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책의 정신 - 세상을 바꾼 책에 대한 소문과 진실
강창래 지음 / 알마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1990년대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라는 코너가 모방송국에서 인기몰이를 하면서 독서의 저변화를 꾀한 적이 있었다.매주 1번씩 방송되는 프로그램이었지만 그 시간이 기다려지곤 했다.또한 그 주에 선정된 도서는 꼭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엄선하였기에 머리 속에 저장하고 또는 간단하게 기입해 놓았다가 기회가 닿으면 구입을 한다든지 또는 빌려서 읽곤 했다.당시 인상적이고 부러웠던 점은 방송 현장에 등장했던 게스트들의 독서력이 대단했는데 어떤 분은 속독력을 현장에서 테스트 받아 그 결과에 대해 사회진행자가 읽은 내용에 대해 확인을 했는데 놀라우리 만큼 거의 정확했다는 점이었다.일반인 특히 독서를 많이 하지 못한 사람은 그러한 경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신의 수준에 맞고 필요한 도서를 꾸준히 읽어 가다 보면 세상을 보는 안목과 통찰력이 증대된다는 점은 부인할 수가 없다.책을 몇 년간 꾸준히 읽어 오면서 내용정리,서평 등을 다는 것도 생각의 힘과 비판력,논리력이 좋아지기에 사회생활을 더욱 윤택하게 해주고 정신적으로는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다양함을 스스로 깨우칠 수 있다는 점에서 독서의 힘은 인간을 인간답게 해 주는데 불가결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연간 신간이 4만 건이 넘는다고 한다.실로 출판문화의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런데 신간으로 세상에 나와 빛을 발하고 있는 도서는 과연 얼마나 될까.어떤 도서가 되었든 전문가에 의해 쓰여진 것임에도 불구하고 편향적인 독서력으로 인해 대부분의 도서는 출판공장 창고에 잠자고 심할 경우에는 파쇄기로 쓸려 가는 불운한 운명을 맞기도 한다.그러한 의미에서 1990년대와 같이 언론사를 비롯하여 공익단체에서 꾸준하게 독서의 필요성과 독서의 저변확대를 위해 다양한 독서행사,모임 등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또한 IT산업의 발달에 따라 SMS 및 스마트폰을 이용한 독서 전 및 독서 후의 스토리를 공유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의미없는 시간 때우기,수다떨기와 같은 시간낭비성 SMS나 스마트폰 활용보다는 책과 관련한 이야기를 많이 풀어 가는 것이 독서의 저변확대와 문화생활을 넓혀 가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메타북은 책이란 무엇인가,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무엇인가,그리고 책에 담긴 내용인 '생각'의 정체는 무엇인가를 다룬다.(중략)메타북은 책의 내용이 담기는 그릇으로서 언어의 정체를 밝힌다.그리고 책은 문자문화의 핵심이지만 구술(口述)문화와 비교할 때 그 정체가 더 잘 드러난다.빛이 어둠과 비교될 때 가장 잘 드러나는 것과 마찬가지다.이런 종류의 메타북은 주로 수천 년에서 수만 년에 걸친 거시적인 역사를 다룬다. - 본문 -
이렇게 메타북의 의미를 정확하게 인식을 하여 책에 담긴 내용과 언어의 정체를 밝힘으로써 독자의 정신적인 인식과 사유의 힘,도서의 역사를 살피면서 생각과 언어의 정체가 무엇인가를 파악할 수가 있어 독서의 가치가 증가되리라 기대한다.언어로는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문자로 표기된 도서 안에는 구체적인 기록과 증언을 비롯하여 당대 바깥으로 표출할 수 없었던 개인 및 사회상을 바르게 재인식하면서 역사적인 오류와 실수는 재발하지 않도록 환기시켜 주고 다가올 미래에 대해서는 분석과 통찰이라는 시각으로 문명을 한층 더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주리라는 생각을 한다.그래서 책의 역사,책이 담고 있는 정신은 한 개인의 정신력을 고양시키는 것을 떠나 전세계,전인류의 문명발전의 바로미터가 되어 주고도 남는다는 것이다.
<20세기 이데올로기 책을 학살하다>를 통해 강창래저자를 알게 되었다.이번 <책의 정신>은 앞의 내용을 보강하고 있는데 시선을 집중시키는 내용들이 많다.국가권력에 의해 통제.검열되었던 도서의 수난과 세인의 관심에서 사라진 도서들이 과학혁명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또한 고전에 대한 재해석과 본성과 양육에 대한 인간의 오해,책의 학살에 대한 역사적 배경과 사건 등을 차례대로 서술하고 있다.특이한 점은 각장의 사건,에피소드와 관련하여 역사적인 삽화를 도입하여 읽는 재미와 이해력,공감력을 돋구고 있다는 것이다.도서는 인간의 정신을 지배하기도 하고 당대의 국가의 통치술과 정권행사를 행하고 문명의 발전,철학적인 인문사상을 발전시키는 데에 있어 매우 귀중한 자료임에 틀림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책을 쓰는 저자에게는 도서의 판매부수에 따라 수입이 좌우되는데 저자는 김훈의 <자전거 여행> 서문을 본떠 '사람들아 새 컴퓨터 하나 사게 책 좀 사봐라'라고 프롤로그를 대신하고 있다.이 글을 읽는 나에게는 보다 참신하고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서평력이 향상되기만을 바라고 있다.
군주의 힘이 막강했던 봉건주의 시대에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책의 내용에 담긴 외설(猥褻)적인 부분에 대해 심한 검열과 통제가 이루어졌음은 주지하고 있는데 이는 천박하고 불경스럽다고 느끼는 언어문화,사회인식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가 싶다.특히 한국의 경우에는 유교문화권 및 군사독재정권하에서 외설적으로 느껴지는 성의 표현 및 성의 표현물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엄한 단속.검열.구속 등이 이어지곤 했다.(개인적으로 볼 때) 유교권인 동북아 3국(한.중.일)가운데 한국이 가장 성문화에 대해 보수적인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이와 견주어 중국,일본의 경우에는 성문화의 개방이 한국보다 많이 앞서 있다.인간의 성행위가 인간의 본능에 가까우면서 자연스러운 행위이다.중세의 '엘로이즈 이야기'는 중대 최대의 연애사건으로서 가정교사와 학생의 아슬아슬한 러브 스토리이다.신분의 차이로 인해 둘은 결합을 못하고 만다.글에 등장하는 삽화들은 현대적인 관점에서 보아도 매우 파격적이기만 하다.저자는 전쟁의 참혹상과 누드 사진을 보여주면서 어느 것이 더 외설적이고 참혹한지를 묻고 있는데 그림이 매우 섬뜩하기만 하다.
한편 1997년 한국에서는 장정일작가의 <내게 거짓말을 해봐>가 포르노그래피와 연관되어 음란성이 문제되었다고 하는데 이를 두고 '예술이냐 외설이냐'를 놓고 분쟁이 일어났다 당시 강금실 변호사는 이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전략) 사회가 도덕의 이름으로 용인하는 범위를 넘어 육체의 이면으로 들어가 성관계를 헤집어놓거나,쾌감을 확장시키는 어떠한 실험적 시도도 통제의 뇌관을 건드리는 가장 위험한 행위가 될 것이다. - 본문-
포르노그래피가 계몽사상을 일깨워 준 근대과학의 좋은 메타포가 되어 주었다.이와 연관지어 코페르니쿠스의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는 과학사 및 일반 역사에도 자주 등장하는 통사임에도 불구하고 당시에는 잘 팔리지 못한 불운의 도서였다.당시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천동설과>과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은 매우 파격적인 우주과학 이론이고 파격적이었을 것이다.교황에 대한 신성모독죄에 해당하여 종교재판을 받기도 했다.나아가 물리학과 광학 이론으로만 알려져 있는 뉴턴의 <프린키피아>는 사회개혁을 갈망하던 계몽주의 사상가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뉴턴의 사회개혁 및 계몽사상이 후일 존 로크,볼테르의 정신적 영향을 끼치기도 했으며 에밀리 드 샤틀레는 뉴턴의 <프린키피아>의 내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주석까지 달았다.
소크라테스,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플로타르코스로 이어지는 유럽 고대철학자를들의 사상과 저작을 접하면서 느끼는 점은 '다행이다'라는 것이다.수많은 도서들이 통치권자의 입맛에 맞지 않은 '눈에 가시와 같은 존재'였다면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시대의 지배구조와 타협하며 살아남은 고전이다.그런데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소크라테스가 했다고 학창시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 왔건만 이는 잘못된 해석이고 소문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소크라테스의 변명이 일본도서를 그대로 번역하고 군사독재문화하에서는 '악법도 법이다'라는 것이 국가를 통치하고 국민을 지배하는 데에 유효한 수단으로 보였으리라 판단한다.나아가 이러한 고전은 원래의 것이 아닐 확률이 높다고 지적하는데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면서 주류 이데올로기를 가진 편집자의 의도에 맞게 필요한 만큼 적당히 변형되어 오늘에 이른 것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특히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정확하게는 크세노폰이 쓴 <소크라테스의 회상>이다(1978년 한국어판).또한 헤겔은 공자의 <논어>를 '매우 상식적'인 내용이면서 멀건 맹탕 같다고 비하하고 있다.그러한 내용은 어느 민족에게서나 찾아볼 수 있으며,다른 민족에게서 더 잘 정리된 상식을 찾아볼 수 있다는 우월 의식을 감추지 않고 있다.
정치적인 견해이면서 매우 중요한 대목이 인간은 본성과 양육 사이에 놓여 있다.우성학으로 대변되는 본성과 실패했지만 공산주의,진보세력에 적용되는 양육 현상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고 본다.인간은 좋은 DNA를 받아 태어나는 우성학에 기반을 둔 소수계층 및 소위 보수세력 등은 본성에 입각한 인간군상을 좋아할 것이고,경험과 교육에 의해 인간이 성장해 나간다는 양육론이 더욱 부합할 것이다.다만 극단적인 본성론,양육론은 시대의 흐름,변화에 의거하여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인간은 어떠한 환경에서 성장하든 부단한 교육과 경험,체험을 통해 인간의 그릇이 변화해 나간다는 것이 일관된 생각이다.또한 흥미로운 점은 <타고난 성,만들어진 성>이다.성생활에 대한 문제,정신적인 긴장감으로 인한 신경쇠약증과 관련하여 역사적인 일화 즉 여장 남자,남장 여자와 같이 양성인들에 대한 정체성을 잘 보여 주고 있다.그 가운데 홀로코스트로 유명한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은 독일 아리아인의 우월적인 자부심과 민족성에 의해 무참하게 학살했던 점은 돌이킬 수 없는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가 없다.우생학이 현대과학의 유전공학,사회생물학으로 발전해 나가는 점에서는 학문적으로나 실용적인 면에서나 매우 유익하다는 생각이 든다.
끝으로 20세기 이데오로기 책을 학살하다의 부분은 주지하다시피 20세기초 세르비아의 티토,독일 나치의 유대인 학살,중국현대사의 비극인 마오저둥의 문화대혁명의 와중에 이념과 사상인 주류 이데올로기에 반하는 도서들은 군중들 앞에서 처참하게 화형식을 맞게 되었다.그 가운데에서도 용케 기적적으로 살아 남은 도서들은 구중궁궐과 같은 서고에 남아 통치자의 정책과 지혜를 채우기 위해 모조리 불사르지는 않았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지 않을까 한다.강창래저자는 수많은 독서이력에 공감과 설득력을 더해주기 위한 인용구,삽화,풍부한 참고 도서까지 전해 주고 있어 이 도서를 덮고 난 뒤에도 독서의 힘,책의 정신은 단순히 문자해독과 문리(文理)를 터득한다는 1차적인 의미를 떠나 사회와 국가,다양한 문명의 발전에 있어 도서의 힘은 매우 막강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