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 눈길을 끄는 책이 출간됐다. <마오의 독서생활>(글항아리, 2012). 중국 현대사의 문제적 인물이 어떤 책을 읽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엿볼 수 있게 한다. 개인적으론 <레닌의 독서생활> 같은 책은 나온 게 없나 궁금해진다...

 

 

경향신문(12. 01. 14) 책을 통해 중국을 바라보고 혁명의 이론 찾은 ‘독서광 마오’

 

그를 만난 책들은 피곤에 절었을 게 분명하다. 밑줄은 기본이다. 동그라미, 점, 삼각형, 의문부호 등 온갖 표시들로 가득하다. 게다가 여백도 짤막한 평들로 메워 가만두지 않는다. 마오쩌둥이 ‘독서광’이었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해주는 책이다. 마오와 함께했던 동지와 비서, 도서실 관리자, 영어교사 등 측근 8명이 생생한 육성으로 전한다. 마오가 어떤 책을 어떻게 읽었는지를 상세히 보여준다. 마오의 독서에 대한 철학부터 여백에 메모하고 평가하는 습관, 저자들과의 서신 토론 및 담화, 서재 풍경, 이동할 때의 책읽기까지 마오의 평생독서를 그렸다. 1부는 고전, 문학, 역사, 신문 및 잡지, 영어공부를 다뤘고 2부는 마르크스·레닌 저작, 철학, 자연과학 등을 담았다. 육필원고, 책에 남긴 표시, 저자와의 서신 등 수많은 도판 자료가 이해를 돕는다. 
 
책은 자신이 읽고 배운 지식을 어떻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는지, 어떻게 중국의 것으로 확대하려 했는지에 주목한다. 한 혁명가의 단순 독서론으로만 볼 수 없다. 역자의 말처럼 마오쩌둥이라는 한 사람의 인생 역정에 현대 중국의 역사가 집약돼 있기 때문이다. 마오에게 책은 그림자였다. 혁명전쟁도 그를 책에서 떼어내지 못했다. 식음을 전폐하면서까지 읽은 책을 측근들에게 권유했다. 독서 범위도 광대했다. 이는 배움에 대한 그의 열정에서 비롯됐다. “나이가 들어서도 배우고 익혀야 합니다. 내가 다시 10년을 더 살고 죽는다면 9년 359일을 배울 것입니다.”

 

 

 

마오가 문학작품을 통해서도 중국을 바라봤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특히 그는 민중의 소극적이고 뒤떨어진 정신상태를 질책한 루쉰을 좋아했다. 그가 보기에 루쉰은 “암흑과 폭력의 공격에서도 독립적으로 버텨낸 한 그루의 큰 나무”이자 “진정한 마르크스주의자이며 철저한 유물론자”이다. 마오는 연설, 담화, 저작을 통해 아Q를 자주 언급했다. 혁명을 허락하되 <아Q정전> 속의 가짜 양놈 노릇을 해서는 안되며 아Q혁명을 허락하면 안된다고 했다. 그는 또 문건을 쓸 때는 <아Q정전>처럼 통속화하고 구어화할 것을 주문했다.

 

 

 
‘수불석권’이란 마오쩌둥에게 어울리는 성어다. 그는 문학책, 역사책, 마르크스·레닌의 저서, 철학책을 읽으며 줄을 치고 메모했다. 그는 또 <홍루몽>을 ‘역사’로 읽었다. 봉건사회의 계급투쟁을 묘사한 소설로 간주하며 호평했다. 그는 홍루몽의 저자 조설근이 살던 시대는 “소설 속 가보옥처럼 봉건제도에 불만을 가진 인물들의 시대”라며 <홍루몽>에서 묘사된 4대 가족의 쇠망을 통해 봉건통치계급의 쇠망을 이해하려 했다. 마오는 <금병매>도 높이 평가했지만 “다소 희망을 보여주고 있”는 <홍루몽>과는 달리 “주로 암흑을 폭로하기만 했”다고 비교한다. 그는 조카손녀에게 “네가 <홍루몽>을 읽고자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봉건사회를 알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론서나 역사서 탐독은 당연했겠지만 문학작품에까지 애착을 보인 건 왜일까. <홍루몽>처럼 봉건사회의 구체적 생활상을 묘사한 문학작품을 읽어야 봉건사회에 대해 세밀하고 생동적인 이해를 할 수 있게 되며, 이는 이론서 같은 것에서는 쉽게 얻을 수 없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마오는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신봉했다. 간부라면 마르크스·레닌 저작을 읽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그는 특히 레닌의 저작을 중점적으로 읽었다. 저자에 따르면 마오는 레닌의 책으로부터 식민지, 반식민지 국가에서 민주혁명을 진행하고 또 민주혁명에서 사회주의 혁명으로 바뀌는 이론을 찾았다. 중국의 실제와 밀접하게 연계시키며 반복적으로 읽었지만 그는 훗날 마르크스·레닌 저작 속의 일부 논점을 교조화하고 심지어 오해까지 해 막중한 손실을 끼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오가 모든 방면의 책을 섭렵한 것은 아니다. 외국 문학과 경제 분야의 책, 특히 생산의 사회화에 관한 외국 서적은 읽은 것이 적다고 한다. 그는 또 자연과학과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끝까지 이를 견지하지 못했다. 오히려 사회주의 개조가 기본적으로 완성된 후 그는 갈수록 “계급투쟁 중심으로” 할 것을 강조했고, 자연과학을 중시하는 사상은 희석됐다. 이런 추세는 10년간의 ‘문화대혁명’으로 변질됐고 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줬으며 과학 발전도 저해했다고 저자는 평한다.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손에서 책을 놓지 않은 마오는 맹자의 한마디를 즐겨 인용했다. “<서경(書經)>을 그대로 다 믿는다면 <서경>이 없느니만 못하다.” 독서를 즐기되 책을 맹신하지 않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독립적으로 사고하고 집요하게 파고드는 마오의 단면이 엿보인다. ‘사다(四多)’, 즉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고 많이 묻는 마오의 습관에 밑줄이 그어진다. 세계든 자신이든 혁명하려면 ‘미쳐야 미친다(不狂不及)’는 얘기다. 1986년에 같은 제목으로 출판됐고 이 책은 2009년판을 완역한 것이다.(고영득기자)

 

12. 01. 14.

 

 

P.S. 마오에 관한 책은 다수 출간돼 있다. 평전들 외에 지젝이 엮고 해제를 붙인 <마오쩌둥>(프레시안북, 2009)에 특히 눈길을 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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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읽고 있는 책 중의 하나는 김용진 KBS 기자의 <그들은 아는, 우리만 모르는>(개마고원, 2012)이다. '위키리크스가 발가벗긴 '대한민국의 알몸''이란 부제가 어떤 책인지 말해준다. 줄리언 어산지에 관한 책만 지난해 봄에 읽은 기억이 있고, 방대한 공개자료를 일별해주는 책이 곧 나오길 기대했었다. 책 뒷표지에 박힌 문구 그대로이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하는 권력자들의 비겁한 꼼수, 그들은 알고 있지만 우리만 몰랐던 비밀스러운 이야기들!" 이제 우리도 알 수 있고, 알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관련서 몇권을 모아놓는다. 아래는 소개기사이다.

 

 

미디어스(12. 01. 11) 김용진 KBS기자, '위키리크스' 책 냈다

 

김용진 KBS 기자(전 탐사보도팀장)가 국내 언론이 침묵하고 있는 위키리크스 문건 가운데 한국 관련 내용을 분석한 책을 펴내 주목된다. 지난해 9월 정보공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 외교전문 가운데 김용진 기자가 주한 미 대사관 작성 문건을 직접 분석한 내용을 담은 <그들은 아는, 우리만 모르는>(부제: 위키리크스가 발가벗긴 대한민국의 알몸)이 지난 6일 발간됐다.

위키리크스가 미 외교 전문을 공개했던 지난해 9월 김용진 기자는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한국 주류 언론, 위키리크스 외면 참담하다>는 제목의 글에서 "생산된 지 5년 이내의 한국 관련 미국 비밀문서가 이처럼 무더기로 공개된 것은 문자 그대로 '유사 이래' 처음이지만 주류 매체는 지금까지도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한국 관련 문건이 얼마나 되는지, 어떤 내용이 주로 담겨 있는지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다"며 "방송사의 침묵은 무관심이나 무지보다는 의도적 외면의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들은 아는, 우리만 모르는>에는 미 쇠고기 협상, 아프간 파병, UAE원전수주, 독도문제, 한미FTA, 론스타 등 한국 사회를 뒤흔든 사건의 이면이 적나라하게 기록돼 있다. 출판사 측은 "권력이 그토록 감추고 싶어 한 비밀들, 미국은 알지만 정작 우리는 모르는 '대한민국의 실체'에 대해 심층분석한 종합보고서"라며 "비밀문서에 기록된 충격적인 내용들은 '공식적인 발표' 뒤에서 굴러가는 '진짜 현실'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이어 "위키리크스 문서와 그를 바탕으로 한 이 책의 발간은 정보 민주화에서 큰 진전"이라며 "이 책으로 인해 그동안 '자신들만 알고 우리는 모르게' 한국사회를 움직여왔던 권력자들은 그 부끄러운 알몸을 까발리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KBS <미디어포커스> 데스크, KBS 탐사보도팀장 등을 역임한 김용진 기자는 2008년 보복성 지역 발령을 당해 현재 울산KBS에서 근무하고 있다.(곽상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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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아는, 우리만 모르는- 위키리크스가 발가벗긴 대한민국의 알몸
김용진 지음 / 개마고원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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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주문하면 "4월 28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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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 새장 속에 갇힌 권력
쑤옌.허빈 지음, 이정은 옮김 / 다상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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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투명성의 시대- 위키리크스가 불러온 혁명
미카 시프리 지음, 이진원 옮김 / 샘터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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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 비밀의 종말- 가디언이 심층취재한 줄리언 어산지의 모든 것
데이비드 리.루크 하딩 지음, 이종훈.이은혜 옮김, 채인택 감수 / 북폴리오 / 2011년 8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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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독가들의 독서법을 소개하는 기사를 옮겨놓는다. '다독가'로 호명돼 오전에 전화인터뷰에 응한 바 있는데, 장석주 시인, 김도언 소설가의 독서법과 함께 기사화됐다. 로쟈식 독서법은 '초병렬 독서법'으로 정리됐다.

 

 

한국일보(12. 01. 11) 책, 어떻게 읽을까… 다독가들에게 들어보는 독서법

 

새해맞이 연례행사인 '올해의 목표' 정하기. 여기에 금연, 운동, 다이어트와 함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독서다. 하지만 생활 계획이란 것이 으레 작심삼일의 관행을 비켜가기 힘들 듯이, 책 읽기를 습관화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책을 읽고 쓰고 기획하는 게 직업인 다독가 3명에게 독서 방법을 물었다. 책을 꾸준히 체계적으로 읽는 비법, 그리고 생활과 업무에 응용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마인드 맵을 그려라
장석주 시인 "키워드를 정해 읽으면 책의 내용 명료해져"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장석주씨는 다독가, 장서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정오까지 원고를 쓰고 오후에는 책 읽고 저녁에는 개인적인 일을 처리한다. 종일 책을 읽고 생각하고 글을 쓰는 그의 일상은 마치 수도승 같다. 몇 년 전 경기 안성에 서재 '수졸재'를 지어 2만 5,000여권의 책을 보관하고 있는데 요즘도 한해 평균 1,500권 가량의 책을 산다.

 


장씨는 "보통 사람보다 빨리 읽는 편이지만, 속독을 배운 적은 없다"고 말했다. "책을 읽을 때 집중력이 좋은 편이에요. 보통 독자들이 책 읽을 때 집중하는 시간은 10분 내외로 짧습니다. 그래서 앞의 내용을 자꾸 들춰보게 되죠. 저는 3시간 정도는 집중할 수 있어요."

장씨의 독서법은 '머릿속에 마인드맵 그리기'다. 쉽게 말해 책의 중요한 키워드를 몇 가지 정해 이를 중심으로 책의 내용을 그때그때 정리해가며 읽는 방법이다. 그는 "책을 읽기 시작하면 우선 직육면체 입체 공간을 머리에 떠올린다. 이 공간에 책의 주요 키워드를 배치한다. 그리고 각각의 키워드가 어떻게 상호 연결되는가를 유념하면서 읽는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읽은 이수영의 <명랑철학>을 예로 들며 원한, 가책, 위계, 거짓, 사유, 긍정 같은 키워드를 머릿속에 그리면서 읽었다고 설명했다. 이 독서법의 장점은 책 내용이 명료하게 정리되고, 저자의 생각과 자신의 생각을 비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초보자가 장씨의 독서법을 무턱대고 따라 하기는 어렵다. 그는 "다독가가 되려면 우선 무조건 책 읽는 시간부터 내라"고 조언했다. "다른 취미 생활 중 하나를 빼고서라도 책 읽을 시간을 내야 합니다. 그리고 책을 꼭 사서 읽으세요. 돈 주고 산 책은 언젠가는 읽습니다. 서평집이나 일간지 북 섹션, 서평기사 등을 조금만 관심 있게 보면 책 고르는 안목을 키울 수 있습니다."

 



초병렬 독서
이현우 한림대 연구교수 "여러 책을 한꺼번에… 이해 쉬워 시너지 효과"


'인터넷 서평꾼 로쟈'로 알려진 이현우 한림대 연구교수 역시 손 꼽히는 다독가, 장서가다. 전공인 러시아문학 외에도 들뢰즈, 지젝, 랑시에르 등 해외 유명학자들의 국내 번역본에 관해 가장 먼저 서평을 올리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의 장서는 대략 1만5,000권 가량. 여러 매체에 서평을 기고하며 받은 신간을 제외하고 지난해에만 2,000만원어치 책을 사 읽었다.

이씨의 독서법은 이른바 '초병렬 독서법'이다. 일본 저술가 나루케 마코토의 <책, 열 권을 동시에 읽어라>에 소개된 독서법으로 일정 기간을 정해 문학, 경영학, 과학, 평전, 예술, 역사 등 다른 장르의 책들을 동시에 읽는 것을 말한다. 그가 이 방법을 택한 이유는 사실 일 때문이다. "글 쓰기와 학교 강의를 병행하다 보니 한꺼번에 여러 권의 책을 읽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씨가 지난주 읽은 책은 ▦플라톤 <향연>의 국내 번역본 7,8종 ▦잭 구디, 에이사 브릭스 등이 쓴 <탐사> ▦레이철 홈스의 <사르키 바트만>과 탈식민주의 이론서 5,6종 ▦앤서니 기든스의 <현대사회의 성, 사랑, 에로티시즘>을 비롯한 사랑에 관한 인문학 이론서 5,6종 ▦모리스 고들리에의 <증여의 수수께끼>와 관련 사회학 이론서 5,6종 ▦브루스 커밍스의 신작 <바다에서 바다로>와 커밍스의 이전 저작 2,3종 등이다. 대부분은 강의와 집필에 필요한 부분을 발췌해서 읽고, 처음부터 끝까지 통독한 책은 서너 권이다. 번역서는 원서와 함께 보는 것이 원칙이다.

 

 

이씨는 "여러 책들을 동시에 읽음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얻는다"고 말했다. 어떤 책에서는 잘 와 닿지 않던 내용이 비슷한 시기에 쓰인 다른 분야 책을 읽으면서 이해가 될 때가 있다. 그는 "사상서는 해당 저자의 책을 한 권만 제대로 읽으면 다음 책은 쉽게 읽을 수 있다. 선입견을 버리고 읽으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사실 다독이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초등학생은 많이 읽는 게 도움되겠지만, 어느 정도 독서 경험이 있는 독자라면 읽은 내용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죠. 책을 노예처럼 부려먹으세요. 어느 선까지 저자를 이해하고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나면, 이후에는 자기 생각을 발전시키는데 이용하면 됩니다."

 



테마를 정하라
김도언 열림원 편집장 "사상·역사 배경별 묶어 독서… 메모·노트 병행"


출판?열림원 편집장이자 소설가인 김도언씨는 10여년 간 잡지사와 출판사에서 일하며 작품을 써왔다. 독서와 집필이 일인 셈인데, 업무 외에 읽는 책은 한 달 평균 10권 가량이다. 2004년부터 쓴 독서노트를 모아 재작년 서평집 <불안의 황홀>을 냈을 정도로 꼼꼼한 독서를 자랑한다.

 


김씨의 독서법은 '테마 읽기'다. 그는 "테마를 정해서 관련 책들을 찾아 한꺼번에 읽는다. 19세기 유럽의 정신과 지적 분위기를 다룬 소설, 17세기 고전주의 저서, 20세기 일본의 중간문학, 이런 식으로 어떤 주제를 정해 이와 얽힌 저작을 찾아서 읽는다"고 말했다. "모든 저작물은 역사의 산물이라고 생각해요. 책 읽기 전 저자가 살던 시대 분위기와 사상적 조류, 책이 쓰인 역사적 배경, 지적 풍토를 면밀하게 파악하고, 그런 콘텍스트(맥락)를 함께 짚으면서 책을 읽습니다."

김씨는 또 책을 읽으면서 꼭 메모를 한다. 예를 들어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을 볼 때 일본의 1950년대 정치상황을 함께 살펴가며 읽고, 상호 영향 받은 부분을 메모하는 식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장은 두세 번씩 반복해 읽고, 다 읽고 나면 독서노트를 쓴다. 그는 "인상적인 책을 읽을 때 내가 느끼고 교감한 것, 의문이 든 점 등을 정리하는 습관이 있다. 그렇게 해야 책이 온전히 내 것으로 흡수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독서노트는 업무에 여러모로 도움을 준다. 테마로 묶어 읽은 책들을 머릿속에 한 장의 지도처럼 그리면서, 앞으로 할 업무의 방향을 잡고 읽어야 할 책들을 가늠해 본다고.

김씨는 "독자들이 자신의 독서 수준을 의식적으로 높이려고 시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보통 독자들이 자신의 독서 수준을 미리 낮추어 잡고 어렵다고 생각되는 책을 아예 읽지 않으려고 해요. 자신을 과소평가하지 말고, 일부러라도 어려운 인문서나 고전을 읽었으면 해요. 어렵다고 생각했던 책과 교감하는 순간, 더 이상 책 읽기가 괴롭지 않게 될 겁니다."(이윤주기자)

 

12. 0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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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의 출판계 전망기사를 옮겨놓는다. 보통은 교수신문의 기사를 옮겨놓곤 했는데, 올해는 경향신문의 기사가 먼저 떴다.

 

 

경향신문(12. 01. 10) 인문·정치서적 열풍, 전자책 성장 이어질 듯

 

새해 출판계 전망은 대체적으로 밝았다. 출판전문가들은 인문서적의 강세, 전자책 시장의 확대, 정치관련 서적의 붐을 올해 눈여겨 볼 흐름으로 꼽았다. 지난해 10%대의 성장세를 기록한 인문학 관련 서적은 올해에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전자책 표준화 작업 등으로 전자책 시장은 질적인 측면에서도 새로운 도약기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총선과 대선으로 정치·경제 면에서 다양한 이슈들을 다룬 책들도 붐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 인문학 서적 성장세 지속
교보문고의 경우 지난해 인문서의 판매권수는 전년 대비 12.3%, 판매액은 15.2% 증가했다. 이 같은 성장세는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출판계가 주목하는 인문서의 저자는 강신주, 가라타니 고진, 슬라보예 지젝, 에르네스토 라클라우 등이다. 지난해 ‘제자백가의 귀환’ 시리즈 1·2권을 낸 철학자 강신주씨는 올해 후속편을 잇따라 출간한다. 오는 4월 도서출판 b에서 나올 가라타니 고진의 <세계사의 구조>는 세계화한 자본과 국가에 대항하는 새로운 모델을 칸트의 ‘영구평화론’과 마르크스 이론 등에서 찾으려는 책이다. 2007년 출간된 같은 저자의 <세계공화국으로>의 본격 학술판이다. 인민을 정치적 주체로 새롭게 구성하는 과정에서 포퓰리즘의 역할을 본격 조명한 에르네스토 라클라우의 <포퓰리즘의 이성>(후마니타스)도 올해 주목할 철학서이다.

그러나 인문학 서적 출간이 독자 확대로 이어질지에는 전망이 갈린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비소설에 가까운 연성의 인문도서 판매가 약화되고 핵심독자가 찾아읽는 인문도서가 활발하게 출간될 것”이라고 인문학 시장 확대를 밝게 내다봤다. 그러나 이현우 도서평론가는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이후 인문 독자층이 넓어질 거라 예상했는데 이례적인 현상으로 그쳤고 인문이론서는 기본적인 독서수준이 필요해 독자층이 넓어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 전자책 시장 성장의 가속화
지난해 매출액이 5배 증가한 전자책 분야는 표준화 작업과 함께 단행본 출판사의 전자책 출판 확대, 대기업 진출 등으로 성장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남성호 교보문고 홍보팀장은 “올해 전자책 표준화 작업이 진행되면 디지털 콘텐츠 불법 복제를 막고 콘텐츠가 얼마나 판매됐는지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참여 출판사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수미 웅진씽크빅 본부장은 “지난해 말부터 주요 단행본 출판사들의 전자책이 대거 출시된 데다 주요서점의 베스트셀러 집계에 전자책이 합산될 예정이어서 감소된 종이책 시장을 대체할 만한 수준은 아니어도 의미있는 정도의 전자책 시장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국내 저작권법의 개정도 불가피해졌다. 법이 개정되면 저작권 보호기간이 기존 저자 사후 50년에서 70년으로 늘어나고, 그동안 출판과 컴퓨터프로그램에만 허용해 왔던 배타적 권리가 전자출판물에도 적용된다. 장기영 한국전자출판협회 사무국장은 “전자출판물에 대한 배타적 발행권 허용으로 전자출판물 콘텐츠에 대한 출판사, 유통사 간의 독점 권리를 획득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게 되었고, 저작권자는 출판사를 통하지 않고 전자책을 출간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정치 관련서 유행
굵직한 정치 행사들이 예정된 올해는 정치와 경제 면에서 다양한 이슈가 제기되고 관련 책들도 붐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주로 진보적 인사들의 책이 상종가를 올렸는데, 올해에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면서 “특히 대권 예비 주자들의 자서전이나 관련서가 사회 분야의 빅 타이틀로 부상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유재건 그린비 대표는 “정치적 이슈가 뚜렷한 해인 만큼 ‘나꼼수’의 인기가 계속될 것이고 정치적 격변기와 한·미 FTA 발효가 맞물려 ‘복지문제’, ‘반값 등록금을 포함한 교육문제’ 등 사회현실을 직접적으로 다룬 책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올해의 주목할 출판계 사건으로 ‘독서의 해’ 행사, 베이징도서전 등을 꼽았다. ‘독서의 해’ 행사에서는 책 읽기와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독서인구 확대에 중요한 전기를 마련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한·중 수교 20주년을 맞아 우리나라가 주빈국으로 참여하는 2012년 베이징 국제도서전은 한국 도서의 해외시장 진출과 관련하여 의미가 작지 않다. 전문가들은 또 올해 출판계의 특징으로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이 심화하면서 치유·명상서들이 붐을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또 책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영상미디어 콘텐츠의 결합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주영재기자)

 

12. 01. 10.

 

 

 

P.S. 주목할 만한 인문저자로 고진과 지젝, 라클라우를 거명한 건 나인데, 개인적인 기대라는 말도 덧붙였다. 올해 나올 것으로 기대되는 책이 각각 <세계사의 구조>와 <종말의 시대에 살기>, <포퓰리즘의 이성>(그리고 <헤게모니와 사회주의 전략>) 등이다. 인문학 독자층이 넓지 않다고 한 건 이런 류의 책을 염두에 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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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배송받은 책 가운데 하나는 미셸-롤프 트루요의 <과거 침묵시키기>(그린비, 2012)다. 저자는 아이티 출신의 인류학자로 현재는 시카고대학의 명예교수로 재직중이고 카리브지역과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을 중심으로 한 미국사회가 주요 연구관심사라 한다. '권력과 역사의 생산'이란 부제의 이번 책은 그의 역사론 내지는 역사철학을 담고 있다.

 

 

한겨레(12. 01. 07) 역사는 왜 보들레르의 연인 잔 뒤발을 지웠나

 

잔 뒤발은 <악의 꽃>의 시인 보들레르에겐 상상력의 원천이었다. 그녀는 아이티 출신의 무용수로 시인과 폭풍과 같은 사랑을 나눴고, 시인은 그녀를 “블랙 비너스”, “여인 중의 여인”이라 불렀다. 하지만 14년 전 에마뉘엘 리숑의 전기물이 나오기까지 누구도 그녀가 보들레르 시학에 미친 결정적인 영향력을 이야기하길 꺼렸다. 흑인 피가 섞인 여인에겐 연기자보다는 창녀의 이미지가 제격이었다. 흑인성은 이국적 풍물로 넘쳐나는 파리에서 결코 ‘선한 야만’의 지위도 얻지 못했다. 당연히 그녀는 전기작가들에게 점잖게 무시당했다.

그랬다. 프랑스혁명의 인권선언은 “모든 인간이 자유롭게 태어났다”고 적었지만, 여성이나 흑인은 아직은 ‘인간’이 아니었다. 그래서 여성의 시민권을 외쳤던 올랭프 드 구주는 단두대에서 목숨을 잃었고, 마리 앙투아네트는 국사범이 아니라 잡범으로 처단되었다. 혁명은 철저하게 “형제들의 계약”이었다. 잔 뒤발과 올랭프 드 구주는 뒤늦게 망각과 침묵을 깨고 재해석되고 있다. 마리 앙투아네트도 어처구니없는 죄명에서 해방되었다. 역사 기술자들은 늘 권력자들로부터 특정한 의제만 서술할 것을 강요당한다. 권력자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진실은 침잠한다.

시카고대학 인류학 교수인 미셸롤프 트루요가 쓴 <과거 침묵시키기: 권력과 역사의 생산>(1995)은 역사기술이 얼마나 권력 지향적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역사철학서이다. 이 책은 두개의 아이티 사건, 그리고 콜럼버스 영웅 만들기에 얽힌 불편한 진실을 예화로 서사와 서사 만들기 과정을 분석한다. 일어났던 과거는 결코 그대로 기록되지 않는다. 역사로 기록되려면 적어도 네 차례의 침묵 만들기 과정을 통과해야만 한다.

첫째, 사실생산(소스 만들기)의 순간. 모든 것이 기록되거나 기억되지 않는다. 둘째, 사실 취합의 순간(아카이브 만들기)에도 침묵과 선택이 이뤄진다. 셋째, 사실추출의 순간(서사 만들기)에도 내레이터의 가치관에 따른 취사선택이 이뤄진다. 넷째, 역사 만들기. 모든 서사가 표준적인 역사적 서사로 수용되지 않는다. 이 가운데 극히 일부만 ‘역사’란 이름으로 독자에게 전달된다.

이러한 ‘침묵’의 과정을 트루요는 세개의 사례로 살펴본다. 첫째는 상수시 궁전 이야기이다. 상수시 궁전은 아이티 독립운동 지도자로 나중에 앙리 1세가 된 앙리 크리스토프가 지었다. 독일의 포츠담에도 프리드리히 대제가 묻혀 있는 상수시 궁전이 있다. 미국인 의사 출신 조너선 브라운은 크리스토프가 죽은 지 10년 뒤 이렇게 썼다. “크리스토프 왕은 프러시아의 프리드리히 대왕에게 매혹되었고, 상수시 궁전의 이름을 포츠담 궁전에서 따왔다.” 이 진술은 후대 영미권 작가들이 두고두고 인용할 원자료가 된다.

하지만 상수시는 아이티 독립혁명 당시 비타협적인 무장투쟁을 이끌었던 대령의 이름이기도 했다. 상수시는 루베르튀르, 데살린, 크리스토프, 페티옹과 같은 흑인 크레올 장군들이 무장혁명을 이끌 때 부하로 가담했고, 이들이 1802년에 프랑스군에 투항했을 때, 무기를 내리지 않고 게릴라 전투를 벌여 프랑스군과 크레올 장군들을 곤경에 빠뜨렸다. 앙리 크리스토프는 과거에 자신의 부하였던 그를 매복해서 살해했다. 조너선 브라운이 상수시 궁전을 포츠담의 상수시와 연결지으면서, 그럴듯한 서사가 완성되었고, 비타협적 무장투쟁의 상수시 대령은 역사에서 지워졌다.

둘째 사례는 아이티 노예들의 독립혁명에 대한 프랑스의 반응이었다. 흑인들의 반란이 백인 프랑스를 무찌르고 독립을 쟁취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프랑스인들은 황열병이나, 백인들 내부의 갈등 또는 통제에서 벗어난 물라토들이 봉기를 일으킨 것으로 이해하려고 했다. 당대 프랑스인들의 인종주의 인식 틀이 얼마나 사실을 왜곡해서 받아들였는지 트루요는 잘 보여준다.

셋째 사례는 이미 잘 알려진 콜럼버스 영웅 만들기이다. 1492년 콜럼버스의 바하마 섬에 대한 ‘침입’ 스토리가 미국의 팽창 과정에서 얼마나 과대포장 되었는지, 소위 ‘발견’ 400돌 기념식을 예를 들어 설명한다.

 


트루요의 주장은 <글로벌 변환: 인류학과 북대서양>(2003)과 겹쳐 읽으면, 좀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근대화나 세계화와 관련된 북대서양의 지배적 서사들도 세계사에 대한 거대한 침묵을 강요한다. 따라서 발전, 진보, 민주주의, 국민국가의 개념들도 모두 비서구 지역의 역사적 경험 속에서 재해석되어야 한다. 그는 서구중심의 서사 해체를 통해 복수로만 존재하는 근대성을 드러내고자 한다. 엔리케 두셀의 <1492: 타자의 은닉>이 탈서구주의 역사철학의 일단을 보여주었다면, 트루요의 이 책은 좀더 내밀하게 역사 생산과정이 갖는 권력 현상에 주목한다. 역사물에 탐닉하는 독자들은 반드시 읽어야 하는 예방접종과 같은 책이다.(이성형 서울대 라틴아메리카연구소 HK 교수)

 

12. 01. 08.

 

 

 

P.S. 아이티혁명에 관한 책으론 시 엘 아르 제임스의 <블랙 자코뱅>(필맥, 2007)이 있다. 아이티혁명과 역사철학에 대해서는 수잔 벅-모스의 <헤겔, 아이티, 보편사>가 번역돼 나온다고 들었다. 올해의 기대작 가운데 하나다. 탈식민주의 역사철학이란 점에서 라나자트 구하의 <역사 없는 사람들>(삼천리, 2011)과 같이 읽어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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