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작엔 일년에 두어 번씩 온라인서점을 통해 러시아 책을 구입하는데, 빠뜨리지 않는 건 지젝이나 라캉의 신간이다. 오늘 오랜만에 주문한 책 가운데는 지젝의 신간 두 권도 포함돼 있다. 한국어판으로 치면 하나는 <멈춰라, 생각하라>(와이즈베리, 2012)이고, 다른 하나는 <환상의 돌림병>(인간사랑, 2002)이다. 전자는 지난 연말에 나왔고, 후자는 그보다 10년 전에 나와서 벌써 절판된 책이지만 러시아어판으로는 2012년에 나온 신간으로 나란히 뜬다(러시아에서 지젝은 국내에서보다 지명도가 높지 않고, 책도 듬성듬성 소개된 편이다). <환상의 돌림병>은 표지가 특별하지 않지만 <멈춰라, 생각하라>의 러시아어판 표지는 꽤 맘에 들기에 옮겨놓는다. 러시아어판의 제목은 <불가능한 해>이다.

 

 

 

 

13. 01.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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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주간경향의 북리뷰를 옮겨놓는다. 올해도 격주로 서평은 게재한다. 첫 책으로 다룬 건 연말에 나온 가라타니 고진의 <세계사의 구조>(도서출판b, 2012)다. 고진의 대표작이라고 할 만한 저작인 만큼 앞으로도 여러 번 곱씹어보게 될 듯하다. 마무리가 아니라 이제 시작인 셈. 고진의 책을 처음 접하는 분이라면 <세계공화국으로>(도서출판b, 2007)를 먼저 읽거나, 같이 읽으면 좋겠다. 절판된 <트랜스크리틱>은 더 깊이 있는 독서를 위해서 참고해야 할 책이다(다시 번역돼 나올 예정이다).

 

 

 

주간경향(13. 01. 08) '마르크스의 헤겔비판'을 다시 한다

 

일본의 대표적 비평가 가라타니 고진의 문제작 <세계사의 구조>가 번역돼 나왔다. “교환양식을 통해 사회구성체의 역사를 새롭게 봄으로써 현재의 ‘자본=네이션=국가’를 넘어서는 전망을 열려는 시도”라고 저자는 서문에서 적었다. 그런 시도 자체는 낯설지 않다. 교환양식이란 관점은 전작인 <트랜스크리틱>에서부터 제시한 바 있다. 무엇이 달라졌고, 얼마나 더 전진한 것일까.

 

궁금증에 답하기라도 하듯 고진은 <트랜스크리틱>과 <세계사의 구조>의 차이부터 설명한다. 애초에 그는 “마르크스를 칸트로부터 읽고, 칸트를 마르크스로부터 읽는” 작업을 ‘트랜스크리틱’이라 명명했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텍스트’로 읽는 독특한 방법을 제시했지만 기본적으로는 문학비평가를 자임했다. 하지만 2001년에 일어난 9·11은 자본과 국가에 대해 더 근본적으로 고찰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텍스트 독해’라는 방법론을 넘어서 독자적인 ‘이론적 체계’를 만들도록 부추긴 것이다. 즉 <트랜스크리틱>이 비평가의 저작이라면 <세계사의 구조>는 이론가 혹은 사상가의 작품이다.

고진은 마르크스의 헤겔 비판을 그 연장선상에서 완성하고자 한다. “나의 과제는 어떤 의미에서 마르크스의 헤겔 비판을 다시 하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하지만 마르크스의 헤겔 비판을 반복한다는 것은 동시에 마르크스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기도 하다. 자본과 네이션, 국가를 상호연관적으로 파악한 헤겔을 비판하면서 마르크스는 자본제 경제를 하부구조로, 그리고 네이션이나 국가는 거기에 얹힌 상부구조로 간주했다. 자본주의라는 경제적 하부구조를 철폐하면 국가나 네이션은 자동적으로 소멸된다는 관념은 거기에서 나왔다. 하지만 자본주의를 극복하려는 마르크스주의적 운동은 국가와 네이션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렇다고 해서 고진은 ‘상부구조의 상대적 자율성’을 끌어오지 않는다. 그의 독창적인 착상은 네이션과 국가가 자본과는 다른 경제적 하부구조에서 기인한다는 점에 있다. 바로 교환양식이다. 마르크스는 생산양식의 관점에서 세계사의 구조를 설명했지만, 이제 고진은 교환양식을 통해 그것을 해명함으로써 마르크스의 설명을 보완하고자 한다. 교환양식을 그는 A(호수), B(약탈과 재분배), C(상품교환), 그리고 D(X), 네 가지로 구분한다. 발생사적으로 보자면 A는 부족사회의 지배적인 교환양식이고, B는 국가사회의 지배적 교환양식이다. 그리고 C는 자본제 사회의 지배적 교환양식이며, 고진이 아직은 X라고 부르는 교환양식 D는 증여와 답례로 이루어진 교환양식 A의 고차원적 회복으로서 앞으로 도래할 세계공화국의 하부구조다.

마르크스가 <자본론>에서 해명한 것은 주로 교환양식 C의 세계였다. 때문에 다른 교환양식이 형성하는 네이션과 국가에 대해서는 적절하게 해명할 수 없었다. 반면에 고진은 교환양식이란 이론틀을 통해서 사회구성체의 역사적 변천과정을 새롭게 해명한다. 더불어 ‘자본=네이션=국가’를 넘어설 수 있는 전망을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확보한다. 그것은 어떻게 가능한가? ‘자본=네이션=국가’라는 세계 시스템을 일거에 지양하는 ‘세계 동시혁명’을 통해서 가능하다. 마르크스의 이 신화적 비전은 전 세계적 차원의 폭력적 봉기라는 이미지로 각인돼 지금은 기각됐지만 고진은 그것을 다시금 복원한다. 다만 방법이 다를 뿐이다. 가령 일국에서 군사적 주권을 유엔에 ‘증여’하는 것이 일국혁명이다. 그러한 행위가 많은 국가로 확산된다면 그것이 바로 세계 동시혁명이다. 비현실적이라고? 하지만 우리가 그런 혁명을 지향하는 운동을 전개하지 않으면 남은 가능성은 세계 전쟁이라고 고진은 말한다. 낙담할 필요는 없다. 국제연맹이나 국제연합도 세계대전의 산물이었으니까. 곧 세계공화국의 실현이 쉽지는 않더라도 그 가능성을 제거할 수는 없다.

 

13. 01. 02.

 

 

P.S. <세계사의 구조>를 펴낸 이후 고진의 필력이 더 탄력을 받은 듯싶다. <'세계사의 구조'를 읽다>, <정치와 사상>, <철학의 기원> 등을 연거푸 펴내고 있다. 올해도 두어 권이 국내에 번역될 예정인 것으로 안다. 그는 아직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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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첫 리스트도 만들어놓는다. 첫날부터 눈이 내린 데다가 방안도 한랭하여 떠올린 노래가 영화 <연어알>의 주제가 K. D. 랭의 '맨발로'인데(http://www.youtube.com/watch?v=I4FkncWeIRs), 이 영화, 혹은 이 노래가 항상 연상시켜주는 소설이 잭 런던의 <야성의 부름>이다. 중학교 때 읽은 제목으로는 <야성의 절규>였던 걸로 기억된다. 알래스카의 늑대개 얘기였던가. 1903년작이라고 하니까 벌써 110년 전에 발표된 작품이다. '잭 런던 걸작선' 외에도 국내에는 여러 종의 번역본이 나와 있다. 이 한기, 이 바닥, 이 야성에서 다시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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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의 부름.화이트 팽
잭 런던 지음, 오숙은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2년 12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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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야성의 부름
잭 런던 지음, 권택영 옮김 / 민음사 / 2010년 10월
8,500원 → 7,650원(10%할인) / 마일리지 42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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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의 부름
잭 런던 지음, 임종기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2월
8,000원 → 7,200원(10%할인) / 마일리지 4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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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야성이 부르는 소리
잭 런던 지음, 곽영미 옮김 / 궁리 / 2009년 6월
9,800원 → 8,820원(10%할인) / 마일리지 49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2월 2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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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에 해맞이 여행이란 걸 다녀왔다. 날수로는 1박 2일이어서 기분이라도 좀 내는 줄 알았지만 오며가며 관광버스 안에서 열댓 시간을 보내야 하는 고역이었다. 날이 흐려 정작 해돋이는 보지 못하고 생선구이를 먹고 온천욕을 하는 것 정도로 한해를 시작. 그나마 눈이 더 내리기 전에, 차가 더 막히기 전에 귀환한 것이 다행이다 싶은 여행이었다. 하긴 여행의 목적은 일상에 다른 리듬을, 혹은 간섭을 가져오는 것이니 목적에 어긋난 여행은 아니었다. 다만 버스에서 일박하는 건 좀 힘들더라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2013년의 첫 페이퍼를 쓴다. 관심도서가 여럿 출간됐는데(내겐 이런 페이퍼가 새해맞이다!), 문학쪽은 나중에 따로 다루기로 하면, 먼저 하이데거의 <니체2>(길, 2012)가 마저 출간돼 드디어 완역됐다. <니체1>(길, 2010) 이후 2년만이다. 개인적으로는 두 권짜리 영역본을 갖고 있는데, 아무래도 분량이 방대하다 보니 읽을 엄두를 내지 못하던 차였다. 올해의 독서목표 중 하나는 이 <니체>를 읽는 것이다. 혹 바로 읽기가 부담스런 분이라면 고명섭의 <니체 극장>(김영사, 2012)로 워밍업을 하고서 손에 들어도 좋겠다. 그 정도면 '하이데거의 니체'를 관람할 준비로는 충분해보인다. 

 

 

또 '발터 벤야민 선집' 가운데 문학론 두 권이 같이 나왔다. 그의 비평 가운데 일부는 <발터 벤야민의 문예이론>(민음사, 1992)에 수록돼 있었다. 이번에 나온 <서사, 기억, 비평의 자리>(길, 2012)에는 프리드리히 횔덜린, 요한 페터 헤벨, 고트프리트 켈러, 카를 크라우스, 마르셀 프루스트, 폴 발레리, 니콜라이 레스코프 등에 대한 비평이 수록돼 있다. 같이 나온 <괴테의 친화력>(길, 2012)은 벤야민의 가장 대표적 평문으로 <괴테의 친화력>(새물결, 2011)이라고 작년에 한번 번역됐었다. <독일 비애극의 원천>처럼 두 가지 번역본이 경합을 벌이게 됐다. 

 

 

아무튼 괴테의 <친화력>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써야 할 글도 있어서 벤야민의 평문이 이렇듯 번역된 게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자연스레 <괴테의 친화력>과 씨름해보는 것도 올해의 일정에 포함됐다.

 

 

벤야민 얘기가 나온 김에 국내외 벤야민론 몇 권도 독서목록에 올려놓는다. 구입만 하고 독서를 미뤄놓았는데 테리 이글턴의 <발터 벤야민 또는 혁명적 비평을 향하여>(이앤비플러스, 2012), 강수미의 <아이스테시스>(글항아리, 2011), 그리고 홍준기 편, <발터 벤야민: 모더니티와 도시>(라움, 2010) 등이 근년에 나온 책들이다.

 

읽어야 할 책들의 목록을 하나둘 챙기다 보니 올해도 일정이 빡빡해 보인다. 어쩌겠는가. 책이 거기에 있는 것을. 이 또한 중독이 아니면 운명인 것을...

 

13. 01.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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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마지막 리스트를 만들어놓는다. 오전엔 한국근대문학사 관련서나 비평집 쪽으로 더 구입할 책들의 목록을 뽑아봤는데, 리스트는 방향을 틀어서 로마사 관련서로 잡았다. 계기는 지난주에 나온 로버트 냅의 <99%의 로마인은 어떻게 살았을까>(이론과실천, 2012)다. 어제 배송받아서 프롤로그만 읽은 참인데, 제목 그대로 '로마의 보통 사람들 이야기'다. 원저는 <보이지 않는 로마인(Invisible Romans)>(2011). 원서도 구할까 했지만, 보급판이 내년 봄에 나올 예정이서 잠시 미뤄두기로 했다. 로마사 관련서는 꽤 소장하고 있지만 체계적으로 꽂아두질 않아서(꽂아둘 공간이 없기도 하다) 독서의 순서를 잡기 어려운데 리스트라도 만들어두면 좀 낫겠다. 분량상 올해 나온 책으로만 한정한다. 알베르토 안젤라의 <고대 로마인의 24시간>(까치글방, 2012)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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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의 로마인은 어떻게 살았을까
로버트 냅 지음, 김민수 옮김 / 이론과실천 / 2012년 12월
29,000원 → 27,550원(5%할인) / 마일리지 1,38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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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고대 로마인의 24시간
알베르토 안젤라 지음, 주효숙 옮김 / 까치 / 2012년 1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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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제국의 위기- 235~337년, 로마 정부의 대응
램지 맥멀렌 지음, 김창성 옮김 / 한길사 / 2012년 5월
25,000원 → 22,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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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로마제국 쇠망사
에드워드 기번 지음, 이종인 편역 / 책과함께 / 2012년 4월
48,000원 → 43,200원(10%할인) / 마일리지 2,4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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