지장이 없다. 한동안 나는 이 책에 깊숙이 빠져 있었다. 그의 재치 있는 농담이 한 줄기 섬광처럼 가슴에 파고드는 경우도 있었다.  



이 책 4장 ‘일부 사람들이 고독에 대해 면역성을 얻게 된 경위’를 보자. 그는 콜레트라는 세무서 직원과 대화를 나눈다. 그녀는 장학금을 받아 상급학교에 진학해 나중에 공무원이 되었다. 비록 성공한 여성이지만, 직장에서 승진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남성의 독점 때문이다. 그녀는 남편과 단란한 가정을 꾸려나가면서도 다른 사람의 관심을 얻으려고 한다. 그녀가 두려워하는 것은 고독이다. 이 시점에서 젤딘은 인간의 삶에서 외로움이 갖는 의미에 관해 역사의 바다를 항해한다.

고독은 오래 전부터 낯익은 것이다. 힌두교 신화는 창조주가 외로움 때문에 이 세계를 만들었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옛날부터 사람들은 고독에 대한 면역을 기르려고 노력했다. 은자의 삶을 동경하고 자기성찰에 매진하기도 했다. 유머와 웃음으로 고독에 대한 면역을 기르거나 내면적인 신앙을 갖는 것 모두가 고독 면역법의 전통이 되었다.

이와 달리 현대인은 외로움을 두려워한다. 여기에서 젤딘은 발상의 전환을 요구한다. “외로움으로부터 고통을 당하는 것이 인간의 운명이라는 일반론에서 벗어나야 한다. 거꾸로 생각하면 외로움은 모험이다.” 혼자 있을 권리나 예외로 남을 권리 또한 다른 사람과 만나 교제할 권리 못지않게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야 한다. 그 때 비로소 고독은 고통일 뿐이라는 일반론을 떨칠 수 있다.

나는 젤딘의 글쓰기에 관심을 가지면서 그의 이전 책들도 읽었다. 원래 젤딘은 19세기 프랑스 정치사를 전공한 사람이었다. 그의 연구가 대중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프랑스인의 일상생활에 녹아 있는 감성과 정감을 다룬 다섯 권짜리 책 <프랑스 1848-1945>를 펴낸 이후의 일이다. 여기에서 그는 프랑스인 특유의 감성과 정감을 탐사한다. 각권은 ‘야망과 사랑’, ‘번민과 위선’, ‘지성과 자존심’, ‘정치와 분노,’ ‘맛과 부패’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이들 부제만 보더라도 그의 작업이 기존 역사학의 통념을 과감히 벗어나려는 시도임을 알 수 있다.

그 이후 젤딘은 일반적인 역사서술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실험을 계속했다. 그가 역사서술에서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우리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지금 여기에서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 같은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대해 성찰하는 데 있다.

박식한 역사가 젤딘은 유럽중심주의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인간의 내밀한 역사'에는 동양의 지적 전통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준다. 그는 동아시아 사람들의 감성에 대해서도 자신의 스케치를 보여준다. 이 지역 사람들의 삶의 세계는 중국인의 '恥', 한국인의 '恨', 일본인의 '忍'으로 대변된다. 이는 각기 부끄러움, 후회와 쓰라림, 더 나은 시대를 대망하는 기다림을 나타낸다. 젤딘에 따르면, 동아시아인의 감성은 유럽인의 그것에 비해 훨씬 더 포용력이 있으며 부드럽다.

결국 젤딘이 추구한 것은 삶의 의미에 대한 그 자신의 해답을 얻는 작업이다. 그는 이성과 지식보다 감성과 정감의 영향을 받는 삶의 영역을 더 중시한다. 그의 저술에서 역사지식은 인간의 감성이나 삶에 관한 갖가지 질문의 해답을 추구하는 여정의 방향타이자 나침반이다. 그는 전문적인 역사지식을 추구한다기보다, 그 지식을 통해 삶의 지혜를 얻는 데 관심을 기울였다.

젤딘을 만나기 전까지 나는 오랫동안 계급이나 산업화 같은 거시적인 주제에 매달려 있었다. 그러다가 사회주의권의 붕괴를 지켜보면서 이들 주제에 대한 믿음을 잃게 되었다. 젤딘의 책은 지적 방황을 거듭하던 내게 역사 연구의 새로운 방향을 알려준 나침반이었다. 나는 역사 연구의 지향점이 삶의 성찰에 있으며, 그것은 일상에 대한 섬세한 관찰에서 이루어질 수 있음을 깨달았다. 요즘 나는 의식적으로 삶의 섬세한 측면을 확대해 보려고 노력한다. 알게 모르게 젤딘의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다.(이영석 광주대 서양사) 

11. 05.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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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demian 2011-05-07 19:57   좋아요 0 | URL
제가 정말 좋아하는 책입니다. 로쟈님 서재에서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롭네요..이 책 재미있습니다^^

로쟈 2011-05-07 22:17   좋아요 0 | URL
저도 원서와 같이 주문해놓고 기다리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