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만담 - 책에 미친 한 남자의 요절복통 일상 이야기
박균호 지음 / 북바이북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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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책이다. 저자와 같은 말발을 언제 봤나 싶을 정도로, 리뷰에 보면 '맛깔나는 글' 이란 말이 나오는데, 말대로 맛깔나는 글을 쓰며 일상 이야기를 풀어낸다. '독서', '책'에 관한 '책'이라고 하기에는 좀 부족한데, 저자의 일상이 '책'과 엄청 밀접하기에, 일상만담이 독서만담이 된 경우가 아닌가 싶다. 헌책계의 큰손인 저자의 희귀 헌책 구입에 대한 이야기들 재미있었다. 500원짜리 희귀본 이야기는 읽다 말고 애인에게 이랬대, 저랬대 얘기해주면서 웃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책이야기로는 좀 아쉬웠던 것은 저자가 추천하는 책들만 보면 시계를 십년- 이십년쯤 거꾸로 돌려야 할 것 같아서이다. 여자 문제에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화성에서 온 여자, 금성에서 온 남자> 권하는 식. 뒤로 갈수록 일상 이야기에 그것과 관련된 책 이야기 추천인데, 일상 이야기가 재미있었던 만큼 책 이야기는 지루했다. 


저자의 글이 재미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대한 평이 박한 것은 '독서만담' 에 기대하는 책이야기가 기대에 못 미쳤던 부분, 그리고, 경상도 출신의 50대 저자가 '평범하게' 경상도 출신 50대 남자 저자였던 점. 예전에 좋아했던 작가들 책도 지금 읽으면 신경 쓰이는데, 요즘 나온 책이 이렇게 가부장적이면 읽다가 신경 안 쓰일 수가 없(는데, 남들은 신경 안 쓰이나 봄)다. 


남자는 어떻고, 여자는 어떻다. 라는 이야기들, 아내와 딸에게 늘 지는 공처가인 것 처럼 보이지만, 요즘 남자의 서열이 '집에서 키우는 애완동물보다 아래' 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그게 그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아내와 맞벌이인데, 아내가 밥차려주지 않으면 굶고, 자존심 세우며 김밥천국 가는 것도 한없이 갑갑하다. 집에서 야구 보며 딩굴고 있으면 아내가 뒤늦게 퇴근해 장 보러 가고, 밥 차리는 그런거. 


어떤 이야기를 해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저자가 그런 타입인 것 같다. 

추천하는 책들로 컨텐츠를 만들고 싶다면, 그 책들이 좀 많이 업데이트 되었으면 좋겠다.  

아내에게 기죽고 못 살고, 밥 못 차렴 먹는 이야기는 요즘 어떻게 이야기해도 재미있을 수 없으니, 책이든 뭐든 다른 재미있는 일상 이야기라면, 다음 책은 기꺼이 구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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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지상주의는 무의식까지 너무 깊이 뿌리내린 데다 관련 산업의 발달로 쉽게 변화시킬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차라리 사회주의 혁명이 더 쉬울 것이다. 성형수술 세계 1위 한국사회에서 외모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가장 심각한 정치학이다. 


본인이 신경 쓰지 않는다 해도, 타인과 사회가 신경 '써준다'. 페미니스트도 예외는 아니다. 


'날씬해도' 자기 몸에 만족하는 여성은 드물다. 문제는 '살찜' 여부가 아니라 이 물 셀 틈 없는 완벽한 외모 통제 사회에서 여성 스스로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이다. 나는 이 책의 주제가 "외모지상주의 극복"이라기보다는 저자의 삶에 대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살쪄도 건강하기만 하면 돼", "외모는 중요치 않아. 실력이나 품성을 갖춰야 해..." 이런 말은 사기다. 진실도 사실도 아니다. 삶의 체현embodiment 으로서 외모는 중요하다. '관상'이 그것이다. 관상은 과학이다. 삶의 흔적은 몸으로 드러난다. '미'에 대한 강박을 비판한다고 해서 '추함'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외모지상주의를 극복하는 방식은 미추의 기준을 다양화, 비본질화, 유동화하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내 몸이 나 자신이라는 근본적인 인식론의 전환이 필요하다. 나를 포함하여 자신에게 온갖 불만이 있는 이들이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자신을 긍정하기 위해서다.  


맨 앞에 나온 추천사 잘 안 읽는데, 정희진의 추천사라서 잘 읽었다. 위의 인용은 정희진 추천사 중에 

나온 말들이다.




" 본인이 신경 쓰지 않는다 해도, 타인과 사회가 신경 '써준다' " 나는 이십대때 비해 훨씬 살쪘지만, 그때에 비해 몸에 신경 쓰지 않는다. 혹은 않는 척 하고 잘 살아왔다. 내 몸에 대해 이야기할만큼 무례하고 무딘 자는 내 주변에 엄마와 아빠밖에 없었다. 엄마의 인신공격성 발언에는 같은 인신공격성 발언으로 대꾸했지만, 내 맘에는 차곡차곡 남고, 엄마는 개뿔 신경도 안 쓰는 것 같아서 손해이고, 화난다. 아빠의 발언은 무시하고, 지금은 다른 여러가지 이유를 더해서 잘라냈다. 


여튼, 가족으로부터의 무시에 대해서는 열받긴 했지만, 맘에 남거나, 앞으로 어떻게 해야겠다. 하는 마음 들지 않았는데, 애인의 말 한두마디는 계속 생각하게 된다. 초창기에 한 번 그랬고, 얼마전에 또 그런 일이 있었다. 애인도 나도 과거에 여성혐오했고, 지금도 계속 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고쳐나가고자 하고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페미니스트다. 


애인의 발언은 본인은 좋은 뜻이 었다고 하는데, 받아들이는 내가 그렇게 받아들이지를 못하겠다. 연애 전의 내가 지금의 "예뻐지겠어. 예뻐져서 사랑받아야지" 하는 나를 본다면, 어이구, 한심한 년. 했을꺼다. 사실 지금의 나도.. 

이 책을 읽고, 도저히 끌어 올릴 수 없는 나의 자존감 한 부분이라도 올라와서 '당당한 페미니스트' 가 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20대 초반까지 아주 마른 몸매였다. 30대 초반까지도 평균체중에 훨씬 미달했다. (술살인 줄 알았는데, 술 안 마셔도 계속 찜. 나잇살인가, 부은게 살이 되었나. 뭐 이러고 있음) 단 한번도 몸에 콤플렉스가 없었던 적이 없는 것 같다. 가슴이 너무 작아서, 배가 나와서, 하체 비만이라서 ( 내가 배 안에 장기가 있는데, 그 정도도 안 나오면 운동선수여야 했고, 하체 비만이라고 해봤자, 가장 작은 사이즈의 옷들도 컸던 그 때, 아 옛날이여) 불만이었다. 언젠가부터 포기,체념,신경안씀의 단계를 밟은 것 같은데, 옛날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고 있는건 건강해지고 싶다. 체력짱에 유연한 몸이고 싶다. 였던 것 같다. 지금의 나의 가장 큰 목표이자 화두는 병 걸리지 말고, 건강하게 '소모품'인 이 몸뚱이 잘 달래고 가꾸기. 이다. 유연하고, 건강할래, 아님, 병약하고 마를래 고를 수 있다면, 나는 전자를 고를 것이다. 건강한 돼지도 괜찮아. 애인이 후자를 고른다면 미워해야지. 뭐, 애인의 로망이야 어쩔 수 없구요. 하지만, 누가 나한테 그런걸 고르라고 하겠어. 내가 해야지. 으으.. 


지난주부터 팔이 너무 아파서 한 번은 아침에 움직이기도 힘들었고, 어제는 하루 종일 통증이 있어서 불편했다. 스트레칭으로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았고, 병원가서 주사 맞는건 지난번처럼 팔이 아예 안 움직이는 정도는 되어야.. 라는 생각이 강하고, 집 앞에 부위별로? 마사지 해주는 곳이 있었던 걸로 기억하고 찾아봤는데, 뭔가 그 사이에 미용마사지로 바뀐 것 같고(오늘 가서 다시 알아볼 생각), 요가... 하면 돈들지.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하지, 아파하고 있는데, 누가 등근육이 이완되면 통증이 풀리기도 해요. 라며 흉추운동을 권해줬다. 팔을 등뒤로 깍지 끼고, 고개를 들어 턱을 하늘로 향하며 15~20초. 얘기 듣자마자 엊저녁에 하고 잤더니, 어제만치 안 아픈 것 같기도 하고. 근데, 새벽에 꽃시장 다녀오면서 무거운 거 들었더니, 또 아팠지만, 좀 자고 나니 나아져서 또 스트레칭 했다. 오전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자기 전에 한 번 하면 좋다고 했다.  


이래도 저래도 상관 없으니, 이왕이면 애인이 좋아하는 것 하고, 싫어하는 것 하지 말아야지 생각하고 있었다. 

가끔 네일 하고 싶어도, 돈도 들고, 애인이 네일 무섭다고? 했으니 하지 않고, 가끔 충동적으로 머리를 자르고 싶어도 애인이 내가 머리 올리는거 좋아하니 자르지 말아야지. 했었다. 

이 책에 어떤 이야기들이 더 나올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첫 챕터부터 충격적이어서 재미있을 것 같은 예감이다. 

몸에 대한 프로파간다에서 내가 얼마나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 몸이 나다' 라는 명제를 담고, 즐독해야지.  


어제 트위터에서 페미니즘 책 10권쯤 사겠다고 추천해달라고 하셔서 알라딘 여성학/젠더 부문 판매량으로 검색해보세요. 라고 추천드렸다. 판매순위 보니, 추천해야지. 했던 책들 대부분 상위권에 들어가 있다. 










일단 요기까지는 강추. 











페미니즘으로 본 지금까지 한쪽 성별을 지우고 쓰여 왔던'경제학' 이야기, 우에노 치즈코와 미나시타 기류의 비혼 주제 대담집, 호불호 갈리지만, 남자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맨박스, 그래픽 노블들, 페미어 사전 등을 추가 추천하고, 


 








내 안의 여성 콤플렉스 7는 20년 전과 후를 비교하는 훌륭한 보고서와 분석글이다. 글도 좋고, 제목에서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다양한 이슈들이 커버되고 있어서 강추. 옥타비아 버틀러의 소설들은 장점이 한 둘이 아니다. 일단 재미있고, 몇십년 전의 소설이 담고 있는 인사이트가 대단하다. 보면서 계속 소름끼쳤어.


일단 이 정도 읽으면 페미독서 1단계는 수료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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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7-02-28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책들을 다 읽어야 겨우 1단계인가요ㅎㅎ? 봤던 책도 몇 권 보이고 대부분 익숙한 책들이네요ㅎ

하이드 2017-03-02 06:43   좋아요 1 | URL
알라딘에서는 특히 그럴 것 같습니다. ^^
좀 더 정리해보고 싶어요. 페미니즘 도서들!
 
거리에 선 페미니즘 - 여성 혐오를 멈추기 위한 8시간, 28800초의 기록
고등어 외 41인 지음, 한국여성민우회 엮음, 권김현영 / 궁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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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성들이 이 사건에 대해서 분노하고 슬퍼하고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이유는 남자가 싫어서가 아닙니다. 남녀 싸움을 조장하기 위함도 아닙니다. 단지 문제가 있으니까 한번 해결을 해보자는 겁니다. 그런데 그 문제가 있음을 인정조차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우리가 논의를 하고 해결해나갈 수 있겠습니까? 


변화는 잘못됐다는 알아차림 없이는 절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변화는 기존의 것이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피해자들, 약자들, 소수자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는데 기득권자들과 사회 시스템이 알아서 바꾼 경우는 단 한번도 없습니다.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신촌에서 있었던 필리버스터 소식을 보았던 것을 기억한다. '거리에 선 페미니즘'은 그 때의 이야기들을 '기록'해 둔 것이다. '기록'이 '기억'을 지배한다.고 누가 그랬던가. 계속해서 말해지고, 기록되어지고, 읽혀지고, 다시 말해지기를 바란다. 


광장에서 사람들 앞에 나서 필리버스터를 이어간 사람들 중에는 준비해 온 사람들도 있었고, 길 가다가 즉석에서 나가서 발언한 사람들도 있었고, 주최한 사람들 중에서도 있었고, 남자들도 있었다. 한 번 터진 이야기는 멈출 줄 모르고, 시간 관계상 추려야했을 정도라고 한다. 


이야기들은 다 비슷하고, 다 다르다. 여자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이야기들인데, 남자들한테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우리는 이 이야기들을 2박3일도 너끈히 이어갈 수 있는데, 이야기를 하면서,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만 그런게 아니었구나.와 여자만 그랬구나, 남자들은 겪지 않는 일이구나.를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한 번 말하기 시작한 여성들은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다. 

차별, 성추행/성희롱/성폭행 을 겪어서 힘들었고,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음을 알고, 이야기하지 못했던 것을 이야기하고, 나누고, 앞으로 더 이야기해서 더 나아지게 만들겠다. 는 이야기들이 모여 있다. 


인상 깊었던 남성 발언자의 말 중 : 

지금의 이 끔찍한 상황은 우리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일부 남성의 책임이 아닙니다. 거꾸로, 모든 남성이 책임의 일부입니다.  

한숨 쉬게 만드는 이야기들은 매일같이 일어나고, 내 주변은 정리했다. 미역은 무시하고 떼놓고 갈 것이다.  

집에서 혼자 사는 것이 아닌 이상, 집에서 혼자 살아도 신경쓸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사회 속에서 여자의 성별로 살아가야 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싶다만, 이렇게 이야기하고, 서로의 경험으로 정보를 얻고, '서로의 용기'가 되어 주는 것 등을 생각한다. 가장 유명한 슬로건 중 하나인 Personal is Political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일테니깐. 


오늘 본 이야기를 덧붙이고 싶다. 

지하철에서 험한 일 당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볼 때마다 '나라면 어떡할까' 생각한다. 얼마전에 옆자리 앉은 여자에게 포르노를 보여주며 농을 치는 변태할저씨 이야기가 돌았었다. 이런 경우에 동영상으로 찍고, 열차 가는 방향 다음역을 네이버에 찍으면 전화번호가 나오는데, 글로 전화해서 신고하고, 어느 칸인지 이야기해주면, 지하철방범대? 분들이 나오신다고 한다. 첫번째 본 글에서는 경찰에 신고했는데, 아무 도움 안 됐다고 한다. 전혀 놀랍지 않다. 

오늘 당한 사람이 보니 모정치인 영상과 포르노 영상들을 유튜브 리스트에 올려 놓고, 옆자리 여자 반응 봐가면서 포르노 보여주고, 중얼중얼 하는 것이, 얼마전 트위터에서 돌았던 바로 그 변태할저씨였다고. 다음역이 가까워서 신고는 못하고, 큰소리로 개망신만 주고 내렸다고 하는데, 후에 경찰에 신고해도, 이분이 하도 의연하게 대처해서 '수치심'을 느끼지 않았으니,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보면서, 지하철에서 이 변태놈 만나면, 개망신도 주고, 신고도 해야지. 라고 시뮬레이션. 이런 것들. 이런 이야기들. 잊을만하면 올라오는 납치당할뻔한 이야기들, 성추행당하는 이야기들. 내가 당하면 이렇게 저렇게 해야지. 누가 당하는 거 보면 옆에 가서 도와줘야지. 하는 것들을 계속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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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라이프 아이디어 55 - 일상이 심플해지고 마음이 가벼워지는
미쉘 지음, 김수정 옮김 / 즐거운상상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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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미니멀라이프 책이었는데, 기대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좋은 아이디어를 하나 이상 얻고, 멋지고 동경하는(모든 미니멀라이프 수행자, 살림과 청소에 재주 있는 이들을 동경합니다) 사람들의 글과 사진들을 보니 보는 동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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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7-01-31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년 봄이 되면 미모사로 드라이플라워를 만듭니다. 드라이 플라워로 만들면 선명한 미모사의 노랑색이 약간 바래지는데 저는 이 느낌을 무척 좋아합니다.

꽃은 나에게 주는 선물입니다. 꽃을 중심으로 인테리어를 생각하면 신기하게도 새 물건을 사고 싶다는 충동이 사라집니다. 생화를 즐긴 후 그대로 드라이플라워를 만들기도 합니다. 봄에는 미모사, 여름에는 수국, 가을과 겨울은 장미나 유칼립투스 등. 가지 끝을 끈으로 묶어서 거꾸로 매달아 둡니다.

하이드 2017-01-31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기하게도 집 안에 하나의 심플한 공간이 생기면 그 영향은 다른 방으로 조금씩 전염되어 갑니다. 거실에서 현관으로, 부엌으로 , 침실로 퍼져나가는 것입니다.

심플한 공간의 선순환은 언제나 하나의 작은 공간에서 시작됩니다. 그것은 현관이어도 좋고 화장실이어도 좋습니다. 우선 한곳만 심플하게 만들기. 꼭 시도해보세요.

하이드 2017-01-31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소중하게 쓰고 싶은 시간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생활을 심플하게 만들면 그만큼 여유가 생겨서 자신에게 소중한 시간과 충분히 마주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밤에 우리 영혼은
켄트 하루프 지음, 김재성 옮김 / 뮤진트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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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나를 선택했는지 궁금했어요. 서로 많이 알지도 못하는데요."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질문. 각자의 오랜 인생 파트너를 떠나 보내고, 함께 밤을 보내기로 한 남자와 여자. 

한 침대에 누워 이야기를 하고, 이야기를 듣는 것에서 시작한다. 


살면서 이런 사랑의 시작을 한번도 해보지 않았다는 것이 더 놀라울 정도로 그들은 그렇게 그녀의 침대에서 '밤에' 사랑을 시작한다. 사랑이었을까, 호기심이었을까, 밑져야 본전이었을까.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그들의 그것은 사랑 비슷한 것이긴 했을 것이다. 아니, 사랑의 한 모습이었겠지. 백만명의 사람이 있으면 백만가지의 사랑이 있을테니깐. 나와 내가 사랑하는 이가 하는 사랑 또한 같은 사랑이 아닐테니. 


거절 당할까 두려워하지만, 괜찮다고 생각한다. 작은 마을에서 사람들이 수근거릴 것이 두렵다고 생각하지만, 이제 더 이상 사람들 평판 따위 신경쓰지 않겠다고 생각한다. 신경쓰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신경쓰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안쓰러운 부분. 내 보기에 남자의 시작은 가벼웠고, 여자의 끝은 용기 없음이었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선택하는데, 그 강요받은 선택이 아들놈새끼한테 왔다는 것이 화나고 답답한 부분. 


"토요일 정오 직전, 그는 그녀의 집 앞에 왔다. 그녀는 등이 파인 노란 여름 원피스를, 그는 빨강과 초록이 섞인 웨스턴 풍의 반소매 셔츠를 입었다." 


이 장면이 계속 머릿속에 맴돈다. 그들은 남들의 평판에 신경쓰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오기 부리듯이 차려입고 가장 사람 많을 시간을 골라 마을의 카페 정중앙 자리에 앉는다. 예쁜 드레스들을 많이 가지고 있었고, 그 드레스들을 입은 모습을 마을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게 숨어 다른 도시로 음악회를 보러 다녔던 그녀는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등이 파인 노란 여름 원피스를 입고, 자신감도 함께 입어지기를 바라며, 자신이 선택한 이와 함께 마을로 나선다. 


둘 다 사별하고, 만나는데, 뭐가 문젠데..하는 생각이 계속 들어서 답답했지만, 완벽한 사랑이 어디 있으랴. 아니, 흠 있는 사랑조차 완벽할지도 모르겠다. 


"아주 좋아요. 그녀가 말했다. 기대했던 것보다 더요. 좀 신기해요. 여기 깃든 우정이 좋아요. 함께 하는 시간이 좋고요. 밤의 어둠 속에서 이렇게 함께 있는 것.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잠이 깼을 때 당신이 내 옆에서 숨쉬는 소리를 듣는 것." 


애인과 함께 하는 밤은 나에게 '어둠'이다. 그 외의 나의 모든 밤은 형광등 불빛이다. 혹은 스텐드의 노란 불빛(이었는데, 전구 나가고 새로 못 사고 있어). 나는 24시간 불을 켜 놓고 사는 사람이다. 아주 가끔 불을 끈다. 그 때의 나는 무척 지친 상태이다. 하지만 애인과 함께 하는 밤은 나에게 편안하고 안심되는 '어둠'이다. 어느 날인가, 늦은 오후, 커튼까지 친 방안은 무척 깜깜했다. 집에 돌아가야 하는 나는 문득 무서워졌다. 애인이 이 큰 집에 혼자 깜깜한 방 안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두려운 마음이 들었고, '괜찮아?' 물었다. 내가 24시간 불을 켜 놓고 산다면, 이 사람은 전기가 없어도 살 수 있을 것 같이 불을 끄고 사는 사람인데, 당연히 '괜찮다' 고 한다. '그래, 그럼 됐어' 라고 말하지만, 애인과 함께 있을 때만 느끼는 편안한 어둠, 밤을 절절하게 깨닫는다. 형광등 불빛 아래 홀로 고양이 둘과 있는 나의 밤과 애인과 함께 하는 깜깜한 밤은 다른 밤 같다. 수면장애가 일상인 나의 영혼도 그 밤들만큼은 깊은 수면을 취한다. 

 

"아직도 이해를 못하네요. 나는 당신처럼 혼자 앉아 생각에 잠기고 문제를 정리하고 그러기가 싫어요. 당신이 와주기를. 나와 이야기 해주기를 원해요." 


이건 꼭 나같네. 

하지만 절대 원하지 않는 결말. 식어버린 사랑. 우정이나 의리나 동료애나 뭐라도, 좋은 그 무엇으로도 변하지 못하고 식어서 재가 되어 흩어지는 사랑. 원하지 않는다. 절대. 네버. 


차츰 루이스가 오지 않는 날이 생겼고 애디 또한 루이스와 함께 누워 있기보다는 혼자서 책을 보고 싶은 밤이 늘었다. 그녀는 옷을 벗고 그를 기다리기를 멈췄다. 그가 오는 날이면 아직도 손을 잡긴 했지만 그것은 다른 무엇보다 습관과 쓸쓸함, 그리고 예감된 외로움과 낙심 때문이었다. 마치 다가올 무엇에 대비하여 이런 순간들을 비축해두려 하는 것 같았다. 그들은 깨어 말없이 함께 누워 잇을 뿐 이젠 사랑을 나누지도 않았다. 


"왜 나를 선택했는지 궁금했어요. 서로 많이 알지도 못하는데요." 


"당신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친절한 사람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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