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강의를 마치고 귀가하여 호두파이로 밤참을 대신하면서 오늘 온 책들을 살핀다. 당장의 강의와 관련하여 주문한 책도 있지만 관심 때문에, 혹은 향후의 강의와 관련하여 주문한 책도 있다. 국내 저자 2인이 공저한 <투르게네프, 동아시아를 횡단하다>(점필재)가 후자에 해당한다. 따로 나 같은 독자가 아니라면 손에 들 사람도 별로 없을 것 같은 책이다.

투르게네프의 소설 <그 전날 밤>(국내에서는 <전날밤>이나 <전야>로 번역됐었다)이 러시아에서 어떻게 극화되었고 그것이 다시 일본과 한국(조선) 연극계에는 어떻게 소개되어는가를 다룬 연구서로 아르부조프의 각색본과 일본의 각색본, 한국의 번역본을 자료로 수록하고 있다. 투르게네프의 작품에 대한 직접적인 연구서는 아니지만 <전날밤>의 수용과 각색 문제를 살펴보는 데 중요한 참고가 될 만하다.

그렇다고 극화된 <전날밤>까지 강의에서 다룰 건 아니고, 나의 주된 관심은 투르게네프의 소설 <전날밤>에 놓인다. 내년이 투르게네프의 탄생 200주년이기도 해서 주요 작품에 대한 강의를 진행하면 좋겠다 싶은데 문제는 주요작의 번역본이 없거나 마땅치 않다는 점. <전날밤>도 그 가운데 하나다. 얼마전에 언급한 바 있는 <사냥꾼의 수기>도 마찬가지고, 후기소설 가운데서는 <연기>와 <처녀지>도 다시 나왔으면 싶은 작품들이다. 내년봄까지 기다려봐서 이 가운데 몇작품이라도 다시 나온다면 8강 정도의 강의를 꾸리려고 한다. 탄생 200주년을 맞는 나대로의 자세다.

도스토예프스키와 톨스토이에 대해서는 각각 16강, 12강의 강의를 진행하고 있거나 진행할 계획이기에 투르게네프에 대해서도 그 정도의 시간은 할애하는 게 형평에 맞다고 생각한다.

한편, 생각난 김에 적자면, 투르게네프의 단편 ‘밀애‘가 동아시아문학, 특히 일본문학에 끼친 영향은 정선태 교수의 <지배의 논리 경계의 사상>(소명출판)에 실린 논문을 참고할 수 있다. 김진영 교수의 <시베리아의 향수>(이숲)에는 투르게네프의 산문시 ‘거지‘의 번역과 수용에 대한 논문이 수록돼 있다. ‘투르게네프와 동아시아‘라는 주제 범위에 포함되는 논문들로 참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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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강연 공지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문학동네) 완간을 계기로 톨스토이의 3대 장편을 읽어보는 문학강연회를 세 차례에 걸쳐서 갖는다. 12월 7일과 21일, 28일 저녁 7시 30분에 진행되는데 자세한 일정은 아래 포스터를 참고하시길(신청은 알라딘의 ‘작가와의 만남‘ 페이지에서 각 강연별로 하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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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기에 19세기와 20세기 러시아문학 강의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데, 19세기 작가로는 레스코프와 살티코프-셰드린, 20세기 작가로는 알렉시예비치를 남겨놓고 있다(20세기는 가을학기 강의다). 이전에 다루지 않아서 이번에 일부러 집어넣은 작품도 있는데, 레스코프의 <왼손잡이>나 살티코프-셰드린의 <골로블료프가의 사람들>이 그에 해당한다.

반면에 분량 때문에 중요한 작품임에도 빼놓은 경우가 곤차로프의 <오블로모프>(1859)다. 발표시기를 고려하면 투르게네프보다 먼저 다룰 수 있는 작가다. 분량이 부담스럽다는 건 두 권짜리여서인데, 최소한 두 주 정도는 할애해야 한다. 오래전 대학 강의에서 한번 다루고 나도 읽은 지 오래 돼 문득 생각이 났다. 러시아 지주계급의 습속을 다룬 점에서는 고골의 <죽은 혼>(1842)과도 비교해서 읽어봄 직하다. 시기적으로는 투르게네프의 <귀족의 둥지>나 <전야>와 비교될 수 있다.

<오블로모프>는 1980년 니키타 미할코프에 의해 만들어졌는데 매우 뛰어난 영화다. 오블로모프 역은 러시아의 국민배우 올렉(올레그) 타바코프가 맡았다. 국내 출시 제목은 <오브로모브의 생애>다(아마도 일역된 제목을 옮겨서 표기가 그렇게 된 듯싶다). 유튜브를 통해서도 관람할 수 있는 영화. 책이 부담스러운 독자라면 영화를 통해서도 어떤 작품인지 가늠해볼 수 있다. 특히 앞장면만 20여분 정도 봐도 오블로모프란 인물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다. 사실 작품의 핵심도 오블로모프란 인물, 내지 오블로모프적 기질을 이해하는 것이다. 오블로모프적 기질의 일례는 침대에서 빠져나오려고 하지 않는 습성이다.

번역본은 현재 두 종이 나와 있는데, 욕심으로는 하나 더 추가되도 좋지 않을까 싶다. 과도한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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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공지다. 연세대학교 미래사회통합연구센터에서는 12월 4일(월) 오후 3시-5시에 러사아혁며 100주년 기념 초청강연으로 ‘예술로 표현된 러시아혁명‘을 개최한다. 문학과 영화 두 분야에 대한 강연이 진행되는데 ‘러시아혁명과 문학‘ 강연은 내가 맡았다. 러시아혁명과 영화는 한국외대 이지연 교수가 강연을 진행한다. 자세한 건 아래 포스터를 참고하시길. 대학연구소 행사이지만 일반인도 참석하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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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은 내가 가장 많이 강의한 작품 가운데 하나다. 그래서 새 번역본이나 새 해설서가 나오면 뭔가 다른 얘기를 하나 궁금해서 펴보게 된다(예상밖의 내용과 만나는 일은 드물다. 나대로 요즘 추가한 레퍼토리는 스탕달의 <적과 흑>과 비교하는 것이다).

청소년을 위한 고전 해설서로 나온 수경의 <죄와 벌, 몰락하는 자의 뒷모습>(작은길)도 그런 관심 때문에 가방에 챙겼다. 내일도 <죄와 벌> 강의가 있어서다. 수경의 책으론 <비참함으로부터 탄생한 위대한 벽화 레미제라블>도 <레미제라블> 강의 때 참고한 듯하다. 그리고 이 시리즈(‘고전 찬찬히 읽기‘)의 책 가운데서는 오선민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도.

<죄와 벌>의 부제가 ‘몰락하는 자의 뒷모습‘인 건 의외다. 내가 떠올릴 수 있는 라스콜니코프의 어떤 모습과도 맞지 않아서. 새로운 해석인가? 새로우면서 말이 되는 해석이라면 충분히 의의가 있다. 과연 그런지는 내일 확인하기로. 오늘은 오늘의 할일도 아직 많이 남았다. 내일로 넘어간다고 해도 안 하면 그대로인. 나는 무슨 죄를 저지른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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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국경 2023-01-16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의의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