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을 걷는 게 좋아, 버지니아 울프는 말했다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승민 옮김 / 정은문고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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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울프가 잡지에 연재했던 런던산책 글 6개가 실려 있다. 런던의 곳곳에 새로운 시각을 입혀준다. 런던이라는 도시의 매력을 어쩌면 이렇게 잘 보여줄 수 있을까? 산책을 좋아했다던 울프가 사랑하는 도시를 산책하며 쓴 책. 재능과 애정이 듬뿍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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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7-04-28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꼭 읽어보고 싶네요.

하이드 2017-04-28 21:50   좋아요 0 | URL
네, 오랜만에 읽은 울프의 소설이 아닌 에세이였는데, 기대 이상으로 좋았어요. ^^
 
수잔 이펙트
페터 회 지음, 김진아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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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터 회의 신간, '수잔 이펙트'에서 제목에 여자 주인공이 들어간 또 다른 그의 소설 '스밀라의 감각'을 떠올리게 된다. 

수잔이라는 여자가 주인공인 소설이겠구나. 스밀라에서 스밀라가 수리공과 팀으로 죽은 아이의 사건을 해결한다면, 수잔 이펙트에서는 수잔을 중심으로 수잔의 가족이 사건에 휘말리고, 지구적 음모를 밝혀낸다. 


과학자들이 나오고, 특별한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 나온다. 

수잔이펙트는 수잔이 일으키는 효과로 수잔 주위에서는 사람들이 다 자신의 과거를 고백하고 싶어하는 효과를 말한다. 천재 과학자가 나오고, 물리학자인 수잔은 팀연구에 포함되어 자신의 능력을 증폭시키는 방법 등을 깨닫게 된다. 이렇게 말하니, 대단히 SF 같지만, 긴가민가 싶게, 그러니깐, 현실에 볼법한 '굿 리스너' 의 능력이 좀 업그레이드 된 것 같고, 수잔의 남편인 음악가 라반은 어디 가도 호감 받는 그런 초매력남의 매'력'을 극대화 시켜 놓은 것 같다. 그런 둘이 함께 있을 때 주변 사람들이 휘말리지 않기는 힘들 것이다. 우리 누구라도 살면서 좀 더 잘 들어주는 사람, 그 사람 앞에 더 많은 말을 하게 되는 그런 사람, 더 매력적이어서 뭐라도 해주고 싶은 사람을 만난적 있으니, 수잔 이펙트가 허무맹랑한 SF로 보이지만은 않는 것. 

수잔의 쌍둥이 아들과 딸 역시 독특하다. 특별한 가족이 해외에서 각자 큰 사고를 치고, 수잔의 심문 기술을 이용해 문건의 위치를 알아주면,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줄거라는 정부관계자를 만난다.

 

쇠지레를 손에 든 수잔의 지휘아래 사람을 만나고 다니지만, '미래위원회'였던 이들을 만나고 다니며, 그들이 한 명씩 죽고, 수잔과 가족들도 죽음의 위협을 받게 된다. 


자신과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수잔과 라반, 쌍둥이들. 잘 쓰여진 미스터리 소설이고, 

현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 속에서나 볼 법한 인물들로 여겨지지만, 그들을 둘러싼 미래위원회의 인물들, 그리고, 수잔을 가르친 스승, 정치인들의 이기심은 희화적으로 보이기까지 해서 앨리스 원더랜드에 떨어진 가족들 같이 보이기도 한다. 


수잔과 가족들 외에 인상적인 주변 인물 둘이 있었는데, 그들 가족 옆집에 살며 돌봐주는 도르테아와 그들 가족을 죽이려고 하는 야손이 있다. 각각 '선'과 '악'의 표상 같은 인물들이다. 자신의 이기심에 따라 행동했다고 그것을 '악'으로만 규정하게 되지 않는 것이 내 안에도 그런 이기심쯤은 있으니깐. 그리고, 수잔네 역시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행동하니, 주인공이라고 해서 '선'만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중에 순수선, 악 그자체와 같은 존재들. 도르테아와 야손. 

한계가 없이 도와주는 도르테아, 텅 비어서 악이 들어 차서 악의 체화같이 보이는 야손. 


선과 악, 자본주의, 엘리트주의, 정치가들, 그리고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나오는 중에 페터 회가 그리는 여성 캐릭터는 늘 최고로 멋졌다. 다시 읽으면, 수잔의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해서도 더 이야기할 것들이 많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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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의식 토라 시리즈
이르사 시구르다르도티르 지음, 박진희 옮김 / 황소자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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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변호사, 여자 작가. 앞에 '여' 붙이고 싶지 않지만, 이 시리즈가 여자 작가가 쓴 여자 주인공 변호사가 이끄는 거라는걸 말해야 한다고. 남자 작가가 쓴 남자 탐정이 나오는 미스터리 시리즈가 2394193586개 있는 만큼, 잘 쓰여진 여자 작가의 여자 탐정이 나오는 미스터리 시리즈 너무 소중하니깐. 


그 외에도 에를렌두르 이후 오랜만에 보는 아이슬란드 배경의 시리즈라서 반갑다. 자극적인 범죄로 시작하지만, 잔인함을 위한 잔인함이 아니라서 소설에 맘껏 몰입할 수 있었다. 끔찍한 모습으로 대학에서 발견된 독일에서 유학 온 할랄트의 사건을 조사하 기 위해 독일의 부모가 선임한 매튜라는 변호사와 아이슬란드의 현지 일을 매끄럽게 하기 위한 토라가 팀을 이루어 사건을 재조사 한다. 


극단적인 피어싱과 신체변형을 취미로 삼고, 마술/마법에 심취했던 피해자의 주위를 조사하면서 16세기 마녀사냥 이야기들이 나온다. 유럽 배경의 이야기들인데,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랑 함께 읽으면 더 실감난다. 인간이 인간으로 여겨지지 않고, 그 중에서도 여자는 뭘까 싶을정도로 끔찍한 마녀사냥. 마녀사냥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읽어보지 않았지만, 책에서 현대를 사는 주인공이 과거의 끔찍한 여성혐오에 대해 인지하는 장면을 보니 (게다가 배경은 아이슬란드!) 여자가 사람이 아니었던 시대가 더 와닿았다. 특이하게도 아이슬란드에서는 유일하게 마법/마술은 남자가 하는 걸로 여겨져 화형을 당했던 마법사?가 대부분 남자였다고 한다. 


변호사가 주인공이다보니, 경찰 캐릭터는 약하다. 

이혼하고 생활고에 시달리며 두 아이를 돌봐야 하는 워킹맘으로서의 생활감 느껴지는 이야기들도 좋다. '부스러기들'이 먼저 번역되었는데, 다음번 책에서 이 아이들 이야기가 더 나올지 궁금하다. 

외모 이야기도 거의 나오지 않았다. 키가 크다는 것만 언급 되었을 뿐인 것도 맘에 든다. 


미스터리가 워낙 남성 중심의 이야기라 멋진 여자 캐릭터를 찾기가 쉽지 않은데, 맘에 드는 시리즈가 나왔고, 번역 평도 좋다. '부스러기들'도 엄청!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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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의 기슭 새벽의 하늘 십이국기 8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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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고생했던 다이키가 또 죽을 고생 하고, 십이국기 내내 등장인물들이 늘 힘들었지만, 더 더 힘들었던 8권이다. 다음 권이 언제 나올지 기약 없다고 하지만, 십이국기에 나오는 선량하고 훌륭한 성장해나가는 인물들을 생각하면, 미래의 희망 있는 현재를 보여주며 마무리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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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히말라야 씨
스티븐 얼터 지음, 허형은 옮김 / 책세상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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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히말라야 씨, 원제는 Being a Mountain 이다. 

Himalayan Journeys in Search of the Sacred and the Sublime  까지 

제목을 봐도, 책소개를 봐도 산에 오르는 이야기이다. 거기에 '치유의 여정'이라는 문구가 더 해진다. 
안팎으로 갑갑해서 미국인 남성이 쓴 자연 자연 산 산 같은 이야기 잘 안 읽히지 싶었는데, 

인도에서 태어나 인도에 사는 미국인이다. 산 이야기를 하나 싶었더니, 아내와 함께 있는데, 강도가 들이친 이야기를 고통스러울 정도로 자세하게 풀어낸다. 


둘 다 죽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일 정도로 맞고, 칼로 여러군데 치명상을 입었고, 내상과 외상을 입었다. 둘은 끝까지 칼 든 강도들 앞에서 싸우고, 남자는 피투성이로 집 밖으로 나와 이웃에 도움을 청하게 된다. 


고통스럽고 불안한 재활의 시간을 보내던 중, 산책하러 오른 뒷동산의 정상에서 히말라야 산맥을 보고, 히말라야에 가면 치유될 것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죽음의 고비를 넘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한다. 가족 중에 죽음을 가까이 느꼈던 이가 수술 후 반년도 안 되어 마라톤 풀코스를 뛰겠다고 지독하게 훈련하고, 대회에 나가 완주했던 것을 기억한다. 나라면 책을 읽을 것 같다. 아주 많이. 저자에겐 '산'이었다. 


산을 오르는 에세이..라고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동기가 서술이 되고, 잘 모르겠지만, 잘 몰라서 낯설지만, 인도에서 살며 가까이 느낀 '자연'에 대한 '산'과 '산에 사는 동물, 식물' 들에 대한, 그리고, 그 산에 올라 자연의 일부분으로 산이 되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흔할 것 같은 이야기인데, 어떤 이야기일지 너무 짐작 가능할 것 같은데, 저자의 이력이나, '인도'라는 장소, '산'을 오르게 된 동기 같은 것들이 독특하다. 


산을 올랐다. 내려왔다. 이런 이야기도 아니다. '걷기' 에 대한 이야기, '명상'에 대한 이야기, 걸으며 명상하는 이야기도 있다. 렁곰수행이라고, 무아지경으로 걷는 수행이라고 한다. 자연과 교감하는 이야기, 산의 신(난다 데비 여신)이야기, 등등 


수 많은 레퍼런스 들이 끝도 없이 쏟아진다. 쉬이 읽히지 않는다. 책을 읽는 일이 산에 오르는 일처럼 수행이려나.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져서, 그 중에는 지금의 나와 밀접하게 관련된 이야기들도 있다. 독자에 따라 크게 다르게 읽힐 수 있는 책일 것이다. 밑줄긋기들만 봐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저자의 치유 산행. 으로 읽고 덮게 되지 않고, 많은 것들이 지나쳐 가지만, 인상 깊은 몇몇과 함께, 한 권의 치유와 명상의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나는 잃어버린 것들을 찾기 위해 산에 오른다. 산에서 발견하는 것 중에는 내가 애초에 소유하지 않았던 물건, 그 곳에 가지 않았다면 떠오르지 않았을 생각이나 이미지, 나 혼자서는 결코 얻지 못했을 경험도 있다.

잃어버린 것은 잊힌 게 아니라 다른 것으로 형태를 바꾸었을 뿐이다.

치유는 일종의 여정이라서, 저 멀리 아득한, 닿을 수 없는 정상을 향해 고독 속에 느릿느릿 오르는 행위와 같다. 여정을 다 마친 후 남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때는 이야기하는 행위 자체가 일관성과 시간적 순서를 부여해준다. 그러나 여행중 육신과 정신이 스스로 치유하는 동안에는 분명한 일정이란 없다.

산에서 두려움을 느낄 때는 어떻게 대처하느냐고 나는 묻는다. 라투는 의자에 등을 붙이고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한다.

"사람은 겁이 날 때 당장 눈 앞에 닥친 위험도 물론 생각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까도 걱정하기 마련이지. 두려움에 대처하는 유일한 방법은 지금 당장할 일,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걸세. - 로프를 찾고, 클립을 채우고, 산을 타고 내려가는 거야. 벌어질 수 있는 일에 대한 걱정에 사로잡혀선 안 돼."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라투는 이렇게 덧붙인다.
"살겠다는 의지가 두려움을 극복하게 해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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