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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애호가를 위한 잔혹한 책' 의 주인공은 인간이 아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개, 고양이, 햄스터 같은 애완도물은 물론 말, 닭, 염소, 돼지 같은 가축, 심지어 바퀴 벌레에 이르기까지 총 열세 종류의 다양한 동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 동물들은 돈벌이의 도구로, 혹은 짓궂은 장난에 의해, 혹은 단순히 인간이 아닌 미물이라는 이유만으로 인간들에게 온갖 학대를 당한다. 견디다 못한 동물들이 최후의 수단으로 '주인을 제거하는' 방법을 택하면서 일련의 잔혹한 복수극이 시작된다. 하이스미스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동물과 인간 사이의 적대적 대립이 아니라 평화로운 공존이다. 복수를 한 동물들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주인에게서 행복을 찾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라고 한다.
추리 소설에 환장하고, 전집에 환장하고, 대부분의 경우 단편에도 환장하는 나로서는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이 전집을 안 살 이유가 없었다.
책의 표지도 겁나 이쁘다. 제인폰다와 샴 고양이란다.
오늘 교보에서 이 책을 사들고 뿌듯해하며 출근했고,
퇴근길에 읽기 시작했는데,
첫 단편인 '코러스걸의 마지막 공연' 에서부터, 난감하고, 불쾌하고, 망했다 싶었다고나 할까.
복싱에 혐오감을 가진 사람이 '밀리언달러 베이비' 나 '록키'를 보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책 뒤에 '20세기의 에드거 앨런 포' 라는 선전문구도 거슬렸다.
내가 어제, 아레( 이 말 아시는 분 있으실까나. ) 코넬 울리치에 혹 빠져서 허우적 거리고 있는데,
그 '코넬 울리치' 가 '20세기의 에드거 앨런 포' 라고 그러고, 내 리뷰 제목에도 떡 썼는데,
뭐여, 추리 단편 쓰면 다 에드거 앨런 포인겨?
(사실, 난 에드거 앨런 포의 책 찾아서 읽긴 했지만,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다.)
이 단편집에서, 그러니깐, 다른 두 권은 안 읽어봤지만,
적어도 '동물 애호가를 위한 잔혹한 책'에서
'잔혹한' 거 말고 또 뭘 볼 수 있는가 모르겠다.
'동물의 입장에서' 어쩌구 하는데, 개뿔.
그럴수도 없겠지만, 그런걸 본 적도 없지만, 이 책은 그렇지도 않다.
'평화로운 공존'이란 결말도 의심스럽고,
간만에 보고 있기가 괴로운 책이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읽으려고 기를 쓰고 있는 난 뭐야. -_-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