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한국은 - 우리의 절망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박성호 지음 / 로고폴리스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엔 그저 그랬다. 우리나라의 정치,경제,사회... 모든 면에서 드러나는 문제가 어디 어제 오늘의 일이겠는가. 노동에서부터 시작해서 교육, 심지어 종교에 이르기까지 그 안에 내재해있는 문제들을 끄집어내다보면 뭔가 끊임없이 해결해야할 근본원인들이 쏟아져나오기만 하고 우리의 미래는 전혀 보이지 않을 것만 같은 막막한 느낌에, 솔직히 나는 이런 글들을 일부러 회피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런 나 자신의 태도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불평불만만 할 뿐 스스로는 전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런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건 서로가 서로에게 최악일뿐이지 않을까.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고 하더라도, 분명 나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가는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좀 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문제들에 관심을 갖고 올바른 방향으로 바꿔나가기 위한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어쩌면 이 책을 읽는 것도 그 길을 향한 한 걸음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해본다.

저자가 밝혔듯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것들일 것이다. 하지만 단편적인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 한 사회를 이해하기는 힘든 것이며, 그렇게 개별적인 문제들이 연결고리를 가지며 새로운 문제들을 생겨나게 하고 있기 때문에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사회현상을 좀 더 깊이있고 넓게 통찰할 수 있어야 그에 대한 근본문제의 해결과 더 나은 미래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는 노동, 역사, 정치, 언론, 종교, 교육, 국방의 문제를 유기적인 연관관계로 이어가며 다루고 있는데, 이미 알고 있는 사실들이 어떻게 연관이 되고 그 흐름이 사회적으로 어떤 문제를 만들고 어떤 현상을 드러내는지 알기 쉽게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어서 책을 금세 다 읽어버렸다. 특히 교육과 국방에 대한 이야기는 솔직히 흘려들으며 소문처럼 알고 있었던 단편적인 이야기들이 좀 더 명확하게 사실관계를 드러내고 있어서 더욱 흥미로웠다.

한동안 떠들썩했던 북한의 핵무기개발에 있어서 솔직히 나는 그저 막연하게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 반대라고만 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니 좀 더 명확해지고 있다. 저자는 그저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관한 문제만이 아니라 해방이 되면서부터의 남북한의 군사력, 미국의 영향, 주한미군과 한국 국방의 정보력에 이르기까지 그 근원에서부터 역사적인 흐름속에서 생겨나는 문제점까지 언급하고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가져오는 세계적인 영향력에 이르는 문제까지 언급을 하고 있다. 핵무기가 소형화되고 그것이 테러리스트들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면 그 파급력은...

이미 알고 있지만 좀 더 깊이있고 넓게 알아야 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하나하나 길게 언급하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내게는 좀 더 새롭게 다가온 국방에 대한 부분만 언급했는데 이 책은 어떤 측면에서는 그저 가볍게 읽어 나갈 수 있는 글이지만 깊이있게 파고들면 들수록 근본에서부터 시작하여 우리 사회에 나타나는 문제들을 제대로 알게 되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그의 말처럼 '알고나 당하자, 아니 알고나 싸우자!'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사회가 되면 깊이 알기보다는 넓게 아는 사람이 더 선호될 가능성이 많아요... 사회가 급변하면서 노동환경이 점점 열악해질 때, 이에 맞서서 내 권리를 지키려면 도대체 이 사회에서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정도는 알아야 한다"며 우리가 미래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반드시 알아야 할 이야기를 골라 했는데 더 많은 것들은 우리 각자가 알아서 공부를 해야한다고 말하고 있다.(390)

그리고 한가지 덧붙여 우리의 대부분을 좌우하는 자본의 힘은 대단하지만 그 자본은 또한 소비자를 두려워할수밖에 없으니 우리 모두가 현명한 소비자가 되었으면 한다는 이야기로 끝을 내고 있다.

우리의 미래는 그저 낙관할수만은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알고 변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현명한 삶을 살아가느냐에 따라 더 낙관적인 미래를 만들수는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드니!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9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뜸 이런 말부터 해도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왠지 '시드니'를 읽으면서 역시 무라카미 하루키는 에세이가 진리구나 라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사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많이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하는 것이 무리일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읽어본 책들 중에서는 확실히 소설보다는 에세이가 더 재미있었는데 짧은 에세이들만 읽다가 하나의 주제로 이렇게 길게 쓴 에세이를 읽으니 훨씬 더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올림픽 취재를 하는 소설가의 글이 뭐 별거 있겠냐, 라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기 때문에 - 그러니까 그닥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책을 읽었기 때문에 더 재미있게 느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무라카미 특유의 가벼운 농담처럼 흘러가는 여행인듯 여행아닌 여행 이야기인 '시드니'는 2000년에 열린 시드니 올림픽에 취재기자로 간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다. 물론 글의 시작은 하루키답게 1996년 애틀랜타의 마라톤으로 시작하고 있고, 시드니 올림픽을 준비하는 이누부시 다카유키의 연습을 그려낸 글이 담겨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시드니 일지.

올림픽 취재일기라고 해서 온통 올림픽 경기에 대한 이야기일거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올림픽 기간이 되면 온갖 방송, 언론 매체에서도 올림픽 참가 선수들에서부터 식사, 숙박 시설, 올림픽이 열리는 지역에 대한 이야기까지 온갖 이야기가 넘쳐나지 않는가. 그러니 무라카미 하루키 역시 그의 입담으로 별 것 아닌 것 같은 것들이지만 별 것이 되는, 때로는 더 중요한 이야기들을 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일것이다.

내 기억에는 거의 남아있지 않은 시드니 올림픽에 대한 이야기는 간혹 한국 선수들의 경기 이야기가 나오면 검색엔진을 돌려볼까 싶어지기도 했지만 하루키의 이야기 자체를 그대로 즐기기 위해 묵묵히 책만 읽어댔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보니 일본 선수들의 경기 이야기도 그리 많이 나오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키는 보도를 위한 취재를 위해 시드니로 가기는 했지만 온전히 취재만을 한 느낌이 아니라 좀 더 자유롭게 경기를 즐기고 올림픽을 즐기는 하루키만의 시각으로 시드니 올림픽을 볼 수 있었다는 것 또한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의 하나가 되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러니까 일본 여자 마라톤 선수의 메달 소식보다 기대주였던 남자 마라톤의 이누부시에 대한 글이 더 길고 그와의 인터뷰까지 실은 것은 '승리보다 소중한 것'에 대한 그의 강조점이 더 잘 드러나보이고 있다. 평화의 제전이라기보다는 갈수록 심해지는 경쟁과 자본의 투입으로 경제적인 낭비와 손실이 심해지고 있어서 아예 아테네에서 계속 열린다면 원래의 마라톤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라는 하루키의 말에는 웃음이 나오면서도 뭔가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되는 의미가 담겨있기도 하고.

 

오스트레일리아의 간략한 역사 이야기도 흥미로웠고 고속도로 이야기와 해변, 특히 상어가 출몰한 기사의 인용들은 다분히 의도적이라 느껴지기는 했지만 서핑을 즐기는 이들의 입장과는 다를수밖에 없는 내게는 좀 더 심각하게 다가왔다.

책을 다 읽고나서야 알았는데 삽화는 일본의 일러스터가 아닌 우리 작가 이우일이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하루키의 다른 에세이에 실려있는 그림들과는 좀 다르게 선이 굵고 강한 듯 느껴졌었는데 솔직히 나는 이우일의 삽화가 가장 좋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아무튼 무라카미 하루키의 시드니 일지. 새삼 15년전의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이야기가 뭐 재미있겠어? 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시드니 일지'는 다시 봐도 재미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5-12-25 19: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6-01-27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삽화가 우리나라 일러스터의 작품이군요.
 
[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 - 그리움을 안고 떠난 손미나의 페루 이야기
손미나 지음 / 예담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페루 이야기이다. 더더구나 손미나의 글이다. 이건 읽지 않고 그냥 넘길수가 없다. 솔직히 남미로의 여행은 너무 멀다고 느껴지고 바로 옆에 붙어있는 중국대륙에도 가보지 못한 내가 저 먼나라에 갈 기회가 있을까 싶기도 해서 언젠가 가보고 싶은 곳이라는 생각조차 쉽지 않다. 인류문명의 불가사의라 할 수 있는 잉카 문명, 마추픽추는 원래도 관심이 많았지만 티비 프로그램을 통해 더 신비롭게 다가온 곳이다. 그래서 직접 가보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좋을 것 같았는데 뜻밖에도 손미나의 글로 페루를 접하게 되다니.

십여년 전 처음 손미나의 여행에세이를 읽을 때만 해도 조금은 감정에 들떠 있는 듯한 이야기의 흐름과 거짓말처럼 우연이 반복되어 일어나는 것 같은 여행 체험에 마음이 온전히 가지는 않았었는데 그녀의 글을 계속 읽다보니 그녀가 여행에서 경험하는 많은 우연들은 우연처럼 보이는 필연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그녀의 간결하고 솔직 담백한 여행 이야기를 좋아한다. 별다른 꾸밈없이 드러나는 그녀의 솔직한 마음은 그만큼 투명하게 여행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번 페루 여행에서도 여전히 그녀는 우연처럼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거기에다가 돌아가신 아버지의 영혼이 깃들어 있는 듯한 콘도르의 모습까지. 그런데 그것은 결코 그냥 스치듯 우연찮게 행운처럼 받게 된 체험들이 아니다.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약도 없지만 그레고리를 만나기 위해 여행일정을 변경하면서까지 찾아가는 그녀의 마음은 그녀의 여행기가 관광만이 아니라 그곳에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그대로를 만나고 싶어하는 것이기에 가능한 것이고 그러한 바램은 정말 기적처럼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이 아닐까.

더구나 그녀의 유창한 스페인어 - 실제 들어보지 못해서 유창한,이라고 하는 것이 좀 그렇긴 하지만 분명 막힘없는 의사소통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래서 더욱더 페루 여행 체험이 풍요로웠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 그리고 뜻밖에도 '페루'라고 하면 원시림을 먼저 떠올려본적이 없는데 페루의 아마존 체험이야기는 정말 새로웠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녀가 직접 촬영한 아마존의 빗소리는 들을때마다 내가 집 마루에 엎디어 마당에 내리는 빗소리를 보고 들으며 느끼던 그 평화로움이 느껴져 더 좋았다.

페루의 원시 자연의 모습, 그곳에서 살아가는 페루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 콘도르가 비상하는 하늘의 경이로움.... 그 모두가 너무도 좋아서 다시 한번 꿈을 가져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언젠가 그곳으로 가보게 되는 날이 오기를.

 

 

 

"정말로 놀라운 것은 극한의 원시 자연이 인간에게 선사할 수 있는 평화로움이 얼마나 큰가 하는 것이었다.

......

내 인생 최고로 평화로운 행복을 경험한 놀라운 밤이었다."(79)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피북 2015-12-18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손미나`작가하면 꼭 읽어야하는 사람으로 꼽고 있어요 ㅎ 이번 여행길은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아픔과 그리움에서 시작되었다고 해서 궁금했는데 덕분에 궁금증이 조금 풀렸습니다. 저도 어서 읽어봐야겠어요^~^

chika 2015-12-18 19:18   좋아요 0 | URL
네. 아버지 얘기는 특히 콘도르 이야기와 연관되어 있어요. 분명 좋아하실거예요 ^^
 
곽영일의 유쾌한 Pops 뒤집기 - 노블티 송으로 실용영어를 배우다!
곽영일 지음 / 니들북 / 201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어렸을 때 팝송으로 영어공부를 할 수 있다면서 팝송 듣기를 즐겨하고 영화보기를 즐겨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엊그제 비정상회담에 배우 우현이 게스트로 나왔을 때 누군가가 그가 등장하는 영화를 봐서 기억한다며, 한국어를 배울 때 봤던 영화라고 말을 했다. 그러니까 케이팝을 즐겨 듣는 청소년들 역시 우리가 팝송을 들으며 영어공부를 했던 것처럼 케이팝을 들으며 한국어 공부를 한다는 것인데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언어를 익힌다는 것은 즐겁게 학습한다는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겠지.

 

이 책을 받고 어쩐지 분명 배철수는 추천사를 썼을 것 같아 일부러 먼저 찾아봤다. 아니나다를까 있다. "팝송을 많이 들으면 영어를 잘할 수 있나요?' 라는 질문에 내 대답은 '그렇다 혹은 아니다' 이다. 이 둘을 가르는 것은 바로 가사인데 이 분야의 전문가는 누가 뭐래도 '곽영일'이다. 이건 내가 진행하는 프로의 '수요 팝송 영어'를 함께해서 잘 안다. 이 책으로 팝과 영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시고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만납시다!" 라고 본인의 라디오 프로그램까지 홍보해 주시는 센스를 발휘하셨다.

그런데 짧고 간결하게 이 책의 효용점을 명확히 짚어주셨다. 팝과 영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것, 솔직히 이 책에 실려있는 노래들이 좀 오래 전 팝송이어서 새로운 노래를 접할 수 있어도 좋겠는데 그것은 조금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어쩌면 대부분 익숙한 노래라는 사실이 학습 효과는 더 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요즘 나오는 책답지 않게 유튜브 동영상을 큐알 코드로 볼 수 있게 되어 있지도 않고 노래를 엠피파일로 들어볼 수 있게 해놓지도 않았다. 그냥 본인이 알아서 조회수 많은 동영상을 찾아 보라고만 한다. 저작권 때문일수도 있어서 그런 것은 이해가 되는데 내가 가장 기대했던 팝송 가사의 전문해석은 없어서 너무 아쉬웠다. 대중음악의 노랫가사뿐일수도 있겠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한편의 시라고 생각할수도 있기 때문에 번역의 센스도 중요하다. 사실 책에서도 그러한 언급을 하고 있는데 - 더구나 앞부분에 이미 황진이의 시조와도 일맥상통하는 팝송을 이야기하며 우리말도 잘 해야한다고 강조하셨으면서 전체 가사를 옮겨놓지 않으셔서 조금 많이 아쉽다. 생각외로 쉬운 단어와 숙어 표현도 설명했고 몇몇 문장을 해석하고 그 의미에 대해서도 설명을 하긴 했지만.

아무튼 노블티 팝송의 구어체 표현이 실질적으로 우리가 영어로 말을 해야할 때는 더 현실적일 수 있어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니 이 기회에 한번쯤 흘러간 옛 팝송을 들으며 조금은 편하게 영어를 즐겨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 - 신자유주의적 인격의 탄생
파울 페르하에허 지음, 장혜경 옮김 / 반비 / 201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처음 읽을 때 너무 띄엄띄엄 읽어서인지 솔직히 재미없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아니, 이걸 또 다른 표현으로 하자면 아마도 내가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며 읽어나가지 못했다는 것이 될수도 있겠지. 어쨌든 그냥 그런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마음을 다잡고 조금 길게 집중하며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개념도 어려워 이런저런 자료 - 자료라고 해 봐야 신자유주의 경제에 대해 떠도는 글들을 꼬리물듯이, 내용이 잘 이해되지 않을때마다 찾아서 읽었었는데 그조차도 너무 오래 전 이야기라 '신자유주의적 인격의 탄생'이라는 부제는 쉽게 연상되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어쩌면 또 이 책의 제목이 의미하고 있는 바,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를 생각해보면 평소 우리가 느끼게 되는 - 그러니까 우리가 '정말 어처구니없다' 라거나 '도저히 사람의 탈을 쓰고 어떻게' 라는 말을 내뱉게 되는 그런 행동양식이 드러나는 여러가지 사건들이 바로 그런 신자유주의적 인격의 탄생의 한 예로 들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솔직히 뭐라고 설명하기가 쉽지 않은데 책의 한 부분을 인용해보자면 '인간은 자신의 이익만 노리는 경쟁하는 존재이다. 그것이 사회적 차원에서 우리 모두에게 득이된다. 모두가 정상에 오르기 위해 경쟁하는 동안 최고의 결과를 내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 개인의 성공과 실패는 오로지 자신의 노력 여하에 달려있다. ... 모두가 쉬지 않고 성장해야한다. 하지만 경쟁은 무자비하다' 라는 말들이 오늘날 우리 문화를 지배하고 더불어 우리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거대서사의 요약이라고 말하고 있다.(129) 또한 정체성은 무엇보다도 우리의 규범과 가치를 포함하며, 이를 통해 타인과 맺는 관계도 결정한다는 사실을 상기해보라고 하는데 지금 우리의 현실을 그렇다, 라고 말할 수 있을까. 잠시 생각해보면서 저자의 물음을 다시 떠올려보자. "지난 30여년 동안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는 우리의 정체성에 과연 어떤 영향을 미쳤나? 이 시스템은 우리의 모든 개인적, 집단적 욕망을 거스르면서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사고를 식민지화했나?"

 

저자는 '공동체의 윤리가 사라진 곳에 계약서가 들어서다'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말 그대로 모든 것의 기준이 성공과 실패로 양분화된다. 경제적인 것이든 학업능력이든 조직사회의 적응이든 모든 것은 서열화 되어 있고 경쟁으로 점철되어 있고 낙오되는 사람은 도태될 수 밖에 없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실패자로 낙인찍히는 사람들의 의식속에는 모든 것이 구조적 문제, 환경과 타인의 탓이라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 경제적으로 경쟁의 우위에 서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의식속에 '경제 능력주의'가 최고의 가치가 되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능력주의는 돈과 결합된 학위를 중시하는 새로운 정적 사회를 가동한다"(156)라는 표현에 현실이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책을 읽다가 1926년 필라델피아의 증권거래소에 15초에 한번꼴로 잠깐 나타난 광고판에 쓰여졌다는 글귀를 보고 좀 끔찍해졌다. "당신의 돈 100달러가 또다시 나쁜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인간들을 보살피는 데 지출되었다. 정신병자, 정신박약자, 범죄자, 다른 취약계층이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조금은 성급히 술렁거리며 책을 읽어버려서 좀 더 진중히 생각을 해 봐야겠다. 괴물이 되어가는 우리를 되돌려 놓기에 너무 늦어버렸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저자가 강조하는 정체성,에 대해 공동체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것이 너무 성급한 것이 아닌 것과 같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