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자리가 자리였지만,
광화문에서의 모임이기에 꿋꿋이 교보에 가서 책을 구경했다.

구경만 하고자 했으나, 내 눈길을 확 잡은 책이 있었으니..

 

 

 

 

 

범우사에서 나온 안톤 체호프 선집 다섯권이다.
책의 때깔이 그닥 훌륭한 것은 아니나 두 장에 걸쳐 체호프의 18세 부터 19세, 23세, 27세, 30세, 33세, 38세, 40세, 42세, 43세의 사진이 나와 있다. 체호프가 아니라도 한 인간의 18세부터 43세의 사진을 본다는건 참 재미있는 일이로구나.

" 안톤 체호프 선집을 내면서" 란 서문의 몇줄을 옮겨 보면
총 5권으로 구성된 [안톤 체호프 선집]은 일반 독자들에게 체호프를 제대로 알리자는 의도에서 기회되었다. 체호프 연구자들 다수가 '체호프 예술세계의 현대성'을 심도 있게 조망하는 작업을 하기에 앞서 꼭 완수해야 할 과제로 [안톤 체호프 선집] 발간을 꼽았던 것도 또 다른 이유가 되었다. (중략)... 우리나라에서 체호프 작품의 번역, 소개는 주로 초기 단편소설들 일부와 후기 단편과 중편소설들 일부 그리고 4대 희곡에 한정된 채, 중복해서 번역 소개됙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세계 전체를 조망하면서 개별 작품을 온젆 이해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맹점을 극복하기 위해선 '작고 간편화된 출판물(신문 등) ' 에 발표된 체호프의 초기 단편소설들과 '두꺼운 문학잡지' 에 발표된 체호프의 후기 단편과 중편소설들 그리고 다른 희곡들을 두루 아우르는 번역, 소개가 절실히 요구된다. 그래서 1권은 거의 전체가 이전에 번역되지 않은 초기 작품들을 중심으로 번역했다. 그리고 나머지 2-5권에는 문학성이 뛰어난 작품들을 원문에 충실하게 다시 번역함과 아울러 번역되지 않은 작품들도 추가했다.


이미 3권의 체호프 단편선, 희곡선이 있어서 2-5권에는 겹치는 부분도 있겠지만, 즐겁게 읽어나갈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작년 체호프 타계 100주년에 나온 개를 .. 과 벚꽃 동산도 수작이지만,
체호프의 팬이라면, 이번에 나온 다섯권의 선집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수키 김의 '통역사'

 CIGARETTE AT 9 A.M. is a sure sign of desperation. Doesn't happen to her often, except on mornings like this, November, rain, overcrowded McDonald's in the South Bronx off the 6 train. ike a block party, this place, with those dopey eight- year- olds who should be in school, and their single mothers sick of shouting, and the bored men at each table still not at work.

 오전 9시의 담배는 절망감의 표현이다. 11월, 비, 6호선 지하철 사우스브롱크스 역 앞의 붐비는 맥도널드, 이런 아침이 아니라면 그녀에게 흔치 않은 일이다. 골목 파티 같은 이 곳, 학교를 빼먹은 멍한 여덟 살배기들, 고함 지르기에 지친 미혼모들, 테이블마다 따분한 실직자들.

나는 첫문장의 힘을 믿는다.

" 서울에서 태어나 열세살때 부모를 따라 미국 이민길에 올라 컬럼비아 대학에 바너드 칼리지를 졸업하고 런던 대학에서 동양학을 공부했으며 첫 작품인 '통역사' interpreter 는 2004년 헤밍웨이 문학상 후보에 올랐음 구스타프 마이어 우수도서상을 수상. 반즈 앤 노블에서 선정한 '올해의 작가 10인' 에 포함되었다."
라는 프로필은 그다지 흥미롭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 오전 9시의 담배는 절망감의 표현이다' 로 시작하는 그녀의 소설은 그 표지만큼이나 나를 끌어당겼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서 훑어본 책의 내용은 수지 박 이라는 29살의 통역사가 부모님 살해에 관련된 미스테리를 추적해나가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구세대와 신세대. 뉴욕에 사는 1.5세대의 갈등, 과거와 현재의 갈등을 시.적.인 문체로 그려나갔다고 한다.

기대되는 데뷔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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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초의시종 2005-10-11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통역사라는 책 맘에 들었어요~~~^^ 언제 읽을 진 모르지만요.

하이드 2005-10-11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호프는 일단 1권만 샀고, 통역사는 교보에서 샀는데, 기대됩니다.

로렌초의시종 2005-10-11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리고 저는 오전 9시의 담배는 절망감의 표현이다.라는 문장도 좋지만 왠지 기시감이 들기도해서(이를테면 냉정과 열정사이 로소 같은), 골목 파티 같은 이 곳, 학교를 빼먹은 멍한 여덟 살배기들, 고함 지르기에 지친 미혼모들, 테이블마다 따분한 실직자들.이 더 눈에 들어와요.ㅋㅋㅋ 아마 특히 눈에 들어오는 건 학교 빼먹은 여덟살짜리들일거에요. 항상 그러고 싶었는데 그런 적이 거의 없어서.

하이드 2005-10-11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제가 담배에 대한 동경같은게 있나보죠? ^^ 첫페이지의 문장이 아름답습니다. 이 뒤로는 Morning is full .. 하면서 이어지는데, 역시 아름답구요. 에쿠니 가오리는 한 번 읽고 금새 까먹기 때문에 ^^;; 다행. 이라고 해야하나.

poptrash 2005-10-11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첫 문장이네요. 어쩐지 로망. 체호프 선집이 드디어 나왔네요. 이 출판사 저 출판사에서 조금씩 조금씩 묶어 나오는 것을 보고 그냥 선집류가 나와줬으면 생각했는데.

하이드 2005-10-11 0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녜요 아녜요 ^^; 두권 샀어요. 체호프 1권하구 통역사

hnine 2005-10-11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키 킴의 통역사, 저도 눈여겨 보아둔 책인데, 이 창래의 "Native speaker"를 연상시켯지만 그보다는 훨씬 페이지가 빨리 넘어갈 듯하네요.

하이드 2005-10-11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 저도 이창래 소설 생각했었더랬어요. 전 결국 이창래 소설 못 읽고 말았지만, 수키 김의 이 책은 왠지 관심가네요. ^^

페일레스 2005-10-11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으 둘 다 느무느무 보고 싶었어용. 저야 뭐 하이드님처럼 영어 소설을 휙휙, 읽어내릴 수는 없겠지만요 -ㅅ-

하이드 2005-10-11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휙휙 못 읽습니다.-_-a
암튼 이 책은 번역본 샀는데, 원본도 읽어보고 싶어요. ^^
간만에 책 사고 두근거리네요. 헤헤

2005-10-11 19: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루(春) 2005-10-11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통역사' 눈에 많이 띄어서 궁금하긴 했는데, 소설인 건 이제야 알았네요.

cyanstar 2005-10-13 0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통역사>를 번역한 이은선입니다. 간만에 책 사고 두근거리셨다니 제가 쓴 책은 아니지만 굉장히 기분이 좋네요. :) 원서도 꼭 읽어 보세요. 쉬운 문장들로 인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근사한 작품이거든요.

하이드 2005-10-13 0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안그래도 어제 주문했어요 ^^
아마존의 '룩인사이드'로 본 처음 페이지들이 맘에 들더라구요. 이렇게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책장입니다. -_-a
사람모양의 책장. 쿨럭.

Kazmierz Szmauz 란 사람이 디자인한 거라고 하네요.
이사람 CDMan, DVDMan 도 만들었다고 하네요.

아무튼 100여권의 책이 들어갔을때 가장 이상적이라고 합니다.

하나에 1700딸러 180만원정도 하네요. 쿨럭.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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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룸 2005-10-08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ㅂ@ 갖고싶다!!!! 갖고싶어요!!!! 갖고싶습니다아아~~~!!!! >ㅂ<
퍼갈래요~~ 퍼갑니다~~~ ^^

숨은아이 2005-10-08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근데 가격에 비해 용량이... ^^;;;

물만두 2005-10-08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날개 2005-10-08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저게 어떻게 유지가 되는거죠? +.+

조선인 2005-10-08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벽에 붙인 게 아닐까요?
 

cuntcunt (2005-07-08 13:54:43)
마크 심슨은 2002년 7월22일자 웹진 살롱(www.salon.com) ‘메트로섹슈얼과 만나다’란 칼럼에서 이렇게 적었다. “메트로섹슈얼 타입은 메트로폴리스 가까이 살면서 돈을 쓰는 젊은 남자다. 왜냐햐면 거기에 최고의 숍, 클럽, 피트니스 클럽, 헤어숍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엄밀하게 게이나 양성애자나 바이섹슈얼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의 성적 취향은 단지 그의 기쁨을 주기 위해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메트로섹슈얼 타입은 대개가 모델이거나 웨이터, 팝 뮤지션, 미디어업계에 종사하는 이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인터넷 영어 사전 (www.wordspy.com)는 메트로섹슈얼을 이렇게 정의 내렸다.

“그 자신을 사랑할 뿐만 아니라 그의 도시 라이프스타일 역시 사랑하는 댄디한 나르시시스트. 여성적인 면을 가진 이성애자.”메트로섹슈얼이란 말이 처음 등장한 건 1994년이다. 1994년 11월15일자 <인디펜던트>에서 마크 심슨은 남자들의 새로운 변화를 언급하며 메트로섹슈얼이란 단어를 썼다. 그리고 그 단어는 <옵 저버>, <헤롤드>, <맥클린> 등을 통해 일파 만파 퍼져서, 스타일에 남다른 관심을 가진 남자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자리 잡았다.
http://100.naver.com/100.php?id=772622

메트로섹슈얼의 패러디로 '메트로 걸'
' You are such a charm,' Judey said to me. ' Just look at you in your brand -new little pink skirt and adorable blond hair. Who would think you smoked cigars and overhauled carburetors? It's like you take metro-sexual to a whole new level. It's like you're Metro Girl.'

쟈넷 에바노비치의 메트로걸.
2005년 9월에 페이퍼백이 나왔으니 비교적 신작이다. 그녀를 세상에 알린 '스테파니 플럼' 시리즈에서 스테파니가 현상금사냥꾼으로 나왔다면,
메트로걸의 알렉스 버나비는 Mechanic 이다.

어릴적부터 아버지의 가게에서 자동차수리를 배웠고, 직접 만든 차로 레이싱도 나가는 터프한 여자다.
나이 서른에.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작업복을 벗어던지고, 살롱에 가서 블론드로 물들이고 잡지에 나오는 세련된 섀기스타일의 머리모양에 핑크색 미니스커트와 하얀탑을 입고 살랑거리고 살아보겠다. 하는 찰나에 마이애미에서 일하고 있는 동생 빌의 전화를 받는다. 다급한 목소리의 전화는 여자의 비명소리와 함께 갑자기 끊겨버린다.

걱정이 되서 돌게생긴 바니( 버나비의 애칭) 는 마이애미행 비행기를 탄다. 큐트섹시블론드의 모습 그대로. 빌이 일하는 요트에 가서 "후크" 를 만난다. '빌이 그의 보트를 훔쳐갔다'고 주장하는. 섹시한 폭탄같은 후크는 나스카의 인기스타이다.

 

NASCAR란 National Association For Stock Car Auto Racing의 약자로 미국 내에서 시판되고 있는 차와 똑같은 겉모양을 한 차로 레이싱 경기를 하는 주최의 공인단체이다. 나스카는 윈스톤 컵과 Busch, Craftsman시리즈가 있는데 이중 윈스톤 컵은 전 미국공인 레이스가 2000개를 넘고 매번 레이스 마다 15만 이상의 관중을 동원하는 나스카의 대표적인 레이스로 일반적으로 나스카 레이싱이라고 하면 이 경기를 말하는 것이다. Busch는 윈스톤컵의 하위 단계정도이고 Craftman은 트럭이나 픽업형태의 자동차로 레이스를 하는 것을 말한다. NASCA는 미국내에서 F1에 못지않은 인기를 과시하는데 그 이유는 레이스에 참가한 차의 모습이 시판되고 있는 차와 똑 같은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보는 사람은 마치 자신들이 타고있는 차가 레이스에 참가하는듯한 생각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http://kin.naver.com/open100/entry.php?eid=AcExcU486fhsjI4qrYueu09lmKMmjHlE

 

후크의 모습은 'One for the money' 그래 난 돈을 위해 산다 의 죠셉 모렐리에 좀 더 마초스러운 면과 좀 더 백치스러운 면과 좀 더 껄렁한 모습을 씌우면 된다.
말끝마다 NASCAR guy don't do that. because It's NASCAR guy. NASCAR guy is manly man. NASCAR guy never let girl drive. 뻑하면 나스카가이는 이래. 저래. 하는데, 백치스러워보인다. 그래서 더 귀엽다.

반면 우리의 메트로걸 바니는 비록 벌레와 엘레베이터를 무서워하긴 하지만,  맞아서 기절해 있는 후크를 구하기 위해 해머 하나 들고 총 든 두 남자를 상대한다. 그리고 구한다. 하하하.

후크와 함께 사라진 빌과 요트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바니. 
쿠바 나쁜놈 살짜 역시 빌과 함께 사라진 마리아라는 여자가 가지고 있는 금괴와 화학폭탄을 찾기 위해 다른 나쁜놈들을 동원한다.

그렇게 엮이고 엮이며 하늘을 우러러 한 점 지루함 없이 소설은 해피앤딩으로 끝난다.
그들의 러브라이프는 키스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하지만. ( 혹시 시리즈가 계속 나오려나?)
유머가 거의 만담가 수준인 두 멋진 남녀주인공의 투닥거림과 밀고 당기기는 역시나 재미있다.

그녀를 '메트로 섹슈얼' 에 비교하는  '메트로걸'이라 부르는건 좀 억지스럽긴하지만, Whatever. 재밌으면 그만이지.


쟈넷 에바노비치를 아직 모르신다면...  스테파니플럼 시리즈1편
'그래 난 돈을 위해 산다' 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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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0-08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배야~ 이건 넘 염장이십니다요 ㅠ.ㅠ;;;

하이드 2005-10-08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슬슬 스테파니 플럼 시리즈 사 놓은거 읽어보려구요. ^^ ; 더.. 염장인가요? 흐흐

panda78 2005-10-08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he vision of 스테파니 플럼인가? 하는 거 오디오북 받아서 들었는데 재밌었어요. ^^

하이드 2005-10-08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거 시리즈중 하나인가요?

panda78 2005-10-08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것 같던데요. ^^ 크리스마스 이브 날 아침에 느닷없이 스테파니 집 부엌에 나타난 정체 불명의 남자! 로 시작해서.. ^^;;
 

나란 인간은 참 잘도 반한다.
오늘 첫 수업  최영미 선생님의 서양미술사 ' 문학과 미술의 특별한 만남' 이란 부제를 담고 있다.

그녀는 말한다. '  서양미술사 강의에 들어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박지성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팀버스에 올라탈때 감독이 ' 웰컴투 프리미어리그' 그랬단다. 3년만의 강의라 많이 떨린다며, 첫수업에서 써먹어야지 생각했다고 한다.

그녀가 몇마디 하기 전부터 그녀의 스타일은 확연히 드러났다.
말이 빠르고, 어수선하며, 문장의 끝도 잘 안 맺는다고.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그러니 이해하시라고 말한다. 자신은 이번 수업에 가능한 많은 도판을 보여줄텐데, 자칭,타칭 '최고의 슬라이드 편집자' 라고 하며 자신감을 보인다. Lucky. 원하는 바다. 처음부터 끝까지 쉴새없이 돌아가는 두개의 슬라이드. 슬라이드 넘어가는 0.5초의 시간도 아까워서 넘어갈때마다 '빨리빨리' 재촉하던 그녀의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난다. 슬라이드 수업은 기대했던것보다 훨씬 더 재미있었고 유익했다.



그녀는 정말 미인이다.

 화장기 없는 피부는 아기피부같이 잡티하나 주름하나 없이 뽀얗다! ( 그렇게 피부 고운 사람 첨봤다!)
 앞가르마를 탄 검은 머리는 그녀를 지적으로 보이게 한다.

 짙은 카키색의 정장 수트가 쫙 떨어지는 슬림한 몸매에 
 큰 키. 검정 단화에 고상하고 화려한 스카프를 매고 있었다.

 나중에 스카프를 벗으니, 
 정말 아름다운 길쭉한 목선이 드러났다.

 목소리는 굉장히 지적이고
 말은 굉장히 빠르다.  그녀의 말대로 어수선하기 그지없다.

축구를 무지 좋아한다고 한다.

이 모든 것이 조합된 그녀는 정말 멋졌다.

미술사를 공부하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알아야 하지만, ' 인생 경험이 풍부해야 한다' 고 한 말이 특히 와 닿았다. 고대부터 중세 직전까지를 훑었는데, 에게해 미술, 그리스 미술 슬라이드가 나올때는 겁나게 뿌듯했다.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에서 라루스 미술사까지, 그 외 이것저것 미술책까지 그닥 정독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이리저리  뒤적여 보긴 했기에, 이야기들은 알고 있는 것들이 많았지만, 시대별로 지역별로 정리되면서 새롭게 알게되는 이야기들의 재미가 쏠쏠했다.

그녀의 강의의 가장 큰 힘은 그녀가 지금 '그녀가 가르치고 있는 것'을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녀의 말투에 절절이 드러났다. 알렉산더 대왕의 마라톤 전투를 그린 벽화를 보며 '이때부터 원근감이 드러나기 시작했는데.. '  하다가, '이 말 뒷모습좀 보세요. ' .. ' 야, 정말 대단하다. ' ' 이것봐요. 이거. 이게 이렇게 뒷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림의 깊이를 느끼게 하는데, 이집트 미술에선 생각하기 힘든거죠. ' ' 정말 멋지다'
혼자서 감탄에 감탄을 금치 못하며 어수선화법에 듣는 사람을 말려들게 한다.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 에드워드 번즈 등의 ' 서양문명의 역사 1-4' 그리고 성경을 꼭 읽어야할 책으로 꼽았는데, 겁나게 설득력 있어서 그 책들이 세상에서 재미있고 유익한 책들처럼 느껴지며, 에드워드 번즈의 '서양문명의 역사 1-4' 없는게 죄스럽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미술과 문학의 만남이다. 
직접 작품을 보며 얘기하기도 하고,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끝나고 페리클레스가 읽었던 장례식 연설문을 낭독하면서 또 막 감탄하고 멋지다. 그런다.

우리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면서도 사치로 흐르지 않고
지혜를 사랑하면서도 유약함에 빠지지 않고
부자는 부를 자랑하지 않고 그것을 활동의 바탕으로 삼고
가난한 사람은 가난한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단지 가난을 이겨내는 노력을 게을리하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 페리클레스의 '장례식 연설',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그녀가 정말 좋아한다는 사포의 시

Ah, The Sweet apple that reddens at the tip
of the branch on the topmost limb,
and which the pickers forgot - or cold not reach

Or the hyacinth on the hills that shepherds
trample unknowingly under foot, yet on the ground
the flowers how its purple

본인이 번역한 본을 낭독해주었다.
그리스 최대의 여류시인인 그녀는 레스보스섬에서 젊은 소녀들을 모아 시를 가르치며 예술활동을 했다고 하는데, '레즈비언' 이란 말은 거기서 유례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묘한 질문 던져주신다. ' 내가 레즈비언일까요, 아닐까요? 말할 수 없습니다.' 뭐, 내가 지금 '앰 아이 블루' 를 읽고 있어서 그렇게 들렸을 수도 있다.

아무튼 정말 멋지다.
지난번 진중권 선생님의 수업에 이어 이번에도 개근상 탈 수 있을듯 -_-v

 마지막으로 선생님이 얘기해준 에피소드 하나와 관련 이야기를 옮기는 것으로 첫수업 후기 끝!

말 옮기는건 정말 조심스러운데, 특유의 어수선하고 빠른 말투에 내가 잘못 알아듣거나 오해했을 수도 있으니깐, 아무튼, 한다리 건너 전해지는 거니, 적어도 내가 페이퍼에서 이야기하는 걸로 인해 그분에 관해 결코 조금의 나쁜 얘기나 추측도 하시지 않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내가 '화가의  우연한 시선' 이라는 책. 제목 맞나? 내 책인데, 제목이 가물가물하네. 아무튼 그 책에 보면 첫 페이지에 이 조각이 나와 있는데, 이 책 탈고할 당시가 대선 직전이었어요. 나름대로 한 후보에게 도움 될 얘기 썼는데, 그 분은 그거 모를꺼야. 그리고 그 분 나 별로 안 좋아할꺼야. 왜냐면. 아, 또 잡소리가 길어진다. 너무 길으니깐 말자. 근데, 당시에 내가 인터뷰 하길 했었는데, 어떤 이유 때문에 안 나갔었거든요. 밝히긴 좀 뭐하고. 돈이 작아서 안 나간다고 했어요. 사실 내가 인터뷰 하고 에이. 밝히자. ㅎ 주간지였는데, 내가 돈도 세게 부르고, 또 내 글 절대 안 고친다고 각서 쓰라고 했더니, 돈은 많이 줄 수 있는데, 이때까지 편집장이 그런 각서 쓴 적 없다고 안 된다고. 아무튼, 그래서 그 분 비서들은 내가 나가는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이 결국 나가서 그분이  나 별로 안 좋아 할꺼야. '



 

 

 

 

이집트 미술에 나타난 기하학적 엄격함은 주기적으로 범람하는 나일강에 의존한 대규모 관개 농업과 관계가 있습니다. 대홍수를 효과적으로 다스리기 위해 주민들의 공동작업을 강제할 강력한 절대 권력이 필요했지요. 대자연의 폭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기원전 민심의 동요를 막고 왕국을 보존하기 위해 지배자는 완벽한 평정심을 보여 주어야 했지요. <멘카우레와 그의 왕비>를 보세요. 굳은 자세로 정면을 응시하는 그는 웃지 않습니다. 울지도 않지요. 성공적인 통치자라면 대중 앞에서 자신의 사사로운 감정을 드러내서는 안 되는데, 그 불문율을 어긴 어느 철없는 왕이 있었지요.

<산우스레트 3세의 초상> 은 지금으로부터 4천년 전 이집트 왕의 초상입니다. 처음 이 작품의 도판을 접했을 때 저는 그냥 지나쳤지요. 뭉개진 코와 윤기 없는 표면은 제 시선을 끌지 못했지요. 두꺼운 미술사 속에 들어간 무명(無名)의 유물이거니, 어느 변방에 살았던 촌장쯤 되려니 ......
왕이나 신분이 높은 사라이 아니면 엄격한 규칙이 완화되어 직접 관찰에 의존한 사실적인 표현을 허용하던 예가 흔하지 않았던가. 그것이 왕의 얼굴임을 알고 비로소 저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고뇌가 어린 표정이 놀랄 만큼 현대적입니다. 그는 젊지 않지요 아름답지도 영웅적이지도 않지요. 파라오, 하면 흔히 연상되는 모습 대신 그늘이 드리운 얼굴은 감수성이 예민한 예술가처럼 보입니다. 깊게 팬 눈과 입 주위에 도사린 주름은 그리 섬세하지는 않지만 몇 개의 단순한 선이 오히려 더 효과적으로 거인의 고뇌를 전달합니다. 자잘한 주름이었으면 이토록 진지한 우수(憂愁)를 창조하지 못했을 겁니다. 두꺼운 눈두덩, 축 처진 눈초리, 찌푸린 미간, 두드러진 광대뼈,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는, 거리에 나가면 몇 발짝 못 가 마주치는 초라한 얼굴입니다. 중년의 남자인지 겉늙은 아줌마인지...... 신분을 짐작케 하는 머리와 옷이 없이 이목구비만 달랑 떼어놓고 보면 누구든 나이와 성별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지요. 자연스레 닫힌 입술의 양 끝에 찍힌 희미한 보조개 같은 자국에 저는 감탄했습니다. 작은 주름 하나가 그 어떤 말보다도 주인공의 피곤한 삶을 웅변하고 있지요.

여기, 이 깨어진 돌 조각에 새겨진 그는 더 이상 영원불멸의 신이 아닙니다. 왕의 갑옷을 벗고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나약한 개인일 뿐입니다. 크기도 작아 높이가 겨우 16.5m 밖에 안 됩니다. 보존상태가 완벽했다면 감동이 덜했을 텐데. 불완전한 파편이기에, 왕관도 없고 왕을 표시하는 특별한 머리장식도 없는 모난 돌조각이라서 더욱 진한 인간미가 배어 나옵니다. 산우스레트 3세의 생동하는 리얼리티에 비하면 멘카우레 왕은 얼마나 정적이고 경직되어 있는지. 얼굴 위에 한 꺼풀 가면을 쓴 것 같습니다. 몇 천 년간 변하지 않은 완고한 미술의 전통을 깨고 새로운 양식의 왕실 초상을 도입한 그는 어떤 왕이었을까요? 자신을 초라한 범부처럼 표현하다니, 표현하게 용인하다니. 렘브란트에 못지 않은 통렬한 자의식의 소유자였던 그는 대체 어떤 인간이었을까? 그도 노예들을 잔혹하게 다루었을까? 전쟁을 즐겼을까? 아닐 것 같습니다.

(중략)

<산우스레트 3세의 초상> 에 나타난 예리한 심리적 사실주의는 로마로 이어져 <베스파시아누스 황제> 같은 뛰어난 초상 조각을 낳았습니다.

 

똑같은 소박함이지만 저는 이 천민 출신 황제의 쏘아보는 듯 근엄한 눈빛보다 산우스레트 3세의 상처받기 쉬운 얼굴에 더 정이 갑니다. 매끄러운 로마의 대리석보다 거친 이집트의 규암 조각이 저를 끌어당깁니다. 그는 자신을 근사하게 포장하지 않습니다. 상대를 압도하려 눈을 부릅뜨지도 않습니다. 부드러운 아름다움을 연출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그가 더 아름답지요. 그처럼 진정한 고통을 아는 투명한 권력이라면 기꺼이 그 앞에 머리 숙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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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5-10-06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저기. 아이팟으로 강의 그대로 녹음 좀 해오심 안될까? -_-ㅋ

하이드 2005-10-06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

mannerist 2005-10-06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헷- 나중에 cd구워주세요. ^_^o-

비로그인 2005-10-06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이건 말이죠..오해없이 들으셨음 좋겠는데,매너님과 하이드님 사귀시면 너무 재미있는 커플이 되실것 같어요.^^ 하핫.후다닥~~(열공,열공.^^;;)

마태우스 2005-10-06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포 얘기, 저 알고 있었답니다 호호홋. 저도 여기서 놀다보니 꽤 박식해졌어요^^

야클 2005-10-06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이 긴 페이퍼를 다 읽다니.....

하이드 2005-10-06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 저도요. 제가 이 긴 페이퍼를 쓰다니. 정말 오홋!! 입니다.
마태님. 그건 저도 알고 있었어요. 그 다음 말이 좀 미묘했단 말이죠.
흑백TV님 제 주위 남정네들은 다 저보고 '마님' 이라고 불러요.
매너/ 근데, 나 어떻게 굽는지 모른다며? -_-a

panda78 2005-10-06 0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하이드님이 씨디 구울 줄 모르시다니 무진장 의욉니다! 저도 그거 쫌 들어보고 싶은데 말예요..... ;;;
번즈의 서양 문명의 역사 고 1때 학교에서 책 바자회? 뭐 하튼 그런 거 해서 샀는데 오호, 반갑구만요. ^ㅂ^

2005-10-06 0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Phantomlady 2005-10-06 0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 언젠가 우연히 도서관에서 최영미 시인을 봤는데 미인인 건 모르겠던데..
지적인 사람에겐 점수가 너무 후한 거 아냐.. ㅎㅎ
대신 기억에 남는 건 작가가 읽는 책도 나하고 별 다른 건 없구나 그 정도..

하이드 2005-10-06 0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분위기가 너무 멋졌다구. 게다가 난 말 열라 빠르고 어수선화법 구사하는 사람 너무 좋단말이야. ( 오늘부터;;) 게다가 피부는 정말로 예술이라구. 지금 읽기 시작한 '시대의 우울' 도 재밌구려.
판다님. ^^;; 음음음 네이버지식인에 물어보고 필요하면 해야죠. ㅎㅎ

그린브라운 2005-10-06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럽네요..저도 강의 듣고 싶어요 전에 라디오에 나와서 어떤 축구 선수 시합 보려고 일산에서 수원까지인가를 갔다왔는데 너무 허무해서 그 다음엔 안간다 ...뭐 이런 얘기를 하시더라구요 갑자기 굉장히 유쾌한 사람으로 보여서 맘에 들었었어요 시대의 우울은 무지 엣닐 책이라 좀 우울하지요??

marine 2005-10-06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의 지적 욕구에 감탄하는 바입니다 저도 책 읽고 새로운 지식을 알아 가는 걸 좋아합니다만, 돈 내고 수업들을 정도로 열정적이지는 못해요 ^^
그리고 최영미님 사진 직접 찍으신 건가요? 사진만 봐도 피부가 얼마나 좋은지 금방 티가 나요

하이드 2005-10-06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설마요. 인터넷에서 떠도는사진이었는데요, 정말 피부가 환상이십니다. 딱히 열정적이라기보다는, 뭔가 안 배우고 있으면 허전해서요.
다락방님. 얘 안그래도 지금 읽고 있어요. 1995-1996 년의 여행얘기로 시작되네요. 이 사람 참 멜랑콜리해요. 멋져요.

moonnight 2005-10-06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러워요. 부러워요. ㅠㅠ 이럴 때 서울 살고 싶어진다니까요. ;;

미세스리 2005-10-06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서울에만 있었어도,,언니 쫄라 같이 다니자고 떼라도 써볼텐데-;;;;

클리오 2005-10-06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중권에 이어, 최영미의 강의까지 듣고 나시면, 님이야말로 지적인 미인... ^^
 





 

 

 

 

 

 

 

 

그리스 가기 직전에 아마존에서 구입한 에밀리오 푸치 책.

 

 

 

 

 

 

 

 

 

예전 사진들도 빈티지느낌만이 아니라, 지금 입어도 손색없는 세련된 고유의 컬러를 보여준다.





 

 

 

 

 

 

 



 

 

 

 

 

 

 

 

바닥이 거울로 된 화려한 스테이지 사진과 모델의 옷을 재단하는 푸치의 흑백사진



 

 

 

 

 

 

 

빈티지 포스터는 정말 욕심나지 않을 수 없다.
그러고보니 새파란색이 든 패턴이 안나온지도 꽤 되었다.










 

 

 

 

 

저것은 패턴들. 오른쪽의 푸치스카프 동여맨 여자의 사진은 그야말로 80년대 필이 확-

작은 책이지만, 여러 종류의 사진들이 있었다.
책장이 아니라 옷장에 넣어두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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