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 제11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조영아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7월
구판절판


나는 되도록이면 어른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하루종일 리모컨만 눌러대는 아버지를 이해하고, 포장마차를 하는 엄마를 이해하고. 그러지 않고서는 내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복잡하고 어려운 것은 내 전공이 아니다. 세상은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진작 깨달았다. 너무 따지고 들다가는 낭패를 보기 쉬운게 세상이었다. 때로는 협상을 할 줄도, 어느 선에서 적당히 눈감아 줄 줄도 알아야 했다. 그런데 그 '어느 선'이 문제였다. 항상 나를 괴롭히는 것은 바로 그 '어느 선'이었다.-99쪽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6-08-20 2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남쪽으로 튀어! 2 오늘의 일본문학 4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장바구니담기


"집도 사람이나 매한가지야"
"사람이 와서 살아주지 않으면 금세 늙어버려. 그러다가도 사람이 들기만 하면 갑자기 젊어지거든"
지로는 그 말에 공감했다. 마냥 팽개쳐두면 아이들 역시 비뚤어진다.-45쪽

인간이란 모두 전설을 원하지. 그런 전설을 믿으며 꿈을 꿔보는 거야-51쪽

국가 교육이라는 건 애초에 잘못되었어. 미국을 좀 봐라. 세계 곳곳에서 전쟁을 벌여 죄없는 민중을 죽이고, 그러면서도 자기들만이 정의라고 하고 있잖아. 그거야말로 국가적인 사상 교육의 결과야. 일본은 그런 미국의 앞잡이 격이라고.-79쪽

지로 세대가 어른이 되었을 때는 부디 올바른 말을 하는 사람이 손해 보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줬음 좋겠다. 서로 협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쁜 일에 협력해서는 아무 의미도 없겠지?-147쪽

지로, 이 세상에는 끝까지 저항해야 비로소 서서히 변화하는 것들이 있어. 노예제도나 공민권운동 같은 게 그렇지. 평등은 어느 선량한 권력자가 어느날 아침에 거저 내준 것이 아니야. 민중이 한 발 한 발 나아가며 어렵사리 쟁취해낸 것이지. 누군가가 나서서 싸우지 않는 한, 사회는 변하지 않아. 아버지는 그중 한 사람이다. 알겠냐?

하지만 너는 아버지 따라할 거 없어. 그냥 네 생각대로 살아가면 돼. 아버지 뱃속에는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벌레가 있어서 그게 날뛰기 시작하면 비위짱이 틀어져서 내가 나가 아니게 돼. 한마디로 바보야, 바보.

( ... ) 뱃속의 벌레..... 아버지의 말이 귓가에 남아 있었다.
아버지는 이기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칼날을 벼리고 저항에 나섰다. 도저히 좋은 결과는 기대할 수 없었다. 이번에야말로 체포가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파이파티로마가 있으면 좋겠다. 지로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곳이라면 아버지도 자유롭게 살 수 있ㅇ리라. 하테루마 저 앞의 비밀스러운 낙원......
하늘에서는 별이 빛났다.-245쪽

-아버지와 엄마는 인간으로서 잘못된 일은 하나도 하지 않았어
남의 것을 훔치지 않는다, 속이지 않는다, 질투하지 않는다, 위세부리지 않는다, 악에 가담하지 않는다. 그런것들을 나름대로 지키며 살아왔어. 단 한 가지 상식에서 벗어난 것이 있다면 그저 이 세상과 맞지 않았던 것뿐이잖니?
- 그게 가장 큰 문제 아냐?
- 아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아주 작고 작아. 이 사회는 새로운 역사도 만들지 않고 사람을 구원해주지도 않아. 정의도 아니고 기준도 아니야. 사회란 건 싸우지 않는 사람들을 위안해줄 뿐이야.-287쪽

지로, 전에도 말했지만 아버지를 따라하지 마라. 아버지는 약간 극단적이거든. 하지만 비겁한 어른은 되지 마. 제 이익만으로 살아가는 그런 사람은 되지 말라고.
이건 아니다 싶을 때는 철저히 싸워. 져도 좋으니까 싸워. 남하고 달라도 괜찮아. 고독을 두려워하지 마라. 이해해주는 사람은 반드시 있어.-288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블루 타워
이시다 이라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이당 / 2006년 7월
장바구니담기


옛날에 읽었던 책을 떠올리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입니다. 아버지는 인간의 능력에 감동했다고 합니다. '그런 극한 상황이 되면, 사람의 힘은 엄청나단다. 10년도 전에 한 번 읽었을 뿐인 책조차 정말 한자도 틀리지 않고 암송할 수 있었어'. 그것은 비단 아버지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능했다고 합니다. [아큐정전]과 [벚꽃 동산]같은 짧은 것뿐만이 아니라, [수호전]이며 [전쟁과 평화]같은 장대한 것조처 그랬습니다. 길면 길수록 모두들 기뻐했다는군요. 이야기의 세계에 그만큼 오래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두 밤이 되기를 기다리며, 낮 동안의 강제 노동을 견딘 것입니다. 희한하게 책이 없는 독서회가 시작된 후로는, 아버지의 숙사에서는 이탈자가 없어졌다고 합니다. 똑같이 최소한의 식사와 최악의 노동 환경인데, 수용소 사람들이 반대로 건강해져 간 것입니다. 여러분은 책 따위 살아가는 데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지금도 책을 바닥위에 내려놓지 않으며, 절대 버리는 일이 없습니다. 아버지의 입버릇은 이렇습니다. '내 목숨은 책이 구해 주었다, 언젠가 이 은혜를 갚지 않으면 안된다'. ....

슈지는 상상을 했다. 불빛이 꺼진 열대야의 숙사. 유리 없는 창에 침대는 조잡했을 것이다. 이나 벼룩도 엄청났을 것이다. 그곳에서 바싹 마른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옛날에 읽은 책을 이야기하는 누군가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분명 어둠 속에서 눈은 반짝였을 것이다. 사람은 확실히 환경에 의해 만들어진다. 하지만 주어진 환경을 극복하는 것도 사람의 힘이다.
-352-35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두개골의 서
로버트 실버버그 지음, 최내현 옮김 / 북스피어 / 2006년 7월
품절


재능 있는 사람들은 작가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재능이 있거나 없거나 둘 중 하나이고, 재능 있는 사람들은 글을 쓰고, 재능 없는 사람들은 작가가 되.고.싶.어.한.다-114-115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굽이치는 강가에서
온다 리쿠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7월
절판


음식을 먹는다는 건 때로 허망하고 부끄럽고 서글프다. 사자처럼 한 번 먹으면 한 달 동안 먹지 않아도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루에 몇 번씩 배를 채우기 위해 어김없이 부엌에서 부지런히 움직여 음식을 만들고 입을 벌려 음식을 넣고 우적우적 씹어야 하다니, 얼마나 비참하고 굴욕적인가.
더욱 서글픈 것은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손은 저절로 움직여 남김없이 음식을 집어먹고는 부른 배를 안고 편안해한다는 것이다. 평소에 제아무리 점잔빼는 사람이라도 어차피 동물이긴 마찬가지라는 사실이 실감나는 순간이다.-152-15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