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팅 1
조엘 샤보노 지음, 임지은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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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래를 이야기하는 소설은 많다. 그리고 내가 읽은 대부분은 전쟁이나 핵폭발 혹은 자연적인 지구환경의 변화로 인해 폐허로 변하다시피 한 미래의 지구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 대한 것이다. 왜 백년후쯤의 미래를 떠올리면 다들 황폐화된 지구환경만을 떠올리게 될까 의문을 갖기도 했었지만 사실 현대의 과학자들의 미래예측을 살펴보면 꾸준히 증가하는 인구에 비례해 인류의 식량난이 도래할 것이고 그것은 전쟁을 불사하게 되리라는 예상을 가능하게 한다. 식량생산이 증대되고 있다지만 지금 현재도 지구온난화로 인한 환경의 재앙이 수많은 생명을 몰살했다. 최근의 필리핀을 덮친 태풍도 있고, 몇년 전 일본의 대지진과 해일은 원전사고로 이어져 후쿠시마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를 공포로 몰아넣고 지금까지도 방사능에 대한 우려를 하게 하고 있는 것을 생각해보면 암담한 미래현실은 결코 가상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인류의 위대함은 그러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아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는 희망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더 테스팅] 역시 그의 한 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더 테스팅]은 새로운 세계의 건설이라는 의미에서도, 그 희망을 이야기하는 의미에서도 다른 작품들과 시작점이 다른다. 내가 읽어본 작품이 많지 않아서 단정지을 수 없지만 내게 있어서는 '테스팅'의 개념 자체가 독특하게 느껴졌다.

테스팅은 전쟁으로 세계의 많은 곳이 폐허가 되어버린 곳에서 통일연방의 지휘아래 조금씩 재건사업을 벌이고 있는 마을이 존재하는 미래의 세계에서 시작된다.

다섯 호수 마을에 사는 시아는 학교를 졸업하고 테스팅 응시자로 뽑힐것인지, 마을에 남아 오빠들을 도우며 살아갈 것인지 자신의 미래에 대해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졸업식에 참석한다. 오랫동안 다섯 호수 마을에서는 테스팅 응시자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았고 졸업식 역시 아무런 언급없이 끝나버리고 만다. 그렇게 한 해가 또 지나가는 줄 알았는데 다음 날 뜻밖에도 다른 친구들과 함께 테스팅 응시자로 뽑혔다는 통보를 받는다. 테스팅에 응시하게 된 시아는 기뻐하지만 마을을 떠나기 전, 테스팅에 응시하고 대학을 다녔던 아버지의 테스팅에 대한 간헐적인 기억들을 듣게 되고, 그 누구도 믿지 말라는 아버지의 당부를 듣게 된다.

그리고 시작된 테스팅의 1차 필기시험을 치르고 난 후, 룸메이트의 자살이 일어나고 그러한 모든 과정을 시험 위원회는 이미 감시카메라로 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항상 긴장한 상태로 시험을 치르게 되는데...

 

사실 중반을 넘어서 읽을 때까지만해도 테스팅의 끔찍한 과정들, 그러니까 죽음을 조장하고, 나약한 테스팅 응시자들의 죽음을 방관하고, 친구를 의심하게 하고 때로는 자신을 위해 속임수를 쓰는 것을 망설이지 않고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는 친구를 죽음에 몰아넣는 것도 서슴치않는 테스팅의 이야기가 마음 어딘가를 너무 불편하게 했다. 이렇게 적나라하게 끔찍한 이야기가 십대 청소년들의 이야기라니 선뜻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로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시험 위원회인 어른들은 생존을 위해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약육강식과 같은 적자생존의 법칙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청소년들 역시 시험 스트레스를 못이겨 자살을 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데, 그것을 알면서도 성적으로 내모는 어른들의 모습은 테스팅의 시험 위원들과 다를바 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테스팅은 그러한 비유를 들지 않더라도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매우 흥미진진하다. 과연 시아는 테스팅의 과정을 거치고 어떻게 살아가게 될 것인가. 2편이 무척이나 기다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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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팅 2
조엘 샤보노 지음, 임지은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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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테스팅 1권을 읽고 2년여가 지났으니 내용을 잊어버릴만도 한데, 세세한 부분들은 물론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지만 전체적인 내용은 떠올릴 수 있었다. 판타지와 세상의 은유라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안에 담겨있는 내용은 상당히 충격적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미래의 세계에서 세상살이가 곧 전쟁터인 듯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테스팅을 거쳐 한 단계 신분상승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그렇게도 불편한 이유는 현실세계가 그리 다르지 않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있어서일 것이다.

 

테스팅을 통과하고 기억을 삭제하는 약물로 인해 테스팅 통과자들이 어떤 경험을 했는지 알지 못한 채 시아를 비롯한 테스팅 통과자들은 드디어 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테스팅을 통과했다고 해서 편안한 대학생활이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테스팅을 통과했지만 전공 배정 시험에서 재조정된다는 친구가 실제로는 죽임을 당한 모습으로 학교를 떠나는 모습을 본 시아는 대학생활 역시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생존의 생활임을 직감한다. 더구나 대학 입학 신고식 역시 선배들이 내준 과제를 풀어내는 혹독한 훈련 과정이며 그 과정에서 목숨을 잃을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되는데, 팀별 미션 수행을 하며 팀의 리더가 된 시아는 팀원을 이끌어가야하는 책임감과 미션을 수행하면서 팀원을 신뢰하고 서로의 능력을 믿는 것 뿐만 아니라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미션이 주어졌을 경우 모두의 안전을 위해 포기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도 깨닫는다.

하지만 배정 시험에서의 재조정 된 친구의 죽음처럼 단지 대학입학 신고식일뿐인데도 행정학부에서 함께 했던 친구 중 네명이 목숨을 잃었고, 나머지 학생들은 앞에 놓인 자신의 학교 생활을 감당해내기에 여념이 없다. 특히 1학년 학생들 중에서도 가장 많은 과목을 수강해야 하는 시아가 이겨내야 하는 중압감은 더 커져만 가는데....

 

테스팅 2의 주된 내용은 학교 생활에 대한 것이지만 그 안에서 테스팅을 주도하는 반즈박사와 홀트 교수의 의도를 파악하려는 것과 그들의 눈을 피해 테스팅 제도에 반대하는 저항세력의 움직임을 찾아내고 누가 친구이고 누가 적인지를 찾아내려는 시아의 피말리는 탐색이 그려지고 있다.

한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고, 과연 누구를 신뢰하며 친구로 받아들일 것인지, 주위의 인물들이 모두 어떤 의도를 갖고 접근하고 있는지 의심하고 또 의심해야만 하는 상황을 읽고 있노라면 결국 남게 되는 친구가 누구일까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어나갈수록 읽는 속도가 빨라지고 2권의 마지막 부분에 묘사되는 사건은 앞으로의 전개가 어떻게 될지 전혀 가늠할 수 없는 긴장감을 갖게 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본 것은 풀이 한층 더 짙은 녹색으로 변했다는 것뿐이었다. 나무는 하늘을 향해 뻗어 있었고 봄은 피어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와 더불어 이 세상에 희망을 가져오려는 한 국민의 확신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는지 또다시 증거를 보여 주고 있었다. 나는 내가 지도자가 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또는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위협하는 전쟁을 막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내 방으로 서둘러 돌아가 등 뒤로 문을 닫았을 때, 나는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는 모든 사람을 지키기 위해 능력이 닿는 한 무엇이든 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354)

 

이제 전쟁을 막기 위해, 살고자 하는 모두를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려는 시아의 앞길은 어떻게 될까.

조마조마한 마음이면서 또 기대하지 않을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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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팅 3
조엘 샤보노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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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에게 저항군의 존재를 알려주고 테스팅을 없애기 위해 저항군에서 활동을 하며 시아를 도와주던 미하우 갤런의 죽음으로 충격에 빠졌다. 드디어 3권에서는 저항군의 이야기와 시아의 오빠 진까지 등장하고 있지만, 저항군의 수장인 시먼이 미하우를 죽이면서 과연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 모르는 극도의 긴장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이 이성과 본능이 서로 대립된 감정을 느끼게 될 때 우리의 주인공들은 직감적으로 본능을 따르고 결국 그것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곤 한다. 테스팅의 주인공 시아 역시 결말로 이어지면서 그러한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그녀의 결정이 옳은 것은 운이 아니라 그녀의 평소 식별력이 그만큼 좋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테스팅을 없애기 위해 행동을 시작한 시아, 미하우의 죽음과 그를 죽인 사람이 시먼이라는 것 때문에 이야기의 진실은 더욱 미궁에 빠져들어가고, 대통령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그 지위를 이용해 무자비한 테스팅 제도를 없애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언급하고 있는 사람들을 죽여야만 한다. 살생명부를 받아 든 시아는 아무리 옳은 일을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살인을 해야만 한다는 사실에 중압감을 느끼게 되는데, 스스로 살인을 하게 될까 라는 문제 이전에 그 일을 혼자 할 수 없기에 도움을 청할 친구를 찾아내야만 하는 결단의 필요성도 깨닫는다. 자신 스스로도 아무리 명분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살인을 해야한다는 부담을 갖고 있는데 겨우 찾아 낸 신뢰할 수 있는 친구에게도 살인을 부탁해야만 하는 것이다.

만일 이 이야기에서 아무리 정당성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살인을 묵인하고 있었다면 이 이야기는 그리 흥미롭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시아의 본능적인 직감으로 친구를 찾아내는 과정에서도 타당한 이유가 있으며 그녀의 신중함이 드러나고 있어서 지도자의 자질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보게 된다.

 

아무튼. 나는 이 이야기의 결말을 맘 편히 볼 수 없었다.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다 그렇듯 누가 친구이고 또 누가 배신자로 밝혀질지 궁금해서 도무지 책에서 손을 뗄 수가 없는 것이다. 이야기는 뜻밖의 진실과 예상외의 결말로 인해 혼돈속을 헤매고 있는 느낌을 갖게 하는데 끝까지 긴장을 하게 만들며 몰입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일이란 게 꼭 우리가 바라는 대로 돌아가진 않지. 스스로 딛고 일어서서 가야 할 방향을 다시 찾는 거, 그것만 남는 거야" (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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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살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5
나카마치 신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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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살의'라는 제목의 서술트릭 추리 소설이라고 하니 왠지 처음부터 긴장하고 책을 읽게 된다. '서술 트릭'이라고 하면 글 행간에 감춰져 있는 사실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다른 서술트릭 소설을 읽으면서 깨우쳤기 때문이기도 한데, 사실 아무리 신경을 곤두세우고 읽어봐도 명백하게 이야기의 진상을 잡아내기는 쉽지 않다. 그저 어렴풋이 '그것'에 트릭의 함정이 있다는 것을 짐작할 뿐.

 

모방살의는 '사카이 마사오'라는 인물의 죽음을 둘러싸고 그의 죽음이 타살인지 자실인지를 밝혀나가는 이야기이다. 물론 사카이 마사오의 죽음은 잠금장치가 되어있고 문 안쪽으로 걸림쇠까지 걸려있는 밀실 상태에서 창문밖으로 뛰어 내려 자살한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더군다나 밀실상태인 그의 집 안에는 마시던 사이다에서 청산가리가 검출되었고 그의 방 휴지통에서 청산가리를 담았던 종이봉투가 버려져 있었으니 사카이 마사오의 죽음은 명백히 자살로 판단된다.

추리소설 신인상을 받고 차기작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던 사카이 마사오는 마침내 기고한 소설이 잡지에 실리게 되었는데, 그 소설작품은 표절한 것으로 밝혀지고 그러한 사실이 공개되는 것이 두려워 자살한 것으로 사건이 마무리 되어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모방살의'의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

사카이 마사오의 죽음을 둘러싸고 그의 죽음이 자살인지 타살인지 밝혀내려고 하는 두 사람, 그의 연인이었던 나카다 아키코와 잡지에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살인사건에 대한 리포트를 기고하는 쓰쿠미 신스케가 서로 각자 사카이 마사오의 행적을 따라가며 조금씩 진실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하는데...

 

줄거리에 대한 언급을 하기 시작하면 이 글에서도 왠지 서술 트릭을 집어넣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딱히 꼬집어 모든 진상을 다 알았다, 라고 할수는 없지만 대략적으로 어떤 분위기로 이야기를 뒤섞으면서 교묘히 교차점을 숨기고 있는지는 집중해서 읽으면 대강 눈치를 챌 수는 있었다. 하지만 이미 예전에 이런 서술 트릭 소설을 읽었었기 때문인 것이지 결코 이 소설이 헛점투성이이거나 너무 쉽게 알아챌 수있는 트릭을 담고 있기때문은 아니다.

처음 출간 후 개정판을 내면서 내용을 수정보완했다고는 하지만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정말 대단한 작품이 나왔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았을까 싶을만큼 짜임새 있게 쓰인 소설이란 생각이 든다.

다 읽고나면 다시 앞으로 되돌아가 읽어보게 되고, 어렴풋이 이 부분이 이상했는데 라고 생각했던 바로 그 부분에 교묘한 함정을 파놓고 기다리며 즐거워하는 작가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이 책의 편집부분은 최종장을 시작하기 전에 독자에게 일종의 도전장을 내던지듯 '여기에서 책을 덮고 결말을 떠올려보십시오'라 하고 있다. 사실 나 역시 잠시 책 읽기를 멈추고 모든 사건을 정리해보기를 시도했었다. 뭔가 잡힐 듯 하지만 명확하지 않은 사실들.. 그것을 명확하게, 실뜨개 놀이를 할 때 그저 이리저리 꼬여있는 끈처럼 보이기만 하는 것이 그 다음으로 넘어가는 방법을 알고 나면 하나의 길이 뚜렷이 보이는 것처럼 사건의 진상을 파악해보려고 했다. 하지만 흐린 안개속을 걷듯 막연히 희미하게만 보이는 시간을 참을수가 없어 결국은 책의 종장, 진상을 펼쳐들수 밖에 없었고 서술트릭의 묘미를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자, 이제 이 책을 읽기 전이라면 당신 역시 이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어있다가 사카이 마사오라는 사람의 죽음에 대한 진실과 사건의 진상이 다 밝혀지면서 단숨에 많은 부분이 깔끔히 정리되는 그 순간, 느끼게 되는 일종의 쾌감을 직접 느껴보시길.

 

 

 

덧. 시공간을 넘어서며 눈에 보이는 것 그대로가 사실인 것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며 책을 읽는다면 서술트릭의 묘미를 조금 더 빨리 깨닫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실종 느와르 M]을 읽으며 하나의 사실에 담겨있는 또 다른 진실을 파고들어가면 단순실종사건처럼 보이는 사건에 더 깊고 무거운 진실이 담겨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듯 모방살의 역시 그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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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마을 인문여행 - 미술, 마을을 꽃피우다 공공미술 산책 2
임종업 지음, 박홍순 사진 / 소동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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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비를 들여다보고 있는데 산토리니 풍경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색색으로 칠해진 집들이 층층이 올라가 있는 언덕의 풍경이 눈에 화악 들어왔다. 더구나 그 언덕배기에는 이휘재의 쌍둥이 아이들이 엄마의 뒷모습인 줄 알고 달려가 안기려고 했던 어린왕자도 있었다. 저곳이 부산 어딘가라면 나도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미술마을 인문여행의 책에 바로 그 마을의 모습이 담겨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저 아름다운 곳을 찾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인문여행'이라니 이 책을 읽어보기 전부터 무척 기대가 되었다. 그런데 어느 정도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겨있는 것도 있지만 생각만큼 그리 재미있게 읽히지는 않아서 중간부터는 힘을 빼고 읽어나기기 시작했는데 오히려 그러고나니 슬그머니 관심이 동하기 시작한다.

어린왕자와 여우의 동상이 있는 그곳은 부산의 감천마을로 그곳은 풍경 자체만으로도 한번쯤은 가보고 싶은 곳이되었다. 굳이 종교라는 것을 떠올릴 필요없이 역사속의 정치,사회, 문화적인 측면으로 태극도를 인식하며 감천마을을 둘러보는 것도 큰 의미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곳이다.

 

'마을미술'이라는 것에서 이미 짐작하고 있었지만 단순히 설치미술과 마을의 조화만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을미술은 작가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마을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이재길 기획자의 이야기처럼 마을을 떼어놓고 예술 그 자체만을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마을 미술 경험을 통해 주민과 공무원들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진짜 주민자치란 어떠해야 하는지,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는 것."(71)에서도 그러한 부분은 드러나고 있다. 마을 살리기는 미술만으로는 역부족이며 이제 마을미술이 아닌 미술마을을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다.

여러 마을의 성공사례와 진행과정이 나왔지만 감천마을을 빼고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혼불의 배경이 되는 남원의 노봉마을이다. 혼불을 읽고 책에 묘사된 곳곳을 다니며 책 속 인물들의 발자취를 더듬어 본다면 정말 멋진 여행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빠져들었다.

이 책에는 10곳의 미술마을이 소개되고 있지만 사실 유일하게 서귀포만 가봤을 뿐 다른 마을은 그 풍경이 어떠한지 전혀 알수없이 그저 책에 담겨있는 내용으로만 볼 수 있어서 조금은 많이 추상적이다.

내가 유일하게 가 봤다는 이유때문만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서귀포의 유토피아로 - 이중섭 거리가 있는 올레길 6코스는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아름답기도 하지만 역사적으로도 제주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에 소개된, 바닷가에 작품을 설치할 때 주민과의 갈등이 있었지만 작가의 설득에 동의를 하고 막상 작품이 설치되니 반대를 했던 주민이 더 적극적으로 설치작품 관리를 하고 자발적 해설사가 되었다는 에피소드마저 제주사람답다는 생각을 하며 글을 읽었는데 이중섭 거리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조금 더 돌아 자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강정천을 지나쳐가다보면 어느새 유토피아는 사라져가고 해군기지가 설치되고있는 디스토피아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 10월 12일이 지나면 천막성전에서의 미사는 성프란치스코 평화센터로 옮겨가게 되는데 제주를 방문하게 되면 한번쯤 그곳에 들려 '평화'에 대한 묵상을 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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