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로쟈 > 낭비가로서의 도스토예프스키

12년 전에 쓴 리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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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년 간 신춘문예 당선시인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이원하의 첫 시집이 나왔다.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문학동네). 꽤 오랫동안 신춘문예 시에 대해서 큰 관심을 갖지 않다가 <신춘문예당선시집>을 구해서 읽은 게 2018년이 아니었나 싶다(기억을 다 믿을 수는 없지만. 혹은 그 이전에도 당선시집을 읽었다 하더라도 기억에 남아있지 않았다). 바로 화제의 당선시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때문이었다. 


















시에 대한, 시집에 대한 글을 간간이 올리면서 대개 언어실험적인 무의미시 경향에 대해 비판적인 코멘트를 달고는 했는데, 그와는 대비되는 시가 이원하의 시였다. 제목부터가 그렇다.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그 시의 전문이 이렇다. 


유월의 제주

종달리에 핀 수국이 살이 찌면

그리고 밤이 오면 수국 한 알을 따서

착즙기에 넣고 즙을 짜서 마실 거예요

수국의 즙 같은 말투를 가지고 싶거든요

그러기 위해서 매일 수국을 감시합니다

 

나에게 바짝 다가오세요

 

혼자 살면서 나를 빼곡히 알게 되었어요

화가의 기질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매일 큰 그림을 그리거든요

그래서 애인이 없나봐요

 

나의 정체는 끝이 없어요

 

제주에 온 많은 여행자들을 볼 때면

내 뒤에 놓인 물그릇이 자꾸 쏟아져요

이게 다 등껍질이 얇고 연약해서 그래요

그들이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사랑 같은 거 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제주에 부는 바람 때문에 깃털이 다 뽑혔어요,

발전에 끝이 없죠

 

매일 김포로 도망가는 상상을 해요

김포를 훔치는 상상을 해요

그렇다고 도망가진 않을 거예요

그렇다고 훔치진 않을 거예요

 

나는 제주에 사는 웃기고 이상한 사람입니다

남을 웃기기도 하고 혼자서 웃기도 많이 웃죠

 

제주에는 웃을 일이 참 많아요

현상 수배범이라면 살기 힘든 곳이죠

웃음소리 때문에 바로 눈에 뜨일 테니깐요

_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이 시의 희귀한(상대적으로 희귀해졌다) 미덕은 자연스러움을 있는 그대로 시로 만들어낼 줄 안다는 데 있다(한국현대시의 기원이 되는 소월의 어법이 그러했다. 그렇지만 남성시인 소월이 여성적 어조로 만들어낸 '특이한' 시들이었다). 나는 이 시가 예외적인 성취인지, 아니면 이 시인의 탁월한 개성인지 궁금했는데, 시집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반가움과 기대를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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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맘 2020-04-10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바로 장바구니 담습니다!
기대가 됩니다.

로제트50 2020-04-10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집은 거의 안 사는데.
이것은 장바구니에 넣습니다~^^
 
 전출처 : 로쟈 > 전체를 고민하는 힘

11년 전에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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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비극의 탄생'을 읽기 위하여

13년 전의 글이다. 지금은 신문기사를 옮겨놓을 수 없지만 ‘지난오늘‘은 링크를 걸어놓는 식이어서 가능하지 싶다. 니체의 <비극의 탄생> 번역에 대해 참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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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셰익스피어 해프닝에 대해서 지난주에 적었는데,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고, 그런 상술이 판치게 되면 다른 '멀쩡한' 번역본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 전집은 물론 개별 작품도 다수의 번역본이 나와있지만 아무래도 독자가 가장 많이 찾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4대비극'일 수밖에 없다. 세계문학전집판을 중심으로 추천할 만한 4대비극판을 골라보았다. 


참고로, 현재 가장 많이 읽히는 셰익스피어 번역본은 민음사판인데(4대비극 세트판도 나와있다), 나로선 선호하지 않아서 따로 이런 페이퍼를 적는다(가장 많이 읽히는 번역본이 추천 번역본이라면 굳이 이런 페이퍼를 적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문제는 민음사판 외에 4대비극판을 모두 갖춘 세계문학전집판이 많지 않다는 데 있다. 세계문학전집판과 함께 부분적으로 셰익스피어 전집까지 끼워서 고르기로 한다. 






























먼저 추천할 만한 번역본은 '시공 RSC 셰익스피어 선집'이다. RSC는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왕립 셰익스피어 극단'의 약칭으로 판본은 1623년에 나온 최초의 전집판이다(제1이절판). <햄릿>의 경우도 대다수 번역본인 비평판(아든판)을 대본으로 삼고 있는 데 반해서 시공사판만은 예외적으로 1623년판을 옮긴 것이다(1603년판 '나쁜 햄릿'이 또다른 예외 판본이다). 이 선집은 <로미오와 줄리엣>까지 포함해 다섯 권으로 구성돼 있다. 











시공사판은 소장용으로도 좋은데, 문제는 하드커버이고 책값이 좀 비싸다는 데 있다. 보급판으로 4대비극을 한권짜리로 묶은 판본도 나왔었지만 한정판이었는지 일찍 절판되었다. 강의 교재로 쓰지 못하는 이유다. 






























다른 세계문학전집판 가운데 4대비극이 다 들어가 있는 경우는 열린책들판과 펭귄클래식판이 있는데, 추천본은 열린책들판이다(펭귄판은 두 가지 커버로 나와있는데, 일부 품절된 상태다). 박우수, 권오숙 두 전공자가 두 편씩을 번역하고 있다. 




























원로 영문학자 박우수 교수는 한국외대출판부판 셰익스피어전집도 주도하고 있는데, 이번에 <오셀로>가 나오면서 4대비극이 다 채워졌다(이 페이퍼를 쓰게 된 계기다). 추천 번역본인데 대학출판부판이라는 게 약점이다. 
















민음사, 열린책들과 함께 세계문학전집판을 대표하는 문학동네의 셰익스피어는 이경식 교수의 번역으로만 세 작품이 나와있는데, 4대비극 가운데서는 <햄릿>이 유일하다. 셰익스피어 강의에서는 <베니스의 상인>과 <템페스트>까지 넣어서 같이 다룰 수 있지만 '4대비극'을 강의하게 되면 선택지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다. 
















창비판도 4대비극은 <햄릿>만 나와 있다. 을유문화사판은 <리어왕/맥베스>만 나와있다(<로미오와 줄리엣>과 함께). 이 역시 4대비극을 강의에서 다룰 때는 교재로 쓰기 어렵다. 4대비극 강의는 최소 4주의 일정이 확보되어야 하기에, 생각해보니 몇 차례 정도밖에 없었다. 교재를 특정하지는 않았는데, 언젠가 다시 다루게 된다면 (선택지가 제한적이긴 하지만) 고심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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