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를 모르는 독자라면 '다미가요 제창'이란 제목에서 연상되는 게 별로 없을 것이다. '군주(君)의 노래'를 뜻하는 ‘기미가요’의 상대어로 '백성(民)의 노래'를 뜻한다고 한다. 원래 쓰는 말인지 신조어인지는 모르겠다. 여하튼 <다미가요 제창>(삼인, 2011)이란 책이 지난주에 나왔는데, 저자 정혜영은 재일 조선인 사회학자이고, 역자 후지이 다케시는 한국현대사를 전공한 일본인 역사학자이다(알고보니, 사카이 나오키의 <번역과 주체>(이산, 2005)를 우리말로 옮긴 바 있다). 무심코 지나치려 했는데, 역자 후지이 박사가 언젠가 한 학술대회에서 본 적이 있는 연구자다(성실하고 명석한 학자란 인상을 받았다). 역자 인터뷰기사를 옮겨놓는다. 다중국적을 갖도록 하자는 저자의 제안과 함께 '뉴라이트'에 대한 역자의 평가가 인상적이다.    

<民が代>斉唱-アイデンティティ・国民国家・ジェンダー-

한겨레(11. 05. 25) “다중국적, 국민 아닌 민중 되기 위한 생존 전략”

분명 우리말 책인데 “정영혜가 쓰고 후지이 다케시가 옮겼다”고 한다. 지은이와 옮긴이가 뒤바뀐 것 아닌가? 최근 출간된 <다미가요 제창>(삼인 펴냄)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지은이와 옮긴이를 주목해야 한다. 이 책은 재일조선인 사회학자 정영혜씨가 일본어로 쓰고, 한국에서 한국현대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일본인 역사학자 후지이 다케시가 한국어로 옮긴 것이다. 일본을 소재로 근대국민국가를 비판하면서 그 경계선을 둘러싼 정치를 사유하는 책의 내용과도 어울리는 절묘한 조합이다. 23일 서울 계동 역사문제연구소에서 만난 후지이 다케시(사진) 박사는 책을 옮긴 이유에 대해 “일본에서 일본인이라는 ‘다수자’로 살아온 내게, 정영혜는 거기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제시해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일조선인이자 여성이라는 이름의 ‘소수자’로서 지은이는 일본이 근대국민국가로 나아가며 만들어낸 ‘국민’이라는 정체성과 그 속에 담긴 차별의 문제를 연구했다. 그의 비판은 민중을 다수자와 소수자로 분단해 억압하고 착취하는 근대국민국가의 구조에 모아진다. 패전 뒤 일본은 1952년 4월28일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발효에 맞춰 옛 식민지 출신자들의 일본 국적을 일방적으로 박탈했다. 그리고 이틀 뒤 ‘일본 국적을 가진 자’라는 국적 조항을 적용 대상으로 명시한 ‘전상병자 전몰자 유족 등 원호법’을 공포했다. 지은이는 이것이 식민지배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임과 동시에 국적이라는 ‘정체성’을 중심으로 주민들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체제의 구축이었다고 지적한다.

재일조선인 등 소수자의 비판을 소중히 여긴다는 일본 사회의 ‘양식 있는 지식인들’의 존재는, 오히려 이 체제가 얼마나 단단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이들은 ‘소수자이기 때문에 우리가 몰랐던 비판을 할 수 있고, 더 나은 사회로 가려면 이를 거울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지은이는 이런 생각이 결국은 소수자를 타자화하는 구도를 더욱 고착화하고 있다고 날카롭게 지적한다. 이 지적은 단일민족주의, 단일문화주의뿐 아니라 다문화주의 역시 차별과 배제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비판과도 연결된다. 다양한 문화를 존중한다는 명목으로 미리 분류된 소수자들에게 정체성을 가지라고 강요하고, 다시 다수자가 이를 공인해주는 구조란 것이다.

이에 대해 후지이 박사는 “소수자를 타자화하지 않고선 자기 정체성을 찾을 수 없는 다수자의 환상을 산산이 깨뜨린다”고 평가했다. 정씨의 논의는 소수자에 의한 다수자 비판에 머물지 않고 권력구조 자체를 다시 검토해 대안을 찾도록 이끈다는 것이다. 정주 외국인은 왜 시민권 획득이 불가능한가? ‘흑인’ 페미니스트와 ‘백인’ 중산층 페미니스트들의 간극은 어디서 비롯되는가? 전쟁 때 국외로 강제징용된 일본인과 일본으로 강제징용된 조선인 사이엔 소통 지점이 없을까? 이와 같은 다양한 물음은 일본뿐 아니라 근대국민국가 체제 자체를 되짚어보게 만든다.

대안은 무엇인가? 지은이는 국민국가나 국적과 같은 경계에 얽매이는 대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시민권’과 같이 거주 사실에 의거한 새로운 사회계약을 맺자고 한다. 국가가 쥐여주는 정체성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는 정체성으로서 ‘다중국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지은이는 자신의 딸을 3중 국적으로 만들기도 했다. 후지이 박사는 “다중국적은 국가에 의해 만들어진 국민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을 선택하는 ‘민’(民)으로서의 생존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군주(君)의 노래인 ‘기미가요’를 백성(民)의 노래인 ‘다미가요’로 바꾼 책 제목에는 이런 실천적 뜻이 담겼다. 후지이 박사는 “국민으로 환원될 수 없는 민중이란 존재가 있다는 것이 정영혜 주장의 핵심”이라며 “일본 못지않게 국가주의, 단일민족 인식이 강한 한국에서도 이런 논의가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최원형 기자) 

■ 후지이 박사가 본 ‘뉴라이트’

“신자유주의 내세우며 민족주의는 깨려 해”
후지이 다케시(39) 박사는 지난해 ‘족청(조선민족청년단)·족청계의 이념과 활동’이라는 논문으로 성균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지금은 역사문제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현대사, 특히 1950년대가 그의 연구 주제다. 논문에서 그는 ‘반공민족주의’ 성격을 강하게 드러냈던 족청의 이념적 좌표와 50년대 족청계 인사들의 활동을 파헤쳤다. 구도만 보자면 최근 한국현대사학회에서 주목했던 ‘반제반공’의 역사와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구체적인 역사 과정에 대한 분석이 빠져 있는 ‘이념적’ 관점과 다르게 당시 반공주의의 파시즘적 성격과 세계사적 위치, 이승만 정권의 동맹자로 활약하다가 어떻게 미국의 이해와 충돌해 몰락했는지 등을 세세하게 풀어냈다. 남한의 ‘친미반공’이 정부 수립 직후부터 당위적인 조건처럼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이들 반제반공 세력이 제거되면서 주류가 되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후지이 박사는 한국현대사학회 출범 등 역사 분야에 대한 뉴라이트의 활동에 대해 “역사적 사실에 대한 대중의 이해가 높아지는 것이 두렵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방어적인 행위에 나서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방어적이기 때문에 역사적 사실로 말하기보다는 현실에 역사를 끼워맞추는 결과론적 접근을 하게 되고, 결국 제대로 된 역사 콘텐츠를 갖출 수 없다는 비판이다. 대안 교과서를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했던 배경도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그가 흥미롭게 생각하는 한국 뉴라이트 세력의 특징은 신자유주의에 매몰되어 있는 점이라고 했다. 일본의 역사수정주의자들은 전형적인 민족·국가주의인데, 뉴라이트를 중심으로 한 세력은 자유시장경제를 지상과제로 내세우면서 그 걸림돌이 되는 민족주의는 깨려고 드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 대신 “정치를 없애고 강한 행정 기능을 요구하는 신자유주의의 특성” 때문에 국가주의에 대한 강조는 더욱 두드러진다고 한다. 후지이 박사는 “그러나 역사는 ‘그때 당시’가 기준이 되어야지, ‘지금의 대한민국’을 기준으로 삼아서는 곤란하다”며 역사학의 기본적인 원칙을 되새겼다.(최원형 기자) 

11. 0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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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30 09: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30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31 0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금요일 밤은 대개 가장 편안한 시간이지만 원고가 밀린 날이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꼽으며 잠시 기분을 내본다. 어느덧 6월이고 여름이다. 오며가며 타고다니는 버스도 에어컨을 켜지 않지만 후덥지근하기에 체감으론 이미 여름이지만. 이 여름엔 무슨 책을 읽어야 할까.  

 

1. 문학 

정과리 교수가 고른 건 필립 딕의 <화성의 타임슬립>(폴라북스, 2011)이다. ‘라이브러리 오브 아메리카(Library of America)’에 포함돼 화제가 되기도 했던 ‘필립 K. 딕 걸작선’(12권)이 나오고 있고 <화성의 타임슬립>은 그 첫 권이다. <죽음의 미로>, <닥터 블러드머니>가 같이 나왔다. 표지만으로도 탐을 내게 하는 시리즈이다.     

 

덧붙이자면 나보코프의 소설 <절망>(문학동네, 2011)이 세계문학전집의 하나로 출간됐다. '문학사상 가장 아름다운 미스터리'란 소개문구를 달고 있는데, 내가 붙인 추천사는 이 나보코프판 <분신>이 "나보코프가 도스토옙스키에게 던진 강력한 도전장"이란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분신>(열린책들)은 <이중인격>(누멘, 2010)으로도 번역돼 있다.   

2. 역사 

김기덕 교수가 추천한 책은 정현백/김정안의 <처음 읽는 여성의 역사>(동녘, 2011)이다. 책의 의의에 대해선 이렇게 짚는다. "여성사 분야의 많은 연구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쉽게도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여성사 입문서가 나오지 못한 실정이었고, 그동안 몇 권의 번역서가 있을 뿐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제목처럼 한국인에 의해 처음 시도된 여성사 책이어서 무척 반갑다. 이 책은 고대에서 현대까지 서양 여성사의 흐름을 개괄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공저자의 한 사람인 정현백 교수의 <여성사 다시쓰기>(당대, 2007)이 여성사의 문제성과 실제를 보여주는 책이라면 조선 여성의 살을 다룬 정해은의 <조선의 여성, 역사가 다시 말하다>(너머북스, 2011)는 "조선 시대를 살았던 25인의 여성과 무명의 여성들에 대한 해석을 담았다".    

개인적으론 '20권으로 읽는 20세기 한국사' 시리즈 가운데 <이승만과 제1공화국>(역사비평사, 2007), <박정희와 개발독재>(역사비평사, 2007), <전두환과 80년대 민주화운동>(역사비평사, 2011)도 스트레이트로 읽어봄직하단 생각이 든다. 80년대까지도 '역사'로 바라보게 된 시점에 도달해 있는 셈인데, 90년대 이후의 역사도 '20권'에 포함돼 있는지 궁금하다.   

3. 철학

김형철 교수가 추천한 책은 오가와 히토시의 <철학의 교실>(파이카, 2011)이다. "저자는 고전철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일반인에게 쉽게 철학적 사고의 전개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철학적 고전에 대한 확실한 이해에 기초하면서 쉽게 풀어나가는 필력이 힘있게 펼쳐지는 작품"이라는 평이다. 철학교실에서의 문답식 철학이라면 피터 케이브를 강사로 초빙해도 좋을 듯한데,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철학적 이유>(어크로스, 2011)가 최근에 나온 책이다(물론 원제는 좀 다르다). <사람을 먹으면 왜 안 되는가?>(마젤란, 2009)라는 물음에서 철학을 이끌어내고 있으므로 '어려운 철학'이란 핑계는 대기 어렵겠다.    

'리더스 가이드'를 표방하는 철학 입문서 시리즈도 번역되고 있는데, 크리스토퍼 원의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 입문>(서광사, 2011)과 존 프레스턴의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 해제>(서광사, 2011)가 같은 시리즈의 원저를 번역한 책들이다(어째서 어떤 건 '입문'이고 어떤 건 '해제'가 되는지 모르겠지만). 유사한 성격의 책으론 제임스 윌리엄스의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라움, 2010)도 꼽을 수 있다. <차이와 반복>(민음사, 2004)에 대한 '해설과 비판'을 시도한 책이다.   

4. 정치/사회 

강정인 교수가 추천한 책은 김혜원의 <나 같은 늙은이 찾아와줘서 고마워>(오마이북, 2011)이다. 나로선 좀 생소한 책인데 소개는 이렇다. "탈식민주의를 연구하는 어느 학자가 <하위주체[소외된 자]는 말할 수 있는가?>라는 글을 써서 세계적인 명성을 떨친 바 있다.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인 김혜원씨가 열두 명의 독거노인들로부터 들은 절절한 인생이야기를 모아 놓은 이 책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우리사회에서 가장 소외된 계층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위주체'는 '서발턴'의 번역어로 쓰이는 말이다. 탈식민주의 역사학 쪽에서 소개한 책들이 눈에 띄는데, 김택현 교수가 쓴 <서발턴과 역사학 비판>(박종철출판사, 2003), 라나지트 구하의 책을 옮긴 <서발턴과 봉기>(박종철출판사, 2008)이 '서발턴'을 제목에 걸었다.   

5. 경제/경영 

박원암 교수가 고른 책은 감요식의 <소셜 리더십>(미다스북스, 2011). 제목상으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의 리더십을 다룬 책으로 보인다. "소셜 네트워크에 대해 많은 책이 출간되었으나 저자는 이 분야의 다양한 저작과 강의 활동을 바탕으로 독자들이 부담 없이 읽으면서 소셜 네트워크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고. 같은 컨셉의 책으론 김대중의 <소셜리더가 되라>(다음생각, 2011)도 있다. 소셜 미디어와 기업활동에 관해서는 에릭 퀼먼의 <소셜노믹스>(에이콘출판, 2009)도 참고해볼 수 있겠다. 2년전 책이면 이미 낡은 것인가?   

6. 과학 

장영애 동아사이언스 실장이 고른 책은 조나단 해링턴의 <기후 다이어트>(호이테북스, 2011). 제목과 표지 모두 생소한데, 이런 의미를 갖고 있다 한다. 

지구온난화 문제는 이제 새삼 거론할 필요 없이 우리의 삶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다. 세계 각국은 기후 문제를 국가 아젠다로 정하고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일 수 있는 정책과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인간의 활동이나 상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직접 또는 간접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총량을 뜻하는 ‘탄소발자국’이라는 용어가 알려지면서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일이 대규모 공장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이 해야 하는 일임이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구온난화를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 내 탄소발자국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해 봤지만 ‘어떻게?’에서 막혔다면 이 책은 정말로 도움이 된다. 

지구온난화 혹은 기후변화 문제가 중요한 이슈인 건 틀림없지만, 심각성/시급성으로 보자면 원전 문제가 더한 듯도 하다.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의 <원자력 딜레마>(사이언스북스, 2011)가 다루고 있는 문제다. 이미 '딜레마'란 말에서 저자의 입장은 어느 정도 짐작해볼 수는 있다. 

  

7. 예술 

이주은 교수가 추천한 책은 강판권의 <미술관에 사는 나무들>(효형출판, 2011)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우선 나무를 부모처럼, 아내처럼, 친구처럼 대할 줄 알게 되는데, 이렇듯 나무를 보는 감수성의 눈이 깊고 넓어지면 그림을 보는 시각도 더불어 확장되는 것 같다."는 소감을 적었다. 저자 강판권 교수는 중국의 농업경제사가 전공이라지만 지금은 '나무학'의 권위자라고 해야 하지 않나 싶다. 혹 '나무대학'이란 곳이 있다면 학장님 감이다.   

8. 교양 

철학자 탁석산이 고른 교양서는 지상현의 <한국인의 마음>(사회평론, 2011)이다. 부제는 '우래된 미술에서 찾는 우리의 심리적 기질'. 저자는 그 심리적 기질이 '조울증형'이며 '매닉친화형'이라고 말한다. 소개에 따르면 "매닉친화형이란 조울증의 병전(病前) 기질을 일컫는다고 하는데 이 개념을 이용하면 흥, 신명, 해학 등 한국인의 외향성과 ‘조용한 아침의 나라’라고 할 수 있는 한국인의 내향성을 모두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 주장인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한국인의 마음을 다룬 또다른 책으론 정운현의 <정이란 무엇인가>(책보세, 2011)도 있다. "'다정도 병이 되는 세상'에서 우리네 정의 의미를 되짚어본 정에 관한 종합 담론서"라고 소개되는 책이다. 개인적으론 탁석산의 <한국인은 무엇으로 사는가>(창비, 2008)를 흥미롭게 읽은 적이 있는데(특히 한국인의 허무주의를 설명하는 대목), 한국인의 마음을 다룬 책들도 우리 자신을 새롭게 돌아보게 해줄지 궁금하다.  

9. 실용 

손수호 논설위원이 고른 실용서는 한기호의 <베스트셀러 30년>(교보문고, 2011)이다. 1981년부터 교보문고가 집계한 베스트셀러를 바탕으로 한국출판 30년의 기상도를 압축한 책. 전두환시대부터 현재까지의 한국사회를 들여다보는 한 가지 유력한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10. 자유론 

내 맘대로 고르는 주제는 '자유'로 정했다. 밀이나 벌린의 <자유론>이 아니라 일본 학자들의 <자유론>이다. 사이토 준이치의 <자유란 무엇인가>(한울, 2011)가 시발점인데, 기본문헌 안내에서 눈여겨본 책들이 예전에 번역됐거나 이제 막 번역된 참이어서 같이 묶어보았다. 이노우에 타츠오의 <타자에의 자유>(아침, 2008)와 사카이 다카시의 <통치성과 자유>(그린비, 2011)가 그렇게 묶인 책인데, <통치성과 자유>의 원제는 <자유론: 현재성의 계보학>이다.  

11. 05. 28.  

P.S. 개인적으로 '6월의 읽을 만한 고전'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숲, 2007)로 골랐다. 군말이 필요없는 작품이다. 강대진의 <일리아스, 영웅들의 전장에서 싹튼 운명의 서사시>(그린비, 2010)가 유용한 안내서이다. <처음 읽는 일리아스>(웅진지식하우스, 2006)도 가이드삼아 구해놓았는데, 항해사에 딸린 작살잡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여하튼 6월은 전장에서 보내게 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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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여름방학이 되면 미술관 순례를 위해 유럽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적잖다. 한번도 그런 마음을 품어본 적은 없지만 서점이나 도서관 순례라면 한번 더 생각해볼 것 같다. 유럽의 명문서점을 안내하는 책, 라이너 모리츠의 <유럽의 명문서점>(프로네시스, 2011)을 우선은 읽어본 다음에... 

 

한겨레(11. 05. 21) 박물관·미술관 뺨치는 개성만점 ‘명문’ 서점들

“정말 멋진 서점들은 무자비한 도시계획에 밀려나거나 파산하여, 우리 기억 속에만 인상 깊게 남아 있을 뿐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독일 출판계에 오래 몸담아온 라이너 모리츠는 이렇게 적었다. 유럽도 다르지 않은가 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동네책방은 거의 멸종 단계에 접어든 듯하고, 대학가에도 서점이 사라진 지 오래다. 입시용 참고서와 문제집, 취업과 자격증을 위한 책들로 연명하는 서점들이 드문드문 남았을 뿐이다. 대신 도시 한복판에는 거대한 서점들이 대형 백화점처럼 좌판을 넓게 펼치고 있다.

그래서 라이너 모리츠의 아쉬움은 우리에겐 배부른 소리처럼 들린다. 그가 유럽의 독특하고 유명한 서점 20곳을 뽑아 소개하는 책 <유럽의 명문서점>은 괜찮은 서점조차 찾기 어려운 우리 독자들에겐 ‘서점의 로망’을 불러일으키고도 남는다. 아직도 이런 서점들이 버티고 있는데 서점의 몰락을 걱정하다니 말이다. 



책이 소개하는 명문 서점들은 아름다운 인테리어 자체로도 눈길을 끌지만, 서점이 들어선 공간이 독특한 점에서도 발상의 전환을 보여주는 곳들이 많다. 화려한 쇼핑가의 한가운데 있는 서점, 퇴근길 전차철로 고가 아래에 자리잡은 서점, 교회 건물을 서점으로 바꾼 서점 등등이 이어진다. 

수십년에서 수백년에 이르는 역사를 지닌 서점들은 첨단 시스템을 갖춘 곳도, 오래 묵은 박물관 같은 곳도 있다. 고서점에선 책에서만 만나온 옛 명사들의 흔적이 가득하고, 미술사에 등장하는 천장화를 감상할 수 있는 서점도 있다. 라이너 모리츠의 말마따나 이 책에서 ‘노스탤지어’만 확인하게 되는 건 아니다. 고객 전용 서가를 제공하는 곳도 있으며, 에코백 유행을 불러일으킨 서점도 있다.  

이런 명문 서점들의 흥미진진한 면모는 텍스트를 넘어 전문 사진작가 두명이 찍은 사진들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유럽 여행 가이드북으로 삼아도 좋을 듯 싶다. 책 뒤편에는 스무곳의 주소와 연락처 등 외에 이밖에 더 가볼 만한 서점들을 소개해뒀다. 지도가 있었더라면 더 좋았겠다.(김진철 기자)  

11. 05. 27. 

 

P.S. 서점 이야기로는 루이스 버즈비의 <노란 불빛의 서점>(문학동네, 2009)도 챙겨놓아야겠다. "이 책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고대 로마, 6세기의 중국 등 역사의 구석구석을 간단없이 누비며 서적판매업이 어떻게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는지 상세하고도 매혹적으로 서술해놓았다. ‘관능적인 독서 공간’에 관한 세밀한 고증이자 애정의 기록"인 책. 도서관쪽으로도 책들이 나와 있다. 유종필 전 국회도서관장의 <세계 도서관 기행>(웅진지식하우스, 2010)에서 가보고 싶은 도서관들의 리스트를 얻을 수 있다. 최정태 교수의 <지상의 아름다운 도서관>(한길사, 2011)도 최근에 개정판이 나왔다. 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들이 발로 쓴 <유럽 도서관에서 길을 묻다>(우리교육, 2009)란 책도 나와 있는 건 이번에 알았다. 도서관에는 다 비치돼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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雨香 2011-05-27 12:47   좋아요 0 | URL
신문에서 소개기사를 읽고 아쉬어 했습니다. 3년전에 파리(2박3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2년전에 런던을 다녀온 터라 일찍 나왔으면 좋았었을텐데요.
미국에서 별 유명하지 않은 대학 도서관에 잠깐 들렀다가 깜짝놀랐습니다. 영화에서나 봄직한 도서관 모습에 .. 우리로써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서점, 도서관 문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로쟈 2011-05-28 07:38   좋아요 0 | URL
관심과 열의만큼의 문화를 갖는 것이죠...

Daniel 2011-05-28 04:37   좋아요 0 | URL
유럽의 책마을을 가다 읽고는 유럽 여행을 책마을들 위주로 꼭 한번 가고싶다했는데 더 갈 곳이 많았졌네요^^;;

로쟈 2011-05-28 07:36   좋아요 0 | URL
네, 책마을도 있었지요. 찍을 곳이 너무 많네요.^^;
 

직장인이라면 이제 막 점심메뉴를 골랐거나 골라야 할 시간이겠다. 이번주에 나온 폴 그린버그의 <포 피시>(시공사, 2011)에 눈길이 갔다면 생선구이나 참치 전문점 쪽으로 발길이 가지 않았을까. '포 피시(Four Fish)', 말 그대로 네 종류의 물고기가 주인공인 책이다. 부제는 '네 종류 물고기를 통해 파헤친 인간의 이기적 욕망과 환경의 미래'. 제목에다 쓴 연어, 농어, 대구, 참치가 우리의 '빅4'다.

   

번역본 표지는 낚시를 연상시키지만, 원저는 생선 시장이나 마트의 생선 코너 분위기다. 아무려나 제목만으로 '오늘의 책'에 값한다(순수한 책벌레의 입장에서 나는 이런 책을 좋아한다. '로쟈의 낚시'에 잘 부합하기도 하고). 저자의 발상이 특별하진 않으면서도 참신한데, 소개는 이렇다.  

작가이자 평생 낚시를 하며 살아온 폴 그린버그는 우리의 식탁을 장악해온 연어, 농어, 대구, 참치의 역사를 탐험하는 여정으로 우리를 인도하면서 이 중요한 변화의 시기에 물고기가 어떤 상태에 처했는지 밝히고 있다.

맘에 드는 책이 나온 만큼 원서의 이미지를 찾아봤다. 실제 크기에 조금이라도 가깝게 키워보면 아래와 같다. 우리의 주인공들은 위에서부터 차례로 연어, 참치, 농어, 대구다. 물론 한국인이 더 좋아하는 고등어나 갈치, 삼치 등이 주인공은 아니지만 그래도 전 세계적으로 보자면 이들이 '빅4'란 얘기다.   

 

책 대신에 생선들을 서재에 올려놓으니(서재의 좌판화?) 날씨따라 궂은 마음이 조금 펴지는 기분이다. 비록 점심메뉴가 생선구이는 아니더라도... 

11. 05. 26.  

P.S. 네 종류 물고기 가운데, 대구는 마크 쿨란스키 덕분에 이미 조명을 받은 바 있다. <세계를 바꾼 어느 물고기의 역사>(미래인, 1998) 정도되면 대단하지 않은가? 하지만 지금은 절판된 책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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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5-26 14:23   좋아요 0 | URL
말씀대로 번역본 표지는 좀 덜 싱싱해 보이네요 ㅋㅋ 오늘은 대구탕이 당겨서 그런지 대구가 유독 반가운데요^^

로쟈 2011-05-27 08:33   좋아요 0 | URL
네, 원서의 표지가 훨 싱싱해보이는데 말이죠...

雨香 2011-05-27 12:51   좋아요 0 | URL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인지 구미가 당기는 책입니다. 음식에 관심을 두다 보니 음식이라는 것이 사회,문화,역사,자연을 모두 품고 있다는 생각에 미치고 있습니다.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로쟈 2011-05-28 07:40   좋아요 0 | URL
전 어제 서점에 들렀는데, 허탕치고 왔습니다.^^;
 

문학평론가 백낙청 선생의 새 평론집이 나왔다. <문학이 무엇인지 다시 묻는 일>(창비, 2011). 기사를 보니 첫 평론집인 <민족문학과 세계문학1>과 <인간해방의 논리를 찾아서>도 합본호로 재출간됐다. 말 그대로 '백낙청 비평의 어제와 오늘'을 한꺼번에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마침 내달에 '문학들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강의할 일이 생겼는데, 유용한 참고가 될 듯하다. 소개기사를 옮겨놓는다(알라딘에는 아직 입고가 안 됐는지 이미지가 뜨지 않는다).  

  

한겨레(11. 05. 26) 문학, ‘촛불’ 앞에 당당할 수 있나

<문학이 무엇인지 다시 묻는 일>은 크게 두 부분으로 이루어졌다. 2007년 이후 쓴 문학평론들이 제1부에 실렸고, 찰스 디킨스와 토머스 하디, 조지프 콘래드 같은 영국 작가들을 다룬 글들이 2부로 묶였다. 이 가운데 표제 평론인 ‘문학이 무엇인지 다시 묻는 일’은 ‘촛불과 세계적 경제위기의 2008년을 보내며’라는 부제가 가리키듯 2008년 한국을 뒤흔든 촛불 집회를 지켜보면서 문학이 당대 현실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지를 비판적으로 점검한다.

백 교수는 “평론가들이 자기네끼리만 읽히는 글쓰기로 자족하고 작가들조차 상당수가 그런 평론에 언급되기 위한 작품만 쓰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며, 지금이야말로 문학이란 무엇인가 하는 물음을 다시 던져야 하는 때라고 주장한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그가 강조하는 것이 ‘사실주의’와 ‘리얼리즘’의 구분이다.  

오늘날 평론가들이 사실주의와 리얼리즘을 엄격히 구분하지 않고 리얼리즘을 낡은 것으로만 치부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그는 ‘자연주의적 모사론’으로서의 사실주의와 이를 극복한 심화된 리얼리즘을 구분하자는 쪽이다. 그가 보기에 리얼리즘은 “여전한 열쇠말”이다. 그는 일부 작가들이 사실주의적 기율을 ‘함부로’ 어기고 자의적인 묘사와 서사를 되풀이함으로써 독자에 대한 예의를 방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인식 위에서 그는 윤영수의 <소설 쓰는 밤>이 지닌 날카로운 현실비판 정신, 그리고 박민규 소설 <핑퐁>의 경쾌하고 자유분방한 스타일을 높이 평가한다.

<문학이 무엇인지 다시 묻는 일>과 함께 나온 <민족문학과 세계문학 1/ 인간해방의 논리를 찾아서>에서는 ‘백낙청표 민족문학론’의 초기 형태를 엿볼 수 있다. 1966년 계간 <창작과비평> 창간호 권두논문인 ‘새로운 창작과 비평의 자세’, 민족문학론의 전 단계를 보여주는 ‘시민문학론’, 그리고 “‘민족’이라는 단위로 묶여 있는 인간들의 전부 또는 그 대다수의 진정으로 인간다운 삶을 위한 문학”이라는, ‘민족문학’에 대한 유명한 정의를 담은 ‘민족문학 개념의 정립을 위해’ 등이 <민족문학과 세계문학 1>에 포함되었다면, <인간해방의 논리를 찾아서>에 묶인 글들은 문학평론이라기보다는 나중에 분단체제론 등으로 발전해 나갈 사회과학적 성격의 논문과 시사 칼럼이 대종을 이룬다. 



책을 내고서 25일 낮 기자들과 만난 백 교수는 “첫 두 책을 개정 출간하느라 30, 40년 전에 쓴 글들을 다시 읽어 보았는데, 처음의 문제의식이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는 점을 스스로 자부한다”며 “그러나 ‘민족문학’이 주제목에서 부제로 내려간 데에서 보듯, 지금은 민족과 민족주의라는 말을 그 전보다 훨씬 조심스럽고 상대적으로 써야 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신실하게 계속 하는 일은 문학하는 사람에게는 긴요하다고 봅니다. 좋은 글을 읽고 생각한 것을 말과 글로 표현하는 것이 비평이라면, 그것은 인문교양의 기본 중의 기본이고 그 중요성은 문명사회의 누구에게나 해당된다고 할 수 있겠죠. 평론가란 어디까지나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다음 독자를 위해 자신이 읽은 바를 이야기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최재봉 선임기자) 

11. 0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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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바다 2011-05-25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족문학과 세계문학>, 이 책이 다시 나왔군요. <인간해방의 논리를 찾아서>는 지금 보니 창비가 아닌 "시인사"라는 출판사에서 나왔었네요. 두 권모두 헌책방에서 구했었습니다. 백낙청 선생의 요즘 글들은 읽다보면 좀 고리타분하단 느낌도 들기도 하지만 <민족문학과 세계문학>에 실린 "시민문학론"은 참으로 포괄적이고 밀도 있는 명문장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다시 출간 된다니 반갑네요. <백낙청 대화록>과 이번에 새로 출간된 평론집을 빼면 백낙청 선생의 저술은 모두 소장하고 있는 셈인데 훨씬 짧은 기간 활동했던 김현 선생에 비해 비교적 저술이 많지 않은 편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책이 아직 입고가 되지 않은 듯 인터넷 서점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네요. 책이 깔리기도 전에 신문에서 다루어지는 건 백낙청 선생의 힘일까요? ㅎㅎ

로쟈 2011-05-26 12:27   좋아요 0 | URL
어제 언론인터뷰를 가졌나 봅니다. 보통 서점보다 언론사에 먼저 뿌리긴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