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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림무정 1
김탁환 지음 / 다산책방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이 대동아공영권과 아시아 제패를 노리고 있을 무렵 한반도 북단 개마고원 산 속에는 조선산 호랑이를 잡기 위해 칼바람이 매섭게 부는 황야,언덕,산 속을 헤집으며 주인공 산,수,그미(주홍),쌍해,총독부 소속의 히데오등이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일본이 조선 호랑이의 씨를 말리려는 것인지,산과 수등의 호랑이 사냥을 통하여 수컷의 본능과 남성성을 우회적으로 보여 주려는 작가의 의도도 엿볼 수가 있었으며 호랑이 사냥에 대한 일본 총독부가 제시한 댓가를 받기 위한 시녀의 역할(수)도 읽어 갈 수가 있었으며 주인공 산과 그미의 기름과 물 같은 관계가 서서히 임계점을 벗어나 국경을 초월한 사랑의 화신으로 넘어 가는 장면도 일품이었다.
호랑이를 사냥할 때 가장 중요한 덕목은 견딤이고 두려움을 견디며 살을 에는 추위를 견디고 시간을 견디며 호랑이가 나타났을때 어떤 자세로 어디를 향해 어떤 감각으로 방아쇠를 당길 것인가가 중요하며 사냥의 성패는 잡념을 얼마나 씻어내는가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사냥,남자의 자존심이고 힘과 역량,모든 것을 포용하고 버릴 수 있는 힘이 내재되어 있는 듯하다.시대는 1930년대 말이다 보니 일제 강점기이고 자연이 어느 정도는 보존되어 있기에 산림에 서식하는 호랑이,스라소니,불곰,표범등의 출몰은 조선의 건강한 자연의 모습과 이를 황폐화시키고 절멸시키려는 일본 총독부의 악의적인 의도는 아이러니했고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일본 총독부의 심부름꾼 '수'는 결국 맹수에게 잡아 먹히고 빚을 탕감하고 사기 건도 없었던 걸로 총독부와 암묵적으로 약속한 것이었던 걸까,수는 그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못하고 백호가 출현했음에도 보고하지 않았던 괴씸죄가 적용되었던 걸까.
'해수격멸대'라는 미명하에 산은 백두산 일대를 뒤지면서 몇 날을 굶어가면서도 윈체스터 총들을 비롯하여 사냥에 필요한 도구를 몸에 지니면서 호랑이의 사냥에 전력을 투구한다.칠흑같은 어둠을 헤치고 맹수들이 인간을 해코지할 꺼리를 제공하지 않는등 세심한 주의력과 정신력으로 산은 그가 원하던 해수(호랑이)도 잡게 되고 그미(주홍)는 산을 알게 모르게 사모하게 된다.
산의 몸에 남게 된 상처를 그미는 진정으로 위로하고 개마고원 근처 온천에 둘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태초의 선남선녀가 된듯 따뜻한 물 속에 몸을 담그고 하나가 되어 사랑의 싹을 틔워 나간다.