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마이 네임 - 이름이 지워진 한 성폭력 생존자의 진술서 너머 이야기
샤넬 밀러 지음, 황성원 옮김 / 동녘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강간 사건은 지금 이순간에도 일어나고 있는 뉴스도 아닌 일이 되어버렸지만, 이 사건은 몇 년에 걸쳐 뉴스를 볼 수 있어서 기억한다. 그리고, 스탠포드 수영 선수의 강간 사건에 대한 피해자의 최후 진술서가 세계적으로 바이럴을 탈 때, 나도 읽었고, 책으로 나온 걸 알게 되었다. 이 책하고 김지은입니다.를 같이 묶어서 파는 이벤트?가 있었는데, 참 독한 책들이 묶여 있었구나 싶다. 

사람이 독하다는게 아니라, 책이 독하다. 


부조리를 뒤집은 글의 힘에 대해 생각한다. 판사는 탄핵되었고, 브록은 책 속의 누구 말마따나 성폭력의 얼굴이 되었다. 

진술서도 대단히 잘 쓴 글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대필 의혹도 있었다고) 책 읽어보니, 글을 굉장히 잘쓰는 사람이었다. 앞으로 작가로 커리어를 가꿔나갈테니, 작가라고 해도 되겠지. 회복하는 중에도 처음 간 코미디클럽에서 코미디 대본으로 대성공을 하는, 글도 잘 쓰고, 열정도 있고, 에너지와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덤프트럭급의 사고에 내팽겨쳐져서 추스리는 몇 년간의 시간을 책으로 써내서, 많은 이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글을 너무 잘 써서, 5백페이지 넘는 피해자, 생존자의 이야기를 읽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처음 병원에서 깨어났을 때, 받은 오렌지색 서류철에는 이후의 반응에 대한 팸플릿이 있었다고 한다. 


" 0~ 24시간 : 무감각, 경미한 어지럼증, 알 수 없는 두려움, 충격. 나는 놀라울 정도로 비슷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카테고리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2주~ 6개월 : 건망증, 탈진, 죄책감, 악몽. 마지막 카테고리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6개월~ 3년 이상: 고립감, 기억이 갑자기 한 번씩 되살아남, 자살 충동, 일을 하지 못함, 약물 남용, 관계의 어려움, 외로움. 이건 누가 쓴거지? 누가 이 쓰레기 같은 종이에다 불길한 미래를 예언한 거야? 내가 이 얼굴도 모르는 우울한 사람의 시간표에 따라 살게 된다는 건가?" 


그리고, 독자는 그 시간표를 살아내는 샤넬을 읽게 된다. 


"나는 돈만 있으면 감방 문이 활짝 열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나는 폭력이 발생했을 때 여자가 술에 취한 상태였으면 이 여자를 진지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몰랐다. 나는 폭력이 일어났을 때 남자가 술에 취한 상태였으면 사람들이 그 남자를 동정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나는 내 끊긴 기억이 그에게 기회가 되리라는 사실을 몰랐다. 나는 피해자가 된다는 건 신뢰받지 못한다는 것과 동의어라는 사실을 몰랐다." 


이 책을 오래 읽었는데, 사실, 이 책에 대해 덧붙이고 싶은 것은 별로 없다. 강간이 있었고, 목격자도 피해자도 있었는데, 언론은 유망한 수영선수인 가해자의 편을 들고, 피해자의 행실을 비난하고, 유죄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판사는 가해자를 선해해서 고작 3개월 감방에서 있다 나오는 판결을 내린다. 판사는 나중에 탄핵됨. 판사가 탄핵되는 거 빼고는 새로운 이야기가 없다. 너무 매일 보는 이야기라서.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것은 피해자가 생존자가 되는 과정이다. 진술서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고, 저자의 글쓰기 멘토였던 소설가 앤 라모트와 연결된다. 


" 저는 당신이 걷어붙였던 소매를 다시 풀어 내릴 거라고, 그러면 깊고 깊은 내면에서 무언가가 당신에게로 돌아가서 당신이 무엇을 추구하거나 도전하는 것이 합리적일지 알려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당신 위에서 부서져 내리려고 하는 파도 아래로 잠수하는 방법을 알지요? 글쓰기는 그런 면에서 당신에게 도움이 될 거예요. 혼란과 임박한 소용돌이에서 물러나고, 그 과정에서 한 조각 안식처를 찾기 위해, 기억을 상상을, 사색을 휘갈겨 적는 행위.."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다시 단단해졌기를 바란다. 

우리는 사람이 서로 잘 맞는다고 할 때 남자가 자신을 여자에게 끼워 넣는다는 생각이나 하지 그 외 여러 가지 방식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간과한다. 귀는 색종이처럼 얇아서 내가 그의 가슴팍에 내 얼굴 옆면을 기댈 수 있게 해준다. 손가락은 엉키지 않고 깍지를 낄 수 있다. 한 손은 하나의 턱ㅇ ㅔ자그만한 의자가 되어줄 수 있다. 우리 몸은 구부러지고 접히도록 되어 있어서 우리 스스로를, 그리고 다른 사람을 편하게 받쳐준다. 우리에겐 아껴주어야 할 작은 부위들이 아주 많다. - P100

루카스가 떠나자마자 나는 나의 하루 안에서 아픈 공허함을 느꼈다. 내가 복숭아씨 주위의 부드러운 곤죽이 되어가는 동안 가장 단단한 부분인 복숭아씨가 사라진 기분이었다. - P139

사람들은 그의 미래가 마치 그가 그 안으로 들어오기만을 인내심 있게 기다리고 있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우리 대부분은 미래가 보장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안다. 그것은 우리가 내리는 선택을 통해 하루하루 만들어진다. 미래는 노력과 행동을 통해 조금씩 획득된다. 거기에 맞게 행동하지 ㅇ낳으면 그 꿈은 흩어지고 만다.

처벌이 잠재력을 근거로 삼을 경우, 특권적인 지위에 있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형을 받게 될 것이다. - P433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psyche 2021-01-12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Know My Name 이 번역되었군요. 글을 잘 쓰더라고요. 그래서 더 읽기 힘들기도 했지만요.
작가가 트레버 노아의 데일리쇼에 나왔었는데 조곤조곤 말도 잘하고 보면서 울컥하기도 하고... 감동적이었어요.

하이드 2021-01-12 16:21   좋아요 0 | URL
네, 글을 엄청 잘 쓰는데, 책은 또 엄청 길고, 내용은 힘들어서, 몇 번에 나누어서 읽어야 했어요. 트레보 노아 데일리쇼 찾아봐야겠습니다.
 
우리가 불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
마리아나 엔리케스 지음, 엄지영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중남미 마술적 리얼리즘을 떠올리게 하는 호러 단편집. 아이들이 끔찍하게 죽는 이야기가 너무 많이 나오는데, 아르헨티나의 어떤 현실을 반영한걸까?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하는 이런식의 소설이 나와 디지털 성착취 이야기와 학대, 혐오 이야기가 소재로 쓰인다면, 픽션이겠거니 하겠지만, 현실은 더 끔찍한 것임을 우리는 이제 알기 시작했다. 

아르헨티나의 현실에 이와 비슷한 조각이 없기를 바란다. 그런 조각들을 풍자하기 위한 픽션이라면, 너무 끔찍하니깐. 


호러 이야기인줄 알면 절대 사지 않았을텐데, 읽다보니, 호러 판타지 현실 풍자 단편집이다. 

첫번째 단편 '더러운 아이'부터 너무 분명한데, 어떻게 저런 곳에서 살지. 저런 곳에 살러 들어가지. 결은 다르지만, 여기도 외부의 눈으로 보면 말도 안되겠지. 


읽기 힘들어하는 장르와 남자가 썼다면, 갖다 버릴 소재지만, 

1973년생 여성작가가 예리하고, 환상적으로 잘 쓴 글들의 모음집이다. 


한녀문학이라며, 한국 여자들의 불행 포르노와 몽롱함, 체념의 정서 질색인데, 아르헨티나 여성 작가의 이런 장르와 소재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이 글을 읽을즈음, 아르헨티나의 낙태 합법화 뉴스를 봤다. (작년 12월 30일) 책에는 낙태 이야기도 나온다. 


그냥, 아, 나, 호러 싫은데, 못 읽겠다. 소재 너무 끔찍하고, 아이들은 왜 자꾸 이렇게 끔찍하게 죽고, 사라지는거야. 라고 하기엔 소설을 둘러싼 겹겹의 현실들이 눈 앞에 선해서 다 읽어 버렸다. 


표제작인 '우리가 불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 에는 분신하는 여자들이 나온다. 


"이제는 분신 사건이 매주 한 건씩 일어났지만 이에 대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떻게 이를 막을지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처음에는 남자가 여자에게 불을 지르고, 사고라고 했고, 여자의 실수였다고 했다. 여자는 살아남아 증언했다.  

그 일이 다른 곳에서 똑같이 반복되었다. 남자는 여자에게 불을 지르고, 사고라고 했고, 여자는 살아남았다. 그리고 또 똑같은 일이 일어나고, 일어나고. 여자들이 정말로 분신하기 시작했다. 분신'당한' 여자들 옆에 서기 시작했고, 대상화되는 외모를 버렸다. (극단적이지만) 


"얘야, 불을 지르는 건 남자들이란다. 그들은 예전부터 우리 여자들을 불태웠지. 이제부터는 우리 스스로 몸에 불을 지를 거란다. 그러지만 우리는 절대 죽지 않아. 이제는 우리 몸의 상처를 당당하게 보여줄 거라고." 


여자를 불태워 죽인 역사는 유구하다. 마녀로 몰고.


아시아의 한 나라에서 우리는 꽃이 아니라 불꽃이다. 라며 길바닥에 앉아 시위할 때, 

아르헨티나의 한 작가는 몸에 불을 지르는 이야기를 써낸다. 


이런 연결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난의 문법 - 2020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소준철 지음 / 푸른숲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연말에 의미 있는 책을 읽었다. 소준철의 '가난의 문법'은 가상의 45년생 윤영자씨의 일상을 그리며, 

우리나라의 평균 노년 여성 빈곤과 폐지 줍는 노인으로 폄하되는 재활용품 수집인을 보여준다. 


프롤로그부터 인상적이다. 우리는 이미 우리나라가 2위와도 큰 격차로 OECD 국가들 중 노인빈곤 1위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노인빈곤의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성별임을 알고 있다. 


조금 더 어렸을 때, 비혼을 이야기하기 전에, 혼자 사는 독신녀의 악몽으로 키우던 애완견에게 뜯어 먹혀 죽은지 한참 후에 발견되는 이야기를 하던 때가 있었다. 책이, 방송이, 사회가 그런 이야기들을 했지. 정작 고독사로 죽는건 50대 남자가 1위인데. 그러나, 요즘 이야기하는 혼자 나이들어 폐지 줍는 할머니 된다. 는 것은 사실에 근접해 있다. 


"여성과 남성의 생애 경로의 차이. 조사에서 만난 노인들을 돌아보면, 남성노인은 '출생'에서 '진학'에서 '취업'과 '결혼'과 '육아'를 거쳐 '자녀와의 분리'로 이어지는 개인화되는 경로를 거친다. 여성노인들은 남성인 파트너와 그의 임금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생활이 재편되었고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제도에서 벗어난 '시장'의 변방에 나가 직접 생계를 꾸려나가야 했다. 현재의 여성노인들은 직접 임금노동자가 될 기회가 별로 없었고, 이로 인해 경력과 숙련이 없는 상태였다. 다시 말하자면, 가난한 여성노인은 이전의 한국사회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여성 생애의 목표를 남편에 대한 내조와 자녀의 양육으로 삼게 하고, 따라서 교육을 받고 직업을 가질 기회를 갖지 못하게 했던 결과인 것이다." 


가상 인물인 윤영자가 1945년생인데, 1945년생은 2020년 기준으로 만 75세이며, 이 나이는 운전면허를 가진 경우, 면허 갱신의 시기가 5년 주기에서 3년 주기로 바뀌는 전환점이라고 한다. 신체적 능력에 대한 사회적 의구심이 가득해지는 시기이고, 인구통계에서 후기고령자로 여겨지기 시작하는 나이이다. 


" 우리는 '늙는다는 것이 역사상 처음으로 정상적인 것이 된' 사회에 살고 있다. " 


노인빈곤과 재활용 산업을 같이 이야기하는 것은 당연하고도 필요한 일인데, 새삼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 


" 과거 넝마주이의 일이 넝마주이와 고물상과 폐품 매입업자 사이의 단순한 거래 관계였다면, 지금 재활용품 수집노인은 이보다 더 고도화된 '관계'에 갇혀 있다. 이제 노인들이 재활용품을 수집하고 판매하는 행위는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의 자원순환 정책과 재활용 산업에 매개되어 있다. 그렇지만 제도와 산업, 그 어디에서도 인정받지도 보호받지도 못하는 위험한 일에 불과하다." 


재활용 문제는 환경 문제와도 깊이 연관되어 있고, 지금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데, 재활용 산업 끄트머리에 법의 사각지대에 , 필요한 일이라 암묵하는, 다른 일을 찾을 수 없는 노인들이 찾는 재활용품 수거하는 일이 있다. 공동의 쓰레기통이 없는 제도와 산업의 빈틈을 재활용품 수집 노인들이 비집고 들어간 것이다. 


"노인들의 재활용품 수집은 제도로부터 재활용품을 '낚아채는' 일이다. 도시가 비대해지는 과정에서 생겨난 다세대/다가구주택과 좁은 골목들에 정책과 제도라는 공공영역이 침투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문 앞과 골목에는 쓰레기와 재활용품이 방치될 수밖에 없다." 


저자가 인터뷰들을 통해 보고 들은 장면들은 우리가 알고 있었던 것도 있고, 처음 듣는 것도 있고, 알면서도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들이 있다. 재활용품을 수거하기 위한 눈치 작전, 무거운 걸 많이 들고다닐 수 없고, 재활용품을 두고 화장실이라도 가야 하면 재활용품 모아둔 것을 도둑 맞고나 심한 경우는 카트까지 없어져서 집을 중심으로 재활용 내놓는 시간을 계산해서 움직여야 한다는 것. 건물주들이 공짜로 청소 시키고, 건물에서 나오는 재활용 가져가라고 하는 건 흔한 일, 남자 노인들이 리어카나 전동차 등을 이용하여 많이 싫고 다니는데, 여자 노인들은 카트를 끌고 다니는 것. 재활용품 수거차와의 눈치 싸움을 하며 새벽 골목길을 오가는데, 지그재그로 다니면서 폐지등을 줍느라 교통사고를 당할 위험이 크다는 것, 아무 이유 없이 폭행을 당해 죽기까지 한다는 것 등등 


여성노인들은 힘이 부족해서 뿐만 아니라 가사와 돌봄을 이유로 길에서 남성노인들에 밀리게 된다. 

수집하러 다니다가도 식사 시간에 밥해주러! 환자 돌보러 집에 돌아가야 한다. 


앞에 잠깐 얘기했던 '폐지 줍는 노인' 에 대한 이야기를 더하면, 

이들을 돈을 주지 않는 '청소부'나 불쌍한 사람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지양해야 한다. 


"노인들은 재활용품을 수집하고 있지만, 이들은 '청소부'가 아니다. 버려진 것들을 주워 돈을 벌지만, 그 돈은 쓰레기를 버린 이들이 주는 게 아니다. 노인들의 행위는 같지만, 엄밀하게 말하자면, 이들은 청소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게 아니라, 재활용 산업에서 발생하는 돈 일부를 스스로 취하고 있을 뿐이다." 


책의 후반부에서 제안하는 것은 지금 당장 생각하고, 고민하고, 결과를 내야 할 것들이다. 

재활용품 수집 노인 중 상당수가 가난으로 고립되어 있는데, 노인들과 지역사회가 상화의존하는 계기들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근근이 벌어 생계를 유지하는 자립이 아닌 함께 모여 서로에게 의존하는 자립이 필요하다." 


100세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일할 수 있는 나이 동안 일해서 모은 돈으로 그 후로 몇십년을 살아가면서 가난해지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에게 닥칠 문제이다.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어떻게 삶을 이어나갈지에 대한 비전과 액션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 


한국사회에서 가난의 모습은 늘 변해왔다. 전쟁이 끝난 후 갈 곳 없는 고아의 모습에서, 텔레비전 드라마에 나온 달동네의 모습과 IMF 위기 이후 노숙인의 모습을 거쳐 리어카를 끄는 사람들(특히 노인들)의 모습으로, 가난의 모습은 늘 바뀔 것이다. 다음에 올 ‘가난‘이 어떤 모습인지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전후 세대 이전의 노인에 대해 우리는 어떤 대처를 해야 할까? 그들은 우리의 ‘불행한 미래‘일까? 가난한 노년을 다가올 불행으로 여기며, 그보다 나아져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일은 처참하다. 노인들의 모습은 젊은이들의 ‘불행쿠키‘가 아니며, ‘반면교사‘도 아니다. 지금 닥친 노인들의 생활 속에서 노인들의 어려움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P49

종이상자의 생산량, 배출량이 늘어나는 현상은 노인을 착취하는 일을 심화시키고 있다. 배달과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며 종이상자의 사용량이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다. 집과 가게마다 다 쓴 종이박스의 배출량도 늘어났다. 그렇지만 젊고 부유한 소비자들은 폐품의 배출과 처리에 대한 책임을 느끼지 않는다. 그들은 종류에 따라 ‘분리수거‘를 하면 자신의 책임을 완수했다고 여긴다. 게다가 종이박스가 늘어나면, 노인들이 수집할 것도 생기니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종이박스가 골목에 쌓여 있는 데 대한 책임은 대개 정부와 위탁 청소업자에게 있다고 여긴다. - P9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금, 인생의 체력을 길러야 할 때 - 나를 인생 1순위에 놓기 위해 꼭 필요한 12가지 습관
제니퍼 애슈턴 지음, 김지혜 옮김 / 북라이프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연말에서 연초 넘어오며 제니퍼 애슈턴의 <지금, 인생의 체력을 길러야 할 때> 를 읽었다. 

원제는 The Self Care Solution : A Year becoming happier, healthier and fitter - One Month at a time 


자칭타칭 자기계발 중독자인 저자는 의사로 일하며 의학전문기자로 방송출연을 하고, 운동도 매일하는 에너지 넘치는 사람이다. 

자기계발, 시간 관리, 연말과 연초에 읽어야 할 책들은 많지만, 이 책은 '셀프 케어'에 집중하고 있다. 


나를 계발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뭔가가 아닌, 나를 돌보기 위한 뭔가. 돌봄으로써 삶의 질이 올라가는 나 돌봄. 

별 생각 없이, 갑자기 금주나 해볼까, 한 달만 해볼까 1월에 시작한 셀프케어는 그 효과를 확연히 느끼게 되면서 매 달 새로운 것을 '실험'하게 된다. 


그 실험의 여정을 SNS에 올리고, 묶어 책으로 나왔다. 


" 나 역시 새해가 되면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한 가지 이상의 목표를 세운다. 물론, 어떤 것이 진짜 유익한지 알고 있어도 새해 목표를 끝까지 굳건히 지켜 나가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한 달에 단 하나의 목표라면? 해 볼 만하다 느껴진다. 한 달이면 무언가를 실험하기에 이상적인 시간인 것 같다. 어떤 종류의 셀프 케어가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도 든다." 


처음 매 월의 셀프케어 주제를 봤을 때, 나도 이런건 해봐야지, 대여섯개 골라뒀다면,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목록의 대부분이 나의 셀프 케어 목록에 올라갔다. 


1월 금주의 달

2월 플랭크와 팔 굽혀 펴기의 달 

3월 명상의 달 

4월 유산소의 달

5월 육식보다 채식 위주의 달 

6월 수분 보충의 달 

7월 더 많이 걷기의 달 

8월 디지털 단식의 달 

9월 당 섭취 줄이기의 달

10월 스트레칭의 달 

11월 수면의 달

12월 더 많이 웃기의 달 


" 매달 시도하는 사소한 변화가 어떻게 결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는지 궁금한가? 답은 아주 간단하다. 우리가 매일 하는 행동은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무엇을 얼마나 먹고 마시는지, 얼마큼 휴식을 취하고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몸과 마음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고 파괴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음식, 수면, 운동은 모두 생존을 위해 필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물론 습관 하나하나가 일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결과는 순식간에 쌓인다. 같은 행동을 매주, 매달, 매년 반복하면 그 영향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달리 말해 건강을 해치는 습관은 시간이 갈수록 강력해져 당신이 모르는 사이에 건강뿐 아니라 행복까지 심각하게 위협할 수도 잇다는 얘기다." 


나는 나의 1월을 디지털 단식의 달로 정했다. 

올해는 책 읽는 캐퍼를 확 늘릴거고, 핸드폰을 덜 보고, 낭비하는 시간을 없앨거다. 저자가 시도하는 것들은 아주 사소한 것들이다. 사소하지만, 생활 전반을 확 바꿀 수 있는 것. 누구라도 시도해볼 수 있는 것. 


저자의 열혈 자기계발 모드는 셀프 케어에도 적용되어, 바쁜 시간을 활용하는데에 있어서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자신의 의사로서의 직업에서 나오는 리서치 능력을 십분 발휘해서 좋은 점을 모조리 찾아 적어두고, 습관을 가질 수 있는 팁들을 열가지씩이나 적어두었다.


이 책에 나온 모든 글들이 다 유용하고, 나도 해볼까? 생각 들게 했다. 

저자가 납작해진 배와 광 나는 피부와 가뿐한 몸, 늘어난 집중력과 안그래도 활기찬데 더 활기 샘솟고, 그런 자신 보면서 신나하는 것이 글로 막 전염된다. 다 지키지 못하지만, 지키지 못하면, 지키지 못하는대로 실패에서 더 많이 배우고자 하는, '내가 이거 해봐서 내가 못하는 줄 알았잖아. 안 해봤으면 못하는지 어떻게 알았겠어. 진짜 하길 잘했다!' 같은. 긍정 마인드, 성공 트랙의 인물이다. 


성공하는 사람은 꾸준히 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사람들한테 매일 달력에 동그라미만 백일동안 쳐보라고 해도 그걸 해내는 사람은 소수라는 이야기를 본 적 있다. 그거 듣고, 동그라미 치기 시작해봤다가 어느새 그만 둔 다수가 되었지! 


1월은 무언가 시작하기 좋은 달이다. 셀프 케어 목록 12가지 적은 것은 바꿀 수 있지만, 제일 필요하고, 제일 나를 변화시켜줄 것 같은, 그래서 제일 힘들 것 같은 것을 1월에 넣었다. 1월의 에너지로, 아직 아무것도 실패하지 않은 그 에너지로 가장 중요한 것을 해내고, 변하는 나를 확인하는 것이다. 


" 기억하라. 지금은 1월이다. 수많은 사람이 새해 결심을 하는 때다. 다이어트든 운동이든 식습관 개선이든 방 안에 앉아 새해 목표를 세우는 사람이 당신 혼자일리 없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저녁에 자기 전에 핸드폰 들여다보는걸 그만해야겠다 생각했고, 앱도 한 번 설치해봤는데, 며칠 하다가 포기하고, 지워버렸다. 그래서 나는 1월이 디지털 단식의 달, 스마트폰 덜 보는 달이다. 막상 며칠 해보니, 스마트폰으로 하는 몇가지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이것은 유지.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분명해지고, 첫째주는 잘 참아 나가고 있다. 대여섯시간 하던 걸 한시간 미만으로 줄임. 노트북 앞에 앉기가 그렇게 힘들었는데, 노트북 앞에 앉아서 글도 꾸준히 쓰고 있지! 

나의 전략은 궁금한 SNS 소식은 노트북으로 보기, 하루에 서너잔 마시는 커피는 노트북 앞에서만 마시기이다. 

자기 전에는 책 읽고, 아침에 일어나서는 눈에 팥찜질 하면서 오디오북 듣는다. 


이 외에도 하고 싶은 셀프 케어들이 많다. 물 많이 마시기, 더 많이 걷기, 유산소 운동 하기, 코어 운동 하기, 간헐적 단식 하기, 채식하기, 잠 충분히 자기, 스트레칭 하기. 


제일 바꾸고 싶었던 스마트폰 덜 보기는 새로 시작한 몇 몇가지 때문에 스마트폰 적극 활용하지만, 그러면서도 필요하지 않은 일을 하지 않고 있다는데에 있어서 잘하고 있다. 한시간 락 걸어놨는데, 어제는 29분 썼고, 둘째주에는 30분 락 걸어둘 생각이고, 유지할 생각이다. 


긴가민가 하는 건 '명상'이다. 모두가 정말 모두가 다 좋다고 하는 건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아침 루틴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건 정말 중요하고 좋다. 역시 모두가 좋다고 하는 것 중에 아침 루틴만큼은 아니지만, 명상이 있고, 나는 늘 명상의 효용을 의심하는 편인데, "수면 장애를 겪는 모든 환자에게 명상을 권한다" 라는 말이 있길래 7시간 반 수면의 달 도전할 때 명상도 같이 넣어볼까 생각중이다. 


유산소 운동 편에서 저자는 유산소 운동을 넣어볼까? 하며 덧붙인다. 매일 운동을 하는 저자는 몰랐다. "나는 그제야 비로소 깨달았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꾸준히 운동한다는 것이 극도로 어렵다는 것을!" 이런 분이시다. 이런 분이신데, 매일 5분 코어 운동 도전에 그렇게 뿌듯해할 수가 없는 분이시기도 하다. 


저자가 계속 납작한 배와 광나는 피부 이야기를 하지만, 그게 크게 강박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 가장 완벽한 몸은 특정한 체격을 갖춘 몸이 아니라 건강한 몸이다. 이 사실이 가장 중요하다." 고 얘기하고 있고, 그걸 일년 내내 실험하고 있어서.  


저자가 가장 어려움을 느낀건 채식 위주의 달이다. 가장 좋아하는 두 가지 음식이 고기 음식이라서. 

어느 밤에 해산물로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친구를 만났는데, 메뉴판에 소갈비 요리가 눈에 들어왔다. 고깃집인걸 알면 대비했을텐데, 해산물 집에서 고기를 보니 갈비 공격에 대비할 기회를 놓치고 심호흡을 한 뒤 초밥 곁들인 랍스터 요리를 주문한다. 메뉴에서 채소 요리를 찾아볼 시도조차 못하는데, "갈비 요리를 포기한 것만으로도 이미 내상이 너무 컸기에 좋아하지도 않는 이상한 근대 샐러드 따위를 주문해 불난 집에 기름을 붓고 싶지 않았다." 고. 


더 어려운 일도 있을거고, 할 수 있는 만큼 하면 된다. 


월 별 도전을 할 때마다 월초 박탈감을 극복하는 일이 어려운 것이 매 번 겪어야 하는 과정의 일부임을 깨닫고 더 잘 관리하고 집중력을 발휘해 의욕적으로 보낼 수 있다. 


저자가 실패한 것도 있다. 바로 '당 섭취 줄이기' 자신은 단 것 안 좋아해서 운이 좋은 편이라고 하며 시작하는데, "단 것을 거절할 수 없는 상태"라는 태어나서 처음 겪는 경험을 하게 된다. 생각보다 당을 많이 섭취하고 있었던거고,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중독을 부추기는 상태. 


그동안 내가 도전했다 실패한 것들은 핸드폰 덜 보기, 간헐적 단식, 유산소 운동이다. 아, 백일동안 동그라미 그리기도. 

핸드폰 덜 보기와 간헐적 단식은 작심살일 정도나 했을까. 퀵 실패 했고, 유산소 운동은 한 달 정도 했던 것 같다. 

1월의 핸드폰 덜 보기를 잘 하면, 2월의 간헐적 단식도 잘 할 수 있을까? 이 책 보니, 전략이 필요하다. 

의지가 아니라 전략! 시스템! 


1월 1일이 금요일이었어서 1월의 첫주는 1월 4일인 어제 시작한 기분이다. 

1월 첫 주 잘 보내고 있나요.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늘바람 2021-01-05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디지털 단식
진짜 단식 만큼 어려운 일 같아요
새해 복 ㅁ낳이 받으세요

하이드 2021-01-05 17:36   좋아요 0 | URL
네, 계속 실패했는데, 이번을 계기로 앞으로 계속 줄여나가야할거 같아요.

오라오라 2021-02-01 16:28   좋아요 0 | URL
저는 디지털 단식 안해요. 뭘 하기전 이게 나에게 필요한가 필요하지 않는가 먼저 생각해보고 하는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요. 어차피 디지털이라고 해도 아날로그가 디지털화 된것이니 적절히 통제만 하면 괜찮다고 봅니다. 이건 pc 통신 때 부터 버릇이 들어서 그런 것 같네요.

얄라알라 2021-01-05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계발을 위한 몸부림] 책과 목차가 비슷한 것 같아요. 꼭 읽어봐야겠네요. 비교해보게^^

하이드 2021-01-05 17:40   좋아요 0 | URL
오, 이 책도 재미있겠어요.

유부만두 2021-01-06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부진 하이드님.

전 10월초에 금주 시작했다가 성탄절, 신년에 맥주 조금 마셨어요. 이게 끊어지네요? (아님, 늙은거임)
그런데 저도 디지털 단식이 힘들어요. 잘 땐 침대서 머얼리 놓고 자려고 노력하는데 새벽에 깨서 제일 먼저 누르는게 트위터니.. 참... 무슨 인싸도 아닌 주제에... 그렇습니다.

하이드 2021-01-07 08:55   좋아요 0 | URL
저는 트위터만 덜하면 될듯. 아침저녁으로요.. 근데 요즘 북스타그램 구경한다고 인스타 삼매경이랍니다. ㅋㅋㅋ

오라오라 2021-02-01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강한 몸은 스타팅 스트렝스라는 책을 보며 바벨운동으로 만들어가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지인중 30대 여자분께 책 추천해드리고 약간의 티칭만 해드렸는데 6개월만에 20대 때보다 더 좋은 몸매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1년정도 하시니 꽤 좋은 체형이 되었구요.
 
쇼리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박설영 옮김 / 프시케의숲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옥타비아 버틀러의 킨과 블러드 차일드를 굉장히 앞서간 이야기로 읽었고, 지금 시대에도 전혀 낡은 느낌 없는 고전이라고 생각했는데, '쇼리'는 음.. 작가가 이런 이야기도 써보고 싶었나보군. 넘어가기로. 


불편한 설정들이 많은데, 이야기는 초반 지나면, 중반부터 페이지 터너에 법정물같은 휘몰아침과 트와일라잇같은 그런 느낌의 재미가 있다. 


쇼리는 53살 먹은 10살 정도 외모의 흑인 외모 이나 (뱀파이어) 이다. 

엄마 가족이 몰살 당하고, 기억상실증에 걸렸으며, 첫 공생자인 라이트를 만나게 되고, 자신의 과거를 찾고, 현재의 위협과 맞서는 이야기. 그 과정에서 이나라는 자신의 존재를 알게 되고, 다른 이나들을 만나 도움을 받고, 위협을 받고, 이나 위원회 (법정 같은)에서 다투게 된다. 


이나는 한 명당 일곱명 정도의 공생자 (피 제공자)를 두게 된다. 한 번 피를 빨게 되면, 그 이나 만의 독이 주입되어 복종하게 되고, 오르가즘을 느낌. 마약보다 더함. 이나는 공생자를 보호하고, 공생자를 잃게 되면, 정신이 나갈만큼 비탄에 빠지게 된다. 

공생자는 여자거나 남자거나 상관없지만, 피를 빨고, 빨리는 과정에서 몸도 섞기에, 공생자가 동성 이나를 꺼리거나 이성을 찾는 경우도 있고, 공생자끼리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는다. 이나가 죽는다면, 공생자도 죽거나 더 강한 독을 가진 이나에게 피를 빨려야 하는데, 엄청나게 거부감 강하고 고통스러워 한다. 강간 보다 더한 느낌. 


이런 설정들이라서 ... 어떻게 포장해도 좋아보일 수가 없다. 게다가 초반에  10살 정도의 쇼리와 섹스하는 성인 남자 라이트 이야기를 어떻게 재미있게 읽겠어.  


이제 와일드시드 남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