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강의중에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비판이론이 점차 대중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있다고 언급했는데 그런 추이에 딱 어울리는 제목의 책이 나왔다. 스튜어트 제프리스의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삶과 죽음>(인간사랑)이다. 제목으로만 보면 ‘프랑크푸르트학파 평전‘에 해당한다. 부제는 ‘21세기 비판이론‘. 흔히 ‘비판이론‘으로 불리는 프랑크푸르트학파의 테제들이 오늘날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짚어보려는 시도겠다. 목차와 자세한 소개가 뜨지 않아서 가늠하긴 어렵지만 제목과 부제만 보자면 그렇다.

발터 벤야민이 책들이 상대적인 주목을 받은 적이 있지만 대체로 프랑크푸르트학파를 다룬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된 적은 없다. 대중과 문화산업에 지극히 비판적인 프랑크푸르트학파의 기본 입장을 고려하건대 지극히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론적 주장의 타당성이 다수의 선택으로 결정되는 건 아니다. 어느덧 비판이론도 한때의 이론으로 사라져가는 듯싶지만 무엇을 기억하고 남길 것인지 꼼꼼하게 되새겨봐야겠다(개인적으로는 지난 겨울에 아도르노의 평전을 몇 권 구입했다).

‘프랑크푸르트학파 평전‘에 해당하는 책으로는 과거 마틴 제이의 <변증법적 상상력>이 소개됐었지만 절판된 지 오래인 것 같다. 제프리스의 책이 그 공백을 채워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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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10주기를 맞아 '노무현 전집'이 출간되었다. 양장본(전7권)과 반양장본(전6권), 두 종으로 되어 있는데, 양장본 전집에만 들어 있는 <노무현 1946-2009>는 사진과 연보로 엮는 노무현 대통령의 생애다. 나머지 여섯 권을 리스트로 묶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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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월요일 하루가 더 붙어 있는 연휴의 마지막 날이다. 그래도 휴일만 하루 는 게 아니라 평일이 하루 준 것이니 이틀 쉬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이건 무슨 계산법인가?). 그래봐야 내일 아침이면 지나간 모든 휴일이 그렇듯이 ‘있지도 않았던 휴일‘이 될 터이지만.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고르는 일에서 손을 떼니(처음엔 한달만 쉬어가자고 했는데 한달, 두달, 쉬어가다 보니 이제는 쉬는 데도 적응이 되었다. 쉬는 김에 반년은 쉴까 싶다), 달이 바뀌어도 부담이 없다. 5월이고 가정의 달이고 오늘 저녁에도 가족모임이 있기는 한데, 새로운 일은 아니다. 대개 그렇겠지만 가족에게 바라는 것은 건강과 무탈밖에 없다.

엊그제 러시아영화제 상영작 가운데 하나로 여성 버디영화 <코코코>(2012)를 보았다. 모처럼 본 러시아영화, 라고 적으려니 한두 달 전에 본 <레토>가 있기는 했다. 하지만 동시대 러시아 코미디는 오랜만이어서 반갑고 즐거웠다. 여성 버디영화라고 했지만 두 여주인공이 직업과 성격에서만 차이가 있는 게 아니라 ‘지식인(인텔리겐치아)과 민중(창녀)‘이라는 오래된 계급관계를 대변하고 있어서 흥미로웠다. 통상의 남녀관계가 아닌 여여관계로 처리하고 있는 게 이 영화의 특징이다.

돌이켜보니 체제전환기의 남성 버디영화였던 파벨 룽긴의 <택시 블루스>(1990)와 비교되기도 했다. <택시 블루스>에서는 인텔리겐치아 대신에 노동자(택시기사)와 예술가(색소폰 연주자)가 나온다. <택시 블루스>에서 두 남자가 결별하고 택시기사 혼자 남게 되는 것과 달리 <코코코>에서는 관계의 위기 끝에 리자(인류학박사 연구원)가 비카(민중계급 여성)를 다시금 포용하려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현실에서라면 둘의 관계는 아직도 긴 여정을 남겨놓고 있다.

리자 역을 맡은 안나 미할코바(포스터의 왼쪽)는 닟익은 배우로 러시아의 국민 영화감독 니키타 미할코프의 딸이기도 하다. 미할코프의 영화 <러브 오브 시베리아>에 조연으로 나왔던 적도 있다. 그게 내가 기억하는 첫 모습이었다. 제목 ‘코코코‘는 미술사의 사조 ‘로코코‘를 비카가 ‘코코코‘로 잘못 알아듣는 장면에서 나오는 말이다. 요컨대 ‘로코코의 세계‘가 있다면 ‘코코코의 세계‘도 있는 것이다. 이 간극을 다룬 유쾌하면서도 심란한 코미디가 <코코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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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일대학 명강의 시리즈인 ‘오픈 예일코스‘의 하나로 폴 프라이의 <문학이론>(문학동네)이 출간되었다. 재작년에 이 시리즈의 첫 책으로 이안 사피로의 <정치의 도덕적 기초>가 나왔을 때부터 미리 고대하던 책이다. 온라인에서 폴 프라이의 강의도 일부 듣고 책도 진작에 구해놓은 터이다. 현대문학이론에 관한 수준 높은 개관으로 생각하면 되겠다(예일에서 학부 강의인지 모르겠지만 책은 문학전공 대학원 코스 수준이다).

서문을 읽다가 알게 되었는데 이 강의의 유익한 교재는 데이비드 리히터가 편집한 <비평의 전통>(제3판)으로 2000쪽이 넘는 앤솔러지다(축약본이 1200쪽이 넘는 분량. 60% 축약인 건가?). 일단 장바구니에 넣어놓았는데 13만원대의 가격이어서 고민을 좀 해봐야겠다. 도덕적 자책을 하면 할수록 잘못한 일이 늘어나는 게 초자아의 역설인데, 책구매도 마찬가지여서 사면 살수록 살 책이 늘어난다.

이런 역설은 생각보다 적용범위가 아주 넓다. 책을 읽을수록 무지의 범위가 넓어지는 것도 그 하나. 인간의 앎이란 무지에 대한 앎이기에 그러하다. 모든 것을 안다는 것은(알 게 아무것도 없다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모든 것을 아는 자는 더 알려고 하지 않는 자, 더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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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06 1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버트런트 러셀의 대표작 중 하나인 <서양철학사>(을유문화사)가 새로 나왔다. 새 번역본이 아니라 보급판. 책이 가벼워지고 가격은 내려갔지만 글자는 더 빼곡해서 ‘노안을 위한 책은 아니다.‘ 그럼에도 휴대가능한 판본이란 점은 평가할 만하다.

견물생심이어서 들고다닐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다시 책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대학 초년생 시절에 읽었으니(아마 중세철학은 확실히 건너뛰었을 것이다) 30년도 더 전의 일이다. 그 사이에 나온 개정판들도 챙겨놓고 원서도 구해놓았지만 다시 손에 들기는 어려웠다. 쉽게 엄두를 낼 수 있는 분량이 아니잖은가.

상식을 확인하자면 러셀의 서양철학사는 표준적인 책은 아니다. 저자의 개성과 주관이 강하게 반영된 책이어서다(시인 바이런에 한 장을 할애한 것만 보아도 그렇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객관적인 세계철학사란 또 무엇인가. 근거없는 사실을 나열하고 논리의 비약을 일삼는 엉터리가 아닌 다음에야 역사를 보는 ‘관점‘은 제거 불가능하다. 그 관점이 서술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니까. 게다가 영어권에서 오랜 동안 가장 많이 읽혀온 철학사라면(적어도 그런 책의 하나라면) 그 자체만으로도 공부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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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한스 2019-05-05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소 문장을 다듬었다고 하네요

로쟈 2019-05-06 16:25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