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를 기다리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3
사무엘 베케트 지음, 오증자 옮김 / 민음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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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위에는 앙상하게 가지를 내리고 있는 나무 한그루가 전부인 연극이 있다.
나오는 등장인물 또한 5명을 넘지 않는 비교적 적은 인원의 극중인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연극이 있다. 모호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지구상 수많은 사람들은 조금씩 불꽃이 일어나는 석탄불마냥 점점히 그 열기를 더해가고 있고, 지금은 지구상 어딘가에서 어느나라 언어로 공연이 되고 있는 연극이 있다.

원작을 접하면서 적잖게 당황하게 되었다. 무식한 나의 짧은 지식의 한계라서 그런지 난 지금까지 원작 소설이 있으며, 이를 토대로 연극이 만들어 졌다는 진실을 철썩같이 믿고 있었지만, 책을 본 순간 여지없이 진실은 와르르 무너져 버렸다. 책 자체가 소설이 아닌 시나리오 였다는 사실...처음부터 연극을 위해 만들어진 책이라는 사실에 소심하게 약간 붉게 물든 얼굴로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마주하게 되었다.

결과는 참담..그 자체 였으나, 책 뒤에 나와 있는 나름대로 전문가의 분석을 보고 나서 이 연극과 원작이 `부조리극' 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조금은 위로를 받았다는 자체적인 평가를 내려버리고 말았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제목에서 처럼 두 주인공인 블라드미르와 에스트라공이라는 인물이 고도라는 사람을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은 앙상한 나뭇가지가 듬성듬성한 나무 한그루만 있는 장소에서 기다리는 이야기이다. 왜 기다리는지도 얼마나 기다리는지도 언급없이 하염없이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내용이 전개되어 간다.

인물

주역 이외에 나오는 인물 역시 세명 뿐... 그 을씨년스러운 고도와의 만남의 장소를 지나가는 목줄이 묶인 럭키와 그의 목줄을 잡고 있는 포조....그리고 거짓인진 진실인지 고도라는 인물의 유일한 존재 를 알려주는 소년뿐이며, 각자 인물들은 하나하나 독특한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
블라디미르의 경우는 나약한 존재임에는 분명하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과 소신을 시종일관 보여주고 있으며, 그와 비견되는 에스트라공의 경우 축이 없는 모습을 보이면서 거친 바람에 팽개쳐친 연처럼 위태위태한 자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주변 등장인물들 중 가장 나태하고 불쌍한 모습을 보이는 목줄에 묶인 노예같은 럭키의 경우 현실순응적인 자폐적인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 목줄의 끝을 잡고 있는 포조의 경우 권력과 부를 가졌으나 그것뿐인 속빈 강정의 모양으로 나타내어지고 있다. 그리고 고도의 존재를 알려주는 소년의 경우 거짓말 양치기소년의 모습과 내일..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희망을 조금씩 품게 해주는 이중적인 상태를 보여준다.

총2막으로 구성된 이 이야기는 마치 옛날에 봤던 `사랑의 블랙홀' 의 비슷한 느낌을 가지게 한다.



단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매일매일 마주치는 똑같은 일상이지만 이 책의 주인공들은 단 이틀동안 똑같은 인물을 만나면서 그들의 행동은 첫날의 가식을 둘째날 무너트려 버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고도(Godot)

고백하건데 `고도를 기다리며' 라는 이 연극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는 한문으로 고도(高度)인 줄 알았었다. 나중에 되어서야 이것이 사람의 이름이라는 것을 알았으며, 사람의 이름임에도 불구하고 연극이나 책에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그 이후에나 알게 되었다.

책에서 블라드미르와 에스트라공이 기다리는 고도라는 인물은 절대자 혹은 구세주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
고도가 이 두사람에게 무엇을 해줄지, 어떤 이익을 가져다 줄지에 대해서는 언급 자체가 전무하지만, 이 주인공 두사람이 애타게 찾으면서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 그들에게 무언가 커다란 것을 주어줄 수 있다고 유추가 가능하다고 보여진다.
작가가 이것을 집필한 시기 자체가 2차세계대전 전후의 상황이라는 것을 감안하건데, 전쟁으로 인해 파괴된 인간성의 회복, 물질적, 정신적인 복구를 추구하는 절대적인 힘을 가진 존재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잡초(Weeds, 1987)



닉 놀테라는 배우가 주연을 맡았던 이 영화에서 `고도를 기다리며' 는 영화 전체의 줄거리를 떠받드는 위치를 가지고 있다. 종신형 선고를 받은 죄수가 저주받은 삶을 괴로워하며 계속되는 자살시도 끝에 이 연극을 보고 개심을 하면서 연극 극작가 겸 배우로써 `잡초'라는 연극을 만들면서 또다른 인생을 산다는 내용이였었다. 오래된 영화면서 많이 알려지지 않은 영화임에도 기억을 하는 이유는 영화 속 주인공처럼 이영화를 통해 불현듯 봐버린 `고도를 기다리며'의 연극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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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8-22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읽지도 읽을 생각도 못하는 책을 읽으셨군요..^^
저도 그 고도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어요..ㅎㅎ

stella.K 2006-08-22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극을 본적이 있죠. 임영웅이던가? 연출가가...그 사람은 이 작품을 전문으로 연출 한다지요 아마. 좀 어렵긴 했지만 나름대로 재밌게 본 연극이었어요. 부조리 극도 보면 보겠더라구요.^^

마노아 2006-08-22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스정류장 보고서 비슷한 감정을 느꼈어요. 어려워요ㅡ.ㅡ;;;;

기인 2006-08-23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고도를 기다리며' 연극은 정말 꽤 괜찮았던 듯 ^^; 사랑의 블랙홀은 정말 명작이죠? :)

Mephistopheles 2006-08-23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야님 // 전 이 책의 등장인물들..특히 말한마디 안하다가 두페이지 가량의 대사를 쏟아내는 럭키의 대사는 뭔 내용인지 감이 잡히지도 않더라구요...
스텔라님 // 좀...어렵습니까...? 아 전 책보면서 머리에 쥐가 나던걸요..^^
마노아님 // 버스정류장이라면 국산영화 말씀하시는 건가요..?? 암튼 만만한 책이 아니였습니다.
기인님 // 그럼요...저 사랑의 블랙홀은 정말 재미있는 코미디 물이였어요..^^

urblue 2006-08-23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고도'라고 생각했죠. 글구 책 산 지 백년은 됐는데 아직 얌전히 모셔놓고만 있습니다.

Mephistopheles 2006-08-23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기분이 좋아집니다..저같은 분들을 발견(?) 해서요..^^
그나저나 블루님..죄송하지만 연세가......???

2006-08-23 16: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06-08-23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분 // 이런 식으로 뒷통수를 치시다니....ㅋㅋㅋ 전적으로 님의 자작극이라고 생각할렵니다...^^ 그리고 그분들하고 전 비교대상이 아니어요 그분들은 저기 저
피라미드 정점에 있는 사람들이라니까요...^^

2006-08-23 16: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06-08-23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책이에요. 머리 아프더라구요..;;;

Mephistopheles 2006-08-23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분 // 님도 좋은 하루 되십시요~~~~
마노아님 // 민음사 책이였군요...^^ 무식하게 저는 영화 버스 정류장 생각했었네요..^^
 
지옥 판타지 라이브러리 19
구사노 다쿠미 지음, 송현아 옮김 / 들녘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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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이라는 개념은 개인적으로 생각해 볼때, 종교에서 만들어진 허구의 개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종종해왔다. 이는 종교를 믿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의 단속과 종교들이 이상으로 생각하는 모토에 순응하고 따르게 하기 위해 상당한 체계적인 논리를 갖춘 일종의 `가상공간'의 개념이 주축이 되어지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서 말이다. 그러나 이 가상공간의 파괴력과 효과는 꽤나 어마어마했었나 보다. 짜임새있고 잘 만들어진 가상공간은 그 어떤 현실보다 살벌하고 무섭게 묘사가 되기 때문이다. 살아서는 결코 가볼 수 없는 공간.. 지옥이라는 이름의 이 공간은 그 어떤 사실도 확인이 되어지지 않은 채 (되어질 수 없다 가 맞을지도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글이나 구전으로, 또다른 한편은 예술이라는 분야를 빌려 회화와 조각으로 묘사되어 우리들의 눈앞에 표면화 되어서 나타나니 말이다. 그리고 대부분 이러한 결과물들은 매우 끔직하며 처참하여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경각심을 가지게 하니 말이다.

이책은 이러한 다양한 종교적 혹은 신화적인 입장에서 주장되고 기술되어 온 `지옥'의 개념을 세세하게 구분해서 묘사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책의 시리즈답게 앞부분부터 차근차근 읽는 순서 역시 필요없게 항목별과 관심이 있는 분야에 찾아가며 읽어보는 재미가 쏠쏠한 편이다. 여러 종류의 복잡,혹은 단순한 지옥의 구조를 책 앞에 위치시키고 흡사 지옥에 들어간다는 개념으로 입구,경계를 시작으로 점점 지옥의 중심세계로 빠져들어가는 순서로 양파 껍질을 벗기듯이 하나씩 하나씩 지옥의 외피를 벗겨주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지막은 받는 벌이나 고문의 종류...허허허)

지옥의 소개가 끝난 후 책의 부록같은 의미로 역사적으로 명계(지옥)에 갔다가 돌아온 인물들의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소개해 주는 형식으로 책은 끝을 맺는다.

이 시리즈의 전통(?)상 약간은 조악하고 가끔씩 글과 어울리지 않는 쌩뚱맞은 삽화가 몇몇 눈에 보이기는 하나 `판타지'라는 장르의 세계관을 구축하는 하나하나의 세밀요소를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시리즈 중에 하나라고 생각되어 진다.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흥미로울 것이고, 그렇지 않는 사람에게는 책으로는 결코 보이지 않을까 생각되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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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08-21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이미지와 어울리는 간만의 리뷰!

Mephistopheles 2006-08-22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나의 정체를 거의 간파하신 반딧불님을 예의 주목 대상자의
명단에 올려 놓겠습니다....ㅋㅋㅋ
 
이승철의 쿠킹콘서트 - 음악만큼 감미로운 생활 속 미각 이야기
무크 편집부 엮음 / 웅진(무크)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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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출판되는 책들을 보면 이해가 전혀 안되는 책들이 나오는데 그 종류를 보면 `자서전'이라는 종류의 책들이다. 어렸을 때 읽었던 위인전의 형식 중 자서전의 형식을 띠고 있는 책들이 많았는데, 이런 자서전들이야 객관적으로나 주관적으로 위인이라는 명함을 받아도 마땅할 분들의 삶의 내용이였고, 그리고 대부분 이분들은 이미 땅속에서 열심히 썩어서 먼지가 되었거나 썩는 중인 분들이 대부분이였다. 그런데 요즘 나오는 자서전의 형식을 보면 난감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30살도 안된 모 스포츠스타가 별다른 내용도 아닌 자신의 주전부리를 소재삼아 책이 나오고, 어리디어린 모가수가 자신의 삶의 성공방법을 책으로 내놓고 있다. 사실 이런책을 볼일도 없거니와 팔린다는 것 자체를 신기하고 묘하게 생각하는,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난 분명 고리타분한 중년의 아저씨이다 보니 이런 종류의 책이 내 책꽂이 꽂힐 일도 없거니와 장바구니에 들어갈 일도 없었다.

타인을 통해 우연하게 접하게 된 어떻게 보면, 전자의 부류에 속하는 이러한 책이 내 수중에 들어왔고, 사진이 대부분인 이책의 특성한 비교적 빠른 시간에 읽은 건 당연한 이치였으리라. 단지 `가수가 요리를 하면 얼마나 하겠어~'라는 편견은 없었다고 말하고 싶다. 우연하게 본 TV 프로그램에서 요리를 하는 그의 모습을 접했었고, 분명 그는 요리를 해서 지인들께 먹이는 모습이 TV브라운관을 통해서 비쳐지긴 했으나 분명 행복하고 즐거운 표정이였기 때문이였다.

전문적인 요리지식보다는 자신이 생각하는 음식을 만드는 행위와 자기삶의 성찰..그리고 지금의 자기가 있기에 고마웠던 가족들(그는 자신의 팬들 가족이라는 호칭으로 부른다.)에 대한 감사의 표현등... 노래만 부르는 그의 다른 모습을 봤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책이였다고 보고 싶다.

노래를 워낙 잘부르는 가수 중에 하나라고 생각되는 이승철의 오랜기간 동안의 고른 인기와 활동에다가 이제 `요리도 잘하는'이라는 첨부어를 붙여주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던 눈으로 봤지만 귀로도 느끼게 해주었던 시간이였다.

뱀꼬리1 : 요리도 요리지만...그릇이 왜 이렇게 이쁜것들 뿐이냐~~

뱀꼬리2 : 점수 참 후하게 주는 내가 별을 하나 빼버린 이유는 그가 쓰는 요리도구들이 지나치게 고가였다는 거부감 때문일지도...(전부다 쌍둥이~ 쌍둥이 표~~~거기다가 샴페인은 돔 페리뇽~ 돔 페리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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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08-07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 쌍둥이에 돔 페리뇽이라. 그의 위상을 보여주는군요.
그릇도 포트메리온??

하늘바람 2006-08-07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맛난 음식 많이 나올 거 같은데

해적오리 2006-08-07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말만 들어본 돔 페리뇽..제가 근접할 수 없는요리를 하는군요.

Mephistopheles 2006-08-07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 // 그릇상표는 안나타났지만 하나같이 다 이쁘더라구요..^^
하늘바람님 // 시삭을 해봐야 알겠지만...일단 모양만큼은 맛있어 보이더군요..
해적님 // 물론 고가의 와인이나 샴페인 주방도구를 보여주긴 해도 음식만큼은 다양한 종류를 가리지 않고 하더군요..주로 한식이 위주고 우리가 식탁에서 자주 접하는 음식종류도 많이 나온답니다..^^

치유 2006-08-07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만큼 요리도 멋지게 해 내더군요..

Mephistopheles 2006-08-08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보통 솜씨는 아닌 것 같더라구요..^^

2006-08-09 15: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06-08-09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빠르게 수정했사옵니다 빨간펜 선생님..^^
 
씬시티 1 - 하드 굿바이 세미콜론 그래픽노블
Frank Miller 지음, 김지선 옮김 / 세미콜론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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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의 하나인 게임을 하다보면 게임 진행 중 막히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자주 들리는 웹사이트가 있다.
루X웹이라 불리우는 이 사이트는 온라인 상에서는 콘솔게임분야쪽의 톱이라고 해도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아마 없을 정도로 수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흔적을 남기는 거대한 집단 중에 하나이다.

가끔 정보를 얻기 위해 들리는 사이트에서 마주치는 글이나 댓글들은 모든 연령층을 포괄적으로 상대하는 사이트이다 보니 개념상실과 상식이하의 모습을 종종 보여 주곤 한다. 그중에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흔히 `양키 게임'이라고 불리우는 북미출신 게임들에 대한 이유없는 반감이 가득한 내용들이다. 캐릭터가 이쁘지 않아서....우락부락 근육질이 재수없어서....가 주된 이유로 좋은 내용과 기가막힌 스토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박 겉핧기 식으로 평가절하 되는 모습을 종종 접하게 된다.

상대적으로 북미의 캐릭터들과 상반되는 모습을 가지고 있는 일본태생의 캐릭터들...그러니까 해부하면 정구공만한 동공이 나오고 동안의 얼굴에 엄청난 바스트..잘록한 허리 탱글탱글한 힙을 가지고 있는 미형 캐릭터들로 이루어진 게임들은 그 볼거리 만으로도 일단 반은 접고 들어가고 있는게 주관적으로 느끼고 있는 우리나라 게임문화계의 현실이라면 현실이라고 보고 싶다.

비단 게임뿐만이 아닌 코믹스류의 만화에서도 게임문화의 사정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출간되는 해외만화의 대부분은 아마도 90%가 넘을 정도로 대부분 일본만화일 것이며, 흔히 말하는 울퉁불퉁 근육질의 슈퍼 히어로들이 나오는 마블 태생의 코믹스들은 저건 만화도 아니야 라는 식의 푸대접을 받고 있다고 생각되어 진다.

지역에 따라 분명 대접받고 주류의 반열에 올라와 있으며, 하나의 작품으로 인정받는 프랭크 밀러의 `씬시티'의 출간은 나름대로 신선한 충격이라고 보고 싶다. 분명 대한민국에서는 비주류의 푸대접을 받을 것이   뻔한 이 러프하고 터프한 만화는 이벤트 기간을 통해 한권을 사는데 드는 비용으로 또다른 한권이 딸려오는 어찌보면 찬밥신세의 의미로 내 수중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림체는 그리 섬세한 편은 아니라고 판단되어지나, 프랭크 밀러라는 작가가 존재 자체는 많은 감동을 받게 되었다. 명과 암만으로 거친 펜선으로 묘사했을 책속의 등장인물들은 생생하게 살아서 저주받을 새로운 소돔, 씬시티에서 야수처럼 살아가는 모습을 거침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타락한 도시에 타락한 등장인물들....어느 누구하나 바른생활로 살아가는 사람이 없는 이 저주받은 배경속에 또다른 저주와 살육을 잉태하고 실행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단지 검은색과 흰색으로만 묘사하고 그려나가고 있는 작가의 거칠면서도 섬세함과 부드러움을 함께 느낄 수 있게 3권 4권....계속해서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뱀꼬리 : 책보다 미리 접한 영화는 책을 보고 나서 상당히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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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6-08-02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덥썩 사지를 못하겠는게... 후속이 계속 나올거란 확신이 없어요...ㅡ.ㅜ
유럽이나 미국쪽 만화들은 대부분 한두권 나오다 말더라는...

김동훈 2006-08-02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판사에서 시리즈 모두를 낼 계획이라곤 하는군요.

비로그인 2006-08-02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1,2 권 구입해서 며칠전 받았답니다.
밀린 책들이 있어서 1권 틈틈이 읽는 중이구요.
아주 흡족해 하는 중입니다.
영화도 강추라지요 ^^

Mephistopheles 2006-08-03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 사실 책이 권수를 넘어가면서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서요..
한권으로 그 스토리가 끝이 나거든요..^^
김동훈님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정말 반가운 소식이군요..
체셔고양이님 // 저도 시간날 때마다 몇번씩 다시 보는데..캐릭터들이 하드고어하지만 매력적이더라구요..^^

sayonara 2006-08-03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만화는 잘 출간되지 않는 것으로 알았는데... 일전에 '수퍼맨'을 읽고 실망했던 기억이... 미국만화는 제 취향이 아닌가뵤~~
요즘 메피님은 만화에 버닝중이신가 봅니다. ㅎㅎ

Mephistopheles 2006-08-03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이렇게 출간된게 어딥니까 사요나라님..^^
만화는 버닝중..이라기 보단...그냥 365일 뜨뜻한 군불 피우고 있는 설정입니다..^^

로드무비 2006-08-04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로운 개념의 소돔이라니 땡기잖아요.
타락한 세상, 사람들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로워요.^^

Mephistopheles 2006-08-04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는 건 그 타락의 도시 신시티에서 타락한 인간들이 자치적인 규범을 만들고
생활하더라구요..^^ 좀 무시무시한 규범이긴 하지만..^^
 
쥐 I
아트 슈피겔만 지음, 권희종 외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199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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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라는 책은 언제나 주문시 넣어야지 넣어야지 하면서 결국 최종 주문시에는 안타깝게 빠져 나가는 책들 중에 하나였다. 어설프게 이유를 들자면 내 속에 잠재되어 있는 반유태인적인 사고방식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현실적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 책속에서 보여주는 부정적인 이미지(베니스의 상인)영화를 볼때 종종 튀어 나오는 `이 더러운 유태인놈 같으니라구..'류의 욕지거리 등등....

분명 그들은  자기들 땅을 되찾고, 숫적으로나 물량적으로나 밀리던 중동과의 전쟁에서 한차례도 패하지 않은 저력을 가지고 있을 지라도 특정적인 국가를 제외하고 대부분 국가에서 그들과 그들나라의 존재는 언제나 부정적이고 저속한 평가를 받아 오고 있다.

오죽하면 얼마전에 읽었던 `on the road' 라는 배낭여행 관련 책에서도 이스라엘 여행자들을 가장 꺼리고
싫어한다고 표현했을까? 아마도 그건 그들의 집단적인 행동과 그로 야기되는 집단 이기주의 성향때문일꺼라 추측된다.

이러한 선입견으로 포장된 그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과 생각이 이책을 돈을 내고 사야 하는가 하는 계속적인 갈등의 원인이 되었다고 보고 싶었다. 벼르고 별러서 결국은 구매를 했고 우여곡절 끝에 긴 택배시간을 거쳐 내 손아귀에 들어온 후 심드렁하게 1권을 보고 2권을 보고 나서 내 자신이 유태인과 이스라엘에 대한 사상은 크게 바뀌지 않았지만, `쥐'라는 책에 대한 생각은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단순히 2차 세계대전 중 독일 나치에 의해 자행된 유태인 박멸 운동을 중심 줄거리로 가지고 있는 이 암담하고 음침한 만화는 단지 쥐로 표현된 유태인들의 억울한 희생과 동정, 연민만을 보여주진 않고 있었다. 살기 위해 비열해지는 건 기본이였고, 동포를 밀고하는 `쥐'들의 모습부터 빵 한쪽을 위해 뇌물과 뒷거래를 거리낌 없이 행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번식력이 뛰어나고 적응력이 뛰어난 부정적인 모습의 생물학적인 `쥐'의 모습을 여과없이 보게 되었다. 또한 차별을 받고 배척을 당했던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흑인을 멸시하고 차별하는 묘사에서 과연 이 그림과 글을 쓴 작가가 유태인이 맞나 하는 의심을 하기까지 했었다. 유태인의 피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 이렇게 자기민족에 대해서 거침없이 비판하면서 부정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는지 하는 생각에서....

아울러 유태인이기 앞서 인간으로써 심연의 바닥까지 떨어지는 현실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모습에서 흡사 쥐덫에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필사적으로 살려고 하는 본능으로 몸무림치던 `쥐'의 연민적이고 동정적인 모습도 느끼게 해주었다. 적어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가급적 사실적인 모습만을 만화라는 매체를 통해 객관적이고 여과없이 보여주고자 했던 작가의 노력이 돋보였다고나 할까....

몇번의 기회를 그냥 보내버리고 마침내 수중에 들어온 `쥐'는 나의 추측과는 동떨어지게 비교적 공정한 유태인에 대한 시각을 보여줬던 매우 음침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작품이라고 판단하고 싶다.

뱀꼬리 : 책 중간에 작가로 표현된 `쥐'가 책상에서 열심히 만화를 그리면서 `쥐 1편'으로 출세해버린 그가 바쁘게 여러 매체를 상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점점 확대되는 모습에서 만화를 그리는 책상밑에 수북히 쌓인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처참하게 죽었다고 추정되는 쥐들의 시신의 정점에 위치한 모습에서 이 만화의 심각성을 인상적인 모습으로 각인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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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7-18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태인들에 대한 감정은 제게도 아주 복잡하답니다.
이해하고 싶은데 참 어렵네요..

Mephistopheles 2006-07-18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참 그래요..그들도 분명 과거에는 피해자의 입장이였지만...
현재 진행형으로는 피해자라기 보다는 가해자의 입장이 더 짙어 보이잖아요..
보이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과의 분쟁 말고도 미국의 자금력을 쥐락펴락하는
유태인들의 보이지 않는 손도 사실 2차세계 대전때의 나치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엄청난 가해자인건 사실이니까요..

토토랑 2006-07-18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 배낭여행에서 걔네들 모여서 파티 하면서 총쏘고 (기분좋다고 허공에다 대고 빵!빵! 하는데..) 그것도 남들 다 자는 오밤중에요 ㅡ.ㅜ
그래서 그게 너무 싫었어요

바람돌이 2006-07-18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메피스토님과 같은 이유로 아직도 안읽고 있는 책입니다. 근데 읽어야 할까봐요. ^^

Mephistopheles 2006-07-19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토랑님 // 유럽여행기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바람돌이님 // 그게 참 관점의 차이일것 같아요..그래도 그나마 이책은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진 않은 듯 하네요..^^

sayonara 2006-07-30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찌보면 뻔한 유대인 고생담인데... 전 이 책을 10년도 더 된 고딩때 읽고 굉장히 충격받았어요.
최근의 중동사태와 경제문제들을 보면 냉소적이 되긴 하지만 그래도 이 책의 강렬함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ㅗ-

Mephistopheles 2006-07-31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렬하죠..
그런데 요즘 이스라엘 하는 짓 보면 그때의 나치와 똑같다는 생각이
가끔씩 듭니다..^^

sayonara 2006-08-02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차피 말장난에 지나지 않을테지만... 제 생각에는... '똑같다'기 보다는 '다를바 없다'라는... ^^;

Mephistopheles 2006-08-02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말씀하시는 걸 비교해 보니...다를바 없다가 더 어울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