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코 언니가 ‘즐거운 맛’ 중에서 이런 이야길 했습니다.
“하~ 내가 24살이라니- 자꾸 나이를 먹는 게 난 정말 황당할 뿐이다. 난 아직 20살도 적응하지 못했는데- (중략) 어쨌든 나도 엄마도 할머니도 공평하게 나이를 먹는다. 난 이제 더 이상 적게 산 사람들을 질투해서도 안 되고, 세월이 가는 걸 황당해 해서도 안 된다. 하루 빨리 내 나이를 인정하고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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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내 나이를 인정,한다는 말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어. 내가 내 나이에 맞게 행동하고 말을 하고 생각을 하고 옷차림을 하고 문화를 즐기고..........
분명 내게는 무엇인가가 삐걱거리고 있는 표면적인 나이를 살고 있는거야. 사회인으로서의 행동양식이 있는 법인데 그걸 무시하고 살아가는 것도 정도껏,이어야 한다는거지. 나는 그렇게 지극히 평범한 일상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내면뿐 아니라 드러나는 겉모습 모두 평범한 내 생물학적, 사회적 나이에 걸맞지 않는 모습이라는 것이... 왜 주기적으로 나를 걸고 넘어지는지 모르겠어.
- 지금 이 글을 쓰는데도 쌩뚱맞게, 난 왜 간결하고 명확한 문장을 못쓰는가, 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지. 학원에서 단어를 배우고 문장을 만들라고 할 때도,,, 나는 언제나 복문만 만들고 있어. 간결하지 못한. 늘어지는. 내 삶이 그러하기 때문일까?
어제, 건방지게도 '...당신, 누구야?' 라는 글을 남겼다. 이런 거침없는 말이 튀어나온 것도 나의 언어 생활의 한 단면.
라디오 방송만 듣기가 심심해서... 졸릴때마다 듣고 싶은 노래를 신청해서 듣곤했다. 평소처럼 - 그리 주접떨지 않고(라고 하지만 실제 주접을 떨었는지도 모르지) 노래를 신청해서 듣다보니 자주 드나들게 된 듯 하다. 그런데 정말 듣고 싶었던 노래가 짤려버려서.... 들은 것도 듣지 않은 것도 아니라서... 다시 들려달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싱글앨범을 갖고 있기때문에 집에 가서 열심히 방 구석을 뒤졌지만 끝내 찾지 못해 음악을 못 들었다고. 그런데 왜 그놈의 디제이는 사연만 소개하면 되는데 쌩뚱맞게 i love you를 외쳐대는 것이냐.
그곳 아이디는 내가 업무상 이용하는, 내 주위의 왠만한 사람들에게 - 아니, 정확히 나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내 고유닉넴같은 아이디인데... 그 아이디를 말하고 그렇게 떠들어대다니.
그래서 나는 그 프로그램 관계자 중 누군가가 나를 알고 있는 사람,인가 의심을 했다. 방송이 장난도 아니고... 내가 장난말을 쓴 것도 아니고.
분명, 내가 애들처럼 글을 남긴것도 아니고, 내 탓도 아니고, 내가 철없이 행동한 것도 아니지만. 자꾸 나 자신의 온라인상에서 드러나는 모습이 그런것뿐일까, 라는 생각이 드는거다. 분명, 분명히 그것 역시 나의 모습일테니까.
어제는 수업시간에 강사가 내 메모지를 갖고 가더니 '책을 많이 읽는지, 어제 어려운 책을 읽는 것 같았는데 벌써 다 읽고 다른 책을 읽는지'를 묻는 글을 남기고 돌려줬다. 전번에 일반상식에 대한 퀴즈대항을 하면서 자리를 옮기고 문제를 만드느라 가방과 책을 저멀리 던져두고 있을 때, 얼핏 책을 훑어보고는 내가 어려운 책을 읽는다고 생각한 듯 하다. - 그때 책이 문제의 '아틀라스 세계는 지금'이다. - 정치지리의 세계사,라고 친절하게 영어가 씌여있었던가?
전번 강사는 막판에 내 습성에 대해 마구 쏟아내서 당황스럽게 하더니, 지금 강사 역시 그렇다. 뒤집어 생각하면 나 역시 주일학교 아이들에 대해 그렇게 알아가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는지에 대한 아무런 생각이 없었는데 나날이 그 생각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건 어쩌면 내가 나이를 한 살 더 먹어가면서 나타난 현상인지도 모르지만, 자꾸 그걸 인식하게 되면 내가 알고 있는 나는 조금씩 사라져버릴지도 몰라. 나도 내가 어떻게 해야하는지 잘 모르겠으니까. 자꾸만 멈칫, 거리게 되는거지.
나도... 정체성을 잃어가기 시작하고 있는건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것이 맞아. 이대로도 괜찮아, 의 한쪽 구석에서 '이제.. 그러면 안되는거 아냐?'가 불쑥 튀어나오면. 그것 역시 나의 일부인데 그걸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거야. '이제... 그러면 안되는거야'라는 말은 나의 내면이 아닌 외부의 강압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아니, 여전히 그 생각인거야. 그러니 갈수록 우울해지고 있는것이지.
아, 평소보다 한시간 늦은 퇴근. 공부라도 할까.. 해서 늦장 부린건데 똑같아져버렸군. 이제 가야겠다.
조금 많이, 생각보다 조금 많이 우울하고, 심각해.
- 그런데 왜 나의 우울함과 심각함은 가끔 웃겨보이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