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문학 관련 강좌 공지다. 한국외대 러시아연구소와 서울대 러시아연구소가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를 주제로 연합인문강좌를 개최한다. 일시는 5월 20일부터 6월 24일까지 매주 금요일 오후 3시-5시이고, 장소는 명동의 가톨릭회관 신관(마리아홀)이다.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 포스터를 클릭해보시길. 나는 6월 17일에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주제로 강의한다.    

 

 

16. 05.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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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러시아문학 관련서가 출간되었다(작품을 제외한). 한국러시아문학회에서 펴낸 <나를 움직인 이 한 장면>(써네스트, 2016). '러시아문학에서 청춘을 단련하다'가 부제로 붙었다. 러시아문학 전공자들이 각자가 감명 깊게 읽은 작품을 부분 번역하고 이에 대한 소회를 덧붙인 형식이다.

 

"천재 시인 푸시킨, 거장 중의 거장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 그리고 노벨 문학상 수상에 빛나는 세계적 작가들을 비롯하여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 중 가장 인상적인 장면 하나씩을 뽑아 번역 해설하였으며 각 장면을 '사랑합니다', '고뇌와 갈망', '이상과 현실', '삶 속의 예술, 예술 속의 삶', '진정한 삶을 위하여', '세상을 바라보다'의 여섯 테마로 나누어 배치하였다."

대학에서 러시아문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흥미롭게 읽어볼 만하고, 러시아문학을 애호하는 일반 독자들도 무엇이 러시아문학의 매력인지 확인해볼 수 있는 기회다. 학생들이라면 미르스키의 <러시아문학사>(써네스트, 2008), 그리고 <로쟈의 러시아문학 강의>(현암사, 2014)와 같이 구비해놓아도 좋겠다(<로쟈의 러시아문학 강의> 20세기 편은 하반기에 출간될 예정이다).

 

 

말이 나온 김에 최근에 번역된 러시아문학 작품들에 대해서도 한마디. 레르몬토프의 소설 <우리 시대의 영웅>(작가와비평, 2016)이 새로 번역돼 나왔는데, 이미 여러 차례 번역된 작품이지만 (번역본마다 다 다른 맛이 있다고 생각하는) 나로선 반갑다. 레르몬토프와 이 작품에 대해서는 <로쟈의 러시아문학 강의>를 참고하시길.   

 

 

톨스토이의 후기 대표작인 중편소설 <크로이처 소나타>(뿌쉬낀하우스, 2016)도 '똘스또이 클래식'의 한 권으로 다시 나왔다. 보통 <크로이체르 소나타>라고 번역된 작품. 이번 번역본은 부록이 강점인데, "똘스또이가 소설의 주제에 대해 직접 쓴 '크로이처 소나타 에필로그'와 러시아 시인이자 극작가인 옐레나 이사예바가 베토벤과 똘스또이의 '크로이처 소나타'를 비교한 연구 논문 '똘스또이가 들은 베토벤의 음악, 왜 '크로이처 소나타'인가'가 함께 수록되어 있어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간간이 출간 소식을 전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러시아문학 번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다. <전쟁과 평화>가 다시 번역돼 나온다는 5월이면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을까. 그러길 기대한다...

 

16. 04. 17.

 

 

P.S. 내게도 '나를 움직인 이 한 장면'을 골라달라면, 도스토예프스키의 <가난한 사람들>에서 골라야 하겠다. <가난한 사람들>과 <분신>, 그리고 <지하생활자의 수기>(요즘엔 <지하로부터의 수기>로 번역된다)를 대상으로 학부 졸업논문을 썼기 때문이다. 기억엔 '도스토예프스키 작품에 나타난 시선과 권력의 문제'가 제목이었다. 유실한 지 오래됐지만 그땐 나도 이십대 중반이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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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화요일 저녁마다 이진아도서관에서 20세기 러시아문학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오늘은 미하일 조셴코의 <감상소설>(문학동네, 2011)을 다루었다. 러시아 풍자문학의 거장으로 국내에는 세 권의 작품(집)이 소개돼 있다. 청어람미디어에서 나온 <되찾은 젊음>과 <부실한 컨테이너>는 저자명이 '조쉬첸꼬'로 돼 있어서 '조셴코'와 같이 검색되지 않는다. 표기를 통일해주는 게 좋겠는데, 현재의 외국어 표기법에 따르면 '조셴코'라고 하는 게 맞다.  

 

 

강의에서는 역자 해설을 간추려서 강의자료로 활용했는데, 역자는 조센코의 생애에 대한 요약을 다음과 같은 문단으로 시작한다.

미하일 미하일로비치 조셴코는 1895년 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귀족 출신으로 화가였고, 어머니는 배우였다. 조셴코는 1913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해 9월 페테르부르크 대학 법학과에 입학했다. 그러나 1914년 수업료 미납으로 제적되어 파블롭스코예 군사학교에 입학했고,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1915년 초 장교로 임용되어 전선에 투입되었다. 그는 수차례 훈장을 받기도 했지만, 1917년 심장병이 발발하여 징집 해제된다. 독일군이 살포한 가스에 의한 중독이 병의 원인이 되었다고 한다.

 

이에 근거해서 강의에서도 조셴코가 1895년생이라고 말했는데, 다시 확인해보니 1894년생이다(7월 29일생). 내가 갖고 있는 러시아어본이나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자료 모두가 그렇게 적시하고 있다. 특이하게 한국어 번역본들만 연보에서도 그렇고 1895년생이라고 적었다. 이런 착오가 왜 반복된 것인지 궁금한데, 한편으론 '조센코스런' 현상 같기도 하다(역자나 편집자 모두가 다시 확인해보지 않았다는 것이니까). 아무려나 조셴코는 1894년생으로 1958년에 세상을 떠났으니 우리식 셈법으로는 64년의 생애를 살았다. 러시아에서 나온 전집판은 7권으로 구성돼 있으니 아직도 상당수가 우리에겐 미지의 작품이다. 좀더 소개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16. 04.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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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사정상 포스팅을 뜸하게 하다 보니 계속 서재일도 쌓이고 있다. 아무리 적어도 하루에 한두 가지씩의 포스팅 거리는 생기는데, 그걸 건너뛰다 보면 일주일에 10여 개의 페이퍼가 사장되는 셈이 된다. 그러다 흐지부지되는 경우도 많고. 러시아(문학) 쪽으로 한정해도 그런데, 마냥 핑계를 댈 수만은 없어서 오늘은 두 권의 소설에 대해 적는다. 알렉산드르 보그다노프의 <붉은 별>(아고라, 2016)과 알렉세이 톨스토이의 <아엘리타>(지만지, 2011)가 그 두 권이다. 계기는 이번주에 <붉은 별>이 번역돼 나와서다. '최초의 사회주의 공상과학 소설'로 평가되는 작품.

 

레닌과 함께 러시아 사회민주노동당을 이끌었던 혁명가이자 과학자였던 보그다노프가 1908년에 발표한 SF소설이 국내에 처음으로 완역되었다. 화성인들에게 초대되어, 수십 년 전에 공산주의 사회가 건설된 화성을 방문하게 된 한 남자의 사랑과 갈등, 투쟁을 그리고 있다.  '최초의 사회주의 공상과학 소설'로 불리는 이 작품은 1917년 러시아 혁명이 이루어지기 전에 이미 사회주의가 어떤 모습으로 구현될지, 어떤 한계와 어려움에 부딪히게 될지를 예견했다. 또한 로켓공학의 선구자인 치올코프스키가 로켓 설계도를 발표한 것보다 7년이나 앞서 핵 광자 로켓을 이용한 우주 비행 이야기를 풀어낸 소설이기도 하다.

사실 학부나 대학원에 다닐 때 이런 작품을 따로 읽은 적이 없다. 문학사 책에서만 제목을 접했었는데, 번역돼 나오니 반갑다. 안 그래도 어제 20세기 러시아문학 강의에서 자먀찐의 <우리들>(1920)을 다룬 터라 더더욱. 비록 작가 생전에는 러시아(소련)에서 출간될 수 없었던 작품이지만 <우리들>이야말로 대표적 SF소설이자 유토피아 소설(이 경우에는 안티유토피아 소설) 아닌가.

 

 

<붉은 별>의 출간으로 자연스레 떠올린 작품이 <아엘리타>(1922)인데, 사실 현재 나와 있는 번역본은 절반 분량의 발췌본이어서 번역되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읽어도 읽었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얘기다(그러니 완역본이 나오길 기대한다). 어떤 작품인가.

<아엘리타>는 H. G. 웰스, J. 런던, E. 버로스로부터 O. 슈펭글러, R. 슈테이너, B. 브류소프 등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영향의 원천으로부터 차용된 조각들로 이루어진 모자이크 소설이다. 이 작품은 19세기 말에서부터 20세기 초에 이르기까지 화성에 관한 일련의 소설들 가운데에서, 선행 작품인 G. 웰스의 <우주 전쟁>(1898), A. 보그다노프의 <붉은 별>(1908) 그리고 톨스토이의 동시대인인 미국 작가 E. 버로스의 <화성의 달 아래에서>(1912) 다음으로 4번째 위치를 차지한다.

 

웰스의 <우주전쟁>은 널리 알려진 작품이어서 여러 판본이 나와 있다(청소년판과 만화판까지). <붉은 별>이나 <아엘리타>가 그 계보에 속하는 작품이라고 하면 어떤 내용이고 어떤 의의가 있는지 가늠해볼 수 있겠다. 러시아에서 <아엘리타>는 특히 프로타자노프의 영화 버전(1924)으로 유명한데, 이 무성영화의 영어자막판은 https://www.youtube.com/watch?v=je1bIhS-7G8 에서 감상할 수 있다. 아엘리타는 화성의 여왕 이름이다.

 

 

아무려나 오랜만에 20세초 러시아문학이 번역돼 나와서 환영하는 페이퍼를 적었다. 다른 페이퍼 거리들은 다음을 기약하고 오늘은 이만...

 

16. 0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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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봄학기에 새롭게 진행하는 강좌 중의 하나는 '20세기 러시아문학 강의'다(http://blog.aladin.co.kr/mramor/8193359). 이미 지난겨울에 공지한 바 있는데, 작가로는 안톤 체호프부터 나보코프까지이고, 작품으로는 <벚꽃동산>에서 <롤리타>까지다. 16주간 9명의 작가의 대표작 12편을 읽는 장정이다(단편집을 한 편으로 쳐서 그렇다). 미리 읽어볼 책을 질문해오시는 분들도 있어서 몇 가지 참고사항을 적는다.

 

 

먼저 러시아문학에 입문하시는 분이라면, 그런 용도로 쓰인 <로쟈의 러시아문학 강의>(현암사, 2014)를 참고하실 수 있다(이에 대한 강의는 http://blog.aladin.co.kr/mramor/8208487). 대개 19세기 러시아문학 강의를 먼저 들으신 분들이 많을 것 같기는 하지만 19세기 문학이 '선이수 과목'인 것은 아니다. 참고할 만한 문학사 책으론 미르스키의 <러시아문학사>(써네스트, 2008)와 에드워드 브라운의 <현대 러시아문학사>(충북대출판부, 2012)가 있다. 요즘은 이 정도 책만 되어도 전공학생들이나 읽기 때문에 부담감을 가지실 필요는 전혀 없다.

 

 

다양한 화보를 포함하고 있어서 유익한 참고가 되는 책은 <러시아의 문학과 혁명>(웅진지식하우스, 2010)이다. 재작년에 반값할인 판매를 할 때 구입해두었다면 좋을 책이지만, 미리 손을 쓰지 못한 분들은 도서관에서 대출해보셔도 좋겠다. 라쟈노프스키의 <러시아의 역사>(까치, 2011)는 나도 학부 때 읽은 책으로 관련서 가운데서는 미르스키의 <러시아문학사>와 함께 가장 오랜 생명력을 자랑한다. 현재 나와 있는 건 원서의 8판을 옮긴 개정판이다.   

 

 

20세기 대표 작가 중 숄로호프와 파스테르나크가 빠진 것에 대해 질문하신 분도 계신데, 숄로호프의 경우에는 대표작 <고요한 돈강>을 다룰 만하지만, 워낙 방대한 분량인데다가 현재 믿을 만한 번역본이 나와 있지 않다. 이전에는 몇 종 있었지만 지금은 유일한 번역본인 동서문화사판은 일어 중역본이다. 아직도 원전 번역은 이루어지지 않은 셈. 번역서가 나올 거라는 애기는 몇년 전에 접한 바 있지만 여의치 않은 모양이다.

 

 

파스테르나크의 경우도 <닥터 지바고>를 다뤄야 하지만, 현재 남아 있는 두 종의 번역본이 좀 '올드'하다. 세계문학전집판의 새번역본이 올해는 나올 예정인 것으로 아는데, 그때 다시 다루려고 한다. 톨스토이의 대작 <전쟁과 평화>도 올해는 새 번역본(내지 개정판)이 나온다고 하니까 같이 다뤄도 좋겠다.  

 

 

이들 두 작가가 빠지는 대신에 미하일 조셴코나 바를람 샬라모프 같은 작가를 강의에서 처음 다루게 되었다. 물론 그게 가능한 것은 번역본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충분히 다룰 만하지만 마땅한 번역본이 없어서 제외한 작가도 여럿 되는데, 이삭 바벨(<기병대>)이나 유리 올레샤(<마호가니>에 수록된 <질투>) 등이 그렇다. 그런가 하면 안드레이 벨르이의 <페테르부르크>(문학과지성사, 2006)처럼 교양 수준을 넘어서기에 제외한 작품도 있다(나보코프는 조이스의 <율리시즈>에 견준다). 어차피 한정된 일정이기에 취사선택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러시아의 첫 노벨문학상 수상자인(1933년) 이반 부닌도 마찬가지다. 단편집과 대표 장편 <아르세니예프의 생애> 등이 소개돼 있는데, 자전적 소설인 <아르세니예프의 생애>는 세계문학전집판으로 다시 나온다는 애기가 있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영향을 받은 작품이기도 한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대한 강의가 올해 계획돼 있기에, 부닌의 작품도 새 번역본이 나오면 내년쯤 다뤄볼 생각이다. 벨르이의 <페테르부르크>도 함께. 그런 정도까지 다룬다면 20세기 러시아문학 강의를 띄엄띄엄했다는 핀잔은 면하겠다...

 

16. 03.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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