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아침신문의 기사들을 미리 둘러보다가 눈에 띄는 기사가 있어서 옮겨놓는다. 대략 '러시아'란 단어만 들어가면 기사를 클릭해보게 되는데, "이것이 러시아 '갈매기'"란 타이틀이 걸려 있으니까 눈이 커질 수밖에. 러시아 극단의 내한 공연인가 했더니 그건 아니고 이전에 내한한 바 있는 저명한 러시아 연출가 카마 긴카스 초빙 공연이다(러시아에서 긴카스 극단의 공연을 두어 차례 관람한 적이 있다). 그가 연출을 맡고 국내 배우들이 연기를 맡은 분업 공연이다. 작품은 체홉의 <갈매기>. 안 그래도 <갈매기>에 관한 논문도 준비중이던 차에 공연소식을 접하니 반갑다. 공연은 3월에 예정돼 있으니 봄을 기다리는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하긴 요즘 날씨가 이미 봄날씨와 구별이 가지 않지만). 성공적인 공연이 되기를 바란다.  

한국일보(07.01. 24)  이것이 러시아 '갈매기'

러시아를 대표하는 연출가 카마 긴카스(66)를 위해 LG아트센터가 또 몸을 잔뜩 웅크렸다. 1,100석 규모의 극장이 절반인 660석 극장으로 기꺼이 거듭난다. 특히 이번에 긴카스의 연출로 거듭날 작품은 국내에서도 자주 상연되는 <갈매기>여서, 우리 무대와 세계적인 무대는 어떻게 다른가를 실증할 기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9세기말 모스크바 근교의 영지에 모인 한무리의 귀족ㆍ예술가 등이 어떻게 서서히 절망의 늪으로 빠져드는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최근에도 2006 서울공연예술제, 애플씨어터, 극단 김금지, 체홉 서거 100주년 기념, 안톤 체홉 서거 100주년 기념 등의 자리를 통해 공연됐을 만큼 한국인의 사랑을 꾸준히 받아 온 무대.

지난해 10월 하루 10시간씩 모두 6차례에 걸쳐 이뤄진 공개 오디션의 열기부터 관심을 모았다. 러시아 세프킨 연극 학교 등을 졸업한 배우 이항나(아르카지나 역)는 “절대 울지 않는 강한 여인은 불행과 어떻게 맞서는가를 보여야 한다”며 “유학 기간(1993~96년) 동안, 러시아 연극의 역사라는 긴카스의 작품을 숱하게 봐 온 사람으로서 대단한 영광”이라고 300대 1의 경쟁률을 넘어선 소감을 밝혔다.

긴카스는 스타니슬라브스키의 연극 이론을 현대적으로 구현한 것은 물론, 혁명적 무대 메커니즘의 선두 주자로서도 이름 높다. 이번에 선보일 무대는 지난 2002년에 비하면 약과다. 2002년 LG아트센터 기획 공연으로 올려졌던 긴카스의 첫 한국 무대 <검은 수사>에서는 5분의 1 남짓한 200석이었다. 진중한 삶의 의미가 간결하게 함축된 수작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거의 극장 개조 수준.

20톤에 달하는 물이 무대에 넘나든다. 40~100㎝로 채워질 물은 극의 진행에 맞춰 드나들며 계절의 변화를 관객에게 체감시킨다. 배우들이 수영복 입고 물놀이하거나 낚시도 하는 등 진짜 물로 자아내는 무대의 실존감은 새로운 관극 체험을 제공한다. 물의 출입은 LG 극장이 보유한 물탱크와 펌프로 제어된다. 물이 소도구가 아니라, 무대를 구성하는 환경으로 구사된 것은 우리 공연 사상 최초의 일.

이번 무대는 뮤지컬 제작사로만 인식돼 온 오디뮤지컬컴퍼니가 펼치는 변신의 현장이기도 하다. 대표 신춘수 씨는 “상업적 뮤지컬을 하지만 모든 공연 예술의 근간은 연극”이라며 “드라마적 여백을 메워 창작 뮤지컬로 연계시켜 나가는 작업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작업을 ‘체홉의 가을 프로젝트’로 명명, 매년 오디션을 거쳐 <세 자매> <벚꽃 동산> 등 체홉의 대표작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긴카스는 모스크바 연극예술학교, 헬싱키의 스웨덴 연극 아카데미의 교수로 후학을 키우고 있다. 기존 경계를 초탈한 그의 연출법은 세계 각지의 연극 현장을 두루 섭렵한 탈경계적 방식으로도 유명하다. 이번 무대를 위해 지난 10월 1차 입국한 뒤, 무대 구성과 연출 등의 이유로 두 차례 더 왕래하는 등 두 번째 한국 무대에 강한 애착을 보이고 있다. 오승명 조민기 김태훈 등 출연. 3월 15~25일 화~금 오후 7시 30분, 수ㆍ토 3시 7시 30분, 일 2시 6시 30분. (02)2005-0114 (장병욱 기자)

07. 01. 23.

P.S. LG아트센터 홈피에 올라와 있는 작품소개는 이렇다: "오디뮤지컬컴퍼니, 체홉의 가을 프로젝트로 본격적인 연극 진출 선언. 그 첫번째 무대 갈매기!!!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그리스>, <돈키호테> 등 작품성과 흥행성을 겸비한 작품들을 제작하며 국내 뮤지컬계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오디뮤지컬컴퍼니가 ‘체홉의 가을’ 프로젝트로 본격적인 연극계 진출을 선언한다. ‘체홉의 가을’은 중장기적인 연극 프로젝트명으로, 매년 최고의 아티스트들과 함께 체홉의 대표작을 선보일 예정이며 그 첫 작품으로 갈매기가 선정되었다.

세계적인 러시아 연출가 까마 긴까스와 러시아 최고의 아티스트들이 선보이는 혁신적인 무대연출, 1,100석 규모의 공연장을 660석 규모로, 객석까지 무대로 활용하는 상상 그 이상의 공간. 지난 2002년, LG아트센터 기획공연이었던 <검은수사>를 통해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은바 있는 러시아의 국보급 연출가 까마 긴까스와 현재 러시아가 가장 주목하는 차세대 연출가 막심 깔신 (협력연출), 그리고 몽환적이며 판타스틱한 무대와 의상을 창조해내는 알렉세이 보챠코프가 의상 및 무대디자인을 맡아 환상적인 의상과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300여명이 넘게 지원한 공개 오디션, 매일 10시간씩 6차가 넘는 접전 끝에 최고의 배우들 선정 하루에 10시간씩 총 6차가 넘는 오디션을 통해 오승명, 조민기, 김태훈, 이항나 등 이미 연기력을 인정 받은 실력파 배우들과 이원재, 한송이 등 새로운 신예배우까지 골고루 갈매기에 함께 하게 되었다."

 

 

 

 

 

 

 

 

 

P.S.2. 긴카스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몇몇 작품들도 레퍼토리로 갖고 있는데, 그가 공연한 체홉 목록에 <갈매기>도 포함돼 있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모스크바에서 봤던 공연은 체홉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을 각색한 작품이었다(모스크바통신에 감상평을 몇 작 적어놓은 기억이 있다). 스틸사진 몇 장을 옮겨놓는다.

Режиссер Кама Гинкас задумал поставить в Московском ТЮЗе трилогию по Чехову под названием "Жизнь прекрасна". "Дама с собачкой" - вторая часть трилогии

Это одна из самых необычных постановок нынешнего сезона. Актеры играют прямо в зрительном зале и периодически падают с балконов вниз головой

이번 <갈매기> 공연에서도 무대를 특이하게 활용하는 것으로 소개돼 있지만 독특한 무대 구성과 활용은 긴카스의 전매특허라 할 만하다(그런데, 좌석이 660석으로 줄면 관람료는 그만큼 반비례하는 것인가?). 한국에서의 새로운 '실험'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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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한겨레에 들어갔다가 우연히 띈 글을 옮겨놓는다. '한겨레 필진'인 박노자 교수의 '만감: 일기' 한 꼭지이며 '박노자 글방'에 올려져 있다. 제목은 좀 길어서 축약해놓았다.

박노자 글방(07. 10. 19) 제정 러시아 ㅡ 대한제국을 식민화할 구체적인 계획은 있었는가?

오늘 모스크바에 있는 한 선배로부터 새해 선물 (?)로 러시아의 한국학 원로 보리스 박 선생의 역작, (<러시아와 조선>, 증보판, 모스크보, 2004)를 즐겁게 받았습니다(*'모스크보'는 '모스크바'의 오타이겠다? 한데, 제목을 굳이 <러시아와 한국> 대신에 <러시아와 조선>이라고 할 필요가 있을까? '대한제국'만 하더라도 '조선'은 아니지 않나? ). 1970년대에 나온 제1판이야 저희들의 교과서이었지만 증보판을 거의 처음으로 봤어요(*520쪽의 두툼한 책이다. 2004년이면 나도 모스크바에 있을 때인데, 어디에 숨어 있었던 것일까?).

Россия и Корея

저는 이 책을 보면서 한 가지 궁금증을 풀려고 했어요. 요즘 한국 보수의 일각에서는, "러시아도 대한제국을 식민화하려 했으니 일본이 러일 전쟁을 발발시켜 한반도 점령한 것이 일종의 자위권 행사"니 "일본에게 먹힌 것이 마음 아프지만 그 대신에 러시아에게 먹혔으면 결국 공산화됐을 것"이니 제정 러시아의 "한반도 점령 의도" 관련의 발언들이 많고, 대체로 일본과 동격으로 보려 하더랍니다.

여기에서 일단 한 가지 밝혀둘 것은, 제가 러시아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제정 러시아를 합리화하거나 정당화할 추호의 의도는 없습니다. 저는 이와 같은 문제에 있어서는 "자기 나라 제국주의부터 공격하라"는 레닌적인 "혁명적 반제주의" 입장에 있고, 지금도 이라크 독립 운동을 지지하는 한편 체첸의 독립 운동도 동시에 지지합니다. 그런데 그건 그렇지만 제정 러시아는 정말로 대한제국의 식민화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었는가요?

물론 제정러시아는 대한제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침략적 외세이었음은 두말 할 것은 없지요. 그 전에도 별나별 짓거리를 다 했었지만 1900년에 이범진 공사의 집요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범진이 원래 친러적 성격의 인물이었지만 그래도 망국을 좌시할 수 없는 애국자이었지요) 압록강 근방에서의 벌목 이권을 억지로 따내고, 1903년부터 용암포에 군인들을 침투시켜 사실상 대한제국의 영토 주권을 침범한 것은, 역시 엄연히 역사적 사실이지요. 그리고 1903년에 일본과 만한교환을 논했을 때에 "한반도에서 39선 이북에서 중립 지대를 설치해 일본 군대를 주둔하지 말 것"을 조건을 달아 "한반도에서의 일본의 우월적 지위"를 수긍하려 했었지요.

결국 일본은 이 조건을 거부해 전쟁으로 갔었지만 만의 하나에 이토 히로부미 의견대로 러시아와 타협했다면 아마도 39선 이북에서의 러시아의 경제적 침투부터 만만치 않았을 걸요. 이외에는 알렉세에브 총독과 같은 그 당시 러시아의 고관대작들이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한반도까지의 유라시아의 문명화의 사업"을 운운하면서 결국 러시아가 이기기만 한다면 한반도도 마땅히 러시아 영향권에 들어가야 할 것임을 시사했었지요.

그런데, 39선 이북 지역의 중립화 요구와 그 지역에의 경제적 침투 계획 (한반도 분단의 아주 거친 청사진이라 할까요?), 마산포와 목포에서의 부동산 사들이기 (해군 기지 때문에), 그리고 모호한 "러시아 영향권에의 한반도 편입" 이야기는 사실이었지만 여태까지의 연구 결과들을 신뢰한다면 "한반도 식민화"의 어떤 구체적인 계획도 러시아의 고문서 보관소에서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1898년에 주한 러시아 공사의 함경도 병합 관련 의견서, 1899년3월18일의 알렉산드르 미카일로비치 대공의 한반도 이북 지역 "경제적 장악" 관련 의견서 정도는 거기에서 찾아낼 수 있는 "계획서"의 전부입니다. 물론 연구자들의 의도적인 은폐나 문서 보관의 부실성 등을 생각해볼 수도 있지만, 일단 1900-1904년간의 한반도에서의 러시아의 정책 흐름으로 봤을 때에 아마도 대일 승리시에도 계속 이용익, 이범진과 같은 친러파 대리인들을 내세워 고종에게 따낼 것 따내고 그랬을 것 같습니다. 영국이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상황에서는 식민화는 물론 한반도의 보호국화마저도 제정 러시아로서는 이득에 비해 손실이 너무 많이 가는 무리수이었을 걸요.

물론 러시아가 착해서 그런 것이 아니고 영국 등의 유럽의 매이저들에 비해 형편없이 약해서 그랬던 것이지요. 국제적인 약탈 행위를 벌였을 때에 러시아가 영-불-독에 비해 양심적인 적은 없었지만 일단 산업적 기반과 재정이 약한데다 파리 시장에서 늘 돈을 꾸어 적자를 메꾸는 주제에 눈치 볼 게 하도 많았지요. 그래서 "일본에 안먹혔으면 러시아에 먹혔으리라"와 같은 일부 수구주의자의 주장에는, "러시아가 일본보다 좋은 게 없었지만 일단 패권 국가 영국과 신흥 패권 국가 후보생 미국의 친구는 러시아가 아닌 일본이었기에 러시아의 승산이 어차피 적었으며, 러시아가 이긴다 해도 영국 등의 압력이 계속돼 아마도 계속 고종의 정권을 이용하여 간접적 영향력 행사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리고 구체적인 식민화 계획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라고 답할 수 있을 듯합니다.(*방점은 '아직'에 있는 것인가?)

07. 01. 19.

Корея в огне войны

P.S. 내친 김에 러시아의 대표적인 인터넷서점 오존(www.ozon.ru)에서 '한국(корея)'을 검색해봤다. 음반과 DVD까지 다 포함해서 74종의 목록이 뜬다(엉뚱한 책들이 껴 있기 때문에 진짜 관련서의 숫자는 이보다 훨씬 적다). 최근에 나온 책들을 훑어보다가 가장 흥미를 느낀 건 '20세기의 역사' 시리즈의 하나인 <전쟁의 포화 속의 한국>(2005)이다. 544쪽의 두툼한 책이고 발행부수는 1,000부. 제목 그대로 1950-53년까지의 한국전쟁을 다루고 있는데, 저자 3인이 모두 러시아학자들이다. 그간의 '비밀'에 대해서도 이제는 말할 수 있게 됐다는 소개도 포함돼 있기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볼 만한 책이다. 한데, 오존에는 품절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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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체호프의 '희극' <갈매기>가 정초에 무대에 올려진다는 소식이다. 전세계에서 <햄릿> 다음으로 가장 자주 공연되는 작품이라고 하니까 드문 일도 아니며 이상한 일도 아니다. 다만 국내에서 공연되는 <갈매기>를 본 적이 없어서 얼마간 흥미는 갖게 된다. 공연기간이 짧아서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매일경제(07. 01. 11) 안톤 체호프 `갈매기` 타인의 고통에 무관심한 인간

'인간은 다른 사람의 고통에 무관심하면서 자신에게만은 철저히 몰두한다.'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호프(1860~1904)가 한 말이다. 인간이란 존재에 대한 그의 정의는 탁월하다. 제대로 사랑할 줄 모르면서 사랑하고 싶어하고 또 사랑받고 싶어하는, 상대에게 진정으로 뭔가를 주는 데는 지독히 서툴면서 자신은 의지하고 기대고 싶어하는 게 인간이라는 존재인 까닭이다.

극단 여백(대표 오경환) 창단 10주년 기념작 '갈매기'는 이러한 인간의 속성을 잘 그린 연극이다. 모자 관계인 여배우 아르카지나와 작가 지망생 코스차, 아르카지나의 애인인 소설가 트리고린, 배우 지망생 니나의 얽히고 설킨 관계를 통해 자기애에 빠져 타인의 고통에 무심하고 사랑에도 서툰 인간의 모습을 고찰한다.



'갈매기'는 '세 자매' '벚꽃동산' '바냐 아저씨'와 더불어 체호프의 4대 장막극 중 하나. 명확한 사건이나 주제가 없어 난해한 작품으로 알려졌지만 체호프 서거 100주년이었던 2004년부터 지난해에 이르기까지 국내외 극단에 의해 여러 차례 공연된 바 있어 연극 애호가들에게는 익숙한 작품이다.

평범하고 하찮기까지 한 일상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삶의 진실을 섬뜩할 만치 날카롭게 파헤치고 있다는 점이 '갈매기'의 가장 큰 매력이다. 작품 번안과 연출을 맡은 오경환 대표는 "'갈매기'는 우리가 얼마나 끔찍하게 삶을 흘려보내고 있는지를 투명하게 비춰주는 거울"이라고 말했다. 선종남 유준원 박현미 박찬국 정선철 이보영 등이 출연한다. 16~21일 대학로 우석레퍼토리극장. 2만~2만5000원. (02)762-0810(노현 기자)

07. 01. 14.

Чехо в театре - Чайка
 
P.S.  사진은 극단의 동료들에게 <갈매기>를 읽어주고 있는 안톤 체호프(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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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4 2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쟈 2007-01-14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글쎄요, 체홉의 작품으로는 들어본 바가 없는데요(제가 두루 알지는 못하지만). 체홉의 작품으로는 좀 '쎈' 설정 같기도 하구요(일단 누굴 죽이고 하는 얘기가 그의 취향은 아니라서요). 체홉의 작품이라면 놀랄 일이지만, 아무래도 후자쪽 같습니다...

릴케 현상 2007-01-25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갈매기는 연영과 애들이 하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아 보고 싶네염
 

러시아 관련 해외칼럼을 읽고 옮겨놓는다. 한 러시아 언론인의 기명칼럼이 특약으로 게재된 것인데, 러시아인들에게는 초미의 관심사인 2008년 대선에 대한 우려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갈수록 팽배해지고 있는 중산층의 정치적 무관심이 그 우려의 근거이다. 하긴 푸틴이 대통령에 재선되이 두번째 임기를 시작한 2004년부터어 이미 2008년 대선 전망이 러시아에서는 심심찮은 화제거리였다. 2007년에는 그 윤곽이 가려질 수 있을까? 이 칼럼이 아마도 올해의 마지막 '러시아 이야기'가 될 듯하다. 기사의 원문도 아래에 옮겨놓았다. 아래는 지난 푸틴의 재선 직후부터 3선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는 前세계 체스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

   

경향신문(06. 12. 30) 러시아 중산층의 '정치 무관심'

보통 이맘때면 다가올 한 해를 설계하느라 분주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러시아에서는 2007년이 아닌 2008년에 더 관심이 쏠려 있다. 과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공언하는 것처럼 2008년 대통령 임기 만료 이후 권좌에서 물러날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만일 정말 물러난다면 누구를 후계자로 세울 것인가? 그 후계자는 크렘린 내부에서 발탁될 것인가, 아니면 외부 인사일까?

푸틴이 (퇴임 이후) 최종 조정자 및 의사결정자의 지위를 버리지 않는 한, 격렬한 분쟁이 일어날 공산이 크다. 권력과 부가 분리되지 않고, 모든 정부 기관들이 독립성을 잃어버린 환경에서 최상층부의 권력이동은 폭력적인 재분배로 귀결된다. 따라서 기득권의 유지나 확대를 원하는 정치 엘리트들은 권력 변화에 사활적인 관심을 갖고 있다.

반면 대중은 리더십의 변화를 기꺼이 받아들일 자세가 돼 있다. 국민의 45%는 푸틴이 후계자를 지명하고, 그가 새 대통령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가하면 25%는 푸틴이 헌법을 개정해 세번째 임기를 시작할 것으로 전망했다. 어떤 쪽으로 결론이 나든 권력이동이 최상층부에 의해 결정되고 투표로 추인될 것이라는 걸 대중은 알고 있다.

입법부내 정파 간 균형도 크렘린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그동안 집권 세력은 의원 선거 등을 지속적으로 통제했다. 이에 따라 집권층이 원하지 않는 세력이 내년 12월 의회에 진출할 기회는 없다. 러시아의 보통사람들은 정치에서 배제돼 있으며, 즉각적으로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이 아니면 관심을 두지 않는다. 언론인 암살 등에 대해서도 ‘사업상의 파트너들’에 의해 살해됐을 것으로 믿으면서도 도통 무심하기만 하다.

러시아에서 국가와 국민 간 괴리는 아주 오래된 전통이다. 최근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국민의 정치적 무관심은 더 강해지고 있다. 러시아 국민의 삶은 석유와 가스를 팔아 번 돈으로 공산주의 몰락 이후 어느 때보다 풍요롭다. 정부가 독재로 치닫고 있지만 더 순응적으로 변하고 있다. 반정부 세력은 정부의 핍박보다도 대중의 무관심에 당황해 한다. 선거 결과가 사전 각본대로 나타날 것이기에 대중은 투표하지 않으려 한다. 대중의 정치참여는 자리를 보전하고 재산을 늘리려는 러시아 관료들에게 장애가 될 뿐이다.

누군가 최근 러시아의 모순된 경향을 중산층의 형성과 함께 급속한 관료제의 성장을 바탕으로 한 중앙집권정부의 강화로 설명한 적이 있다. 새로 싹을 틔우는 러시아 중산층은 크렘린의 경제 정책을 개탄하지만 만연한 부패, 사법부 조정, 법치 및 민주주의의 실종 등에 대해서는 눈을 감는다. 그들은 정부에 해명이나 변화를 요구하지 않는다. 당분간 삶은 현재의 모습대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2008년의 평화로운 권력이양을 위협하는 요소가 있다면, 그것은 대중으로부터가 아니라 권력층 내부에서 생겨날 것이다. 만약 러시아의 중산층이 호시절에 안주해 정치적 무관심을 계속해서 키워간다면은 장차 권력이 관료제에서 포퓰리스트 세력으로 넘어가는 모습을 지켜만 보게 될 것이다.(마샤 리프먼/ 러시아 언론인)

The moscow mystery of 2008

Usually at this time of year, people are obsessed with what the coming year will bring. But in Russia, the real uncertainty concerns 2008, not 2007. Indeed, one can boil Russian politics down to one issue nowadays: Will President Vladimir Putin stay on as president after 2008, despite repeatedly stating that he won’t? And if he indeed steps down, whom will he groom as his replacement? Will his chosen successor belong to one of the Kremlin’s feuding factions? Or will he pick an “outsider”?

Unless Putin maintains his stature as the country’s ultimate arbiter and decision-taker, there is a high risk of fierce infighting. In an environment where power and property are inseparable and all government institutions are emasculated, a major transfer of authority at the top may lead to violent redistribution. Thus, resolving these questions is vital for Russia’s political elites who are anxious to preserve the current perks and gain more.

As for the public, the vast majority appears resigned to accepting whatever is arranged by the leadership. Fully 45% of Russians believe that Putin will name a successor, and that this person will become the new president. Almost a quarter believe that the constitution will be changed so that Putin can have a third term. Either way, it is almost universally understood that the transfer of presidential authority is masterminded at the top and endorsed at the ballot box. The balance of forces in the legislature, too, will be determined by the Kremlin. Over the past years the configuration of the political parties and the election legislation have been repeatedly modified so as to suit the interests of the ruling elite. As a result unwanted forces have no chance in next December’s parliamentary election.

Alienated from politics, ordinary Russians are indifferent to everything that does not immediately affect them, and do not seek to hold anyone accountable. They were not bothered by the journalist Anna Politkovskaya’s recent murder or the assassination of Andrey Kozlov, first deputy chairman of the central bank, or the implications of Alexander Litvinenko’s poisoning (a majority in a recent poll said he was killed by his “business partners”).

The alienation between the state and the people has a long tradition in Russia, and so does public apathy. But these days the apathy is reinforced by improved living standards. Thanks to windfall revenues from oil and gas, Russians live better than ever in the postcommunist times. Moreover, it may be argued that never in Russian history has the proportion of those who enjoy reasonably decent lifestyles been as high as it is today. As a result, people have become even more compliant in the face of increasingly autocratic governance.

Of course, there are plenty of reasons to complain, and people may grumble, but they won’t come together to oppose the status quo. Marginal political groups and figures who stage protests increasingly find themselves confronting official pressure and even harassment ? all the more reason for the broad public to turn away from them.

Since the election results are preordained, many may simply not vote. In fact, today’s Russian state barely has a reason to muster active support. On the contrary, public participation is seen as an obstacle to the goals pursued by the bureaucracy: self-perpetuation and expanding control over lucrative assets. If any among the Russian elite ever nursed modernizing ambitions, they have abandoned them, for without public participation, modernization is a fallacy.

Instead, the Kremlin increasingly draws on the conservative, Soviet-style electorate as its power base, while alienating the advanced, the entrepreneurial, and the best educated. Stephen Jennings, the chairman of the board of Renaissance Capital, an investment group with a decade of experience in Russia, recently noted the country’s “contradictory trends”: the emergence of a “burgeoning middle class” alongside a “highly centralized government, breeding a new class of state oligarchs and a mushrooming bureaucracy.”

The problem is that Russia’s best and brightest, which Jennings praised for “high management skills, professionalism, productivity, and social and economic ambition,” don’t seem to mind their alienation from policy-making. They may resent the Kremlin’s economic policies, but they put up with Russia’s rampant corruption and its disgraceful ratings in competitiveness indices, just as they put up with the general erosion of democracy, manipulation of the judiciary, and weak law enforcement. Like their less advanced compatriots, they don’t seek to hold the government accountable or call for change. For the time being, life is good enough as it is.

Thus, if there is any threat to a smooth transition in 2008, or a risk of subsequent destabilization, it may stem from infighting at the top, not from the public. Optimists hope that at some point Russia’s burgeoning middle class will assume responsibility for Russia’s future and demand a radical improvement in governance. But what would trigger a shift from passive compliance to active public participation?

If good times breed political apathy, and bad policies lead to a socioeconomic decline, Russia’s best and brightest may find themselves outstripped by populist forces.

06. 12. 31.

 

 

 

 

P.S. 러시아의 정치사상사와 현정치에 관한 책들 역시 기대만큼 풍족하지 않다(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책들에 한정하면 더더욱). 저널적인 차원에서라도 기대와 관심에 부응하는 책들이 나왔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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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31 1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쟈 2006-12-31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감사합니다. 내년에 허리가 좀 펴질 만한 책들을 골라보겠습니다.^^ 혹은 앞으로는 책을 누워서 보심이...
 

지난달인가 MBC에서 창사특집 다큐멘터러로 '러시아 혁명' 편을 방송한다는 얘기를 후배로부터 들었지만 결국 한번도 보지 못했다. 강의자료로도 요긴할 듯싶어서 녹화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그냥 흐지부지됐다. 오마이뉴스에 이 다큐를 직접 제작한 한홍석 PD와의 인터뷰 기사가 게재되었길래 반가운 마음에 옮겨놓는다. 특집다큐는 나중에 도서관에서 빌려보든가 해야겠다. 다큐에서 공개된 아래 사진은 박헌영과 그의 딸 박비비안나라고.  

오마이뉴스(06. 12. 28) "왜 러시아 혁명이냐고? 분단국이니까"

2006년이 저무는 시간, 지나간 한 해를 돌이켜 보면 올해도 TV의 위력은 대한민국에서 대단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하고도 친숙한 매체로 TV는 자리했다. 온갖 종류의 드라마뿐 아니라 월드컵 축구 등을 전달한 TV는 여전히 사랑받은 매체임이 분명하다. 그러면 다큐멘터리라는 장르는 TV에서 어땠을까? 보통 야심한 밤에 편성되는 시간표가 웅변적으로 말해주듯, 다큐멘터리를 비롯한 소위 시사 교양물들은 우리나라 TV의 비인기 종목이다.

하지만 경제 성장과 함께 우리 문화적 역량의 지표로 다큐멘터리가 자리매김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 한 예가 지난 11월 21일부터 12월 17일까지 근 한 달간 MBC에서 방송한 다큐멘터리 5부작 <세계를 뒤흔든 순간- 러시아 혁명(한홍석 연출)>이다. 이 다큐멘터리의 중심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1917년 사회주의 혁명이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1917년 혁명에만 집중하지 않고 그 혁명이 일어나게 된 배경, 그리고 그 혁명이 다다른 곳까지를 객관적이고 다채롭게 담아냈다. 깊이와 재미는 물론이고, 충실한 자료화면, 고증을 통한 역사 재연, 4개국을 넘나들며 직접 따온 다양한 역사학자들의 해설 등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다큐멘터리가 갖추어야 할 요소들을 두루 갖춘 빼어난 수작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러시아 혁명>의 진가는 우리의 시각으로 '러시아 혁명'을 조명했다는 데 있다. 19세기 말 몰락해가던 제정 러시아 시대부터 국가가 국민에게 가하는 끔찍한 테러가 만연하던 스탈린 시대까지, 그 먼 북구의 땅에도 '우리'는 있었다. 우리 선조들은 독립의 꿈을 꾸며 1920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코민테른 대회에서 태극기를 흔들었다. 또 소련의 각 지역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우리 동포들이 스탈린 숙청의 희생물로 스러졌다. 박헌영의 딸은 아직도 그곳에 살며 아버지를 추억한다.

그런데 소련이 사라진 지금, 신자유시대를 사는 21세기의 우리에게 '러시아 혁명'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전대미문의 노동자 혁명이었던 '러시아 혁명'의 이상은 본산지에서조차 실패했는데 말이다. 재미있고 내용도 알찬 이 다큐멘터리를 보다 보면 '러시아 혁명'의 교훈은 아직도 우리에게 유효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특히 신자유경제 체제와 분단 체제라는 두 짐을 걸머진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1년간의 기획, 세 대륙을 돌며 100일에 걸쳐 진행한 촬영, 그리고 지난 두 달 반을 '노가다' 모드로 편집실에 틀어박혀 다큐멘터리를 완성한 주인공, 한홍석 PD를 지난 12월 19일 오후 서울 남산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만났다. <러시아 혁명>이 종영되고 이틀 후다. 다음은 한홍석 PD와 나눈 일문일답.

- 대장정을 끝낸 소회는?
"아직도 끝났다는 실감이 안 난다. 너무 큰 주제를 능력이 안 되는 사람이 맡았다는 생각이 든다. 반응도 아직 잘 모르겠다. 편집실에서만 두 달 반을 지내서 시청자들 반응은커녕 동료들의 반응도 아직 모른다."

- 이 다큐멘터리를 자평한다면.
"정치사적 흐름을 어느 정도 정리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시청자들에 대한 서비스라 생각한다. 이걸 보고 이 주제에 흥미를 느껴 전문적인 관심까지 두게 된다면 좋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구성상 빠진 부분들이 안타깝다. 정말 많이 촬영했는데…. 러시아 문화·사회 문제 쪽으로도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는데 시간 제약 때문에, 그리고 현실의 제약 때문에 완성본에 결국 포함하지 못한 것들이 안타깝다."

- 이 작품을 기획하며 세웠던 목표나 의도는 무엇인가?
"이전에 내가 만든 다큐멘터리에서는 한국 현대사를 다뤘었다. 그렇게 하다 보니 러시아 혁명까지 거슬러 올라가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다. 이제까지 미국 이야기만 너무 많이 했다. 우리의 분단 체제를 바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미국뿐 아니라 러시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40~50대 시청자들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 그들은 젊은 시절 러시아 혁명에 대해 많이 듣고 읽었다. 그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간단한 예를 들면 책으로만 읽었던 트로츠키가 이렇게 생겼다든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러시아 혁명이 이런 사건이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40~50대들을 위한 '서비스'라고 생각한다(웃음). 실제로 <러시아 혁명>을 40~50대들이 많이 본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재미'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 역사는 재미있는데, 이제 '재미'가 뭔지도 헷갈리지 않은가. 역사 다큐멘터리라는 장르를 발전시키고자 '장르 실험'을 했다. 러시아 현지 배우들을 출연시켜 역사를 재연했다. 역사를 좀 더 생생하고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물론 이것이 이제까지 전 세계적으로 아무도 해보지 않은 실험적 형식은 아니다. 그러나 외국에서 현지 배우들을 고용해 다큐멘터리를 찍은 것은 우리나라 다큐멘터리 역사상 처음이다."

- <러시아 혁명>을 만들기 전과 만든 후, 러시아 혁명에 대해 다르게 이해하게 된 지점이 있는지.
"신자유주의 시스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됐다. 다양한 가치는 공존해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금 했다. 사회주의는 실패했고 자본주의는 아직도 효용성이 있다고 해서 자본주의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를 보완할 수 있는 가치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스탈린 체제하에서 사회주의의 이상은 몰락했지만 사회주의 이상이나 평등에 대한 이상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러시아 혁명이 실패로 끝났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본주의가 지고지선의 가치는 아니라는 것이 많은 학자들의 생각이다. 지금 러시아에서 아직도 구소련 체제를 그리워하고 그 때의 좋은 점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은 단순히 그들이 반동적이어서가 아니다."

- 매편 폭넓은 학자들의 의견을 듣는 것이 퍽 인상적이었다. 러시아·영국·미국 학자들 수십 명이 등장했는데.
"섭외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연락을 취하면 그쪽에서 놀라고는 했다. '왜 한국에서 러시아 혁명을?'이라며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그러면 나는 항상 설명했다. '우리는 아직 분단국이다.' 그러면 그쪽에서는 금방 이해하고 인터뷰에 응했다.

방송국 게시판에 보면 '왜 러시아 혁명을 다루면서 러시아 학자들보다 영미 학자들이 더 많으냐'고 불평하는 의견들이 있었다. 이유는 이렇다. 러시아는 소련 체제를 거치며 자국의 역사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했다. 관변학풍이 심했다. 그에 비하면 영미 학계에서는 지난 몇십 년간 광범위하게 축적된 객관적, 역사적 학문 전통이 있다. 대가도 그쪽에 분포되어 있고. 그들은 우리와 인터뷰를 아주 즐겼다. 소련이 붕괴한 후 영미권에서 러시아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줄어 요즘 침체해 있었던 터라 우리와 인터뷰에 더욱 적극적으로 임했던 것 같다."

- 그 학자들을 전부 다 직접 만났나?
"그렇다. 미국 학자들의 경우는 미국 전역에 퍼져있는 학자들을 만나느라 미국을 횡단했다. 샌프란시스코로 들어가 보스턴으로 나왔다. 미국 학자들은 쉬웠다. 연락만 되면 스케줄이 허락하는 한 쉽게 인터뷰에 응했다. 도리어 러시아 학자들 중에 인터뷰를 거부한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미국 학자들은 인터뷰를 즐기면서 진행했다. 그들은 말을 시키면 자기가 즐거워서 마구 말을 하는데 보고 있으면 흥이 날 정도였다."



- 박헌영의 딸이 구소련에 생존해 있다는 사실을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서야 알았다. 어떻게 찾아냈나?
"사실 박헌영 딸에 대한 소식은 몇 년 전 국내 일간지에 소개된 적이 있다. 그래서 찾아내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그 외에도 스탈린 딸을 만나 인터뷰를 하려고 무척 노력했다. 연락처까지 알아내 다섯 번인가 부탁을 했지만, 아무리 설득을 해도 안 됐다. 우리는 한국에서 온 사람들이라 우리와 인터뷰하는 것이 해가 되지 않는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듣지 않았다."

- 총5부 중 개인적으로 가장 뛰어나다고 평하는 부분은.
"개인적으로 4부가 가장 인상적이다. 관심도 가장 많았고. 4부는 러시아 혁명 후 진행된 소련의 산업화 과정을 다루고 있다. 러시아 혁명이 성공한 후에도 국가와 노동자 간의 갈등은 그치지 않았다. 그 부분이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다."

- 차기 작품도 기대된다. 어떤 걸 구상하는지.
"구소련과 한국 전쟁을 묶어서 다뤄보고 싶다. 가제는 '스탈린과 한국전쟁: 1945-1953'. 러시아에서 한국 전쟁 관련 비밀문서들이 요즘 많이 공개되고 있다. 이걸 바탕으로 새로운 다큐멘터리를 만들 필요가 있다. 그러나 시청자 요구가 없으면 불가능하다(*나는 요구한다!). MBC가 새로운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때 그것이 사회 공익에 얼마나 기여 하는가도 보지만 시청률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요즘은 시청자가 원하지 않으면 만들지 않는 시대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는 '드라마 왕국'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드라마가 강세고 세계사 시리즈 같은 교양물은 점점 위축되고 약화하여가는 상황이다. 시청자들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윤새라-조경국 기자)

06. 12. 29.





 

 

P.S. 인터뷰의 마지막 대목이 흥미를 끈다. '스탈린과 한국전쟁'에 관한 다큐를 만들고 싶다는 것. 시청자의 요구가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요구해줄 수 있다. 러시아쪽 자료들이 다수 공개되고 있는 걸로 알기 때문에 새로운 시각의 '이야기'들을 들려줄 수 있을 거라고 기대된다(재작년 러시아 체류시에는 러시아 TV에서 제작한 '한국전쟁'에 관한 다큐를 잠시 볼 수 있었다. 김일성 정권의 성립과정에 러시아가 얼마나 깊이 관여했는지를 생존하고 있는 고위 관계자들 인터뷰와 함께 자세히 보여주었었다).

한편, 러시아 혁명에 관한 자료/도서들은 얼마간 나와 있다. 트로츠키의 <러시아혁명사>(풀무질, 2003-4)를 아직 갖고 있지 않은데, 그게 좀 아쉽군. 거기에다 따져보니까 러시아쪽 시각의 혁명사 소개는 빈곤한 듯하다. 짐작할 수 있는 것이지만, 러시아혁명과 스탈린시대에 대한 관련서들은 러시아나 영미권에서 차고 넘친다. 가장 정평있는 책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영어권 저작으론 <공산주의>(을유문화사, 2006)의 저자인 저명한 러시아사학자 리처드 파이프스 교수의 <러시아 혁명사> 같은 책들이 기본서로 번역/소개되면 좋겠다('간략한 역사'라고는 하지만 430쪽이 넘는 분량이다). 왜냐고? 우린 아직 분단국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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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렌티우스 2006-12-29 0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도 강력히 요청합니다. 이거 MBC에 '스탈린과 한국전쟁' 다큐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이라도 해야 할까요... 여튼 정말 간만에 보는 '우리의 시각으로 우리가 만든' 좋은 다큐인 것 같아 기분이 뿌듯하네요...^^

기인 2006-12-29 0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퍼갑니다.^^ 이 다큐 다운받아서 봐야겠네요.

로쟈 2006-12-30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내년엔 '스탈린과 한국전쟁'을 꼭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알라딘의 힘'을 보여줘야 할까요.^^

sb 2006-12-30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iMBC에 [다시보기] 서비스가 있습니다. 저도 제때 보지 못해서 이제서야 봤지요. 한번 정리하려던 참에 반가운 글입니다.

로쟈 2006-12-30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료' 다시보기인가요?^^

aporia 2006-12-30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님의 글을 보고, 왠일이야 하며 우선 1편 다운해서 봤습니다. 소장할 가치도 있을듯해서...

유료이기 하지만  "http://www.wedisk.co.kr/" 참고하시길^^


sb 2006-12-31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BC의 다큐멘터리는 대부분 유료서비스이지요. 한편 보는데 500원입니다. "http://www.imbc.com/broad/tv/culture/world/russia/index.html"

aporia 2006-12-31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디스크 광고같아 좀- 거시기하네요. 용량이 큰 2/3편(70케시)을 제외하고는 각 40케시네요. 넘 ~ 알찬 정보죠.ㅋ

로쟈 2006-12-31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아무려나 필요하면 언제든지 볼 수 있다는 거니까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