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하우스에서 표지도 어여쁘게 나와주신 레이몬드 챈들러 시리즈시다.

이 외에도

 

 

 

 

 

제법 예쁜 전집 스럽지요?  책꽂이에 주욱- 꼽아 놓으면 멋진 하얀 양장본 책.

음.아직 못산 ' 하이윈도'랑 같이 사야겠군.

옆에 슬쩍 하루키 책도 끼워넣어 볼까나? 모르는척 시침뚝

 

 

 

 

 

근데 말이지 하루키의 새 책은 별로 사고 싶지 않은 것이 이미 고등학교때 하루키 세례를 받았던 나로서는 '하루키면 된다' 고 생각하는 출판사의 신념에 보태주고 싶지도 않고, 집에 있는 책을 두 번, 세 번, 네번 보게 되는 점도 영 탐탁치 않고,

 



레이먼드 챈들러 (Raymond Chandler) - 1888년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나 열두 살 때 영국으로 이민을 가, 거기서 덜위치 대학을 졸업했다. 작가가 되려고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아 교사와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던 그는 1912년 다시 미국으로 돌어가 캘리포니아에 정착을 했다. 1차 세계대전 중에는 캐나다 육군에 복무했고, 전쟁이 끝난 뒤에는 석유회사에 몸담고 중역의 자리까지 올랐으며, 1924년에 시시 파스칼과 결혼했다.

1930년대 초에 우울증이 발병하자 그는 직장을 그만두고 다시 저작에 몰두하고, 「블랙 마스크」 같은 통속 잡지에 단편소설을 기고하기도 했다. 그는 1938년에 단편소설 16편을 발표했으며 첫 장편소설 창작에 착수해 1939년 <빅 슬립>을 발표해 큰 호응을 얻었다. 마찬가지로 호응을 얻은 작품으로는 <안녕, 내 사랑아>(1940), <The High Window>(1942), <The Lady in the Lake>(1943), <The Little Sister>(1949), <기나긴 이별>(1954) 등이 있는데 모두 유명한 사립탐정 필립 말로우를 등장시킨다.

그의 작품 가운데 여러 편은 영화화되었고 <Double Indemnity&gl;, <The Blue Dahlia> 같이 호평을 받은 작품을 영화대본으로 쓰기도 하였다. 미국 추리작가협회 회장을 지냈던 그는 말년에 극심한 우울증과 쇠약증에 시달리다 1959년 캘리포니아에서 사망했다.

박현주 -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마쳤다. 현재 일리노이 대학에서 언어학 박사 과정에 있다. 옮긴 책으로는 <화용론>(공역), <셜록 홈스 걸작선>, <빅 슬립>, <하이 윈도> 등이 있다.

다음글은 싸xxx 화요xxxx 클럽장님의 글을 [펌]

제목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챈들러 언급 모음'  두둥-

* 처음 챈들러 책 해설을 맡으면서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는 하루키를 팔아야 하지 않을까 싶어 하루키의 인터뷰들을 모아보았습니다. 사실, 선전을 위해서보다는, 분명히 하루키가 줄곧 자신이 챈들러를 매우 좋아하고 영향을 지대하게 받았다고 강조하는데도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챈들러의 존재 자체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에 좀 열받아서 그랬지요.

인터넷 서점의 리뷰에 보니 '챈들러는 60년대 나의 영웅이었다' 등의 문구에 대해 허풍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던데 이 글을 보고 오해를 풀기 바랍니다.

어쨌든 이제 해설 쓰는 일도 끝나가니 자료로 모았던 인터뷰 내용을 몇 가지 여기에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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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내가 챈들러를 무척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말로-작품 속의 주인공-라는 존재 자체가, 존재감이 있는 가설이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그런 식으로 쓸 수 있느냐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챈들러 자신의 자질문제라고도 생각하지만, 그것을 잘 표현해 내지 못하면, 도시라고 하는 것은 그릴 수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까 가설이라는 뿌리를 빼버리면, 굉장히 피상적이 되고 마는 것이지요.

가와모토: 챈들러는 도시 속에서 황야를 본다고 할까, 도시를 도시로서 보고 있지 않은 면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이 평소에 살고 있으면서 알아차리지 못하는, 도시가 지니고 있는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쓰는 것이지요.

- 가와모토 사부로, <도시의 풍경학>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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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 베이 스트리트'라는 부제로 명시되어 있듯 두비 브라더스의 곡에서 제목을 땄다. 이것은 챈들러의 초기 단편소설에 바치는 헌사이다. 아무런 내용도 없다. 문체의 나열일 뿐.

- 하루키 <내 작품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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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레이먼드 챈들러의 <기나긴 이별>에서 테리 레녹스는 변변찮은 멕시코 도시의, 변변찮은 호텔 방에서 죽었다- 죽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자신의 죽음을 애도해 줄 친구가 있었다. 그를 위해 술을 마셔 줄 친구가 있었다. 나의 경우는 그렇지가 못하다. 내가 죽으면 틀림없이 모두들 뒤에서 이렇게 말한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어째서 일부러 멕시코까지 갔을까요? 멕시코는 그 사람에게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군요. 하지만 그렇더라도 마카로니 샐러드를 먹고 설사를 하면서 죽다니, 도무지 어처구니 없는 죽음이군요. 게다가 설사에다 구토까지 했다면서요? 인간이 그런 식으로 죽다니 너무 비참하군요. 어떻게 죽느냐 하는 건 매우 중요한 것 같아요."

-하루키 <하루키의 여행법>

-------------------------------

저는 챈들러의 <롱 굿바이>를 셀 수 없을 만큼 몇 번이나 읽었는데 지금도 머리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부분이란 꽤 조잡하고 쓸데없는 부분들이에요. 장편 소설엔 그런 부분이 필요하다는군요. "뭐 괜찮지"라는 식의 미지근한 부분이 말이지요. 좋은 장편 소설엔 독자와 인간적인, 깊은 관계를 가지는 부분이 있고, 거기서는 인간과 같이 어느 정도 결점이라는 것이 필요해요. 너무 결점만 많으면 아무도 상대를 안 해 주겠지만(웃음).

<하루키, ‘해변의 카프카’를 낸 직후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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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하루키가 도미 중 뉴욕에서 이루어진 『Ransom』『Bright Lights, Big City』 『Brightness Falls』로 유명한 미국의 소설가 Jay Mclnerney와의 대담에서 하루키는 <기나긴 이별>을 이렇게 고백했다.

“레이먼드 챈들러는 1960년대 내 영웅이었습니다. 『기나긴 이별』 같은 책은 열두 번이나 읽었습니다. 나는 그의 소설의 인물들이 혼자 힘으로 살아가고 있고 매우 독립적임에 영향 받았습니다. 그들은 외롭긴 하지만 고상한 삶을 찾습니다.” - 하루키의 대담 중에서 -

----------------------------------

하루키 좋아하시는 분들이 하루키가 마쉬멜로하는( * 마이리뷰 영국편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알랭 드 보통 참조) 레이몬드 챈들러를 다 읽고, 그러면서 하드보일드에 폭 빠져서 우리나라 미스테리계에 발전 있으라~ 우워어어어어( 하늘을 보고)  아멘.( 다시 경건하게) 

이상 '알바놀이'에 맞들인 미스하이드였습니다. 휘리릭~

저 요가가요~ 유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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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02-21 0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 늦게까지 페이퍼를 올리고, 새벽에 일어나 또 올릴 수 있는 하이드님의 정력(?)에 놀랍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요가 잘 다녀오세요~~

물만두 2005-02-21 0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 제가 모으고 있답니다^^

▶◀소굼 2005-02-21 0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실히 표지는 멋져요^^;

perky 2005-02-21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워어어어어( 하늘을 보고) 아멘.( 다시 경건하게)
-저 이 대목에서 넘어갔습니다. ^^
하이드님은 글을 참 신명나게 잘 쓰는거 같아요. 이래서 중독되버렸다니깐요. 그럼 새로운 한 주 또 신바람 나게 잘 지내시길 바래요.

nemuko 2005-02-21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하루키가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개츠비를 몇번씩이나 들었다 결국 중도포기하고 왜 이런걸 좋아했단 말이냐..하고 툴툴댔던 기억이.... 근데 저 시리즈는 하루키랑 상관없이 재미나 보이긴 합니다.
참, 저 표지가 누르탱탱해 보이는건 실제로도 그런가요? 약간 불그레하기도 하구...

하이드 2005-02-21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냥 하얬던걸로 기억하는데요? ^^

비츠로 2005-02-22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리운신부 전집에 이어 이번 챈들러의 시리즈도 소장용으로는 참 이쁜 책이더군요. 북하우스는 마음에 드는 몇 안되는 출판사중 하나입니다.

하이드 2005-02-22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리틀하우스도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 '빅슬립'과 '안녕 내사랑'을 동서껄로 사버려서 북하우스 전집이 완성이 안되어서 좀 아쉽긴 합니다.

하이드 2005-02-22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간 비츠로님이 누구신지 깜박하고, 와 추리소설 좋아하는 뉴페이스 등장이요~ 했다는거 아닙니까 -_-;;; 닉 바꾸시고 활동이 너무 뜸하신거 아닙니까? ^^

이매지 2005-04-23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싸xxx 화요xxxx에서 저도 저 글 봤었는데^-^;
챈들러 책은 빅슬립만 읽고 다른 책을 읽어야지 읽어야지하면서
다른책에 정신이 팔려서 읽지 못하고 있는...-_ ㅜ
 

청소할꺼다.

청소해야지.

청소해야해.

청소합시다.

청소하시지.

청소하던지.

청소하자고.

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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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02-21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겆이만 근근히 끝내고 분리수거할 것만 근근히 나누다. 그래도 장하다. -_-a

하루(春) 2005-02-24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팟 갖고 계신가 봅니다. 그쵸?
 

 

 

 

 

전집을 사기로 마음 먹고, 사 놓았던 '무진기행'을 드디어 펼쳤다.

오늘 기차타고 천안에 가면서 읽기 시작했는데,

'작가의 말'을 읽고 나니, 나머지 세권 사는 것이 주저된다.

|작가의 말 |

 

나와 소설 쓰기

제 1회 이상문학상 수상작이라는 관사가 붙어다니는 [서울의 달빛 0장]을 쓰고 난 이후로 나는 소설을 거의 쓰지 않고 지냈다. [서울의 달빛 0장]을 쓴 해가 1977년이니까 그 이후 십팔 년동안 나는 소설가이기를 그만둔 꼴로 지내온 것이다.

1980년에 동아일보에 장편 연재를 시작했으나 광주사태의 참극으로 인한 충격과 분노는 펜을 잡고 있을 수 없을 만큼 손을 떨리게 했다. 연재 십여 회 만에 소설 쓰기를 중단해버렸다. 그 후 몇 군데 사보에 콩트 몇 편을 썼을 뿐, 나는 친구들의 말마따나 '前소설가'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아무리 1980년대 초의 한국이 피비린내 나는 광기에 휩싸여 있었다고 할지라도, 1981년에 하나님을 만나는 체험을 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이내 다시 펜을 잡고 소설 쓰기에 매달렸을 것이다. 소설 쓰기란 나에게는 항상 직업 이상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소설을 쓰기 위해서 나는 오히려 생계수단으로 다른 일을 하곤했었다. 소설 쓰기는 나에게는 신성한 것이었다. 소설을 구상하고 파지를 내가며 지금 쓰고 있는 장면의 의미를 정리하는 동안은 인생의 혼란과 무의미감에서 일시적으로나마 벗어나 이 세계가 제법 조리 있어 보이고 의미 있어 보이는 구원의 시간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하나님에 의해서 내 영안靈眼이 열리고, 하나님의 크고 하얀 손을 보게 되고 그 손에 의해서 어루만짐을 받게 되고 "누구냐?"라는 내 질문에 "하나님이다"라는 음성의 대답을 듣게 되고, 또 이후 1982년엔 "그리스도의 명령이다. 인도에 가서 전도하라!"는 음성의 대답을 듣게 되고, 다음해인 1983년엔 예수 그리스도의 발현으로, 그 하얀 내리닫이 옷을 입으신 하얀 몸-하얀 머리칼, 하얀 수염, 하얀 피부의 얼굴 등. 하얀 모습의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내 눈으로 보게 되는 등, 극치의 구원이 나에게 임하신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놀랍기만 한 신비의 연속적인 체험이 나에게는 광주사태 이상으로 충격적인 것이었다.

그후 여러 해 동안 나는 오직 성경과 그 주석서를 읽고 기도 생활에 몰두하며 나의 세계관과 인생관을 교정하는 일밖에 다른 겨를이 없이 지내왔다. 소설 쓰기는 이 시각 교정 이후에나 고려해볼 문제였다. 인도에 가서 전도해야 한다는 소명의식으로서 그 준비와 관련되지 않는 일은 내 일상생활에서 배제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 쓰기의 문제는 해가 갈수록 더욱 새로운 필요성에 따르는 강한 욕구가 되어 나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구원의 원천이신 하나님을 만난 이상 소설 쓰기가 더이상 나의 구원 수단은 아니게 됐지만 소설이라는 언언행위가 하나님의 진리와 진실을 드러내기에 적절한 수단일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게 된 것이다. 소설을 쓰기에 따라서는 하나님께 받은 은혜를 갚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마치 공산주의자들의 선전문학처럼 상투적인 기독교 전도용 소설로 단순화하는 것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하나님의 진실이 드러나게 하기 위해서는 소설은 오히려 보다 철저한 독창성과 보다 생동적인 형상화를 이루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인간과 사회의 죄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접근과 관찰과 숨김이 없는 기록. 그리고 리얼리티를 오히려 돋우어주는 은유- 그것이 앞으로 내가 써야 할 소설이라는 비전이 날이 갈수록 뚜렷해지는 것이었다.

하나님의 빛이 밝을수록 인간들의 어둠은 더욱 고통스러워보였다. 무신론자 또는 불가지론자였던 시절에는 인간들의 어둠이 때로는 귀엽기도 하고 아름다워 보인 적도 있었는데 말이다.

십수 년 동안 중단했던 소설 쓰기를 새로 시작하려고 보니 기왕에 써냈던 작품세계를 새삼스럽게 검토해보고 싶어졌다. 십수년의 간격이 이전에 썼던 작품들을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 집결시키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언제부터인가 나에게 '60년대 작가'라는 별칭이 붙어다니는데, 아닌게 아니라 이제 보니 이 카테고리야말로 1960년대 상황 인식이라는 걸 깨닫게 되는 것이다. 1960년대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내가 써낸 소설들은 한낱 지독한 염세주의자의 기괴한 독백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1960년대라는 조명을 받음으로써 비로소 소설들은 일상적인 모습으로 동작하는 것이다. 내가 '60년대 작가' 임을 스스로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자리를 확인해보려고 고개를 돌려대며 두리번거리는 어린아이처럼 자기 시대의 현상과 징조를 확인하기 위해서 상상력의 빛을 여기저기 들이대보고 있는 젊은 작가의 모습이 다소 그립게 회상된다. '하나님을 모르고도 잘도 견뎌왔군!' 작품 한 편 한 편을 들춰볼 때마다 불안과 초조함으로 입술이 바싹 말라붙은 젊은 날의 내 모습이 눈에 선해지며 저절로 연민 섞인 감탄사가 중얼거려진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무신론의 불타는 가슴을 후벼대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보다 더 많다고 하면 이 작품들은 더이상 나의 것이 아니고 바로 그 사람들의 것이 되리라. 하나님의 위로가 없는 한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들의 상황은 항상 1960년대인 것이다. 이 깨우침이야말로 이 '김승옥 소설전집'을 출판하는 데 동의한 나의 이유이다. 만약 이 소설들이 바로 내가 하나님의 한없이 자애로운 손길에 닿기 이전까지 걸어온 그 궤적의 일부라고 하면 이 작품들이야말로 지금도 1960년대를 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미로에서 하나님께 이르는 골목으로 들어서게 하는 입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이것이 나의 뻔뻔스러운 희망에 불과하다고 할지라도 이 소설들이 지금 이대로도 바로 그들의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할 것이다. 되풀이하지만, 인간의 고통의 궤적을 쫓아서만 하나님의 사랑 깊은 손길이 다가온다는 사실도 분명한 것이다.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해설한다는 것은 ...(후략)

* 볼드체는 내가 한 것임. -_-v

난 소속은 천주교 . 나름 유아세례 받았었고, 어렸을적부터( 아니 어렸을적에는) 성당에 매주 나갔었고, 대학교 들어간 후 2-3년에 한 두 번 갈까 말까 하다가 회사 들어와서는 맨날 지나만 다닌다. 성당신자요. 라고 당당하게 말하긴 뭐하지만, 종교는? 카톨릭이요. 라는 대답이 스스럼없이 나올정도는 된다. 가끔은 이번 주에는 가서 고백성사도 하고 미사도 참가하고 영성체도 모셔야지. ( 영성체를 한다고 하거나 성체를 모신다고 해야지, 영성체를 모신다고 하는건 번역자가 기본적 소양도 없고 어쩌고 해 놓은 리뷰를 봤었는데, 리뷰 보면서 뜨끔했다. 뭐, 우리 세계에선 영성체 모신다고도 했는데? -_-a 암튼) 라는 생각도 해보고 그러는 정도. 세상에 신이 있냐고 물어본다면, 성경에 나오는 하느님이 하늘에서 우리를 항상 지켜보고 계셔.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내 마음 속에, 혹은 컴퓨터 자판 속에, 혹은 알라딘 속에, 혹은 책 속에 있을꺼야라는 생각은 하고 있다. ( 그렇다고 다신론자냐? 묻는 바보는 없겠지)

그런 정도의 '나' 가 싫어하는 것은 좀 과하다 싶은 사람. 그리고 종교로 돈 벌어먹는 사람. 그리고 종교를 빌미로 햇소리 하는 사람 등등등.  예를 들면 쓰나미 재앙은 주님의 심판이셨소! 혹은 스님들이 엔터프라이즈 타고 다니면서 패싸움 하는거.( 진짜 싸움. 말싸움 말고) . 그런것보다는 덜 싫지만,  개인적으로 '주 예수 믿으시오' 하면서 따라다니는 사람도 싫다.  누가 도스토예프스키를 읽으시오. 그러면서 책들고 따라다녀준다면 냉큼 ' 네! 아멘!' 할텐데. 아, 그리고 성모 마리아는 우상숭배 아니야? 천주교에선 고백성사를 왜해? 하며 눈썹 치켜뜨고 묻는 사람들도 싫다. ( 눈썹 안 치켜뜨면 괜찮다.)

다시 김승옥 전집으로 돌아가서. 찝찌름한 기분의 작가의 말을 읽고 소설을 읽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은 재미있었다.'

그래서 다시 고민.

나머지 세권은....

혹은 생각의 방향을 바꿔서 왜 작가들이 글 쓸때 신내렸다고 하잖아? 그래. 그 '신 ' 아닐까? 붓 끝에 영감을 주는 신! 이라고 하기엔 그리스도 전도. 그러니깐. 그의 그리스도는 영감을 주는... 이라고 우기기엔 너무 비약에 오역인거겠지.

'강변부인' 만 한 권 더 사보기로 했다. 왜냐하면.. 저기.. 후략된 작가의 말에 나오는 해설 보고 산다고는 절대 말 못해. ///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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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ky 2005-02-21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 단편 작가중에 최고라고 생각하는 작가에요, 저에게 김승옥씨는..고등학교때 처음으로'무진기행'을 접한후 얼마나 가슴이 뛰던지..문장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던 섬세함..그의 감각적 문체에 반해서 엄청나게 밑줄 그어가면서 읽었던 책이었지요. 그 후 몇몇 단편들을 읽어봤는데, 언제나 경탄을 금치 못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김승옥 전집은 꼭 소장하고 싶은 전집이에요. (근데 언제가 될련지, 휴..)고등학교 이후로도 1~2년에 한번씩 꼭 무진기행을 읽고 있답니다.^^

하이드 2005-02-21 0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책은 재미가 있더란말이죠. 근데, 위처럼 작가의 말에서 '하나님' '하나님' 하면 왠지 거부감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라서 말이지요. 일단 지금 1권 읽고 있는 중이니깐, 다 읽고 나서 사거나 말거나로 대충 생각하고 있는데, 귀가 파닥거리는 저는 게다가 perky님의 '최고'라는 말에 내심 다 사기로 굳히기 들어가고 있습니다. ^^
 

1. 이벤트 상품들 ^^

발마스님을 위하여

 

 

 

 

깍두기님을 위하여

 

 

 

 

 

연보라빛 우주님을 위하여

 

 

 

 

로렌초의 시종님을 위하여

 

 

 

 

 

2. 시리즈 상품 채우기

 

 

 

 

 

 

 

 

 

 나머지는 다음에;;;

 근대와 현대는 아무래도 안 땡긴다.

 

 

 나머지는 다음에;;;

어쨌든 난 이제 막 한 권을 읽었을 뿐이니;;

 

 

 

3. 쿠폰북

 아, 과학책은 정말 안 읽는데,,

 

 

 

 

 그리고 사실 이것도 안 읽은 상태이긴 하지만, 음. 쿠폰에 약한 모습 보이는 나다.

 

 

 

 

4. 존 버거

 

 

 

 

 

5. 마이리스트 떨어진 기념!

 

 

 

 

음. 내일까지 계속 추가. 혹은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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明卵 2005-02-19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이리스트 떨어진 기념으로 주문한 게 한 권 있어요. ^^

▶◀소굼 2005-02-19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코스모스...ㅠㅠ 이제 돈 쓰면 안되는데;;

하이드 2005-02-19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27007

^^ 코스모스는 왠지 꼭 사고 싶어요. 그죠?

그넘의 마이리스트는 여러사람 맘 아프게 했네요. 흐흐


panda78 2005-02-19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ㅡ^ 몽테뉴! 요것 제가 보내드려도 될까요?
저도 갈대님께 받은 책이긴 합니다만.. 긁적..
 

 

 

 

 

그 해의 마지막 눈 ' 황경신 ' 초콜릿 우체국中

눈이 내렸다. 그들은 이 눈이 이 해의 마지막 눈일 거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제 곧 봄이 온다는 겁니까, 내가 묻자 그들은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요, 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들은 그러니까 나를 이곳까지 안내하는 역할을 맡은 두 사람은, 단정한 카키색 수트 안에 베이지색 와이셔츠를 받쳐입고, 와이셔츠보다 약간 진한 베이지색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넥타이 매는 법' 이라는 책자에 나오는 사진처럼 완벽한 넥타이였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넥타이를 제대로 맬 수 있죠?"

넥타이를 맬 때마다 몇 번씩 풀었다 맸다를 되풀이하는 내가 그들에게 물었다. 나의 오른쪽에서 걷던 넥타이가 대답했다.

 " ……별로 연습을 한 건 아닙니다만."

음음, 하고 나의 왼쪽에서 걷던 넥타이가 헛기침을 했다. 눈은 점점 쌓여가고 있었다. 발을 디딜 때마다 조금씩 빠질 정도였다. 하지만 날씨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포근했다.

 "이제 곧 도착합니다." 왼쪽 넥타이가 말했다. "아주 늦은 것은 아닌 것 같군요.다행히." 오른쪽 넥타이가 말했다.

 "도시에서는 이런 눈을 좀처럼 볼 수가 없었는데."내가 말했다.

"그렇죠." 왼쪽 넥타이가 말했다."이곳의 눈은 폭신폭신하고, 보들보들하고, 아주 신선합니다."

"도시의 눈은 아무래도 거칠고, 퍽퍽하죠." 오른쪽 넥타이가 말했다. 해가 천천히 저물 때까지 눈은 계속 내리고 있었다.

 "저곳 입니다." 오른쪽 넥타이가 불빛이 흘러나오고 있는 작은 집 하나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목적지인 '겨울'에 도착한 것이다.

나는 그곳의 마지막 손님이었다. 나는 이 곳에 오기 위해 지난 며칠 동안 많은 일들을 처리해야 했는데, 중간에 뭔가 착오가 생겨 정해진 날짜에 출발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깔끔하게 넥타이를 맬 줄 아는 그들이 나를 이 곳까지 안내해준 것이다.

문을 열자 이미 도착해 있던 세 사람이 우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이가 꽤 들어 보이는 남자 두 명, 그리고 소년처럼 보이는 젊은 여자였다. 그들은 모두 벽난로 앞에 앉아 있었는데, 어디에선가 식욕을 자극하는 고소한 냄새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젊은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마지막 손님이지요?"그녀가 말했다. 넥타이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정중하게 인사를 한 다음 그녀 또는 나를 향해"서두르지 않으면 밤이 되어버리니까요."라고 말하고 곧바로 되돌아갔다.

 "저는 이곳의 가이드입니다.좋은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그녀가 말했다.

곧 저녁 식사가 차려졌다. 가짓수는 많지 않았지만, 어쩐지 입맛에 꼭 맞는 음식들이었다. 나를 포함한 네 사람은 별로 이야기도 하지 않고, 묵묵히 식사를 마쳤다. 식사가 끝난 후에는 벽난로 앞에 모여 앉아, 뜨거운 커피를 마셨다. 밖은 완전하게 어두워졌고, 세상은 완벽하게 고요했다.

침묵을 깬 것은 감색 카디건 차림의 남자였다. 그는 가지고 온 가방 속에서 보드카 한 병을 꺼냈고, 작은 병에 그걸 따라서 우리에게 나눠주었다. 우리는 싫다, 좋다는 말도 없이 잔을 비웠고, 감색 카디건은 다시 잔을 채웠다. 투명하고 작은 유리잔에 술이 채워지는 소리, 그 술이 누군가의 목젖으로 넘어가는 소리, 벽난로 앞에 놓인 작은 테이블 위에 빈 잔을 내려놓는 소리들이 완벽한 고요함 위에 작은 스크래치를 남겼다.

 

그날 밤은 그렇게 지나갔다. 다음날, 아침식사를 마친 우리들은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집 뒤에 있는 작은 언덕에 올라갔다. 바싹 마른 나무들 몇 그루만 서 있는, 쓸쓸한 언덕이었다. 오후가 되자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집으로 돌아와 구운 감자로 저심을 대신한 후, 가이드가 말했다.

 "저는 잠깐 외출을 해야 해요. 저녁식사 전까지는 돌아올 거예요. 여러분들은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세요."

 감색 카디건은 소파를 차지하고 금방 잠이 들었다. 다른쪽 남자, 그러니까 회색 터틀네크 스웨터를 입은 남자는 식탁 앞에 앉아 책을 읽었다. 잠도 오지 않고 책도 가져오지 않았던 나는 멍청하게 벽난로 앞에 앉아, 타오르는 불꽃을 보고 있었다. 저녁이 되어 그녀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그날도 전날과 비슷했다. 저녁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고, 감색 카디건이 가져온 보드카를 마셨다. 다음날도 전날과 비슷했다. 아침을 먹고, 언덕에 오르고, 돌아와 구운 감자를 먹고, 가이드는 외출하고, 감색 카디건은 자고, 회색 스웨터는 책을 읽고, 나는 불꽃을 보았다. 전날과 다른 것이 있었다면, 그날은 언덕을 두 개 올랐다는 것이다. 그 다음날에는 세 개 올랐고, 그 다음날에는 네 개 올랐다. 다섯 개의 언덕을 오르는 날부터 점심은 밖에서 먹게 되었다. 역시 구운 감자였다.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은 점점 늦어졌다. 가이드의 외출 시간과 저녁식사 이후의 시간도 점점 짧아졌다. 아홉 개의 언덕을 오른 날, 우리는 보드카 한 병을 다 비우지 못하고 잠이 들었다.

그런데 감색 카디건의 가방 안에는, 도대체 몇 병의 보드카가 들어 있는걸까.

 

열두 개의 언덕에 올라갔던 날, 밤 열 시가 넘어서야 거우 집에 도착했다. 가이드는 외출을 하지 못했고, 저녁식사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다. 우리는 감자를 구워 보드카와 함께 먹었다. 커피는 생략되었다.

 "이게 마지막 병입니다." 감색 카디건이 말했다. 가이드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 오늘이 마지막 날입니다. 어떠세요. 이렇게 겨울을 보니까."하고 물었다.

"좋군요. 이런 건 아주 옛날 기억 속에나 있는 건 줄 알았는데."회색 스웨터가 말했다.

 "그리 먼 옛날도 아니지만." 감색 카디건이 말했다.

 "그런데 잘 모르겠어요 .내가 왜 겨울을 보고 싶어했던 건지." 나는 십이일 동안 내내 품고 있던 의문을 털어놓았다.

"그리웠겠죠." 감색 카디건이 말했다. "나도 그랬거든요."

 "우리는 겨울 한 철만 손님을 받고 있어요. 그분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에 대해서는 저도 잘 몰라요. 저는 단지 그분들이 여기 묵는 동안, 겨울의 얼굴을 제대로 보여주는 일을 맡았을 뿐이에요. 여러분들이 이번 겨울의 마지막 손님들이죠. 예년에 비해 겨울이 빨리 지나가버릴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오늘까지는 괜찮네요." 가이드가 말했다.

 " 다들 봤어요? 우리가 첫 날 올랐던 첫 번째 언덕에 서 있는 나무들. 파란 순이 돋았던데." 회색 스웨터가 말했다.

똑똑, 하는 노크소리가 들렸다. 넥타이들이었다." 마중 왔습니다. 내일 아침 일찍 떠나죠. 근데 아세요? 밖에 눈이 오고 있어요. 이 해의 마지막 눈일 겁니다." 그들이 말했다.

"아마, 아니 틀림없이." 감색 카디건이 마지막 보드카를 비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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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초록색 티는 보드카가 무지하게 땡겼다. 구운 감자도, 커피도, 새벽 3시 에디뜨 삐아프의 노래를 듣고, 한 번에 읽어내리지 못하는 커피테이블 책을 뒤적이며, 베란다 창문에 맞대어 있어 집에서 가장 추운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아서 언 손을 호호 불어가며 시린 발가락을 꼼지락 대가며 열심히 글을 옮기고 있다. 젠장. 보드카. 마지막 남았던 한 병을 동생 스키장 가는데 들려 보내는 것이 아니었다. 보드카. 레몬 쥬스. 그리고 구운 감자. 양고기 몇점도 웰컴인데...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새벽 3시의 그 시간이 아니면, 땡기지 않을 그 보드카가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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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02-19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에.. 이 글도 그렇고, 노래도 그렇고.. 특히 새벽의 하이드님께는 더더욱 보드카가 떙겼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