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의 마지막 걸작이자 유작 <하지 무라트>(문학동네)가 세계문학전집판으로 출간되었다. 오래전에 대학 강의에서 읽고는 오랫동안 다룰 기회가 없었는데 이제는 강의에서 마음놓고 다룰 수 있게 되어 반갑다.

˝러시아의 캅카스 전쟁 시기 북캅카스의 체첸 일대에서 용맹을 떨친 아바르인 전사 하지 무라트의 삶을 그린 장편소설이다. 톨스토이가 칠십대에 시작해 팔 년간 집필하고 사망 후 유작으로 출간된 이 소설은 톨스토이 연구가들에게 가장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는 ‘소우주의 <전쟁과 평화>‘로, 문학비평가 해럴드 블룸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이야기이자, 산문소설의 시금석 같은 작품‘이라 상찬했다.˝

흔히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 후기 톨스토이의 대표작으로 간주되지만 나는 생전에 출간되지 못한 <하지 무라트>에게 그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쟁과 평화>와 <안나 카레니나>의 작가가 중편소설에서 거둘 수 있는 성취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백문이 불여일독이니 한번 읽어보시라고 할 밖에. 번역본은 이번에 나온 문학동네판 외에 지만지판이 있고 <톨스토이 중단편선4>(작가정신)에도 수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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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공지다. 마포중앙도서관에서 이달 19일(목) 저녁 7시에 ‘로쟈의 러시아문학 쉽게 읽기‘ 강의를 진행한다. 주제와 제목은 도서관에서 정했는데, 그간에 ‘다시 읽기‘나 ‘깊이 읽기‘ 강의는 자주 진행해보았지만 ‘쉽게 읽기‘는 처음이다. 어떻게 해야 ‘쉽게 읽기‘가 될는지는 고민해봐야겠다. 참고할 만한 책은 물론 <로쟈의 러시아문학 강의>(현암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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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강의하면서 그의 역사철학의 특징과 의의를 강조하는데(오래전 대학강의에서는 ‘국민문학‘으로서의 의의를 강조했었다), 내가 자주 들먹이는 것이 ‘초유기체‘론이다. <전쟁과 평화>에 ‘초유기체‘라는 말이 나오진 않지만, 톨스토이가 생물학자 베르트 휠도블러와 에드워드 윌슨의 공저 <초유기체>(사이언스북스)를 읽었다면 열광했을 거라고 나는 상상한다.

인간은 통상 개별적인 유기체로 존재하지만 전시에 군대는 마치 초유기체인 것처럼 움직인다. 횔도블러와 윌슨은 주로 개미사회를 대상으로 초유기체를 설명하는데, 톨스토이는 개미와 마찬가지로 대표적인 사회성 곤충인 벌에 주목했었다. <전쟁과 평화>에 벌에 대한 비유가 여러 차례 등장하는 건 우연이 아니다. 역사는 유기체 차원에서 사유될 수도 있지만(우리가 ‘개인사‘라고 부른다) 본래 초유기체적 범주에 속한다. 영웅사관을 들먹이는 자들과 달리 적어도 그 점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게 톨스토이 역사철학의 강점이다.

기본 구도과 의의에 대해서는 강의에서 자세히 설명하곤 했지만 <초유기체>를 완독하지 못한 상태였다. 세계적인 개미 전문가 2인의 걸작을 맘먹고 책상 위에 놓고 보니 ‘빈손‘으로 읽는 건 예의가 아닌 듯해서 ‘독서의 이유‘를 적었다. 그래서 읽고자 한다는 것. 더불어 톨스토이가 강력한 영감을 얻었을 법한 책을 참고하여 <전쟁과 평화>에 접근하는 것이 톨스토이에 대해서도 예의를 갖추는 일이라 생각된다. <전쟁과 평화>에 대한 깊이 읽기를 원하는 독자라면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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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문학자 석영중 교수의 석학인문강좌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 읽기‘가 단행본으로 나왔다. <인간 만세!>(세창출판사). 내용도 관심사이지만 먼저 눈길을 끈 건 표지다. 연번으로는 ‘석학인문강좌86‘인데 앞서 나온 85권의 책이 천편일률적이었던 반해서 <인간 만세>는 비록 레핀의 그림을 흑백으로 처리했지만 화사하다. 주황색 박스에 제목이 들어가 있어서겠다.

레핀의 그림은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로 <체호프 단편선>(민음사)에도 표지로 쓰였다. 오랜 유형생활에서 돌아온 남자(아버지)를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가족을 그렸다. 레핀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모스크바의 트레챠코프(트레티야코프) 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레핀의 그림들을 보기 위해서라도 방문해 볼 만한 미술관이다.

˝도스토옙스키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에서 삶에 관한 이론을 보여 준 것이 아니라 삶의 기쁨을 보여 주었다. 신에 관한 학문이 아니라 내 안의 신을 회복하는 과정을 보여 주었다. 인간에 관한 이론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인간다운 삶을 보여 주었다. 그는 결국 ˝인간 만세!˝를 외쳤던 것이다.˝

‘삶의 기쁨‘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1880)은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1869)에 견줄만 하다. <미성년>(1875)에서 귀족 가문소설로서의 <전쟁과 평화>를 패러디한 도스토예프스키는 뒤이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통해서 삶의 예찬이란 어떤 것인지 본때를 보여준다. 톨스토이가 <안나 카레니나>(1877)를 통해서 차츰 삶의 부정으로 기우는 것과 대비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5-6월에는 <전쟁과 평화>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대한 강의도 진행할 예정이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강의한 적이 있지만 매번 경이감을 느낀다. 결말을 장식하는 소년들의 외침을 반복하지면, ˝카라마조프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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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공지다. 조금 이르긴 한데, 5월 2일부터 23일까지(오후 7시) 분당구 정자동의 '작은책방 기역'에서 4회에 걸쳐 러시아문학 강의를 진행한다(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littlebookcafe&logNo=221228566811).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구체적인 일정은 아래와 같다. 


로쟈의 19세기 러시아문학 강의


1강 5월 02일_ 푸슈킨, <대위의 딸>



2강 5월 09일_ 투르게네프, <첫사랑>



3강 5월 16일_ 도스토예프스키, <지하로부터의 수기>  



4강 5월 23일_ 톨스토이, <크로이체르 소나타>



17. 0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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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09 16: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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