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데온과 방화마 동서 미스터리 북스 134
J.J.매릭 지음, 박명석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런던은 깊은 잠 속에 가라앉아 있었다.' 로 시작하는 첫장부터 오호, 제법 분위기 있는걸? 하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를 떠올리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마지막 문장까지 읽고 책을 덮은 지금. ' 와우! 대단하다.' 감탄하며, 정말 재미있고, 좋은 작품을 만났을때의 뿌듯함을 한껏 만끽하고 있다.
다만.... 아마존에서도 못 구하는 이 시리즈를 새로 헌책방을 뚫어서 구할 생각을 하니, 좀 암담할 뿐이다.

스코틀랜드 야드 의 기데온 형사부장을 중심으로 '스코틀랜드 야드' 를 통째로, 그대로 들어다가 책 속에 얹었다. 추리소설을 그리 많이 접해본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읽은 그 어떤 추리소설보다 생생하고, 현실적이다. 
87분서, 마틴벡과 같은 경찰소설들과 비교할때 각기 그 장점이 있지만,
이 소설은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 굉장히 많이 등장한다.기데온과 방화범. 이라고 해서 기데온하고 방화범만 등장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 이 잠깐 나올지언정 세세하게 묘사된다. 경찰이 하나의 직업으로 이렇게 가깝게 다가온 소설은 없었다.

뒤쪽에는 무척이나 유익한 작품해설이 있는데, 스코틀랜드야드의 계급과 조직도에 대한 설명이 있다.
기데온은 스코틀랜드야드(런던경시청)의 넘버3겪의 높은 지위에서 부하에게, 상사에게 인정받는 범죄수사부 부장이다. ( 현재 바뀐 계급으로 하자면 부총감보) 

기데온은 완벽주의자이고, 부하들의 완벽한 신망을 받으며,  곰같은 거구의 몸의 소유자이다.
높은 자리에서 조직을 끌고나가기 위한 고뇌라던가, 일과 가정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라던가, 범인들을 잡아 넣기 위해 고민하고, 두려워하고, 일에 대한 책임감으로 부담감 있는대로 느낀다던가 하는 모습들은 - 쓰고 보니 너무 평범하지만 - 굉장히 새로웠다.

이 책은 런던 빈민굴 문제를 꼬집고 있기도 하고,
잠깐잠깐 등장하지만 인상깊은 인물들이 많다.
마틴벡 시리즈에서 작가는 1년에 한번씩 '스톡홀롬'의 변화를 그리겠다고 했다.
다른 시리즈를 볼 수가 없으니, 기데온 시리즈의 다른 책들에서는 어떤 주제들이 나올지 궁금해 미치겠다.
잠깐잠깐 등장하는 인상깊은 인물들은 다른 시리즈에서 나올법도 한데, 그도 궁금해 죽겠다.
새로 뚫은 서점은 tomfolio.com이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루(春) 2006-04-03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속 범위를 넓혀 가시는군요.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

하이드 2006-04-04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제가 못 사는 품절된 책은 없습니다. 아자아자!( 할일이냐구요. 흑)

oldhand 2006-04-06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정말 재밌죠? 아아, 나머지 시리즈를 못 보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에요 정말. 하이드 님이 재밌게 읽으셨다니 제가 괜히 기분이 좋습니다. 흐흐. 동서의 후반부 리스트에 이 시리즈가 한 권 들어 있었는데, 기대는 거의 않는게 좋을 듯..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존 버거 지음, 강수정 옮김 / 열화당 / 2006년 3월
장바구니담기


열화당의 책은 참 예쁘다.
특히나 열화당에서 만드는 존 버거의 책들은
'그리고 사진처럼 덧없는 우리들의 얼굴, 내 가슴'
'포토카피'
'우리시대의 화가' 에 이어
이 책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은
내가 가지고 있는 책중에서 가장 껍데기가 예쁜 책중 하나이다.

펼치면 요렇게 된다.
영국판 원서의 표지와 같은데,
영국판도 이렇게 뒤와 이어지는지는 모르겠다.

맘에 드는건 종이질이다.
계속 만져서, 때타게 하고 싶고, 조금 찢어져도 신경 안 쓰이는 ( 알라딘에서 배송될때는 깨끗했다. ^^;)
그런 종이다. (라는게 어디있냐!고 한다면, 존 버거의 이 책은 내게 그렇단 말이다)

항상 보던 장 모로의 그 지적이고, 로맨틱하며, 카리스마 있는 흑백사진 아니고, 초상화다. 자화상이다.

표지를 벗기면 나오는 책껍질도 단단하다.
15,000원이란 책값에 걸맞는 표지다.

내용은? 각자 판단에 맞긴다.
난 뭐랄까, 존 버거의 책 앞에선 '열광' 보다는 '경외' 와 차분히 가라앉음을 느낀다.

녹색의 속표지

읽는동안 접힌 모서리들.
이건 아마도 '아래쪽' 윗쪽에도 비슷하게 접혔다.

근데, 이 책 책끈이 없다. 워낙에 책날개를 끼워서 표시하긴 하지만
가격이 15,000원이면 책 끈 안 넣는 이유 있는걸까?

접힌 부분 중 한 곳을 임의로 펼쳐본다.

'내가 옆에 눕자 그녀는 한 마디 말도 없이 내게 등을 돌렸다. 침대에서 등을 돌리는 데에는 백 가지 방법이 있다. 대부분은 유혹하는 것이고, 일부는 내키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오해의 여지없이 거절을 선언하는 방법도 있다. 그녀의 어깨뼈는 갑옷이 되었다.' 129pg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주미힌 2006-04-02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접으면서 읽으시는구나...
알라딘에 계신 분들 책 읽는 모습이 가끔 궁금해요... ㅎㅎ

하이드 2006-04-02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책 접고, 책날개로 책갈피하고 그래요 ^^ 험하게 보죠.

프레이야 2006-04-03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날개로 책갈피.. 저도요^^ 아님, 연필 끼워놓구요.. 이 책 표지 참 예쁘네요.

에이프릴 2006-04-03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책 확-접어서 못읽겠어요 ㅠ.ㅠ 아까와요. 그래서 친구나 누구 책빌려줬는데
꺽여있으면 맘아파요 흑흑

반딧불,, 2006-04-15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화당 책은 정말...!!!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존 버거 지음, 강수정 옮김 / 열화당 / 2006년 3월
장바구니담기


존, 인생이라는 건 본질적으로 선을 긋는 문제이고, 선을 어디에 그을 것인지는 각자가 정해야 해. 다른 사람의 선을 대신 그어 줄 수는 없어. 물론 시도는 해 볼 수 있지만, 그래 봐야 소용없는 일이야. 다른 사람이 정해 놓은 규칙을 지키는 것과 삶을 존중하는 건 같지 않아. 그리고 삶을 존중하려면 선을 그어야 해-16쪽

얘기 하나 해줄까? 저 아래쪽에 있는 상타 주스타 타워를 신경 써서 본 적 없지? 저건 리스본 트램웨이라는 회사의 건물이거든. 안에 승각이가 있지만, 뭐 대단한 건 아니야. 그걸 타고 올라가서 전망을 감상하고 다시 내려오는거지. 전차를 운영하는 회사의 소유야. 그런데 영화도 똑같은 것 같아, 존. 우리를 들어 올렸다가 같은 자리에 다시 내려놓으니까. 그것도 사람들이 영화관에서 우는 이유 중의 하나란다.
제가 생각했던건...
생각 좀 하지 말래도! 영화관에서 눈물을 흘리는 데는 표를 사서 들어간 사람 수만큼의 이유가 있는 거니까. -23쪽

학교에 가기 전까지는 도무지 끝이 나는 게 없었어요. 어렸을 때 제가 제일 신기해 했던 물건이 뭔지 아시겠어요?
자서전을 쓰는 사람처럼 들리는구나. 그러지 마!
뭘 그러지 마요?
그런건 틀리게 돼 있어.
어렸을 때 제가 제일 신기해 했던 물건이 뭔지 맞춰 보시겠어요?
그냥 말해.
어머니의 기압계요!-28쪽

목소리는 들리는데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나는 혼자 앉아 있다.
어떻게 그분에게서 진찰을 받나요? 친구분들 말이에요.
박사의 진료시간은 그분이 잠을 잘 때거든.
마르틴스 박사는 한 세기 전에 죽었어요.
죽은 사람들도 잠을 잘 수 있잖니?
어떤 통증을 호소하나요? 그에게 진찰을 받는 어머니 친구분들이요.
부푼 희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지. 우리 사이에서 부푼 희망은 거의 산 사람들의 우울증만큼이나 일반적이거든.
거기선 희망을 병으로 보나요?
다시 삶에 개입하고 싶어하는게 말기의 대표적인 증상이고, 우리에겐 그게 치명적이니까.-48쪽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히피드림~ 2006-04-05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 이승을 떠난 이가 삶에 다시 개입하고 싶어하는 건가요? ㅎㅎ 그럴수도 있겠네요. 써주신 글 중 특히 23페이지의 이야기가 좋네요.^^

하이드 2006-04-05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이야기들이 너무 많습니다.
소설로는 절대 안 보이는 소설+에세이에요.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존 버거 지음, 강수정 옮김 / 열화당 / 200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존 버거 나이 여든에 쓴 이 글이 죽은자들과 그가 여행했던 곳곳을 돌아보는 내용의 이야기라니,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이 책이 소설이라는걸 읽는내내 망각하게 된다. 존 버거는 서로 다른 곳에 존재하는 소설과 에세이를 산자와 죽은자들을, 기억과 현재를 동시에 한 곳에 불러내는 마법사와 같다.

리스본Lisbon

제 책은 전부 어머니에 대한 거였어요. 내가 불쑥 말한다.
말도 안 돼! 어쩌면 나를 거기 네 옆에 있게 하려고 그 책들을 썼는지도 모르지. 그래, 그랬지. 하지만 세상 온갖 것에 대해 썼어도 나에 대한 건 아니었어! 네가 나에 대한 이 짧은 이야기를 쓰기까지 나는 지금껏, 네가 노인이 되어 리스본에 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으니까.
책은 언어에 대한 것이기도 하고, 제게 언어는 어머니의 목소리와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어요. (49pg)

리스본의 어느 광장, 5월의 끝자락, 어느 더운 날. 벤치에 앉은 노파가 우산을 지팡이 삼아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온다. 얼굴이 보이기 한참 전부터 걸음걸이를 한 눈에 알아본다. '내 어머니였다'

글을 쓰는 존이 주인공인 단편 '리스본'
존 버거는 자신의 소설 속으로 들어간다. 소설 속에서 그가 머무는 도시 속에서 그는
죽은 어머니를 불러낸다. 아니 죽은 어머니가 그 앞으로 걸어온다.
미처 이야기하지 못했던 것들을, 그러나 어쩌면 꼭 하지 않았어도 될 이야기들을 나누고,
죽은자들의 이야기를 한다. 죽은자들의 고질병- 희망. 산 자들의 우울증과 같지.

'리스본'  도시에 관한 이야기.
리스본 어딘가에서 문득문득 나타나는 '어머니'의 이야기.
'존'의 어머니에 대한 기억들 이야기.


가장 오래된 '기억'을 공유하는 어머니 이야기.
알면서도 이야기하지 못했던 것들, 굳이 이야기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것들, 말하지 않아도 상관없는 것들.
지금, 과거에, 앞으로


댓글(4) 먼댓글(0) 좋아요(4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이드 2006-04-02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다고 내가 '리스본'만 덜렁 읽고 리뷰를 썼냐하면 그건 아니다.
다 읽었다.남은 도시들은 나중에 또 내키면 쓰련다.

mong 2006-04-02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렇게 도시이름으로 된 연작에 약한데~
ㅜ.ㅡ

하이드 2006-04-02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시 이야기 많이 나와요. 낯익은 도시들이 아니라 그 이야기들은 낯설지만, 궁금증이 확 일어요.

로지온 2015-12-09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엄지 2개죠 ^^
 
프라이데이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로버트 하인라인 지음, 안정희 옮김 / 시공사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650페이지의 즐거움.

첫페이지부터 프라이데이에 반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만족의 한숨을...

"내 어머니는 시험관이고 내 아버지는 수술용 메스죠."

내가 읽은 가장 쿨하고 멋진 여자주인공중 하나이다. 인간이 아니라는게 유감이긴 하지만.
"내 어머니는 시험관이고 내 아버지는 수술용 메스죠."
돌리를 양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온갖 철학적,과학적, 윤리적, 사회적, 등등의 골치아픈 문제들이 다 나오겠지만, 우리의 아름다운 주인공 '프라이데이'를 인간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인공물. 아니, 인조인간.
그들은 차별을 당하고,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조인간들은 뭐랄까, 비굴함, 죄책감, 자기연민 등의 감정을 가지고, 보통의 인간을 대한다. 프라이데이가 조르주를 만나 그녀가 인조인간이라는 것이 밝혀지자마자 비굴한 모습으로 '선생님, 선생님이 허락만 하신다면...' 어쩌구 하는건 항상 쿨한, '인간의 (쓸데없는) 규범'따위는 암기해야지만 아는 존재의 머리에 박힌 유일한 열등감일지도 모르겠다. '소속감이 없다' 는.

히피문화는 작가의 이상향인걸까.
다부다처제. 공동체 생활. 쾌락주의. 강한 소속감.

이 책에는 나쁜, 악한 인조인간은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나쁜, 악한 인간만이 존재할 뿐이다.


유전학적으로 우성인자만을 조작하여 태어났다는것. '인간' 에 비해 월등하게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 은 충분히 두려운 일이다.  열등감은 차별, 경멸, 멸시의 탈을 쓰고 나타난다.

그녀, 프라이데이가 원하는 것은 '소속'이다. '소속한다'는 것에 훈훈하고 행복한 느낌을 받는 그녀.
어머니는 시험관이고, 아버지는 수술용 메스이기 때문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