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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를 읽다 - 역사와 삶의 고비마다 고려를 지키고 빛낸 문장들
이혜순 지음 / 섬섬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태조 왕건에 의해 건국된 고려는 34대 왕과 474년 간의 역사를 갖고 있다.후삼국을 통일하고 개국한 고려는 참신한 인재등용법부터 다양한 개혁을 이루어 나간다.불교 유교 도교 풍수지리 도참사상 등 다양한 사상과 문화를 용인하고 공존하게 한 다양성과,그로 인한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는 정체성을 일깨웠다.깨어있는 고려왕조는 다원사회가 특징이며 고려왕조의 특성이기도 하다.고려는 다원성을 띤 역사이기도 했기에 글로벌주의를 부르짖는 현대사회와 맞물리기도 하기에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고 공존과 화해를 갖어야 치열한 경쟁의 무대에서 전진할 수 있는 활력소가 되리라 생각한다.
고려 역사는 474년을 갖고 있다.고려 왕조의 존망을 가늠하는 두 차례 각각 30여 년간에 걸친 거란,몽골 등 이민족과의 전쟁을 극복하기도 했으며,무신정권과 승려들에 의해 집권이 뒤바꿔지면서 왕조는 약체가 되기도 한다.몽고에 의에 고려는 쑥대밭이 되면서 도읍지가 개경에서 강도(강화도)로 천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오기도 하며,여.몽 연합군에 의한 두 차례의 일본 정벌은 양국간에 커다란 시련과 좌절을 안겨 주기도 했다.또한 고려에 귀화한 쌍기에 의해 과거제도가 도입되고,해서는 훈요십조 및 팔관(해서는 안될 여덟가지 사항)회 등이 개최되기도 한다.고려가 원의 부마국이 되면서 충(忠)자가 들어가는 왕은 원에 의해 정해지기도 했다(충렬왕,충선왕,충숙왕,충혜왕,충목왕,충정왕).
고려는 결국 이성계를 위시한 역성혁명에 의해 474년 간의 막을 내리고 국명이 조선으로 바뀌게 된다.이러한 기본적인 고려에 대한 역사적 지식을 갖고 이번 《고려를 읽다》를 읽어 내려 갔다.통상 고려의 전분야에 대한 통사적인 것을 기대했는데 그것과는 전혀 다른 한문으로 쓰인 고려시대의 명문장들이 정선된 문장만을 골라 세련되게 번역되어 나왔다.한문장을 번역한 내용들은 문학적인 평가를 받은 것에 국한하지 않고 전분야를 아우르는 고려시대의 속살을 그대로 보여 주는 것이었다.정치적인 글,외교문서,논설문,편지,묘지문(墓誌文),종교 의례문,과거시험 문제 등을 소개하고 있다.이혜순저자는 한국 고전문학,한문학회회장을 역임해서인지 정교한 내용과 풍부한 해설,꼼꼼한 학자적 자세가 글의 내용에 그대로 비춰지고 있어 믿음이 가고 남는다.
우선 여섯 파트로 나뉘고 있다.왕과 신하,그들의 세계,외세로부터 나라를 지킨 문장보국의 명문들,친구란 무엇인가,사람의 일생,사대부의 삶과 철학,사회와 역사 인식,종교와 학문의 세계로 되어 있다.한문 실력은 변변치 못하지만 시간이 된다면 차분하게 원문과 번역문을 대조해 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고려의 대외관계를 비롯하여 과거 출제시험,야사와도 같은 일반 백성의 삶의 진면목이 생생하게 전해지고 있다.신라시대 경순왕 김부의 이야기부터 시작되는데 박인량의 통찰력 있는 글쓰기가 시선을 끌기도 했다.김부식의 온달 장군의 이야기도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고,국순전과 국선생전의 얘기는 많이 들어서인지 깊은 관심으로 대했다.그중에 보국명문이 갖는 의미는 고려가 대외관계에서 힘의 역학을 잘 조율해 냈다는 평가를 할 수가 있으며,외교문서를 작성하는 사람의 문장력과 양국간의 가교역할은 예나 지금이나 실리적이고 선린우호적인 차원에서 막중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자랑스러운 점은 최치원이 당나라에 머물렀던 중국 양주에 외국인 기념관이 설립되었다는 점이다.(2007년 중국 중앙정부에서 세움)
고려의 힘이 원보다 약하다 보니 원에서는 고려 처녀 공출을 수도 없이 요구하는데 이곡의 글에서 처녀 공출의 폐지를 요구하는 글을 접하면서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했다.원나라 황실에 바친 고려 처녀의 수는 150명이 넘는다고 한다.또한 원 쿠빌라이의 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왕인 충선왕이 티벳으로 유배를 가야만 했던 사연,사행(使行)으로 일본으로 떠나는 정몽주가 일본을 유람하며 느낀 소회 등이 인상에 남는다.친구란 무엇인가 라는 편에서 임춘은 글쓰기는 기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므로 문장의 어려움은 강한 기운이 가슴속에 차고 넘쳐서 자신도 모르게 말로 나타나는 데에 있다는 점에서 밑줄을 그어본다.서울 둔촌동의 유래도 흥미를 끌었는데 이집이 몸을 피해 숨어있던 곳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실천윤리에 기반을 두고 글을 쓴 사람은 단연 이제현의 유학에 잘 나타나 있다.부도(婦道)를 잘 수행하여 아내를 칭송하는 의미에서 묘지문을 쓴 최루백의 사연,가난과 기근이 들기라도 하면 부부가 자식을 파고 남편은 아내를 팔았다는 안타까운 사연,채마밭과 훼손된 가옥을 수리하는 일상,색(色)에 빠지는 것은 망조라는 사대부들의 의식,그리고 최초의 서사시인 이규보의 동명왕편이 소개되고 있다.
전반적으로 고려는 도교와 불교의 색채가 짙다는 것을 알게 되고,과거시험은 유용지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배운 것을 실생활에 요모조모 잘 활용해 생활개선과 사회발전을 꾀하는데 있다는 것이다.다양한 분야에 대해 정선된 한문장을 잘 다듬고 풍부하게 해설까지 들려 주고 있는 《고려를 읽다》는 흥미적인 요소와 학습적인 요소가 균형과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의미있는 시간이 되어 매우 다행스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