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Mr. Know 세계문학 45
안톤 파블로비치 체홉 지음, 오종우 옮김 / 열린책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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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당신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을 읽고 나니 다른 사람의 작품은 모두 펜이 아닌 막대기로 쓴 것처럼 여겨집니다.'      -막심 고리끼-

다른 사람의 작품이 펜이 아닌 막대기로 쓴 것처럼 여겨지게 만드는 소설을 쓰는 체호프.
체호프 서거 100주년을 기념해 쏟아져 나온 체호프.의 책들 중 열린책들에서 나온 작은 페이퍼백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과 '벚꽃 동산'은 그 오래된듯 세련된 책의 모양이 아니더라도 단연 돋보인다.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에서는 그 유명한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을 비롯한 체호프의 가장 유명한 단편들인 '어느 관리의 죽음', '굽은 거울', '애수', '검은 수사' , '농부들' 등을 볼 수 있고, '벚꽃 동산'은 내가 아직 접해보지 못한 체호프의 희곡들을 모은 책이다.

민음사의 체호프 단편을 읽었다면,
'관리의 죽음'과 '굽은 거울' 이 겹침을 알 수 있다. 각각 세 네장정도의, 그러나 그 짧은 글 안에 인간의 희노애락, 삶의 기승전결을 압축해서 담고 있는 아무리 칭찬해도 부족한 훌륭한 단편들이다.

현대문학의 초석을 놓은 작가, 단편소설의 아버지.등의 대단한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체호프 그 자신은 아이러니칼하게도 먹고살고자 글을 쓰기 시작했다.  '관리의 죽음', '마스크', '실패', '쉿', '하찮은 것'  '자고 싶다' 와 같은 두-세장 정도의 짧은 단편들은 강렬하다, 삶의 아이러니를 어찌보면 희극적이고 어이없을 정도의 사건과 결말로 묘사해 놓았다.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모르는 드라마틱한 현실. 우리는 안다. 그 어떤 판타지보다 더 판타스틱한 일상.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들은 '어느 여인의 이야기'  '농담' ,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같은 단편들인데,
전세기의 작품을 통틀어 남녀의 사랑에 관한 가장 솔직한 이야기들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 솔직함을 만났을때의 그 충격은 예상을 뛰어넘는다. 두-세장의 짧은 단편을 시간과 장소를 뛰어넘어 독자의 가슴에 진하게 자욱 남기는 체호프. 되새기지 않을 수 없고, 되새길수록 더욱 더 이야기의 자욱은 진해진다. ( 아, 이런거 좋지 않나?)

'6호병동', '검은 수사', 문학교사', '농부들' 같은 조금 긴 단편, 혹은 중편들은 잘 짜여진 심리드라마이다.
가벼운 소설들만 읽던 요즈음 그 소설들에 튠을 맞추기에는 조금 시간이 필요했지만, 한번 빨려들어가면, 그 글들에서 놓여나기는 쉽지 않다.

'당신네 중학교에서 시체드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걸 난 압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죠. 한번 말씀해보세요. 뿌쉬낀이 심리학자인가요?'
'그럼 심리학자가 아니란 말인가요? 그렇다면 내가 예를 들어 보지요.'
니끼찐은 '오네긴'과 '보리스 고두노프'의 몇 구절을 낭송했다.
'거기엔 심리학이 전혀 없는데요.'바랴가 크게 숨을 내쉬었다. '인간 마음의 굴곡을 묘사하는 사람을 심리학자라 부르는데, 그건 훌륭한 시일뿐 그밖의 다른 건 없잖아요.'
'당신이 말하는 심리학이 무엇인지 알겠습니다!' 니끼찐이 화를 냈다.
'당신은 누군가 무딘 톱으로 내 손가락을 자르고 내가 목청껏 비명을 지르기를 바라는 거죠. 당신이 생각하기엔 그것이 심리학일 테니까요'
'진부하네요! 어쨌든 당신은 나에게 뿌쉬낀이 왜 심리학자인지 증명하지 못했어요'

도트토예프스키, 체호프. (그리고 뿌쉬낀도 물론!) 인간 심리의 대가이다.
러시아 작가들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보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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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09-24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바구니로 갑니다. 추천도^^

2006-09-24 1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06-09-24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원서 발음에 가깝게 표기해놓았더라구요. 보드까~ 그리고 모스코바 사람을 말하는 모스꼬비치.란 말도 메모해놓았어요. ^^ 님도 좋은 주말되세요!
배혜경님/ 문득 체호프를 꺼내들면 항상 어마어마하게 감탄해버리고 맙니다. 그렇게 또 잊고 살다가, 또 꺼내들고 또 감탄,

Mephistopheles 2006-09-24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톤 체호프의 책이 그의 서거 100주년을 기념하여 쏟아져 나오나 보군요..
사실 전 그가 죽은지 100년이나 지났은지도 몰랐지만 하이드님 리뷰 덕분에
알게 되고 이 책도 보관함으로 들어가게 되버렸군요...

하이드 2006-09-24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쏟아져나왔던건 사실 작년인가 제작년 겨울.이었을꺼에요, 아마도 ^^ 묵혀놓았던 책을 이제야 읽었지요.

하루(春) 2006-09-24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이 도발적인 글. 찜할게요.

2006-09-24 16: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06-09-24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판매 실적에 지대한 공을 세우고 계십니다. ^^

marine 2006-09-25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이렇게 재밌는 책이군요 언젠가 차우차우님의 서재에서도 극찬했던 글을 읽은 기억이 나요 그래서 체호프만 보면 하이드님이나 그 분 생각이 난답니다^^

하이드 2006-09-25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리끼의 평이 압권이지요 ^^

사마천 2006-10-05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홉 다른 작품들도 걸작이 많죠. 저는 중간 이층이 있는 집에 사연이 있어요 ^^;
 

오쿠다 히데오 지음, 임희선 옮김 / 북스토리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다섯개의 단편이 들어있다. 책의 타이틀인 '걸'은 띠동갑, 히로, 걸, 아파트, 워킹맘, 책 속의 다섯개 단편중 하나의 제목이다. '히로'를 제외하고는 어느정도 짐작이 가는 적나라한 제목들이고, 그 짐작이 맞다.

책을 읽으면서 나만큼 책과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나 모르겠다. 주로, '투덜'과 '열광'을 오가는데, 이 책은 주로 '투덜'모드였다. 일단, 난 남자 작가가 쓴 여자주인공 이야기.에는 굉장히 짠편이다. 작가의 성별을 따지지 않지만, 남자작가가 어설프게 혹은 환상에 젖어 미화하거나 일반화한 이야기들에 심하게 투덜거린다. '이걸 정말 남자가 썼어?! 믿을 수 없어' 작가에는 넘버원여탐정 에이전시 시리즈의 알렉산더 매콜 스미스가 있고, '여자에 대해 개뿔도 모르는게' 작가에는 (미안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가 있다. 그렇다면 제대로 여자 이야기.인 단편집 '걸'의 오쿠다 히데오는?

오쿠다 히데오. 나사 몇십개 빠진듯한 정신과 의사 이라부박사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공중 그네'와 '인더풀'은 기대 이상이었다. 낄낄깔깔 거리는 와중에 왠지 치유되는 듯한 무겁지만 동시에 가볍고, 그렇지만 역시 가볍지 않고, 마지막 장에서는 후련했던 이야기들. 살짝 역겨울랑말랑 하는 섹시블랙코미디 '라라피포'  그리고나서 '걸'

걸. 표지부터 홀딱홀딱 깬다.
왠만해선 남의눈치 안 보지만, 지하철에서 보기 쪽팔리는 표지다! (뭐, 원서 표지도 만만치 않다는데 위안을 삼는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기본적으로 근무년수 10년정도의 직장인.들이다. 삼십대 초반에서 중반으로 넘어가는 나이대의 싱글녀들!('히로' 빼고) 첫번째 단편 '띠동갑' 에서 고사카 요코는 10년차 이상의 사원이 신입사원의 개인지도를 맡아 하는 '지도사원제' 로 회사가 들썩할 정도의 초킹카 와다 신타로를 맡게 된다. .. 그렇다고 이야기가 '아네고'처럼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 오쿠다 히데오가 아니게.
오래 굶은 그녀 앞에 나타난 깨물어주고 싶은 띠동갑 후배에게 연정을 느끼고,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요코. 신타로 옆에 바글거리는 여러종류의 여자들(날라리, 내숭, 왠지모르게 남자에게 인기가 많은) 의 묘사와 '내마음 나도 몰라 콩깍지' 의 여주인공의 심리묘사가 제법 그럴듯하다.
 
두번째 단편 '히로' 왠지 귀여운 강아지 이름같은 히로는 30대의 나이에 관리자로 승진한 다케다 세이코의 동갑내기 남편이다. 월급도 세이코보다 적고, 직급도 낮고, 마음만은 편한 남편. 오디오 회사에 다니는 오디오광이다. 여자 상사.로서 나이많은 남자직원을 만나 갈등을 겪는 이야기. 오쿠다 히데오의 이야기들은 사실은 착하다. 혹은 여자 특유의 감수성과 융통성으로 현실을 끊임없이 포용( 혹은 합리화, 혹은 체념) 하는 것인가? 아무튼, 긍정적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 노력하다가 폭발. 꽝!  '왜 남자가 화내면 벼락 쳤다고 하고, 여자가 화내면 히스테리 부린다고 해?' 
세번째 단편 '걸' 광고회사( 여기나 거기나 광고회사는 선망의 직업, 왠지 멋진 사람들이 일할 것 같은 일터인가보다) 다니는 유키코 이야기. 미워할 수 없는 '걸'타입의, 그러나 일은 딱부러지게 잘하는, 그러나 나이는 삼십대 후반이어버리는 오미츠. 를 보며 지나가버린 젊음과 그로 인해 공짜로 들어왔던 모든 것에 대한 강한 아쉬움, 불안, 등등에 관한 이야기. 클라이언트쪽의 제 나이에 맞는 복장의 점잖은 여자 히로코.가 대조적인 커리어우먼 스타일로 나온다. '신디로퍼도 그런 노래 불렀잖아요. Girl just wanna have fun' 이라고'  주인공도 자신을 한심하게 여기지만, 읽는 나도 한심하다고 여기지만, 모든 여자에게는 그 안에 '걸girl'있다. 작은 부분일지라도.
 
네번째 단편 '아파트' 잘나가는 보험회사 홍보부의 거리낄것 없이 대찬 유카리 이야기.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독신여성들이 '아파트' 사는 것이 붐이다. '아파트'를 사면 왠지 '독신'을 선언하는 것만 같아서 망설이는 여자들. 내 주변.에는 없지만, 역시 충분히 공감이 가는 이야기이다. 유카리.가 아파트를 사기로 결정,결심,집착하고나서 갑자기 안대차지고, 눈치보게되고, 회사에 붙어 있기 위해 평소에 흉보던 남자직원처럼 물렁거리게 되며, 가족과 아파트 대출금을 짊어진 남자직원들을 다시 보게 된다. 아파트냐, 자존심이냐, 그녀의 최종 선택은? '아파트 구입을 생각하면 무엇보다 확보해야 할 것이 현재의 안정된 지위와 수입이었다. 앞으로는 '언제든 때려치우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통하지 않는다. 이번에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자기가 겁 없이 지낼 수 있었던 이유는 잃을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먹여살려야 할 가족도 주택융자도 없는 속편한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워킹맘'
말그대로 일하는 엄마. 근데 초등학교 1학년을 둔 이 엄마 이혼녀다. '독신이죠.' 다카코는 턱을 앞으로 살짝 내밀었다. '하지만 이혼녀에요. 그리고 애엄마고요. 이상해요?' '아,아니, 그런게 아니라....' 남자들이 순식간에 기가 죽으면서 눈을 내리깔았다.  아기를 나으면서 10년영업맨 생활에서 총무부.로 갔다가 다시 영업부로 복귀해서 열정적으로 일하고자 한다. 나 이이야기가 왜이리 와닿는건지;; 일본에서 부모가 일하는 경우 아이를 봐주는 '도우미 아줌마' 그리고 지역자치회에서 하는 클럽활동.등이 우리나라보다는 많이 발달해있음을 볼 수있었다. 처음부터 솔직하게 터놓고 직원들에게 이야기하는 다카코. 다카코와 부딪히는 판매부쪽에는 해외에서 돌아온 같은해 입사의 싱글녀.가 있다. 그녀와 그녀의 이야기. 역시 재미있다.  
 
공중그네의 각장 마지막에 느꼈던 후련함과 여기나 거기나 마찬가지다 싶은 여자들에게 갑갑한 상황( 그러나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은 착하니깐 항상 우군도 함께 등장해준다. 그러니깐 픽션이지. 논픽션이 아니라)
해피앤딩에 사실은 다 착한놈. 뭐 이런 설정이긴 하지만, 그 재미에 감정이입할수록 해피엔딩에는 질리지 않는다.

그리고, 애초에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에서 염세나 한낮의 우울이나 뭐 그런걸 기대하고 읽는건 아니잖아?
으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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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hand 2006-09-22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표지에 그려진 수염은 직접 그리신 건가요? 아니 이런, 하이드 님에게서 "마사루"의 포쓰가!

하이드 2006-09-22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을 수가 없었어요. ^^; 수염이 있으면 멋질 것 같았거든요. 훨 멋지죠?

바람돌이 2006-09-22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오쿠다 히데오에 완전히 필 꽂혀 있는데.... 이 책도 지금 보관함을 펼칠때마다 손가락이 달달달 한다죠.....
저는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도 무진장 재밌던데요. ^^

하이드 2006-09-22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로 잽싸게 사놓긴 했는데, 안즉 못 읽었어요. ^^ 기대중입니다.
이 책, 남자들이 읽으면 어떤 리뷰나올까 무지 궁금해요( 물론, 여자들의 리뷰도.하하하)

moonnight 2006-09-22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저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오늘 막 읽었는데 하이드님의 리뷰가 올라와서 반가와하고 있던 중. 그나저나 수염 정말 멋지게 잘 어울리네요. ^^

하늘바람 2006-09-22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원서 표지도 만만치 않네요
저도 오쿠다히데오에 필 꽃히고 있는데
 
파리에 간 고양이
피터 게더스 지음, 조동섭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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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를 보지 않고, 피버피치.를 이해할 수 있고, 야구를 몰라도 삼미수퍼스타즈 팬클럽을 볼 수 있다면, 그러나, 애완동물을 키워보지 않고, 이 노튼 시리즈.를 이해할 수 있을까? 아, 몰라몰라, 이해 못할꺼다.
반대로, 애완동물 애정 가지고 주변에서 미칬군. 소리 들을정도로 키워 본 사람( 나같은 사람)은 무조건 별 다섯개. 나쁜건덕지를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는게다.

지은이의 노튼사랑.이 별나긴 하다. 여행이 잦은 그가 노튼을 데리고 다니느라 갖은고생 했다는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노튼아빠인 저자에 의하면, 노튼은 너무나 얌전하고 착하고 똑똑하고 영리하고, 귀염받기 위해 태어났고, 등등등 이기에 데리고 다닐만 하다. )

미국에 두달여 장기출장 가 있으면서, 단 하나 한국에 돌아오고 싶은 이유는 오직 '레오' 나의 멍청한 시츄때문이었다. (물론, 가족도,친구도, 어서 오라.고 하는 사람 하나 없었기도 했지만;;)

고양이 아빠인 지은이는 고양이 키우는 종족들이 늘 그렇듯이 '멍청한 개' 이야기를 종종 하지만,
개어멈인 나는 이 멍청하고, 충직하고, 맹목적이고, 사랑스런 피조물.을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나. 자신보다 더욱 더 사랑한다.

껑충껑충 뛰며 나를 반겨주는 모습도. 부를 때는 100% 안 와도, 잠자리에 들거나 어딘가 자리를 잡으면, 내 옆에 꼭 붙어 자리잡는 이 귀여운 피조물을.

부르면 안 와도,
부를때 쳐다봐주는것만도 감지덕지한 기분.
별 노력 안해도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포즈.를 취할 수 있고, 매번 그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기록을 갱신하는 이 네발달린 큰 동그란 두 눈의 꼬리 살랑살랑 시추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가.

저자는 일을 하면서도, 연애를 하면서도, 자나깨나 노튼 생각이다.
이 책은 뭐랄까, 중독자.들을 위한 책이다.
그러니, 내용. 같은건 말할 필요도 없다.
그저, 이 세상에 나와 같은 환희를 겪는 인간이 여기 또 있구나 할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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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9-19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노튼이 프로방스에 떠난 이야기를 읽었는데 '프로방스로 떠난 낭만 고양이'라는 방정맞은 제목에(원제는 그게 아니었어요!), 지극스런 사랑이 나와있더군요. 물고기와 파충류(올챙이)를 길러본 적은 있습니다만 이해가 가기도 하고 않기도 했어요. 그나저나 다들 이 책이 프로방스편보다 좋다고들 하던데 궁금합니다. 게다가 저는 권윤주의 표지가 참 좋아서요.

marine 2006-09-23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꼭 읽어 봐야겠군요 저도 세 살짜리 요크셔테리어를 키우는데 정말 이뻐서 미쳐버리겠어요 맨날 물고 빨고 한답니다^^
 
메콩의 슬픈 그림자 인도차이나 - 유재현의 역사문화기행
유재현 지음 / 창비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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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현의 '메콩의 슬픈 그림자, 인도차이나'
캄보디아에 가며 오며 읽은 책이다. 처음 캄보디아부터 읽기 시작해서 라오스, 그리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돌아오는 길에 베트남을 읽은 것은 책의 순서에는 역행했지만, 여행의 순서에는 일치해서 나름 의미가 있었다.

접해보지 않은 작가의 책. 특히나 여행기를 선뜻 사기는 쉽지 않다.
쿠바 포토에세이'느린 희망'을 읽고, 저자의 글과 사진과 세계관에 감탄하고,
고민없이 여행지에 들고갈 추리고 추린 리스트에 넣을 수 있었다.

결론은? 굳이 여행지에 들고갈 리스트에 추리고 추릴 필요 없었다는거. 이 책은 캄보디아.여행을 위한 리스트.를 넘어서 한번쯤 읽어봐야 할 책이다.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주로 회사 다니면서 혼자 하는 여행들인지라, 힘들거나 위험하거나 한 여행은 내키지 않는 편이다.
요즘 난무하는 그 많은 여행.기들은 주로 나와 같은 여행객들( 회사 다니는거 빼고) 이 쓴 책들이 많다. 편하게 편하게 예쁜 사진 찍으며, 그 지역 관광객이라면 누구라도 들을법한 이야기들 주억거리며, 누구라도 블로그에 올릴법한 글과 사진들. 그들과 독자의 차이점이라고는 비행기표 살 돈과 시간 뿐이라는거.

세계관.이 들어 있는 여행기를 만나기는 하늘에 별따기.
사색과 유머가 연민이 있는 여행기를 만나기는 하늘에 별따기.

나는 이 책을 읽고 '심봤다!' 를 외쳤다.

우선 이 책의 필요성. 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소위 인도차이나.로 불리우는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에 대한 무지. 이다. ( 나만 그랬나?) 역사.에 밝지는 않지만, 서양사나 중국사, 일본사..까지는 몰라도, 라오스,베트남, 캄보디아.에 대한 역사는 현대의 가장 시끄러운 격전지가 되었던 그 곳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는 것이 제로였다. 제로. 베트남에 대한 베트남 전쟁 영화나 소설.이 내가 가진 지식(그것도 지식이라고 할 수 있다면, 차라리 선입견이라고 불러야 할게다) 의 전부였다. 인도차이나의 역사.를 알기 위해 이 책을 보는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엄청 백지 상태인 그네나라에 대한 윤곽을 그려주었고, 엄청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녹녹치 않은 길을 여행하면서, 유재현의 눈으로 보는 인도차이나.는 그러나 슬프지 않다.
동정보다는 연민. 연민보다는 애정. 어린 눈으로 보는 것은 그네 나라들의 미래.이다.
힘든 여정.에 불평하지 않고, 유머로 승화시키는건 내가 여행기를 볼 때 가장 최고로 쳐주는 미덕이다.
하루키의 '우천염천'(그리스,터키여행기)을 읽고 참 담담하고 엄살 없다. 라고 했다.

유재현.은 유머에선 하루키 못지 않지만, 담담하지많은 않다. 때로는 감상적이기도 하고, 때로는 연민과 희망이 도를 지나친다.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없고 지루한 부분은 단 한 부분도 없고, 그의 유머.는 읽고 또 읽어도 재미있으며, 내가 모르던 세상. 에 대한 앎은 두번, 세번 읽어도 늘 새롭다.

'느린 희망' 이 여백 있는 여행기.였다면,
이 책 '메콩의 슬픈 그림자, 인도차이나'는 유재현.이란 사람을 조금 더 많이 내보이는
참 맘에 드는 책이다.

작가가 1990년대 말부터 관심을 가지게 된 인도차이나. 몇차례 방문에 그친 소회.가 아니라, 5년여를 틈나는데로 구석구석 방문하고, 캄보디아에는 반년쯤 눌러앉기도 했었다. 그런 작가가 쓴 글.이다.
겸손하고 인정많은 여행가. 6일인가 7일 방문하고, 잘난체만 국보인 모교수와는 정말 극과 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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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9-18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지고 다니면서 지하철에서 읽었는데 저도 이 책에서 얻은게 많아요. 권말에 참고문헌도 넣어주었으면 좋았을건데...다른책들보면 베트남에 대한 원죄의식만 있는데 이 책은 베트남의 패권주의도 함께 비판해서 균형감 있습니다.저자의 <달콤한 열매>는 모르는 과일들을 알게됐지만 잡문이 많아서 밀도가 떨어셔저 약간 아쉬었어요. 인도차이나는 60일을 봐야 한다죠..

바람돌이 2006-09-18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참 좋아하는 책이예요. 자신이 쓰고자 하는 지역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글이란 느낌이 들었어요. 느린희망도 보고싶은데 아직 안봤네요. 곧 봐야죠. ㅎㅎㅎ

하루(春) 2006-09-18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에 넣어두고 다음에 기회가 되면 이 책 들고 가야 겠어요. ^^
 
마왕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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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두껍고 진도 안나가는 책을 잡고 있다가, 가벼운 책을 읽어볼까 집은 것이 이사카 코타로의 '마왕'이었다. '칠드런', '사신치바'에 이어 세번째로 읽는 그의 작품이다.

설마설마 하다가 책이 끝나버렸다.
책 뒷표지의 '초능력을 가진 형제와 파시스트 정치가의 어이없고 진지한 대결?! 록밴드 공연에서, 축구 국가대표전에서 느끼는 이상한 공포의 정체는 무억인가.' 라는 가볍고, 통통튀는 선전문구는 ..... 정말이지 이 책하고 거리가 멀다.

안도와 신야 두 형제의 이야기이다.
안도는 30보 거리 안에서 다른 사람에게 의도하는 말을 하게 할 수 있고, 신야는 1/10 확률은 무적으로 맞춘다. 그것이 이 두 형제의 초능력이다.

미래당의 이누카이.라는 정치인이 등장한다.
쓴소리 해가며, 국민들을 선동한다.
그 이누카이를 바라보며 바글바글 끓는 주변 사람들에 대해 '안도'는 공포를 느낀다.
이누카이는 여러가지 점에서 무솔리니와 비교되어 나온다.

일본의 헌법9조에 대한 이야기. 반미 이야기, 냄비근성의 일본국민 이야기(우리나라만 그런줄 알았더니), 대중들의 심리와 그것을 이용하는 교활한 정치인 이야기들.
어떤 사건이 일어나 그것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일어나는 일들을 주인공들이 관찰하고 평하는 이야기이다. 쉽고 재미있는 주제도 아니지만, 그걸 이야기하는 방식은 지루하고, 중간중간 나오는 환상/꿈은 뜬금없다.

* 사신 치바를 먼저 읽고 읽으면, 이 책에서 유일하게 유쾌하고 미소지을 수 있는 장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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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2006-09-17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사카 고타로는 영 취향이아닌것같아요.
뭘 말하고자하는지 잘 모르겠어요.=_=;

상복의랑데뷰 2006-09-19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꺼번에 책이 나와서 오히려 이미지를 망친 케이스인것 같아요...

하이드 2006-09-18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력삐에로 남았어요. 과연, 그에 대한 제 판단이 네권째.는 바뀔까 싶어요.

DJ뽀스 2006-09-22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력삐에로 뭐...괜찮았던거 같아요. 러시라이프도 왠지 산만해서...구로자와란 매력적인 인물만 기억에 남더라구요. 처음 읽었던 칠드런이 뭔가 빈틈이 많긴했지만 젤 상큼했던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