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매혹한 돌 - 주얼리의 황금시대 아르누보, 벨에포크, 아르데코 그리고 현재 윤성원의 보석 & 주얼리 문화사 2
윤성원 지음 / 모요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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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움직인 돌,의 작가 윤성원님의 두번째 보석 문화사 이야기가 나왔다. 정말 오래전에 읽은 책 느낌인데 작년에 첫번째 책을 읽었다는 걸 확인하고 좀 놀라고 있다. 명확한 내용들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보석을 단순한 장신구 정도로만 생각하다가 그에 대한 시선이 조금은 바뀐것은 당연히 인식하고 있다.  

세계를 매혹한 돌,은 주얼리의 황금시대라 할 수 있는 근현대의 이야기를 시대별로 정리해주고 있다. 세계사를 통해 조금은 익숙한 역사 속에 등장하는 보석과 주얼리의 이야기라 그런지 그 흐름과 배경이 색다른 느낌에 더해 세계 미시사를 읽는 느낌인 것도 좋았다.


보석의 매혹적인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여전히 좀 둔감한 느낌이지만 여성의 목을 장식한 초커의 시작이 프랑스 혁명의 시기에 교수형의 죽음에서 살아났지만 목에 깊이 패인 상처를 감추기 위한 것에서 시작하여 무자비한 혁명에 반대하는 드레스코드가 되었는데 그것이 또 시간이 지나면서 매춘부의 상징으로 까만 초커가 등장했다는 이야기는 마네나 드가의 그림을 통해 익숙하게 봤던 느낌보다 더 강렬한 인상으로 남는다. 그리고 이후 초커는 귀부인들의 장식소품으로 화려하게 변화하게 되었다니 정말 역사와 문화사를 통해 그 변화의 의미를 알게 되는 것의 즐거움은 묘한 설레임을 갖게 하는 것 같다. 물론 그 느낌이 늘 즐거움의 의미만을 갖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어두운 면도 알아야하는 것이지만.


아르누보와 벨에포크, 아르데코 시대를 거치면서 왕족 중심으로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던 주얼리들은 신분계급의 몰락과 맞물리면서,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조금씩 분해되기 시작했는데 왕조사 중심의 역사를 접하다가 영국 왕족의 변화와 메리 왕비의 일화를 중심으로 주얼리 이야기를 읽고 있으려니 근대사를 다시 확인해보고 싶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근현대사를 다시 살펴보지 않아도 뭔가 다이아몬드의 수요 공급을 조절하고 독점하기 위한 드비어스의 이야기는 현대사회의 자본독점이 도를 넘어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굶어죽어가는 아이들이 있어도 수요 공급을 조절하며 자본의 이익을 위해 식량이 되는 옥수수를 바다에 버린다고 했던 이야기와 뭐가 다를까 싶은.


블러드 다이아몬드라고 알려지며 천연 다이아몬드의 채굴이 윤리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강조하는 시대가 되었고 합성다이아몬드의 생산이 시작되면서 탄소중립을 넘어 기후중립을 강조하게 되는 것까지 보석과 주얼리가 사치품을 넘어 '아름다움'을 담는 것으로 바뀌어가게 되는 것은 좀 반가운 소식 같다. 

사실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미학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이 책에 삽입된 주얼리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그 디자인과 보석세팅에 감탄을 하게 될때도 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은방울꽃 모양의 진주 브로치였고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여러 탄생비화를 갖고 있는 까르띠에의 알도 치폴로가 디자인한 나사못 모양의 네일팔찌이다. 탄생비화 중 하나가 예수그리스도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사실 예전에 누군가에게 받았던 십자가 목걸이의 십자가 모양이 못의 형상 두 개를 가로 세로로 이은 것이었던 것이 생각나서 더 기억에 남은 것이다. 


여전히 보석과 주얼리와는 거리가 멀지만 '세계를 매혹한 돌'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그냥 반짝이는 돌이라고만 생각하다가 그 반짝이는 돌에 얽혀있는 문화, 역사 이야기를 통해 시대의 취향과 트렌드를 엿보는 것이 재미있어지는 매력있는 이야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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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진 복도에서 지루하게 차례를 기다리느라 기운이 빠진 나머지 잠시 엉덩이를 붙여볼까도 싶었지만 결국 나는 변기 위에 앉고, 볼일을 보는 과정을 생략하기로 했다. 그저 황금빛 레버를 내리며 변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황금빛 물 소용돌이를 명하니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 장면은 내가 평생 목격한 것과 별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그제야 "무엇을 섭취하건 그 결과는 배설로 귀결된다"는 작가의 의도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103 킬로그램의 금으로 된 변기에 앉는 순간 아이러니하게도 만인은 평등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면 그는 아마도 시원한 배설의 쾌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과 함께.
작가는 변기를 통해 인간의 탐욕과 과도한 부를 조롱하면서 경제적 불균형이 심한 아메리칸 드림‘을 풍자하고 싶었다고 했다. 순간 내 머릿속에는 ‘도금 시대(1865~1900년)‘가 떠올랐다. 미국이 기회의 땅으로 부상하며 국제적으로 위상을 높여간 시절 말이다. 대자본가가 등장한 이래 빈부 격차가 문제되지 않은 적은 없었지만 도금 시대가 펼쳐진 뉴욕은 그 어느 때보다 불균형했고 겉과 속이 극명하게 달랐다. 그러고 보니 이 변기가 설치된 곳도 뉴욕 5번가가 아닌가? 이쯤 되니 1870년대 뉴욕 상류층을 배경으로 한 소설 『순수의시대 The Age of Innocence 를 소환하지 않을 수 없었다. .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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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만은 공중부양 - 오늘도 수고해준 고마운 내 마음에게
정미령 지음 / 싱긋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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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를 읽을 때 좋은 것은 나와 다른 것 같지만 나와 다르지 않다는 느낌에서 오는 안도감이랄까, 때로는 힘들고 고달픈 삶이지만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잘 버텨내고 있다는 것에 위로를 느끼며 공감하게 되어서 라는 생각을 잠시 해보게 된다. 

'마음만은 공중부양'이라고 해서 요가와 관련된 에세이일꺼라고 맘대로 생각해버렸다. 작년에 읽은 에세이 중에 일상의 모습과 요가 자세와 연결하여 쓰여진 글이 있었는데 꽤 좋았던 기억이 남아있어서 공중부양은 못하지만 말 그대로 마음만은 공중부양을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펼쳤는데 요가...이야기는 전혀 없었다. 아니, 요가를 배우며 깨달은 한가지 이야기는 나온다. '나만의 호흡'

마음만은 공중부양,이라는 제목처럼 요가를 배우며 안되는 자세를 애쓰며 잘해보려고 하고 주위 사람들과 비슷하게 맞춰가려고 하지만 옆자리의 6세 꼬마가 자기만의 편한 자세로 잠에 취한 것을 보고 자신의 호흡으로 자신에게 맞는 자세를 잡아가는 것의 중요함을 깨닫는 것이다. 이 이야기조차 책의 끝무렵에 나와서 요가의 자세와 연결되는 에세이는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해서 이 책이 맘에 안드는 것은 아니다. 첫머리에 말한 것처럼 나와는 다르지만 또 나의 모습이 담겨있기도 한 듯한, 내가 이미 깨닫고 지나간 일들이기도 하지만 내가 체험하게 될 이야기일지도 모를 이야기들을 읽고 있으려니 늘 흔들리고 걱정스러우며 혼자 고립되어 있는건 아닐까 하는 마음을 잠시 내려놓게 된다. 

"인생이란 바다를 항해하면서 파도는 끊임없이 밀여온다. 잔잔한 파도는 물론 커다란 쓰나미까지. 끝이 없는 파도를 넘으며 우리는 매일 앞으로 나아간다."(260)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하기에는 좀 늦은 듯 하고 안정적인 삶을 유지하고 싶지만 그냥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상태로 살아도 되는 걸까 라는 고민이 사라지지 않는, 30,40대의 삶의 고민에 대해 가장 많은 공감을 갖게 되겠다 싶지만 꼭 그 나이대가 아니더라도 늘 흔들거리는 삶이라고 느껴지는 모두에게 공감을 주는 내용이란 생각이 든다. 

드라마속에서 나올법한 이야기는 조금 가볍게, 삶은 역시 알 수 없고 재미있다고 이야기하지만 그 드라마같은 이야기가 내게는 좀 고통스럽게 느껴져서 마냥 재미있다고만은 하지 못하겠지만 '알 수 없다'는 부분에 방점을 찍으면 재미있다고 표현할 수 있을지.

잘 늙고 싶다는 4장과 사사로운 하소연이 담겨있는 5장의 이야기로 넘어가면서 더욱더 실감나게 공감하며 읽게 되었는데 특히 가족, 엄마를 대하는 태도에서는 맞장구를 치다가 나 역시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반성해보게 된다. 내 주장만 하고 있지 나 역시 어머니를 이해하려고 했는지.


오랜 수련을 쌓은 요기들처럼 공중부양은 커녕 기본 호흡도 제대로 못하고 있지만 저자의 말처럼 나 자신의 호흡으로 천천히 삶에 다가오는 파도를 헤쳐가며 앞으로 나아가면 되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며 평온함을 가져본다. 언젠가, 아니 언제까지나 공중부양을 못하면 어떤가. 내가 평온한 호흡을 하며 쉴 수 있으면 그것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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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8-07 0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지금 자정-날짜 변경선을 넘었습니다. 지금 시작된 오늘 하루도 평안하시길요.

chika 2021-08-07 07:42   좋아요 0 | URL
네! 우리 모두 언제나 ‘오늘‘도 평온한 하루이길! ^^

서니데이 2021-09-10 18: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chika 2021-09-10 22:27   좋아요 1 | URL
어쩌다보니 이런일이.... ^^;;
고맙습니다 ^^

초딩 2021-09-11 13: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리뷰 당선 축하드립니다~
좋은 날 되세요~

chika 2021-09-12 11:08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
 

혁명, 매춘, 귀부인을 넘나든 직선의 미학 초커.
18세기 말에 단두대 희생자들에 대한 오마주로 빨간 초커가 유행했다면, 19세기에 접어들어서는 검정초커가 유행한다. 검정초커는 하층민들 사이에서 매춘을 상징했다. 57. 세계를 매혹한 돌




이처럼 어둡고 퇴폐적인 뉘앙스를 풍기던 초커는 1880년대 후반 영국에서 돌연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재탄생한다. 인도의 상류층 여인들이 목걸이를여러 겹 휘감은 모습에서 영감을 받은 알렉산드라 왕세자비 덕분이었다(그녀는 남편인 앨버트 왕세자가 1901년 에드워드 7세로 즉위하면서 왕비가 된다). 알렉산드라왕세자비는 갑상선 수술을 한 흉터를 가리는 용도로 다이아몬드와 진주가여러 줄 세팅된 폭넓은 초커를 목에 착용하기 시작했다. 이를 귀족과 부르주아 여성들이 모방하면서 초커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유럽 상류층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는다.
- P65

혁명, 매춘, 귀부인을 넘나든 직선의 미학 초커.
18세기 말에 단두대 희생자들에 대한 오마주로 빨간 초커가 유행했다면, 19세기에 접어들어서는 검정초커가 유행한다. 검정초커는 하층민들 사이에서 매춘을 상징했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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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알고 싶은 건축물이 너무도 많아 - 역사와 문화가 보이는 서양 건축 여행
스기모토 다쓰히코나가오키 미쓰루.가부라기 다카노리 외 지음, 고시이 다카시 그림, 노경아 / 어크로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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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공학에 대해서는 이해도 못하고 잘 알지도 못하지만 건축물을 보는 것과 그에 담겨있는 역사와 문화, 과학 그리고 이야기들을 좋아한다. "건축물을 안다는 것은 그 시대의 역사와 문화를 꿰뚫는다는 것"이라는 말처럼 스스로 이것을 깨치기는 힘들지만 이 책을 읽는다면 일정부분 그 흐름이라도 꿰뚫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으로 책을 펼쳤다. 

고대의 건축물, 그러니까 피라미드나 파라오 신전, 그리스의 신전들에 대한 글을 읽을때까지만 해도 그냥 술렁거리며 그닥 깊이있게 읽지 않고 가벼이 읽을 책인가보다 하며 내가 예상했던 책이 아니라는 섯부른 판단을 했다. 짬짬이 틈 날때마다 한꼭지씩 읽어볼까, 라는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꼼꼼히 그림을 살펴보고 다시 글을 읽기 시작하니 온통 새로움과 건축이 시대의 흐름을 어떻게 표현하고 변화해가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고 좀 더 자세히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새로운 시대의 건축가들이 다시 새로운 건축을 만들어 나갑니다. 어떤 환경에서든 건축의 미래는 끝이 없습니다"(239)라 말하듯이 정말 새로움은 늘 존재하는 것이다. 


이미 알고 있는 건축물의 위대함을 말하고 있는 글도 있지만 새삼스럽게 판테온이나 콜로세움의 위대함을 느끼게 되고 그냥 지나쳐가던 성당의 출입문과 제단의 위치에 대해 살펴보고 싶어진다. 중세시대의 성당은 탄생, 생명, 부활을 상징하는 제단은 동쪽에, 죽음과 죄악을 상징하는 출입문은 서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주 출입구가 되는 정면 파사드는 서쪽이라는 이야기를 아는 분에게 들었었는데 이 책에서 실제로 그 내용을 읽게 되니 더 자세히 보게 된다. 

처음 들어 본 이야기로 무척 흥미로웠던 것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이상도시를 구상했고 그것이 구현된 건축물이 프랑스의 샹보르 성이라는 것이다. 3층 건물의 나선형 이중 계단은 서로 어느 누구와도 마주치지 않고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다고 하는데 직접 가보고 싶은 곳 중 하나다. 개인의 독립적인 공간을 만들어준다고 하지만 너무 많은 공간을 차지해 실현되기는 힘들다는 말에 공감이 된다. 


책은 각 건축물을 사진이 아닌 일러스트로 표현하고 있는데 이미 알고 있는 건축물은 그 이미지를 떠올리며 읽을 수 있었는데 모르는 건축물은 직접 찾아봐야 해서 처음엔 좀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죽기 전에 꼭 한번 봐야할 건축물 중 하나 - 책에도 이 표현은 이 건축물에만 쓰고 있는데 - 소크 생물학 연구소의 파사드는 하늘이어야 한다,는 말의 느낌을 이미지를 찾아보면서 느낄 수 있었다. 


이집트의 가자 피라미드에서 시작해 루브르의 유리 피라미드로 끝을 내고 있는 것도 흥미로웠지만 고대의 건축 형태가 현대에 어떻게 변형되어 재현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다시 한번 건축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흔히 알고 있는 건축 양식에 대해 대단하다는 감탄을 읽으면서 우리의 배흘림기둥이라거나 처마와 지붕의 곡선미, 정교하게 짜여진 건축을 떠올려보기도 했지만 실상 정확히 아는 것은 하나도 없어서 좀 민망한 기분이다. 우리의 건축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도 이 책의 긍정적인 영향이라 할 수 있으려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설명이 조금은 단적으로 설명되어 있어서 오해의 여지가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인문학적인 소양이 있다면 충분히 이해하고 넘어갈만한 부분이 아닐까, 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한다면 이 책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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