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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에나는 우유 배달부! -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상상초월 동물생활백서
비투스 B. 드뢰셔 지음, 이영희 옮김 / 이마고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강아지인지 새끼곰인지, 이게 정말 하이에나인지 의심이 가는 동물 그림에다가 책의 제목처럼 등짝에 우유가방을 짊어지고 있는 모습을 보니 나는 괜히 의심의 눈초리를 먼저 보낸다.
상상초월인,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동물생활백서 라는 문구도 허위과장광고를 흉내낸 건 아닐까 라는 생각까지 했다.
책 본문에도 여지없이 등장하는 우스꽝스러운 일러스트들... 웩! 이 책이 인문서로 위장한 잡지책이면 어쩌지? 라는 걱정도 잠시... 머리말을 읽으면서부터 나는 이 책에 대한 심각한 편견을 버릴 수 있었다. 아, 얼마나 다행인가.
"나는 동물들이 수백만 년간 쌓아온 생존 기술을 그들의 언어 연구를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행동이 더 훌륭한 통로일 수 있다. 나는 듣기 좋은 말을 믿지 않으며, 사람을 판단할 때 그들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본다. 동물들을 연구할 때도 그렇다. 행동만이 중요하다. 동물들의 행동에는 잘못된 것도 거짓도 없으며 순수한 진실만이 존재한다"(6)
이처럼 저자 드뢰셔는 순수한 진실만이 존재하는 동물들의 생태에 대해 흥미롭게 이야기를 풀어주고있다. 단지 호기심을 충족하거나 한낱 재밌는 이야기거리로만이 아니라 관찰과 연구 결과로 밝혀진 동물들의 습성에 대한 이야기가 한가득이다.
자신들만의 언어로 서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돌고래 이야기를 시작으로 평생을 한 배우자와 생활하는 앨버트로스의 습성, 동물들의 세계에서 암컷이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 자녀양육을 위한 모성애뿐만 아니라 부성애까지 흥미롭게 적혀있다. 삶의 유희를 즐길 줄 알고 죽음을 애도하고 서로 공존하며 평화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아는 동물들은 어떤 면에서는 정말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책은 동물에 대한 백과사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단지 그것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동물들의 생태이야기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워야 할 것이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이라는 말 자체가 역시 '인간'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뜻을 이미 내포해버리고 있기는 하지만 이 세상은 오묘한 자연의 섭리로 인간을 포함해서 모두가 적응하며 제대로 살아가게 되어있다. 이런 흐름을 파괴하는 것은 오로지 '인간'들 뿐이라는 것의 뜻을 새삼 또 떠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