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먼저, 미국의 저명한 법철학자이자 고전학자 마사 누스바움의 책이 오랜만에 출간됐다. <시적 정의>(궁리, 2013). "문학적 상상력이 어떻게 정의로운 공적 담론과 민주주의 사회의 필수요소가 되는지를 조목조목 밝히는 이 책은 바로 문학의 사회적 가치를 논하는 책이다." 부제는 '문학적 상상력과 공적인 삶'. 

 

 

명망에 비해서는 국내에 소개된 책이 적은데, 누스바움의 단독 저서로는 <공부를 넘어 교육으로>(궁리, 2011)에 이어 두번째 책이다(묵직한 주저들이 여럿 더 있다). 편저자로 참여한 책으론 <불편한 인터넷>(에이콘출판, 2012)과 절판된 <나라를 사랑한다는 것>(삼인, 2003)이 있다. 저자가 말하는 '시적 정의', 곧 문학의 사회적 가치는 어떻게 발현되는가.

세계적으로 저명한 법철학자, 정치철학자인 마사 누스바움은 시카고 대학 법학과 학생들과 소포클레스, 플라톤, 세네카, 디킨스의 작품을 함께 읽었다. 왜 변호사나 재판관, 혹은 정치인이 될 학생들과 문학 작품을 읽었을까? 소설이 우리에게 불러일으키는 공감, 상상력, 연민의 감정이 합리적인 공적 판단을 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문학적 상상력이 어떻게 정의로운 공적 담론과 민주주의 사회의 필수요소가 되는지를 조목조목 밝히는 이 책은 바로 문학의 사회적 가치를 논하는 책이다.  

우리의 법학교육이나 로스쿨 커리큘럼에 이러한 문학의 가치가 잘 반영돼 있는지 궁금하다.

 

 

두번째 저자는 중국의 고문헌학자 리링. '리링저작선'의 네번째 책으로 <유일한 규칙>(글항아리, 2013)이 출간됐다. 손자 강의를 엮은 <전쟁은 속임수다>(글항아리, 2013)의 짝이 되는 '손자의 투쟁철학'을 개관하고 있다. 공자에 관한 책, <논어, 세번 찢다>(글항아리, 2011)와 <집 잃은 개>(글항아리, 2012)와 함께 중국의 고전학 수준을 가늠하게 해준다. 리링은 중국에서도 손자 연구의 최고 권위자라 한다.

 

 

<손자병법>은 물론 여러 종의 번역본이 나와 있다. 개인적으론 김원중 교수의 <손자병법>(글항아리, 2011)을 구비하고 있는데, 리링의 책들을 길잡이 삼아 '병법'에도 도전해봐야겠다...

 

 

러시아의 아동심리학자로 국내 교육계에서 각광받고 있는 레프 비고츠키의 주저 <사고와 언어>(한길사, 2013)도 새로 번역돼 나왔다. 러시아어 원전 번역인데, 이전에도 두 차례 번역본이 나온 바 있다. <사고와 언어>(교육과학사, 2011), <생각과 말>(살림터, 2011)과 비교해서 읽어봐도 좋겠다.

 

 

비고츠키 가이드북과 입문서에 해당하는 책은 비고츠키 교육학 실천연구모임에서 펴낸 <비고츠키 '생각과 말' 쉽게 읽기>(살림터, 2013), 르네 반 더 비어의 <레프 비고츠키>(솔빛길, 2013), 알렉산더 로마노비치 루리야의 <비고츠키와 인지발달의 비밀>(살림터, 2013) 등이 있다...

 

13. 0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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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발견'은 찰스 클로버의 <텅 빈 바다>(펜타그램, 2013)이다. '남획으로 파괴된 해양생태계와 생선의 종말'이란 부제가 어떤 내용인지 짐작하게 해준다. "인간의 탐욕이 부른 바다의 황폐화를 다룬 논픽션"으로 "영국에서 환경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해온 전(前) '데일리 텔레그래프' 기자, 찰스 클로버가 전 세계 바다에서 벌어지는 수산물 남획의 실태와 남획이 불러온 해양생태계 파괴의 실상을 치밀한 취재와 조사를 통해 정면으로 드러낸 심층르포다."

 

 

'해양판 <침묵의 봄>'이란 <인디펜던트>의 평이 책의 성격을 잘 압축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은이가 소개하는 한 연구에 따르면, 단적으로 1950년대에 해양에서 살았던 대어의 90%가 사라졌고, 세계의 어획량은 1988년부터 매년 77만 톤씩 감소해왔다. 이대로 간다면 우리가 지금 즐기는 생선을 우리 다음 세대가 맛볼 기회는 사라지고 말 것이다."

 

 

책의 메시지는 영화로도 제작됐다는데, 루퍼트 머레이 감독의 동명의 다큐가 그것이다. "전 세계 해양에서 벌어지는 남획이 초래한 결과의 불편한 진실"이란 평을 받았다고.

 

 

'불편한 진실'은 물론 지구 온난화 문제를 다룬 엘 고어의 환경리포트와 동명의 영화를 염두에 둔 표현이겠다. 그렇다면, '생선의 종말'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저자의 메시지는 이렇게 간추려진다.

-덜 포획한다. 포획 속도를 현재 속도의 절반 이하로 늦춘다면 바다가 다시 풍요로워질 것이며, 마침내 더 포획할 수 있을 것이다.

-생선을 덜 먹거나 낭비가 덜한 방식으로 잡은 생선을 먹는다.
-평소 자신이 먹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고 지속가능하지 않은 방식으로 잡은 생선은 거부한다.
-포획 대상을 까다롭게 선별하는, 낭비가 적은 어법을 선호한다.
-어부들에게 어획권 거래를 허용하되, 그에 따른 책임을 부여한다.
-공해와 집약적으로 어획되고 이용되는 바다의 50% 수역에 다랑어와 황새치 같은 대형어종의 회유지가 될 보호구역을 설치한다. 북해가 대표적인 예다.
-개체군 감소를 감시하는 지역 관할 어장기구에 공해상의 조업에 법을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200해리 이내의 수역에서는 조용한 민주주의 혁명을 조직해야 한다. 그리하여 시민들이 바다 전체에 대한 권리를 되찾아야 한다.

아무려나 이주에 나온 책 가운데서는 오시카 야스아키의 <멜트다운>(양철북, 2013)과 함께 필독해볼 만한 논픽션이다. 많이들 지적해온 바 있지만 국내에서도 이런 논픽션이 많이 나오면 좋겠다...

 

13. 0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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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차 지방에 내려가기 전에 '이주의 책'을 골라놓는다. 추수의 계절에 부응이라도 하려는 듯 책이 많이 나왔다. 그 가운데 개인적인 관심사와 시의성을 고려하여 다섯 권을 골랐다('이주의 저자'로 돌릴 책은 제외한 것이다). 먼저 타이틀북은 팀 잭슨의 <성장 없는 번영>(착한책가게, 2013)이다. 부제는 '협동조합과 사회적 경제를 위한 생태거시경제학의 탄생'이다. 성장보다 지속 가능한 삶을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책. 박근혜 정부가 복지 공약 후퇴로 논란이 빚고 있는 즈음이라 더 눈길이 간다.   

 

 

두번째 책은 오시카 야스아키의 <멜트다운>(양철북, 2013). '도쿄전력과 일본정부는 어떻게 일본을 침몰시켰는가'는 부제만 봐도 우리가 기다려왔던 책임을 알 수 있다. "'아사히 신문' 경제부 기자 오시카 야스아키가 2011년 3월 11일, 원전 사고 발생 직후부터 1년간 125명의 관련자들을 탐사 취재한 기록이다. 일본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이 책은 2012년, 제34회 고단샤 논픽션상을 수상했다." 알다시피 일본 원전 사태는 남의 나라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무얼 유념해야 하고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할지 책을 일독하면서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학생들의 손이 많이 갔으면 싶다.

 

 

세번째 책은 안드레이 란코프의 <리얼 노스코리아>(개마고원, 2013). 러시아 출신의 북한 전문가로 현재 국민대에 재직중인 란코프 교수의 신작이다. "‘우파 햇볕론자’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의 신작. 북한의 민주화와 개혁개방을 위한 방편으로서의 햇볕정책, 오늘날 북한이 처한 딜레마, 그에 엮인 남한 좌/우파의 맹점을 진단ㆍ처방한다." 원저는 올해 옥스포드대 출판부에서 나온 <리얼 노스코리아(The Real North Korea)>(2013)다. 

 

 

네번째 책은 한국 최초의 프로파일러이자 범죄심리 전문가인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와 인터뷰어 지승호의 대담집 <공범들의 도시>(김영사, 2013)다. "연예인 인권의 그늘, CSI 신드롬과 CSI 이펙트, 범죄 영화에 대한 분석 등 흥미로운 이야기들에서 사법 정의의 뿌리를 흔드는 범죄인 전관예우, 그리고 현 정국의 핵심 이슈인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 등 정치적인 테마들까지 한국 사회 전반을 관통한다." 각종 의혹과 강력사건이 끊이지 않는 한국사회인지라 대화의 소재가 풍성하다. 동시에 뜨끔하게 만든다. "당신도 공법이 아닙니까?"란 질문에도 답해야 하니까.

 

마지막 다섯번째 책은 사이먼 배런코언의 <공감 제로>(사이언스북스, 2013). '분노와 폭력, 사이코패스의 뇌 과학'이 부제다. "뇌 과학과 심리학으로 본격 해부한 공감의 맨얼굴.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정신 병리학 교수이자 세계적인 심리학자 사이먼 배런코언은 뇌 과학과 유전학, 발달 심리학 등 최신 과학을 동원하여 사이코패스를 비롯, 흔히 우리가 악마라 부르는 사람들의 뇌와 마음을 깊숙이 들여다봄으로써 그들이 보이는 잔혹하기 짝이 없는 행동들을 설명해 보고자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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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없는 번영- 협동조합과 사회적 경제를 위한 생태거시경제학의 탄생
팀 잭슨 지음, 전광철 옮김 / 착한책가게 / 2013년 10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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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멜트다운- 도쿄전력과 일본정부는 어떻게 일본을 침몰시켰는가
오시카 야스아키 지음, 한승동 옮김 / 양철북 / 2013년 9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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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리얼 노스코리아- 좌와 우의 눈이 아닌 현실의 눈으로 보다
안드레이 란코프 지음, 김수빈 옮김 / 개마고원 / 2013년 9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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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범들의 도시- 한국적 범죄의 탄생에서 집단 진실 은폐까지 가려진 공모자들
표창원.지승호 지음 / 김영사 / 2013년 10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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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에 실린 북리뷰를 옮겨놓는다. 이번주에 나온 브룩 원렌스키 랜포드의 <에덴 추적자들>(푸른지식, 2013)이 리뷰감이었다. 창세기에 등장하는 에덴이 어디에 있는지 설명하려고 했던 여러 학자, 지식인, 혁명가 등을 소개하고 있는 책으로 광범위한 자료조사와 재기 넘치는 필체가 결합된 수준 있는 논픽션이다.

 

  

 

중앙일보(13. 09. 28) 에덴은 있다! 낙원을 향한 그들의 열망

 

이 책은 창세기에 나오는 에덴이 실재한다고 믿고 찾아 나선 각양각색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논픽션이다. 책을 읽다가 에덴동산에 대한 ‘상식’은 뭔지 궁금했다. 마침 최근에 나온 크리스틴 스웬슨의 『가장 오래된 교양』이 생각나 펼쳐봤다. 하나님이 아담과 이브를 창조했다는 에덴이 지구 어디에 있었는지는 예로부터 적잖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 중 일부의 사람들은 발 벗고 찾아 나서기까지 했다. 바로 ‘에덴 추적자들’이다.

 



하지만 우리가 GPS로 찾을 수 있는 어떤 장소가 아닌 이상 에덴의 위치에 대해선 정확히 알기 어렵다. 『가장 오래된 교양』의 저자는 그럼에도 “성서 본문에 있는 잘 알려진 지명들을 근거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에덴이 오늘의 이라크에 있었다고 믿는다.”

‘에덴 추적자들’은 그 정도 추정에는 만족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일단 창세기의 묘사가 구체적이면서도 모호하다. “에덴에서 강 하나가 흘러나와 그 동산을 적신 다음 네 줄기로 갈라졌다”라며 네 강줄기의 이름으로 비손과 기혼, 티그리스, 유프라테스를 차례로 거명한다. 오늘날에도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은 터키에서 시작해 이라크를 지나 페르시아만으로 흘러 들어간다. 문제는 오늘날엔 존재하지 않는 비손강과 기혼강이 어디에 있었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기사 이미지

 

여기서 크게 두 파가 나뉜다.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을 기준으로 삼는 사람들은 기혼강과 비손강도 그 근처에 있다고 믿는다. 강이 아니라 샘이나 운하가 아니었을까 추정하는 사람도 있다. 반면 비손강과 기혼강에 더 초점을 맞추는 사람들은 오랜 세월이 지나는 동안 강 이름도 바뀌었을 것이기에 성서에 나오는 이름에 집착하면 안 된다고 본다. 창세기에 나오는 강 이름이 그저 ‘세상에서 가장 큰 네 강’을 가리킬 뿐이라는 1세기 로마시대 유대인 역사가 요세푸스의 말을 좇게 되면 에덴은 반드시 중동에 있을 필요가 없다.

비손강은 갠지스강으로, 기혼강은 나일강으로 이름이 바뀌었을 수도 있다면, 에덴은 말 그대로 지상 어딘가에 있는 곳이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심지어 에덴이 실제 장소일 수도 있고 은유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난감한 일이지만 에덴은 우리 마음속에 있다는 말로도 들린다.

이런 에덴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많은 흥미로운 사례 가운데 저자는 감리교 목사이면서 보스턴대 학장이었던 윌리엄 워런을 먼저 소개한다. 1859년 다윈의 진화론이 등장하면서 독실한 기독교인들은 인간이 원숭이와 다를 바 없다는 충격적인 주장에 맞서고자 각오를 단단히 한다. 강연 때마다 서두에 “혹시라도 모인 사람 중에 자신을 동물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다면, 그 동물이 사람이 될 때까지 토론을 미루는 것이 좋겠습니다”라고 일침을 놓던 워런도 그런 투사였다. 비교신화학을 전공했지만 진화론자들을 개종시키기 위해 워런은 과학의 언어를 배워서 창세기의 내용을 입증하고자 했다.

그가 주장한 에덴 후보지는 북극이었다. 당시 북극은 탐험가들의 손길이 닿지 않아 아직 미지의 지역이었고 워런의 ‘에덴 북극설’은 대중의 북극 환상에 편승한 것이기도 했다. 그가 1985년에 펴낸 『낙원을 찾다!』에는 북극을 중심에 놓은 고대 세계의 지도까지 수록했고 많은 독자들이 그에게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북극이 정복되고 북극 열병이 사그라지면서 그의 에덴 북극설도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졌다.

워런보다 좀더 신빙성 있는 주장을 내놓은 학자들도 물론 있었다. 『낙원을 찾다!』에 추천서를 써주기도 한 영국 옥스퍼드의 아시리아학 교수 아치볼드 세이스도 그 중 한 명이다. 어학에 탁월한 재능이 있었던 그는 고대 바빌로니아의 쐐기문자에 대한 독해를 바탕으로 에덴이 ‘좋음’이란 뜻의 고대 도시 에리두 근처에 세워진 동산으로 추정했다.

플랜테이션 농장 비슷한 곳으로 농장 가운데 특별한 나무가 있었다고 하며, 세이스는 이에 근거해 성서에 나오는 지식의 나무는 소나무, 생명의 나무는 야자과식물이라고 주장했다. 기혼강과 비손강은 고대의 인공 운하였을 거라는 게 그의 견해다. 그는 노아의 홍수가 실제로 있었던 재앙이며, 에덴동산 이야기도 사실에 근거한 이야기로 믿었다.

에덴 찾기는 기본적으로 진화론과 과학의 도전에 맞서 신의 창조론을 방어를 위한 성격을 띤다. 1991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47%가 여전히 지구와 사람을 신께서 아주 특별하게 창조했다고 믿는다. 그들에게 창세기에 대한 문자 그대로의 믿음은 신앙의 지표다. 창조론과 진화론의 대립 속에서 화해를 모색한 한 과학교사의 말은 왜 여전히 에덴이 관심사가 되고 있는지 시사해준다.

진화론을 안 믿는다는 건 지구가 편평하다고 믿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그는 신앙이 아이들을 망치는 게 아니라 삶에 아름다움을 더해준다고 믿는다. 과학과 신앙 사이에서 머뭇거리는 독자들에게 흥미진진한 이야기들과 함께 사색의 정원으로 인도하는 책이다. 아, 파라다이스란 말은 원래 페르시아어로 담이 둘러진 정원을 뜻한다고 한다.

 

13. 09. 28.

 

 

P.S. 에덴에 대한 가장 자세하면서도 강력한 문학적 묘사는 물론 밀턴의 <실낙원>에서 읽을 수 있다. 조신권, 이창배 교수의 번역본이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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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중인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의 출세작 <이데올로기의 숭고한 대상>(새물결, 2013)이 다시 나왔다. <이데올로기라는 숭고한 대상>(인간사랑, 2002)으로 나왔던 첫 번역판이 원래의 제목을 찾아서 나온 것이라 더 반갑다(새물결은 현재까지 지젝의 첫 저작과 마지막 저작 번역본을 보유하게 됐다).

 

 

사실 인간사랑판이 절판된 뒤로 '품귀본'이 돼 중고가가 65000원까지 치솟았지만(현재 알라딘에 올라와 있는 중고판이 그렇다) 더 온전한 새 번역본을 훨씬 저렴하게 구할 수 있게 됐다(초판 번역본의 오류들도 시정됐을 것이다). 소개는 이렇게 돼 있다.

슬라보예 지젝의 1989년 저작으로 그의 처녀작이라고 할 수 있다. 현상 속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실천가로서 그는 난해하다는 이유로 일반인들에게는 자칫 추상적인 개념들의 집합으로 비춰질 수 있는 라캉의 이론을 현실과 맞닿은 지점까지 끌어들인다. 소수를 위한 전문이론인 정신분석학이 영화나 대중소설 등의 대중문화와의 만남을 통해 훨씬 더 구체적으로 다가오게 되는 것이다. 그는 단순히 라캉을 소개하는 위치를 넘어서서 라캉의 목소리를 통해서 자신의 얘기를 전하는 데 비상한 능력이 있는 듯하다. 이 책은 라캉에 대한 해설서가 아니라 라캉에 관한 기존의 관점을 갱신하기 위한 출사표와도 같다. 지젝 자신이 서론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통상 포스트 구조주의자의 범주 속에 포함되는 라캉을 구출하는 동시에 독자로 하여금 그의 이론에 올바로 입문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것이 이 책의 목표다.

 

 

<이데올로기의 숭고한 대상>은 국내에서는 <삐딱하게 보기>로 처음 소개된 지젝의 본격적인 철학서로는 처음 소개된 책이기도 해서 재출간의 의미가 여러 모로 깊다. 책이 나오고 2003년에 처음 방한했던 지젝은 올해 세번째로 한국을 찾았고, 그에 대한 수용과 이해 수준도 그간에 한층 높아졌다. 그렇게 높아진 시선으로 다시 읽어볼 만하다. 개인적으로는 강의가 가능한 수준으로 <이데올로기의 숭고한 대상>을 독파하는 것이 재독의 목표이다. 겸사겸사 새 번역본을 계기로 더 많은 독자들이 지젝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13. 09. 27.

 

 

P.S. 지젝과 함께 방한중인 알랭 바디우의 주저 <존재와 사건1>(새물결, 2013)도 곧 나오는지 예판에 들어갔다. 전체의 절반인지 아니면 1/3 정도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비로소 본격적인 바디우 읽기의 여건도 마련되는 셈. 읽다가 만 제이슨 바커의 <알랭 바디우 비판적 입문>(이후, 2009)도 다시 손 닿는 곳으로 옮겨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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