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10도 아니고, TOP 5 라니 약하지만, 워낙에 겁이 많은 인간이라 잘 찾아 읽지 않는 관계로 다섯권만 무순으로 꼽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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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티븐 킹의 <애완동물 살인사건>
내가 읽었던 책중 가장 무서운 책으로 기억되고 있는 책이다. 예전에 <고양이 윈스턴 처칠>으로 봤더랬다. 방에서 혼자 읽다가 너무 무서워서 가족들 티비 보고 있는 거실에 나가서 겨우 읽어냈다.
가족이 아끼던 고양이 윈스턴 처칠이 죽는다. 애완동물묘지에 고양이를 묻으면 고양이가 살아난다고 해서 묻으니 고양이가 살아온다. 살아오긴 하는데, 한 번 죽음의 강을 건넜다가 온 고양이는 예전의 그 고양이가 아니다. 여기까지만해도 무서워 죽겠는데, 과연 스티븐 킹, 여기서 한 단계 더 독자의 심장을 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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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교고쿠 나츠히코 <우부메의 여름>
이십개월동안 임신중인 여자의 비밀. 교고쿠도 시리즈의 시작이다. <애완동물 살인사건>이 정말 오금 저리게 무서운 공포라면, <우부메의 여름>은 등줄기에 식은땀이 주르르 흐르는 호러다. 교고쿠도의 장광설은 여기에서 독자를 홀리는 주문과도 같다. 이후로 읽은 교고쿠도 시리즈인 <망량의 상자>, <광골의 꿈>, 그리고 외전격인 개그버젼 <백기도연대雨>까지 중에서 가장 섬뜻한 작품이 <우부메의 여름>이 아닌가싶다.
3. 기시 유스케 <천사의 속삭임>
소재가 한때 유행을 탔던 소재라서 소재만으로는 식상한 면이 없지 않으나, 그 뻔한 소재를 뛰어넘는 작품이다. 아마츄어 아마존 탐사단의 단원들이 귀국한 후 하나씩 가장 끔찍한 방법으로 자살을 한다.이 자살은 그야말로 그들의 몸과 정신을 철저히 말살하는 죽음이다. 이 소설은 '공포'에 관한 '공포'이야기이다. 공포가 없는 인간이라도 빠져나갈 길이라곤 없다. 공포소설이 나중에 생각해보니, 무섭더라. 하는건 좀 웃기지만, 이 소설만큼은 책을 덮고 생각할수록 무서운 책이다.
4. 조 힐 <하트모양 상자>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고, 스티븐 킹의 아들인 조 힐은 기대치가 있었을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기괴한 물건들을 수집하는 왕년의 록큰롤 스타 주드와 그의 고쓰족 여자친구 조지아, 그리고 자살한 전 여자친구의 양아버지 귀신. 귀신을 떨쳐내는, 물리치는 로드무비라고 해도 좋은데, 왠 귀신 얘기냐?! 황당한 것이 아니라, 이야기에 홀딱 빨려들어가서 내 비록 주드처럼 기괴한 수집병은 없으나, 주드처럼 똑바로 현실, 아니 귀신을 바라보게 된다는거.책 읽는 내내 조지 클루니가 죽이는 문신을 하고 나왔던 <황혼에서 새벽까지>를 떠올렸다. 그런류의 공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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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오츠 이치< zoo>
열편의 호러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내가 생각하는 어린시절의 가장 무서운 티비 프로그램은 <환상특급>이었다. 세개 정도의 짧은 에피소드들이 연속해서 나왔는데, 그 기억들은 아직도 완전히 잊혀지지 않아서, 비행기 창가에 앉을 때면 문득 날개 위에서 누가 나를 쳐다보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에 땀을 삐질 거리고, 가끔 꿈속에서 티비를 보고 있는 소녀의 모습을 머리부터 차례로 보는데, 입이 없는 모습에 깜짝 놀라 깨곤한다.
그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들은 가끔 그렇게 된 이유들이 있는데, 오츠 이치의 단편집을 읽으면서 그 옛날의 환상특급을 떠올렸다. 이유있는 호러 이야기들...
그러고보면 내가 좋아하는(?) 호러 이야기들은 다 영화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다만, 때때로 어찌할 수 없는 머릿속 상상력의 극대화로 이야기를 읽는 것은 모니터를 보는 것보다 훨씬 더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