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언니 - 언니들 앞에서라면 나는 마냥 철부지가 되어도 괜찮다 아무튼 시리즈 32
원도 지음 / 제철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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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에 '언니밖에 없네' 단편집을 읽었는데, 이번 달에는 '아무튼 언니'를 읽었다. 

읽다 보니 낯 익은 이야기에 작가 이름을 보니 '경찰관 속으로'의 완도 작가이다. 내용은 겹치면서도 겹치지 않는다. 

'경찰관 속으로'도 읽었는데, 이 책도 그렇고, 작가의 아우라가 강한 이야기이다. 


갑갑한.. 아니, 암울한 가족들에서 벗어나서 경찰이 되고, 자신이 만들어가는 가족들( 언니들) 의 이야기. 여기서 오빠면 정말 어울리지 않는다. 


초반에 이런 이야기 나온다. 저자의 오빠는 뇌병변 1급 영구 장애인인데, 


"자라면서 부모님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있다. "오빠 때문에 너를 낳았다." 그 말은 마치 '오빠의 간병을 시킬 목적으로 낳았다'처럼 들렸고, 또 그게 사실이었다. 실제로 엄마는 당시 오빠의 재활치료를 위해 다니던 재활원에서 임신 계획을 세웠다. 재활원에서 만난 같은 처지의 엄마들 사이에 '장애를 가진 아이만 바라보고 살기엔 너무 힘들다. 동생을 하나 만들자'는 의견이 모아졌는데, (..) 그렇게 태어난 나는 기계처럼 살았다. 오빠의 수발을 들라고 하면 들었고, 대소변을 치우라고 하면 치웠다. (..) 오빠와 다투기라도 하면 부모님은 오빠 덕분에 태어난 주제에 왜 대드냐고.." 


에세이는 저자에 대한 호감으로 읽는다고 하는데, 저자의 환경이 어땠든, 동생은 불편하고, 언니한테 징징거리고 싶어하는 저자는 난 좀 별로였다.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건 더 별로. 이모, 엄마의 언니와 엄마의 상황도 갑갑하고, 가족 중에 한 사람에게, 주로 딸, 장녀에게 고난 몰빵 하는 이야기 진짜 질색이다. 하지만, 글 잘 쓰니깐, 호불호 상관없이 이 저자의 책을 아마 계속 읽을 것 같다. 좋은 글들이 많다. 경찰이라는 본업이 있는 저자지만, 또 좋은 주제로 좋은 이야기 들고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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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 블랙 쇼맨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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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히가시노 게이고를 읽었다. 생각해보니, 20여년동안 이 작가의 책을 읽고 있다. 일본 미스터리는 한 때 국내 번역되는 모든 작품들을 다 찾아 읽을 정도로 열렬히 읽었었는데, 좋아해서 찾아 읽는 작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비교적 꾸준히 읽고 있는 작가가 히가시노 게이고 밖에 없다는 것이 놀랍지만, 왜인지 알 것 같다. 오래오래 많이많이 썼음. 잘 버티면서 일을 많이 함. 


500페이지 넘는 분량이지만, 책은 술술 읽힌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들 워낙 다작이다보니, 호불호 갈리지만, 늘 잘 읽혔다. 이 작품은 추리소설적 재미와 트릭은 그럭저럭이었지만, 이 소설의 배경과 묘사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코로나 시대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는데, 이전에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대를 쓴 새로운 이야기였다. 

2-3년 전에 이 소설을 읽었다면, SF 급이 아니었을까. 


결혼을 앞둔 마요는 동창회에 갈까 말까 고민하던 중, 아버지가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본가로 내려온다. 삼촌인 다케시는 유명한 마술사다. 마술사라는 것이 좀 사기 캐릭터 같긴하고, 개연성이나 매력이 있는 인물은 아니지만, 크게 거슬리지는 않는다. 아버지는 존경 받는 선생님이었고, 마요와 같은 학교 선생님이어서, 마요에게는 힘든 학창시절로 기억되고 있었다. 동창생 중의 한 명이 범인으로 좁혀진다. 


이 소설에서 마요의 절친이었던 모모코가 항공사에서 일했고, 남편은 레저쪽에서 일했으며, 모모코가 결혼하고도 일하고 싶어했지만, 아이를 낳고 출산휴가를 받게 되는데, 코로나가 터지고, 항공도 레저도 힘들어지며, 항공사는 망하고, 남편은 재택근무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집에서 가사 육아 독박인 모모코의 스트레스, 온라인 장례식 풍경. 코로나가 동창회를 참가하지 않고, 장례식에 못 오게 하는 그런 변명이 되어주고, 동창회가 열리는 레스토랑의 테이블에는 투명 막이 설치되어 있다. 관광이 주 수입이던 마을은 관광객이 떨어지며 문 닫는 곳이 많아지고, 진행되던 사업은 생각지도 못하게 중단된다. 


코로나에 대한 책들을 꽤 많이 읽었는데, 소설 속에서 잘 구현된, 작년부터 지금까지의 매일을 책 속의 일상으로 읽는다는 것이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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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6-10 13: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히가시노 게이고 책 내는 속도는 거의 기계같더라구요. 요새는 잘 안읽었는데 하이드님 리뷰 읽어보니 읽고싶은 생각이 듭니다 ^^

하이드 2021-06-10 13:57   좋아요 2 | URL
코로나 배경이 정말 실감나서 재미있게 읽었어요. 히가시노 게이고 정말 오래 많이 쓰는 작가. 많이 쓰다보니 별점 한 개에서 다섯개까지 다 있구요. ㅎ
 
모두와 친구가 되고 싶은 오로르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 2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안 스파르 그림,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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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가 오로르와 비밀방의 미스테리인데, 모두와 친구가 되고 싶은 오로르 괜찮은 걸까?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다 읽고 나니, 뭐, 나쁘지 않았다. 


근래 읽은 책 중에서 정말 예뻐서 읽는 내내 예쁘다 감탄한 책 정말 오랜만이다. 




저 끈이 진한 초록색이라 너무 예쁘다. 

조안 스파르의 그림도 너무 좋고, 더글라스 케네디의 글도 당연히 좋고, 조동섭의 번역도 좋은데, 

책도 정말 예쁘다. 완벽해.  2권이 나왔을 때, 1,2권 한꺼번에 샀고, 2권부터 읽었다. 

자폐아인 오로르의 이름은 별에서 따 온 이름이다. 한 챕터마다 별이 나오는데, 안의 색지랑 별이랑 보면서 계속 감탄. 



소리내서 말하지 못하는 대신에 태블릿을 가지고 다니면서 말하는 것만큼 빨리 글을 쓴다. 긍정적이고, 용감하고, 독립심이 강하며, "모두와 친구가 되고 싶어" 한다. 오로르의 비밀은 사람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것이고, 이 능력을 이용해 경찰을 도와 사건을 해결한다. 또 하나의 비밀은 참깨 세상이다. 오로르는 마음 먹으면 '참깨' 라고 속으로 외치고, 참깨 세상으로 가서 친구인 오브를 만날 수 있다. 고민거리가 생겼을 때, 오브를 만나 같이 고민하고, 오로르가 사는 세상, ('힘든 세상' 이라고 한다.) 힘든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완벽하지 않지만, 책임감 있는 어른들, 나쁜 어른들, 좋은 어른들이 나온다. 엄마 아빠, 선생님, 형사까지 좋은 어른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서 좋았다. 


오로르는 멜빌 형사와 파트너가 되는데, 멜빌 형사의 별명은 '교수님'이었다. 사건을 살펴보지 않을 때면 항상 책 속에 묻혀 있기 때문이다. 


"아, 네가 그 유명한 오로르구나. 너도 책 좋아하지?" 

"네, 정말 좋아해요. 조지안느 선생님 덕분에 요즘은 태블릿이 아니라 종이로 된 책을 읽고 있어요." 

"좋은 선생님이시네! 누구나 항상 책을 가까이해야 해. 전자책을 읽는 것도 괜찮지만 종이에 인쇄된 글을 읽는 건 또 달라. 종이책은 아름답기도 해. 나는 그때그때 읽고 있는 책을 항상 가지고 다녀. 다 읽은 책들은 내 아파트 책장에 꽂아 두는데, 책장을 보면 흐뭇해. 언제라도 책을 다시 꺼내 볼 수 있는 나만의 도서관이 있으니까. 그리고 책을 하나하나 보면, 그걸 읽을 때 내가 어떤 상황이었는지 떠올릴 수 있어." 


오로르 책은 정말 아름답고, 책장을 보면 흐뭇해요. 네, 네.  


학교에 들어가 괴롭히는 아이들 때문에 슬퍼지기도 하고, 선생님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오로르는 혼자 힘으로 맞서보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좋은 어른들은 그런 오로르를 지켜봐주고, 기다려 준다. 지금 같이 읽고 있는 레모니 스니켓에 나오는 어른들이 다 악당이거나, 아이들을 믿지 않는 무력하고, 답답한 어른들이어서 읽는내내 답답했는데, 생각해보면, 후자가 더 현실에 가깝지 않나 싶다.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맞서거나, 어른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 조금씩 성장한다. 바로 드는 생각은, 하지만, 좋은 어른들도 있어. 그러니, 힘든 아이들은 버텨보는 것도, 좋은 어른들의 도움을 받는 것도 다 해볼 수 있어. 그러니, 포기하지만 마. 어른이 될 때까지, 힘껏 자라라고 말해주고 싶다. 어른에게 폭행을 당하고, 어른에게 도움을 받지 못하고, 친구와 죽음을 택한 중학생 아이들에 대한 기사가 요즘 계속 생각나서 말이다.  


괴롭히던 아이들의 대장과 친구가 되고, 의붓 어머니를 죽였다는 누명을 쓴 델핀의 사건을 돕는 오로르. 

 

자폐로 말을 하지 못하고, 태블릿에 글을 써서 소통하는 아이 오로르가 사람 마음을 읽을 줄 아는 것은 강력한 힘임에 분명하지만,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고, 사람을 좋아하며, 타인의 말을 잘 경청하고, 빨리 배우는 것이 오로르가 가지고 있는 더욱 강력한 힘일 것이다. 더글러스 케네디가 아이가 주인공인 이 시리즈를 계속 내주는건 좀 잘 안 어울리긴 하지만, 계속 나와줬으면 좋겠다. 


" 엄마는 화제를 바꿔서 식탁을 차리라고 했다. 나이프와 포크와 냅킨을 놓으면서 멜빌 형사에게 배운 단어가 떠올랐다. '양면적'. 흑과 백으로 딱 나눌 수 있는 일은 세상에 없다. 회색인 일이 정말 많다. 그래서 힘든 세상은 힘들지만 재미있다. 정답이 없는 회색에서 살아가니까. 정답은 없고, 더 많은 의문만 있으니까. 엄마말처럼, 실망스럽거나 나쁜 일을 겪을 때에도 희망을 잃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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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말들 - 사랑도 혐오도 아닌 몸 이야기 아르테 S 5
강혜영 외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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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진의 해제가 굉장히 좋고, 여성들이 몸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들을 하는 콘셉트가 좋다. 다양한 이야기라고 적긴 했지만, 한 두가지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타인의 몸을 평가하고, 그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회 분위기에 억압 당하며 살아와서, 그걸 떨쳐내려는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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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21-05-30 1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워바디의 ‘젊은 여자의 나이 든 남자와 자고 싶은 섹스 판타지‘ 이야기는 어떻게 포장하려고 해도, 우엑임.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 잊지 않으려고 시작한 매일의 습관, 자기만의 방
김신지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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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5년 다이어리를 장만했다는 글을 보고, 지난 5개월간 멈춤 상태인 내 5년 다이어리를 보며, 살까 말까 망설이던 이 책을 사봤다. 얼마전에 읽었던 신미경의 <나를 바꾼 기록생활>이 좋았어서, 기록에 관한 책 더 읽어보고 싶기도 했고.

나에게는 신미경 작가의 책이 더 잘 맞았다. <나를 바꾼 기록생활>은 기록함으로써 기록 덜하게 되는, 삶의 에너지와 시간을 아끼는 저자의 가치관이 드러난 책이었고, 그 기록이 생활, 정리정돈, 돈 등으로 나에게 더 와닿았다.

김신지 작가의 책은 리뷰에 쓴 제목처럼 ‘기록을 위한 기록’으로 느껴졌다. 좀 더 감성적이고, 기록으로 힐링하는 책이다. 저자가 매일 하루 뭐라도 줍자. 그 날의 ㅎ(행복)을 기록하는데, 나 역시 책을 읽을 때 뭐라도 건지자. 좋은 문장이나 아이디어, 생각거리 주면 좋은 독서라고 생각하고, 이 책이 전체적으로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이 책을 읽고, ‘5년 다이어리’ ‘다시’ 꺼내서 쓰기 시작했고, 인스타에 독서기록 계정을 만들었다. ( @readabook831 )

책표지 상단 왼쪽에 *기록 연습* 이라고 되어 있다. 기록 연습장인가. 개인적으로 책에 빈 페이지, 연습 페이지 있는 거 좋아하지 않는다. 페이지 수가 적은 건 괜찮지만, 종이 꺼내서 원하는 만큼 적으면 되는데, 굳이, 책의 정해진 분량에 적어야 하나. 자리만 차지하고. 기록에 대한 ‘책’이 아니라 기록’연습’ 에 대한 책이라서 연습 페이지 (줄만 그려져 있는 빈칸) 가 많은 건가. 싶기도 하다.

저자의 각종 기록들을 보는 것은 재미 있고, 저자에게 의미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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