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애
선쉬에 지음, 박영순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2월
평점 :
품절


요즘 한참 알라딘 도서페이지 오른쪽 상단의 도서소개 카피다. ' 이 죽일놈의 사랑에 600만 아시아 독자들이 울었다.'

카피가 엄청날 수록 책이 재미없을 확률이 높다. 는건 아는데,

전당포... 때문이었다.
책소개에서 본 '전당포 8호' 라는 장소가 끌렸다.
'전당포 8호' 에서 욕심많은 자들, 파멸을 앞둔 자들은 자신이 가진걸 하나씩 맡겨, 물건에서, 신체 부위에서, 이성, 사랑, 영혼까지
'돈' 과 '성공'을 얻는다.

그 전당포의 주인인 한누어와 그의 동업자인 식탐녀 아징의 사랑 이야기.

'말이 절벽 앞에 멈추어 서더니, 하늘을 향해 히힝!하고 울었다. 고개를 들어 뒤를 돌아보니 주인의 말이 달려오고 있었다. 그는 '정말 대단한데! 내가 못 당하겠어!' 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 모습을 보고 그녀는 여유 있고 넉넉한 미소를 지었다. 이겼다! 자존심을 세웠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그녀는 아름답게 웃었다'

이런 식의 문장을 326페이지나 읽어내야했다. 혹시나 하며 끝까지 읽은 내탓을 하자.
세상은 넓고, 책은 많다. 좋다는 책만 읽자.

* 196쪽 열일곱번째줄 ' 기부이 썩 유쾌하지 않았다' -> '기분이 썩 유쾌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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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05 15: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06-03-06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아주 웬수같은 책이로군요. ^^;;;; 수고하셨어요. 토닥토닥. ㅠㅠ;;;

하이드 2006-03-06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정말 기부이 썩 유쾌하지 않았어요 ㅜㅜ
속삭이신님, 음. 그렇군요. 근데, 왜 마케팅에 그리 돈을 쏟아붓는답니까.

2006-03-06 1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06-03-06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그렇군요. 음. 그러고보니, 얼마전에 기사. 울며겨자먹기로 계속 신간 낸다는 기사 본 기억이 나네요. 마케팅에 '낚인' 제 탓을 하겠습니다.
 
깊이에의 강요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김인순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에는 세개의 단편과  '깊이에의 강요', '승부', '장인 뮈사르의 유언'  그리고 에세이 한편 '문학적 건망증' 이 있다.

이 책을 처음 접하게 된건 고등학교때다. 파트리크 쥐스킨트를 처음 접하게 된건 고등학교때,' 좀머씨 이야기'로 시작해서, 얇은 페이퍼백의 책들을 하나씩 사 모았더랬다. '비둘기','콘트라베이스', 그리고 '향수' 까지 그 의 작품들은 짧지만 오래오래 남는 그런 책들이지만, 그 중에서도 이 책 '깊이에의 강요'는 한번씩 고민하고, 한번씩 꺼내보는 책이다.  그 중에서도 '깊이에의 강요'와 '문학적 건망증'

잘나가던 여류화가가 '다 좋은데 깊이가 없다'는 평론가의 말에 어떻게 하면 깊이있게 되는지, 고민하고, 절망하다가 결국은 파멸에 이르게 되고, 그때 그 평론가는 ' 그녀야 말로 깊이 있는 젊은 화가였다' 라고 평하게 되는 내용이다. 작가가 말하려는 내용이었던 어쨌던, '깊이가 없다' , '깊이가 있게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은 지금까지도 고민되는 일이다.

'문학적 건망증'은 '책을 읽는다' 는 오래된 습성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깊이 있는 인간' 이 되지 못하는 나에게 '변명'과 '위안'을 던져주는 에세이다. '파트리크 쥐스킨트' 라는 대작가도 그렇단 말이지.

'승부'에서는 젊은 체스선수와 마을의 최고수의 승부. 한 판의 체스게임의 그것은 슈테판 츠바이크의 단편 '체스' 못지 않다.'장인 뮈사르의 유언' 은 조개화(노화) 되는 늙은이의 기록. '향수'와 비슷한 느낌의 책이다.
그의 작품들은 각기 다른 독특한 소재의 책들이지만, 왠지 모르게 닮아 있다.
' 공포' . 으실으실한 호러가 아니라, '삶'에의 '상대방' 에게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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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김인순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2월
구판절판


수치스러운 일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30년 전 나는 글 읽는 것을 배웠고, 그리 많지는 않지만 웬만큼 읽었다. 그런데 고작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소설의 제2권에서 누군가가 권총으로 자살한다는 희미한 기억이다. 30년 동안 읽은 것이 다 헛일이라니! 유아기, 청년기, 장년기의 수천 시간 동안 책을 읽으면서 보냈는데도, 망각 이외에는 남아 있는 것이 없다니. 그리고 이 불행은 나아지기는커녕 반대로 악화되고 있다. 지금 책을 한 권 읽으면, 결말에 이르기도 전에 나는 처음을 잊어버린다. 때로는 기억력이 책 한 페이지를 기억하기에도 부족할 때가 있다. 그러면 나는 단락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를 짚어 가며 읽어본다. 그러면 낱말 몇 마디는 의식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정도가 된다. -91쪽

그러나 혹시 - 스스로를 위안하기 위해 이렇게 생각해 본다- (인생에서처럼) 책을 읽을 때에도 인생 항로의 변경이나 돌연한 변화가 그리 멀리 있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보다 독서는 서서히 스며드는 활동일 수도 있다. 의식 깊이 빨려 들긴 하지만 눈에 뛰지 않게 서서히 용해되기 때문에 과정을 몸으로 느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무로 문학의 건망증으로 고생하는 독자는 독서를 통해 변화하면서도, 독서하는 동안 자신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 줄 수 있는 두뇌의 비판 중추가 함께 변하기 때문에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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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로 2006-03-04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대목이 <책과 바람난 여자>에 언급이 되죠... 제가 담당했던 책은 잘 기억을 못하는데 <책과 바람난 여자>는 원체 각주 작업 하느라 고생해서...

하이드 2006-03-04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거기서 봤던거 생각나요.
 
기나긴 이별 레이먼드 챈들러 선집 6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하우스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챈들러는 '기나긴 이별' 원고를 출판사에 보내며 쓴 편지에서  '나는 이것을 내가 원하던 대로 썼습니다. 왜냐하면 이제 그럴 수 있게 됐으니까요' 라고 말한다.

필립 말로 시리즈의 마지막인 이 작품을 아끼고 아끼다 집어들었다. 600페이지가 넘는 긴 분량 때문만은 아니다. 이전작품들에서 느끼지 못했던 산만함때문에, 읽는내내 궁시렁거리긴 했지만, 역시 챈들러고, 역시 말로다. '기나긴 이별'을 열두번도 더 읽었다는 하루키. 챈들러의 말로 시리즈의 실질적인 마지막 작품을 드디어 읽어버렸지만, 이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빅슬립'부터 읽어낼 생각으로 아쉬움을 달랜다.

말로는 술집 앞에서 만취한 테리 레녹스를 만나다. 요부타입의 억만장자의 방탕한 딸, 실비아가 버리고 간 그를 주워다 집으로 데려가는 말로. 어울리지 않는 그들은 친구 비슷한 모양새가 된다. 가끔 만나서 막 문 연 바에 가서 김릿 한잔 나누는 사이가 된다. 실비아는 잔인하게 살해당하고, 테리는 멕시코로 도망간다. 말로가 새로 의뢰받은 일은 웨이드라는 알콜중독의 베스트셀러 작가를 돌보는 일이다. 말로는 거절한다. 가는 곳마다 사건을 몰고다니는, 시체의 늪에 빠져버린듯한 말로는 없다. 바로 전작인 리틀 시스터에서의 어리광부리고, 우울한 말로도 없다. 이전작들에 비해 더 개인적이고, 더 말로적으로 사건은 일어나고, 해결된다.


챈들러의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 중에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의 구별은 없다. 다만 나쁜 사람과 덜 나쁜 사람의 구별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들 모두중에는 범인도 있고, 사기꾼도 있으며, 피해자도 있고, 경찰도 있고, 시체도 있다. 그리고 사립탐정도 있다. 하드보일드 세계에서 그들 모두는 '인생' 이라는 거대한 적 앞에서 패배자이다.

' 이별을 말하는 것은 조금씩 죽어가는 것이다.'
이 이별은 싱겁고, 아쉽고, 헤어나기 힘들지만, 이제 말로에게 '이별'을 고해야 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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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의 비밀 - 아름다운 그림 속 여인들이 숨겨둔 이야기
이주은 지음 / 한길아트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빅토리아 시대 영국의 그림을 소개하는 책이며, 그 시기 영국 사회의 모습, 사람들의 취향, 예술가들의 개인사, 그리고 그림에 얽힌 저자의 상상력으로 이루어져 있다라고 서문에 나와있다. 뒤에는 빅토리아 시대의 화가들에 대해 따로 정리되어 있고, 빅토리아시대의 연표와 참고문헌이 부록격으로 나와 있다.

책표지로 쓰인 로제티의 '릴리드 부인' 과 같은 화려하고, 도발적인 그림들이 한장건너 풍부하게 나와 있으니 눈은 즐겁다. 하지만, 나머지 반을 차지하고 있는 글들은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그림을 설명하기 위해 억지로 끼워맞춘듯한 개인사는 그림감상에 방해가 되었고, 빅토리아시대의 로제티와 저자의 어릴적 기억들을 끄집어 낸 것들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이를테면,  러닝셔츠바람으로 소주를 마시던 아버지나, 장례식장에서 먹은 육개장 맛을 잊을 수 없다는 그런 이야기들은 따로 읽었으면, 감히 뭐라고 딴지 걸 수 없는 개인의 소중한 기억이었겠지만, 도판에 홀딱반해 2만원이라는 가격을 주고 '빅토리아 시대'의 화가들을 만나보려고 한 내게는 '이보다 더 어울리지 않을 수는 없다' 였다.

로제티, 번 존스 등의 그림들에 대한 이야기들이라도 풍부했었더라면 좋으련만, 그도 아니고,
뒷편에 빅토리아시대의 화가들을 정리해 놓은 것은 나름 써먹을 수 있겠으나, 그 또한 그다지 찾기 어려운 자료는 아니니, 그저 오직 위안을 삼을 것은 내가 혹해서 샀던 아름다운 그림들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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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6-02-25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은 이쁘잖아요, 그림은.. ^^;;

panda78 2006-02-25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167423
111이길래 오랜만에 잡아봅니다.

하이드 2006-02-25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그림은 정말 예뻐요. 사실, 책.도 예뻐요. 근데, 글이 영 맘에 안 들어요 -_-;;

panda78 2006-02-25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특히 뒷부분에 빅토리아 시대 화가들 정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라 퍽 실망스럽긴 하더라구요. 그래도, 양쪽을 다 차지하고 있는 파란 드레스의 샬럿의 여인 그림이 처음부터 맘을 확 사로잡아서.. 봐줬습니다. ^^;

Kitty 2006-02-25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 책은 다들 '그림' 얘기만 하시는군요...^^;;

hnine 2006-02-25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을 교묘하게 지은거죠? Victoria's secret...유명 여성 의류 (?) 브랜드 네임.

하이드 2006-02-25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책 서문에 나와요, 저자가 미국에 있을때 빅토리아씨크릿 속옷점 가는거 좋아했다고 -_-a

그린브라운 2006-03-06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고 싶었는데 잠시 미뤄두어야 할 듯 싶네요 ^^;; 뒷부분의 빅토리아 시대 화가리스트만 슬쩍 올려주시면...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