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입은 보류중이지만 지난주에 나온 관심도서 가운데 하나는 E. A. 웨스터마크의 <인류혼인사>(세창출판사, 2013)다. 핀란드의 인류학자라고 하니까 저자가 생소한 건 당연한데, 그래도 상당한 업적을 세운 걸로 돼 있다.  

 

 

소개에 따르면, "약관 29세에 불후의 명작 <인류혼인사(The History of Human Marriage)> 제1판을 펴내 진화주의적 인류학자의 일원이 되었으며, 이후 헬싱키대학의 사회학교수(1890~1906), 아보아카데미의 도덕철학교수(1906~1918), 철학교수(1918~1930), 런던대학의 사회학교수(1907~1930)로 재직하면서 많은 논문을 쓰고 귀중한 저서를 남겼다. 그가 원시난교.집단혼의 논쟁에서 그 실질적 보급의 한계성을 지적하고 혼인에서의 '생물학적 조건'을 근거로 원시일부일처제를 주창한 것은 남다른 예지적 연구의 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원시일부일처제'를 주장했다는 게 핵심인 듯한데, 원저는 상당히 반대한 걸로 돼 있어서 번역의 대본이 무엇인지, 얼만큼 번역된 것인지 궁금하다.

 

 

웨스터마크 관련서를 찾아보다가 구입한 게 <침팬지 폴리틱스>(바다출판사, 2004)의 저자 프란스 드발의 <원숭이와 초밥요리사>(수희재, 2005)다. 두 권 현재는 절판된 듯한데(<원숭이와 초밥요리사>도 중고로 구했다), 저자는 저명한 영장류 학자. <원숭이와 초밥요리사>의 마지막 장이 '인간의 선성을 둘러싼 2천 년간의 논쟁'을 다루고 있는데, 그중 한 절이 '웨스터마크, 프로이트를 격파하다'이다. 웨스터마크의 프로이트 비판을 다룬 듯해 관심을 갖게 됐다.

 

 

분류하자면 <침팬지 폴리틱스>와 <원숭이와 초밥요리사>는 '사라진 책들'이 되는데, 그렇게 그냥 치워버리기엔 아쉽다. 새롭게 관심을 갖게 될 독자들을 위해서라도 좀더 버텨주길 바란다...

 

13. 10. 23.

 

 

P.S. 혼인과 반대되는 주제가 독신인데, 어제 관심을 갖게 된 책은 장 클로드 볼로뉴의 <독신의 수난사>(이마고, 2006)다. 다행히 아직 절판되지 않은 책이고, 같은 저자의 <키스>(살림, 2000)까지 뒤늦게 장바구니에 넣었다. <수치심의 역사>(에디터, 2008)가 가장 나중에 나온 책인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이건 절판됐다. 소장하고는 있는 책인지만 역시나 어디에 두었는지는 알 수 없는 책인지라 부재가 아쉽다. 책이 오랫동안 읽히는 건 결코 수치스러운 게 아닐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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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알고 있기에 '발견'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주의 서프라이즈'이면서 '이주의 과학서'에 해당하는 책은 조지 윌리엄스의 <적응과 자연선택>(나남, 2013)이다.

 

 

 

진화생물학의 고전으로 개인적으론 수년 전에 원서까지 구해놨던 책. <이기적 유전자>를 쓴 도킨스조차도 이렇게 경의를 표한 바 있다. "내가 쓴 <이기적 유전자>의 핵심은 조지 윌리엄스의 <적응과 자연선택>에 나오는 두어 단락 안에 다 들어 있다. 윌리엄스의 이 책은 진화 이론이 발전하는 데 거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를 깊이 존경한다." 소개는 이렇다.

 

 

워낙 여러 과학책에서 이 책이 언급되기에 국내 독자들에게도 그 묵직한 존재감은 잘 알려져 있었던 책, 조지 윌리엄스의 <적응과 자연선택>이 진화심리학자 전중환 교수(경희대)에 의해 우리말로 번역되었다. 왜 이 책이 그토록 중요한가? 이 책은 유전자의 눈 관점(gene’s eye view), 즉 복잡한 적응은 오직 유전자의 이득을 위해 진화했다는 새로운 시각을 제안함으로써, 현대 생물학에 우뚝 솟은 고전이 되었기 때문이다. 윌리엄스가 펼친 논제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적응은 우연히 발생한 이로운 효과가 아니라 과거의 환경에서 적합도를 높이게끔 자연 선택에 의해 설계된 증거를 통해서만 판별됨을 강조하였다. 둘째, 저자는 적응이 집단이나 군집, 생태계가 아니라 오직 유전자의 이득을 위해 진화함을 입증함으로써 당시 유행하던 집단 선택설에 종지부를 찍었다.

조지 윌리엄스는 몇달 전 <사회생물학의 승리>(동아시아, 2013)를 읽다가 다시금 상기하게 돼 관련서를 (다시) 구하기도 했는데, 이렇듯 불시에 그의 대표작과 만나게 돼 반갑다. 게다가 진화심리학을 전공한 전중환 교수의 번역이라 더욱 신뢰가 간다. 진화생물학 서가의 빈틈 하나가 채워졌다...

 

13.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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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차 피츠제럴드와 헤밍웨이의 작품을 읽는데, 마침 <헤밍웨이 단편선1,2>(민음사, 2013)가 출간됐다. 70여 편의 단편 가운데 35편을 선정해 번역했다고 하니까 절반쯤 옮겨진 셈이다. 단편작가로서도 헤밍웨이는 "약 70편에 이르는 단편을 통해 미국 단편 문학의 전통을 계승하는 한편 '하드보일드 문체'와 '빙산 이론'으로 명명된 독자적인 스타일을 확립시키며 장르를 아우르는 문학적 대가의 면모를 과시했다"는 평가다. 그간에 출간된 단편집과 같이 리스트로 묶어놓는다.

 


9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헤밍웨이 단편선 1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3년 10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내일 수령" 가능
2013년 10월 22일에 저장

헤밍웨이 단편선 2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3년 10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내일 수령" 가능
2013년 10월 22일에 저장

헤밍웨이 단편소설 선집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현혜진 옮김 / 부북스 / 2013년 5월
6,900원 → 6,210원(10%할인) / 마일리지 34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내일 수령" 가능
2013년 10월 22일에 저장

헤밍웨이 단편선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성시림 옮김 / 문학산책사 / 2012년 5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2013년 10월 22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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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포드대 수학과 김민형 교수의 <소수 공상>(반니, 2013)이 소개된 데 이어서 이번에는 케임브리지대에서 과학철학을 강의하는 장하석 교수의 대표작 <온도계의 철학>(동아시아, 2013)이 번역돼 나왔다. 부제는 '측정 그리고 과학의 진보'.

 

 

언젠가 언론보도를 통해서 책의 존재는 알고 있었는데, 예상보다 빨리 번역돼 나왔다. 어떤 책인가.

책을 통해 장하석 케임브리지대학교 석좌교수는 일약 세계적 과학철학자로 명성을 알렸으며, 러커토시상은 물론 2005년 영국 과학사학회가 과학사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기여를 한 에세이 저자에게 주는 ‘이반 슬레이드상(Ivan Slade Prize)’을 받았다. 같은 해에는 <타임스> 고등교육 부록(THES)이 선정하는 ‘올해의 젊은 학술 저자’ 최종 결선에도 진출했다. <온도계의 철학>은 토머스 쿤의 저작들과 비견되기도 한다. 장하석 교수는 <온도계의 철학>을 통해 일약 세계적 과학철학자로 명성을 알렸다. <온도계의 철학>이 수상한 러커토시상은 헝가리 출신의 과학철학자 임레 러커토시(Imre Lakatos)를 추모하고 그의 업적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한 상으로 과학철학 분야에서 최근 6년간 출판된 영문 서적 가운데 최고의 책을 골라 수여한다.

 

 

토머스 쿤, 칼 포퍼와 함께 과학철학 논쟁을 주도했던 러커토시는 국내에 '라카토스' '라카토시' '라카토슈' 등으로 표기됐고, 공저를 포함 몇 권의 책이 번역돼 있다. 과학철학 분야의 가장 권위 있는 상이라고 하는데, 6년에 한번씩 수상하는 걸 봐서도 <온도계의 철학>이 얼마나 뛰어난 책으로 평가받는지 알 수 있다. 하버드대학의 피터 갤리슨 교수의 평이다.

학생들에게 이 책은 과학철학으로 들어가는 훌륭한 길이 된다. 전문가에게는 최첨단 과학이 물리학 기초 개념의 특별한 이야기와 함께할 수 있음을 보는 일이 크나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온도계의 철학>은 역사, 철학, 그리고 과학이 교차하는 놀라운 책이다.

비록 번역서일지라도 한국 학생들에게 한국인이 쓴 명저를 읽힐 수 있다는 건 매우 부듯한 일이다. 과학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는 좋은 귀감이 될 만하다...

 

13.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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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기 전 '오래된 새책'들을 더 골라놓는다. 우연히 발견한 에리카 종의 <비행공포>(비채, 2013) 덕분에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미국의 송어낚시>(비채, 2013)까지 같이 건졌다. <비행공포>가 더 궁금하지만 <미국의 송어낚시>가 먼저 나왔으니 먼저 다룬다.

 

 

<미국의 송어낚시>는 이미 여러 판본으로 출간됐었는데, 제일 처음은 공역서로 나온 중앙일보사판이었다(내가 소장하고 있는 판본이다. 어느 박스에 들어가 있는지 모르지만). 이후에 효형출판에서, 뒤이어 비채에서 다시 나온 것(비채판도 2006년에 나오고 이번에 다시 찍은 듯싶다). 소개에는 "김성곤 교수가 1991년에 번역.소개한 <미국의 송어낚시>의 재출간판이다."이라고 돼 있는데, 2006년 효형출판판의 소개 같다. "김성곤 교수의 두번째 번역을 거친 이 책은, 1960년대 목가적 꿈을 잃어버린 미국 산업사회를 담담하게 패러디하고 풍자한다." 찾아보니 첫 작품인 <빅서 출신의 남부 장군>(1964)보다 먼저 쓰였지만 그보다 늦은 1967년에 출간됐다. <워터멜론 슈가에서>(비채, 2007)가 그 이듬해에 나왔다. 어떤 의의가 있는 책인가.

 

 

미국 생태문학의 대표작이자 히피운동이 꽃피우던 1960년대 미국 청년들의 ‘성경’이었던 소설 <미국의 송어낚시>의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브라우티건의 팬임을 자처한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자유롭고 순수하며 엉뚱하고 즐거운 사고와 기성 소설의 틀을 낱낱이 해체한 듯 독특한 해방감’이라고 표현한 원작만의 개성과 은유를 모던&클래식 시리즈의 판형에 고스란히 담았다. 작품 세계로 독자를 인도하는 소개글을 첨가하고 번역문을 다듬고 수정해 보다 간결하고 읽기 쉽게 했다. 번역을 맡은 서울대학교 김성곤 교수의 자세한 해설과 생전의 작가와 나눈 인터뷰가 송어낚시 여행을 떠나는 독자들의 이해를 도울 것이다.

 

여성의 성애를 다룬 작품으로 70년대 초반 화제가 됐던 에리카 종의 <비행공포>(1973)도 국내에 여러 차례 출간됐다(원서는 바로 최근에 40주년 기념판이 나왔다). 검색해보니 <공중에 뜬 나의 맨발>(고려원, 1979), <날아다니는 것이 무서워>(문장, 1979), <날기가 두렵다>(민예사, 1979), <날으는 것이 두렵다>(삼문사, 1981) 등이 초기 번역본들이고, 역시나 절판됐지만 비교적 최근에 나온 게 <날기가 두렵다>(넥서스, 1995)이다. 지금은 존재감이 없는 작가가 됐지만 한때는 아래 책들이 국내에 모두 번역됐었다.

 

 

 

제일 오른쪽 책은 1942년생인 저자가 쉰 살 때 쓴 자서전으로 <내가 두렵다>(넥서스, 1995)로 번역됐다(원저는 1994년에 나왔다). 아래가 젊은 시절의 에리카 종. 현재는 71세로 노년의 삶을 살고 있다.

 

 

여하튼 <비행공포>는 작년인가 도서관과 헌책방을 뒤져본(검색해본) 적이 있는 책이어서 재출간이 반갑다. '걸작'은 아니더라도 '시대'의 표정을 담고 있는 책들을 요즘 구하고 있기도 하고. 작고한 최인호의 <별들의 고향> 같은 책 말이다.

 

 

 

그러고 보니 <별들의 고향>도 1973년에 나왔다. <비행공포>와 동갑내기인 셈. 1973년생들도 어느덧 중년을 맞았구나... 

 

13. 10. 20.

 

 

 

P.S. 아, <비행공포>를 왜 찾았는지 생각이 났다. 역시나 지젝 때문이었다. <환상의 돌림병>(인간사랑, 2002)에서 그가 인용한 대목(이 또한 절판됐군). 유명한 세 가지 변기 얘기다.

에리카 종이 거의 잊혀진 그녀의 <비행공포>의 시작부분에 나오는 서로 다른 유럽의 변기에 대한 그 유명한 논의에서 비웃는 식으로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는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독일의 화장실은 참으로 제3제국의 공포를 알게 해주는 열쇠이다. 이와 같은 화장실을 만들 수 있는 국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이다."(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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