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에 동반되는 감정은 ‘분노‘이다. 욱하고 원망하고 화내고초조해한다. 부모는 화를 낼 때 책상을 치며 소리 지른다. "넌도대체 내 말을 듣는 거야 안 듣는 거야!", "이것도 못 하니? 다른 애들좀봐!", "아직도 몰라? 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 하니?"
이 분노는 아이가 말을 안 들어서 그런 것 같지만 사실을 정반대다. 자아의 내적 역량이 부족함에 스스로 위기의식을 느끼고통제감을 회복하고자 할 때 나타난다. 다시 말해 ‘분노‘는 자신의입지나 영역을 침범당한 것에 대한 보복이다.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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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쇄 - 두 남매 이야기 케이스릴러
전혜진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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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지만 소설로만 존재하는 이야기는 아닐 것 같아서 책을 읽는 동안 점점 더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족쇄'는 과연 누구를 얽어매고 있는 걸 말하고 있는 것일까, 생각해보지만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다.

신화이야기에서든 고전이든 혹은 성경에서든 근친상간은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이지만 그것이 현재의 이야기가 되었을 때는 섬뜩한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살해한 준현이 교도소에서 만기출소하는 시점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부모를 살해한 죄가 크지만 준현의 이복동생인 나현이 아버지에게 성폭행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우발적인 살인이 인정되어, 더구나 준현의 할아버지인 서필환 원장이 막강한 뒷배를 이용해 사건을 축소시키기도 했기에 준현은 5년형을 받고 나오게 되었다. 

이야기의 끝으로 가면서 살인사건의 또 다른 숨겨진 비밀이 드러나고 출생의 비밀이 여럿 얽혀드러나면서 여러 죽음이 난무하게 되는데 과연 이 소설의 이야기는 그것을 언급하지 않으면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을까 싶다. 

사실 줄거리만을 언급하면 이보다 더한 막장이 있을까 싶을만큼 얽혀있는 관계는 절대 보편적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도 할 수 없는 그런 것이다. - 책을 읽다 너무 불편하고 피를 부르는 살인의 이야기에 피곤함이 느껴져 잠시 인터넷뉴스를 검색해봤는데 그 기사내용마저 동생이 누나를 살해하고 자살, 같은 것이어서 더 피곤해져버렸다.


씨족공동체,라는 말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처럼 아직까지도 가문과 혈통에 얽매여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해방이 되고 사회체제가 바뀌면서 변화를 못받아들이고 과거에 머물며 족보만을 따지는 이들도 있을 것이며 목적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혈연으로 매여있다고 생각하면 그들의 세상은 현실이기를 부정하고 싶어지는 것이 아닐까.

우리 사회에 대한 냉소적인 비판이라 생각해봐도 나현이 움켜쥐고 있는 족쇄는 이해가 되지 않고 있지만, 설마 나현이 쥐고 있는 것을 금지된 지독한 '사랑'으로 말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근친상간과 존속살인은 생각보다 우리 현실에 많이 산재해있다. 하지만 그것을 인간의 본성이라고 하지 않듯이 '족쇄-두 남매이야기'에서 다루고 있는 남매의 관계,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나현의 존재가 결국은 제자리로 찾아가는 이야기였다면 마음이 덜 불편했을까?

아니, 애초에 그 '제자리'라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생각이 많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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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풀어 놓을 곳이 없으면 글로 그 감정을 풀어내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라는 건 내 체험이라고 생각한다.

가끔 나와 내 환경을 모르는 사람들이 나의 일방적인 글에 공감하고 위로해주는 것이 도움이 되기도 했고.

마음 속의 것을 털어내면서 아주 조금은 객관화시킬 수 있어서 잠시 감정을 추스리기도 하고.


그런데 이젠 그런 글쓰기도 귀찮아지고 있다.

이성적인 글쓰기가 아니라 감정 쓰레기가 되어가는 것 같아서 그냥 말로 욕지거리를 내뱉어보는데.

하나도 도움이 안된다.

내가 원래 폭력적인 사람인가 싶을만큼 뭔가를 때려부숴버리면 좀 풀릴 것 같은 기분이기도 하지만.

그런다고 바뀌는 것은 하나도 없다.

바뀌는 건 하나도 없어.

왜 지들은 편하게 살고.

나의 희생은 당연한거지?

진작에 독립을 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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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열두 달 - 고대 이집트에서 1년 살기
도널드 P. 라이언 지음, 우진하 옮김 / 타인의사유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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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이집트에서 1년 살기는 어떤 느낌일까?

이 책은 고대 이집트의 역사를 소설로 엮어 쓴 팩션,이라고 할 수 있다. 기록된 역사를 확인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고대사를 이야기로 엮는다니, 너무 흥미로울 것 같았다. 미시사와 거시사가 하나의 글 안에 1년 살이의 팩션으로 엮였다니 어떻게 표현할지 너무 기대되었다. 그런데 성급한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나는 그냥 소설이거나 역사서이거나 에세이로 고대이집트의 1년살이를 상상해보는 것이 더 내 취향일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팩션이라는 소설의 형식이지만 설명처럼 들어간 내용이 좀 어정쩡한 느낌이랄까. 하지만 이건 취향의 문제이니 이 책이 재미없다,라고 판단할수는 없다. 


취향의 차이라고는 했지만 책의 내용을 떠올리다보면 "이야기로 들여다보는 고대 이집트인의 생생한 생활상"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깨닫는 정도가 아니라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흥미진진함도 담겨있다. 

한가지를 언급해보자면 가나안의 혼인잔치와 이집트병사의 원정이야기이다. 가나안의 혼인잔치,라고 하면 성경이 먼저 떠오르지만 이집트의 번영이라기보다는 당대에 피지배자의 모습으로 살아가야했던 사람들의 모습과 지배자라고는 하지만 이집트의 하층계급인 일반 병사가 겪게 되는 이야기는 상상이 아닌 현실같은 묘사여서 이 책의 묘미는 이런 것인가 싶었다. 

상업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막강한 이집트가 주위의 모든 지역을 다스리고 있지만 국경 너머 변방의 지역에 갔을 때 지역민들에게 오히려 피습을 받아 목숨을 잃기도 하는 병사의 이야기는 다소 충격적이기는 했다. 하지만 예전에 성경속에 묘사된 모세가 광야를 헤매고 다니며 약속의 땅으로 갈 때 관점을 살짝 비틀어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렇게 생각해본다면 힘없이 죽임을 당하는 이집트 병사의 모습이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싶다. 수십만의 히브리인이 떼를 지어 다니면 그 세력이 엄청났을 것이며 그들이 지나쳐가는 마을에서 숙식을 해결하기 위해 온갖 약탈이 있지 않았을까, 그들의 세력이 오히려 이집트의 지배력을 능가했을지도 모른다라고 생각하면 이 책의 내용들이 더 현장감있게 느껴지는 것이다. 


피라미드 공사를 위해 노동력을 착취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나일강의 범람하는 시기에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농민들을 위해 국가 세금으로 노역을 시켜 먹여살렸다는 또 다른 관점이 있는 것처럼 역사 속 세부적인 이야기들을 알게 되면 그 시대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게 된다. 

'들어가며'를 통해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이집트 역사의 시기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왕조사를 간략히 설명해주고 있는데 이 부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무작정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미시사 역시 거시사 속에서 그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고 있다. 


책에 대해 정리를 하다보니 각각의 에피소드에만 집중을 해버려서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지 못한 것도 내가 이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며 읽었고 그래서 역사적 생동감을 느끼지 못해 애꿎은 취향탓을 하며 재미없었다고 말한 것의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보니 시간을 내어 천천히 재독을 해 본다면 이 책은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 가득한 이집트에서의 1년살이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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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지 마세요 Don’t be Fooled!
자이언제이(Zion.J) 지음 / 샘터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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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지마! 너는 정말 멋지고 특별한 색을 가지고 있어, 넌 정말, 아름다워."


자신의 이름을 퓨니라고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의 작가는 '회화 작가, 패션 아티스트, 아트 디렉터,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사실 자신만의 특별한 색을 갖고 있으니 자기 자신의 모습을 살아가,라는 말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들어봤던 이야기이고 또 한번쯤은 주위의 누군가에게 해 주었던 말이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이 말의 특별함이 아니라, "삶이란, 주어진 예측 불허한 바람과 색을 나만의 특별함으로 만들며 살아가는 여행이야"라는 말에 저자의 특별함을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솔직히 오래전에 봤었던 만화의 '삶은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다'라는 말이 떠올라 궁금해진것도 사실이다. 


어린 시절 강한 바람이 불어 아빠가 깊고 어두운 바다 속으로 떠난 이후, 강한 바람은 자꾸만 벼랑 끝으로 밀어내며 밑으로 떨어뜨려 바다속으로 몰아내고 있다고 느낀다. 자신이 가진 푸른색은 속을 알 수 없는 깊은 바다의 어두움이라고만 생각을 하며.

삶에서의 예측불허인 바람은 나의 선택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런 환경은 다른 누군가의 탓도 아니고 자신의 잘못도 아니다. 내가 어쩔 수 없는 것에 대해 받아들이고 그 상황에서 어떻게 자신을 찾아나갈 것인지는 자신의 선택인 것이다.


은유처럼 쓰이고 있지만 글의 내용은 어렵지 않고 명확하다. 세상의 모든 것이 나를 밑으로만 끌어내리려 하고 있을 때 나의 푸른색은 검푸른 바다의 우울함일뿐이었지만 자신을 이끌어주기 위해 어려움을 헤치고 손을 내밀어 끌어당겨주는 엄마를 보게 되면서 자신의 푸른 색은 깊고 암울한 바다의 푸른색이 아니라 저 밝은 하늘의 푸른색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작가가 이야기하고 있는 '너는 정말 멋지고 특별한 색을 가지고 있어'라는 말은 내게 용기를 주고 힘을 불어넣어주는 응원의 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가진 특별한 푸른색을 깊고 어두운 바다색으로 품고 갈 것인지 밝고 맑은 하늘의 푸른색이라고 여길지 선택은 자신의 몫이라는 것이 아닐까 싶다. 


"가끔, 다시 바람이 불고 밤이 찾아오면, 내 푸른색이 짙은 바다처럼 보여 슬퍼지는 날도 오겠지?

하지만, 이젠 나는 내 푸른색이 아름다운 하늘빛이란 것을 알고 있어. 곧, 다시 아침이 올 것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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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모모 2024-05-18 12: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어보고 싶은 내용이네요.

chika 2024-05-18 16:01   좋아요 0 | URL
네. 선택하는 삶이란 의미에서 더 좋은 느낌의 책이였어요.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